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하!”
“씨발!”
마을에 도착한 레빈과 제토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벌써 시신 몇 구가 보였기 때문이다.
시신 주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울고 있었다.
브리엘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벌써 다녀간 모양이네.”
“굉장히 잔인하게 손을 썼어. 아무래도 은사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전혀 없어.”
레빈은 시신의 상흔만 보고도 벌써 첸시가 사용하는 무기까지 파악했다.
그만큼 레빈도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는 증거였다.
첸시는 제토야의 마을을 한바탕 뒤집고 사라진 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죽은 사람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였다.
딱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만큼만 죽이고 떠났다.
안 좋은 것은 그만큼 첸시가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무차별 살상하는 것은 쉽지만, 이렇게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여 원하는 정보만 뽑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라는 의미였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며 움직이는 자를 추적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었다.
제토야는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첸시가 방문했을 때의 상황을 물었다.
잠시 후 모든 정보를 얻은 제토야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이거 제대로 미친년이에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형했어요.”
“레무라를 확보하기 전까지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야.”
“그럼 빨리 추적해야죠.”
“괜찮겠어?”
“뭐가요?”
“네가 이끄는 마을이잖아. 시신들 수습하지 않고 가도 괜찮겠어?”
“그들이 원하는 건 수습이 아니라 복수예요.”
“그래?”
“네! 죽은 분 가족들도 제게 복수를 부탁했어요. 그러니까 어서 추적하죠.”
“그래! 그렇게 하자.”
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브리엘을 바라봤다.
브리엘이 고깔모자에서 유리병을 꺼내며 말했다.
“그 여자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 어렵지 않게 추적할 수 있을 거야.”
브리엘은 유리병 안에 든 액체를 첸시가 서 있던 자리에 뿌렸다. 그러자 첸시의 발자국이 야광으로 빛나며 드러났다.
브리엘이 만들어 낸 추적의 비약이었다.
이렇게 대상을 특정한 후 갈림길마다 비약을 뿌리면 손쉽게 움직인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브리엘이 먼저 발자국이 찍힌 방향으로 움직였고, 그 뒤를 레빈이 따르며 제토야에게 말했다.
“가자, 제토야!”
“네! 형.”
그렇게 세 사람이 추적에 나섰다.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브리엘이 말했다.
“됐어. 이제 나와, 가이아!”
―삐!
순간 가이아가 아공간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를 되찾은 가이아는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
예전의 가이아는 혼탁한 기운이 가득한 하수로에서 잠시도 견디기 힘들었을 정도로 연약했지만, 지금은 많이 강해져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됐다.
브리엘이 가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너와 함께해서 좋아. 하지만 지금은 추적이 우선이니까 집중하자. 더 큰 희생이 나오기 전에…….”
―삐이!
“그래! 가자.”
브리엘과 가이아가 레빈과 제토야를 따라 어둠 속을 질주했다.
***
제온은 클렉시 영감의 가게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고기가 많이 담긴 국밥은 제온의 최애 음식이었다.
언제부턴가 먹기 시작한 국밥은 이제 제온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깃거리가 됐다.
후루룩!
국밥을 맛있게 떠먹는 제온을 보며 클렉시 영감이 말했다.
“맛있냐?”
“맛있습니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잘 넘어가는데요.”
“아니, 애들만 악어굴로 보내 놓고 국밥이 넘어가?”
“본인이 만드셨으니까 잘 아실 것 아닙니까? 이렇게 맛있는 게 왜 안 넘어갑니까?”
“으이구! 애들이 걱정도 안 되냔 말이다?”
“하나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제온의 단호한 대답에 클렉시 영감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진짜?”
“네!”
“아니, 왜? 그 어린것들만 보내 놓고도 걱정되지 않는다니? 너 진짜 마음이 고장 난 거 아냐?”
“사서 걱정할 만큼 여리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응?”
“혹독하게 단련시켰어요. 이 정도는 그 아이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겁니다.”
“확신하는 거냐?”
“네!”
제온이 대답과 함께 그릇을 들어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클렉시 영감은 그런 제온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다.
평온한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온의 말엔 믿음이 갔다.
제온이 얼마나 신중한 사람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제온이 저렇게 말했을 때는 분명 그만한 확신이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 없이 아이들을 사지로 보낼 사람이 아니었다.
그제야 안심이 된 클렉시 영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셈이냐? 계속 이렇게 시간만 보낼 거냐?”
“그건 아니죠.”
“그럼?”
“그렇지 않아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국밥만 다 먹으면 말이죠.”
그릇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온은 남은 고기와 밥을 싹싹 긁어 먹은 후 그릇을 내려놓았다.
탁!
“아! 좋네요. 영감님이 만들어 준 건 언제 먹어도 맛있어요.”
“흐흐! 내 솜씨야 모든 사람들이 다 알지.”
“덕분에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 작정이냐?”
“일단 감시자부터 쫓아내야죠.”
“감시자?”
“이 정도 참아 줬으면 됐잖아요.”
제온이 미소를 지었다.
클렉시 영감은 그의 미소가 섬뜩하다고 느꼈다.
“살인 미소구나.”
“네?”
“사람 죽이기 좋은 미소란 말이다.”
“아, 뭐…….”
그제야 클렉시 영감의 말뜻을 알아들은 제온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기왕이면 아이들하고 함께 왔으면 좋겠구나.”
“노력해 볼게요.”
“그래! 수고해라.”
“네!”
제온이 테이블에 돈을 놓고 가게를 떠났다.
가게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제온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떨어진 시계탑을 바라봤다.
신촌의 명물인 시계탑이었다.
저 시계탑 덕분에 신촌에 사는 사람들은 따로 시계를 차지 않고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시계탑과 제온 사이의 거리는 삼 킬로미터가 넘었다.
보통 사람은 시계탑 위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온의 눈엔 똑똑히 보였다.
그곳에 앉아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말이다.
사제복을 입고 강렬한 안광을 발산하는 이는 루보였다.
동대문이 자랑하는 다크 세인트 중 하나이며 천리안이라는 사기 스킬을 보유한 남자였다.
그는 시계탑 위에서 제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파악한 제온의 동향은 실시간으로 동대문에 보고되고 있었다.
제온을 감시하던 루보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그와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기 때문이다.
‘설마?’
그와 제온 사이에는 삼 킬로미터라는 거리가 있었다.
더구나 그는 은신 스킬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도 이곳에 은신한 그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루보가 감시했던 대상 중에 그를 발견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때문에 안일해질 만도 하지만, 루보는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았다.
일말의 방심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온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루보의 심장이 갑자기 급격하게 뛰었다.
그것이 본능의 경고라는 것을 루보는 잘 알고 있었다.
‘들켰다.’
루보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제온이 대지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정확히 루보가 은신해 있던 시계탑 방향이었다.
모래가 제온의 몸을 허공 높은 곳으로 띄웠다.
“제기랄!”
루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비록 감시에 특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역시 각성자였다.
육체적인 능력만큼은 어지간한 무투계 각성자 못지않게 뛰어났다.
그는 순식간에 시계탑을 박차고 옆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다른 다크 세인트들에게 합류해야 해.’
신촌에 들어온 다크 세인트는 모두 열 명이었다.
첸시가 갑자기 사라져, 남은 다크 세인트는 모두 아홉 명이었다.
그를 제외하고도 여덟 명이 더 동대문에 있었다.
그동안 다크 세인트들은 신촌에 흩어져 성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루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다크 세인트를 찾아 움직였다.
슈우우!
그 순간 등 뒤에서 파공음이 들렸다.
루보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파공음의 주인이 제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기랄!’
파공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모를 루보가 아니었다.
결국 루보는 도주를 포기하고 뒤돌았다.
퍽!
그 순간 강력한 충격이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허공을 날아온 제온이 발로 그의 가슴을 걷어찬 것이다.
“크억!”
루보가 비명과 함께 옥상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참을 굴러 난간에 부딪친 후에야 루보의 몸이 멈췄다.
제온이 그의 앞에 사뿐히 내려섰다.
루보의 눈에는 모래를 타고 내려앉는 제온의 모습이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제온이 루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동안 절 감시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씨발!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 달이나 그렇게 집요하게 훔쳐보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럼 처음부터 내가 감시하고 있었단 걸 알고 있었다는 거네?”
“네!”
“하! 개 같은…….”
제온의 대답에 루보가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그동안 자신이 헛짓거리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 알면서도 놔두었다는 거지?”
“조금 안쓰럽긴 했네요.”
“뭐가?”
“저 감시하겠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매일 숨어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잖아요.”
“그럼 그때 공격하지 그랬냐? 그랬으면 한 달 동안 헛짓거리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약속이었으니까요.”
“약속?”
“몰랐나요? 요한 님과 약속했는데. 한 달 동안은 당신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두기로.”
“그건…….”
루보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요한에게 똑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온이 시계탑을 돌아보며 말했다.
“약속한 한 달, 이제 일 분 지났네요. 그러니까 꺼져 주시죠.”
“미친! 겨우 일 분 지났다고 공격해?”
“말했잖아요. 요한 님과 약속한 시간은 딱 한 달이었다고. 그러니까 당신들도 약속을 지켜 주시죠.”
“씨발!”
제온의 서늘한 눈빛에 루보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질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그가 천리안이라는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지만, 제온에게 비할 수는 없었다.
제온과 부딪쳐 싸우면 백 퍼센트 필패였다.
루보가 비칠거리면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 모두 다 데리고 떠나요.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자, 잠깐 아직 한 명이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구요? 지금부터 십 분 줄게요. 나머지 아홉 명 데리고 신촌에서 나가요. 그 이후 벌어질 일은 모두 당신과 요한 님 책임이에요.”
“제기랄!”
제온의 경고에 루보가 급히 자리를 떴다.
황급히 멀어지는 루보의 뒷모습을 보며 제온이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명분은 이쪽으로 넘어왔군.’
무려 한 달이나 시간을 줬는데도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것은 동대문의 책임이었다.
약속대로 한 달을 지켜봐 줬으니, 제온이 어떻게 행동해도 요한은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었다.
‘골치 꽤 아플걸, 요한! 한 달 동안 아무런 소득 없이 다른 구역들과 척만 졌으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