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그러니까 지금 아무 소득 없이 쫓겨났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요한의 분노에 루보가 고개를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변명이 없기 때문이다.
겨우 분을 삭인 요한이 물었다.
“아홉 명만 돌아왔다고? 끝까지 첸시의 행방은 알아내지 못한 건가?”
“네!”
“결국 한 달이란 시간만 허비하고, 성녀에 관한 어떤 단서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거군. 덤으로 첸시의 연락도 완전히 끊기고…….”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제온이 첸시에게 손을 쓴 게 아닌가?”
“그건 아닙니다. 제가 놈을 감시해 와서 압니다.”
“놈이 너를 속였을 확률은?”
“제가 천리안으로 이십사 시간 감시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루보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천리안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제아무리 요한이라도 천리안을 의심하는 말을 하면 빈정 상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도 루보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첸시의 연락이 왜 끊긴 거지?”
“혹시 그녀가 단서를 발견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단서를 발견했다?”
“네! 상황이 너무 급해 미처 연락을 남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요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크 세인트는 기본적으로 개별 임무를 수행한다.
공동 임무를 맡아도 각자 움직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고 움직이면 이쪽에서도 행방을 알 방법이 없었다.
“첸시가 마지막으로 연락해 온 곳은?”
“신촌 북쪽 경계선 부근이었습니다.”
“특별한 말은 없었나?”
“당분간 그쪽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한 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신촌 북쪽이라…….”
요한이 손에 쥔 십자가를 어루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재 요한과 동대문은 고립되어 있었다.
네오 서울에선 각 구역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고, 빈민가의 수색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성녀의 정체가 A급 힐러라는 소문이 돈 후 충돌은 더 심해졌다. 네오 서울의 각 구역은 물론이고, 빈민가의 각 조직들마저 욕심을 낸 것이다.
당연히 동대문의 행사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거나 싸움을 걸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성녀를 찾는 작업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성녀를 다른 구역이나 세력에 빼앗길 확률이 높았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희생된 다른 이들은 사인이 명백해. 오직 첸시만이 아무 연락도 없이 두절됐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그의 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첸시의 실종과 성녀가 관련 있다고 말이다.
요한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충동을 느꼈다.
“조슈아!”
“예!”
그 순간 기척도 없이 조슈아가 방 안에 나타났다.
“다크 세인트와 성기사들을 모두 모아라. 내가 직접 신촌으로 간다.”
“그랬다가는 분명 제온과 충돌이 있을 겁니다. 한 달이 지났다고 다크 세인트들을 모두 쫓아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건가?”
“아닙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부딪쳐서 제거해야 할 존재였어. 이렇게 된 이상 이번 기회에 제온을 제거하고, 신촌까지 손에 넣는다.”
“알겠습니다.”
조슈아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요한이 거대한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동대문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성녀가 필요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녀를 확보해야 한다. 첸시가 사라진 곳에 분명 성녀가 있을 것이다.”
***
“하아! 하아!”
레무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스킬을 쓰느라 과도하게 마나를 소모해서 일시적으로 탈진한 것이다.
곁에 있던 바쿰이 그런 레무라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레무라의 곁에 헤더가 있기에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헤더가 레무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수고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치료하자.”
“엄마! 내일 하면 안 될까요?”
“그게 무슨 말이니?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그들의 기대를 외면할 생각이야?”
“그게 아니라, 힘들어서…….”
“그래서 조금 쉬게 해 주잖아.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 큰일을 할 수 있겠어?”
헤더의 말에 레무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난 큰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그녀의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헤더는 악어굴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레무라를 가혹하게 굴렸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줄 세우고, 레무라에게 스킬을 펼치게 한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을 치유했다.
여기까지는 레무라도 불만이 없었다.
자신의 힘이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문제는 헤더가 레무라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레무라의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했다. 오직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에게만 큐어 스킬을 펼치게 해 주는 것이다.
레무라의 치료를 받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충성을 맹세했다. 그런 이들이 벌써 백 명을 넘었다.
그것도 모두 각성자들로 말이다.
치료받은 각성자들은 모두 레무라의 친위대가 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쿰이었다.
그렇게 레무라의 주위엔 어느새 충성을 맹세한 각성자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는 레무라가 아니라 헤더였다.
각성자들은 감히 헤더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헤더의 눈빛엔 거대한 야망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 나의 왕국을 세울 것이다.’
자신 혼자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딸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벌써 각성자가 백 명이나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악어굴을 평정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악어굴을 모두 평정한 후엔 지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우리라고 계속 이 냄새 나고, 더러운 곳에 살라는 법은 없잖아.’
그녀의 야망을 이루려면 레무라가 더 노력해야 했다.
아직도 그녀의 치료를 받으려고 줄을 선 이들이 많았다.
워낙 더럽고 음습한 곳이라서 병에 걸린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 이들이 모두 헤더의 작업 대상이었다.
물론 힘을 쓰는 것은 그녀가 아닌 딸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딸이 가진 모든 것은 자신의 것이기도 했으니까.
“헉! 헉!”
레무라는 벽에 기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강행군하다 보니 체내의 마나가 모두 고갈됐다.
한두 시간 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최소 며칠은 쉬면서 몸을 돌봐야 했다. 하지만 헤더는 그녀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다 쉬었으면 어서 사람들을 치료하자. 너의 도움을 기다리는 이들이 이렇게 많이 남았단다.”
헤더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조금만 더 쉬면 안 돼요?”
“그러다가 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쉬는 것은 이들을 다 치료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엄마 말을 들어. 그래야 착한 딸이지.”
“네!”
결국 레무라가 힘을 내서 일어났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힘을 낸 것이다.
헤더가 첫 번째 대상자를 레무라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E급 마법계 각성자다. 희귀한 빙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 써서 치료해 드려라.”
“네!”
첫 번째 대상자는 폐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어린 시절 폐가 기능을 잃어 각성한 후에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원래 각성하면 어지간한 질병이나 상처 따윈 순식간에 치료된다. 하지만 악어굴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긴 질병들은 각성 후에도 잘 치료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렇게 각성자 환자들이 많은 것이다.
그들 모두가 헤더의 영입 대상이었다.
레무라는 힘을 끌어모아 큐어 스킬을 펼쳤다.
화하학!
강렬한 빛과 함께 첫 번째 대상자가 치료됐다.
“아아!”
첫 번째 대상자가 눈물을 흘렸다.
그를 평생 괴롭히던 폐에서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가 레무라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 제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아, 네!”
손을 잡힌 레무라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였다.
“하아! 여기 있었구나. 저렇게 심각한 환자를 단숨에 치료하다니, 성녀가 맞네.”
입구 쪽에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바쿰이 레무라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그렇게 경계할 것 없어요, 형제님! 저는 적이 아니랍니다. 성녀님을 모시러 왔어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이는 바로 첸시였다.
레무라를 바라보는 첸시의 얼굴엔 환희의 빛이 가득했다.
그녀가 레무라의 흔적을 쫓아 이곳에 도착한 것이 오 분 전이었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
레무라가 각성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말이다.
다 죽어 가던 이가 단숨에 혈색을 되찾고 완벽하게 치유되는 모습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상의 그 어떤 힐러도 저렇게 심각한 병을 앓는 환자를 단숨에 치료하지 못한다.
저 정도라면 정말 교단에서 성녀라고 내세워도 부족함이 없었다.
레무라를 동대문에 데려가면 교세가 폭발적으로 확장할 것이 분명했다.
“하아! 하아!”
너무 기뻐 숨이 가쁠 지경이었다.
그때 헤더가 나섰다.
“그게 무슨 말이죠? 성녀라니.”
“저희 교단에 신탁이 떨어졌답니다. 성녀를 찾아 모셔 오라는.”
“그러니까 내 딸 레무라를 찾아오라는 신탁이 내려왔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신께서 직접 요한 님께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호호! 그럴 줄 알았어. 내 딸 레무라는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야. 신이 선택한 아이야.”
헤더가 교소를 터트렸다.
첸시는 그런 헤더를 조용히 바라봤다.
본능적으로 헤더가 레무라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첸시가 헤더에게 말했다.
“저와 함께 가시죠. 동대문의 성녀가 되시면 네오 서울을 다스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왜?”
“네?”
“그러니까 내가 왜 동대문에 들어가야 하느냐 말이야? 내 딸이 성녀인데, 당연히 요한이 내 밑으로 들어와야지.”
“그런…….”
첸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레무라는 헤더의 기세에 밀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만 봐도 누가 주(主)고, 누가 종(從)인지 알 수 있었다.
어미인 헤더가 딸 레무라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분명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어미인 헤더와 협상을 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끝도 없이 헤더에게 끌려 갈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할까?’
그녀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헤더의 말은 계속됐다.
“우리는 이곳에 왕국을 세울 것이다. 요한은 내 왕국에 와서 내 발에 입술을 맞춰야 할 것이다.”
도를 넘은 헤더의 말이 방아쇠가 됐다.
첸시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순간 그녀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이는 바로 헤더의 뒤쪽에 있던 남자였다. 조금 전에 레무라에게 치료받은 E급 마법계 각성자였다.첸시와 눈이 마주친 순간 E급 마법계 각성자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성녀를 악으로 물들이려는 마귀를 제거하라.
은밀한 속삭임이 E급 각성자의 귀에 들려왔다.
순간 E급 각성자는 환상을 봤다.
그의 눈엔 헤더가 거대한 뱀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E급 각성자는 자신이 보는 것이 환상이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마귀는 지옥으로 돌아가라.”
그가 헤더를 향해 빙결 마법을 펼쳤다.
퍼엉!
“아악!”
비명과 함께 헤더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런 그녀의 등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어, 엄마!”
레무라가 깜짝 놀라 헤더를 부둥켜안으려 했다. 하지만 첸시가 먼저 그녀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앗! 성녀가 위험해요. 모두 그녀를 보호해요.”
첸시의 외침에 각성자들이 레무라를 둘러쌌다.
그사이 바쿰이 헤더를 공격한 E급 각성자를 공격했다.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아니, 나는…….”
정신을 차린 E급 각성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기억이 완전히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첸시의 능력 중 하나였다.
최면을 통한 정신 지배.
E급 각성자처럼 오래 앓다가 갓 치료된 애송이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첸시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퍽!
E급 각성자가 변명하기도 전에 바쿰의 공격이 작렬했다. E급 각성자는 한쪽 팔이 부러져 피를 흘렸지만,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성녀를 노리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
바쿰이 피로 물든 주먹을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그에 다른 각성자들이 모두 호응했다.
“성녀를 지켜라.”
“우오오!”
레빈과 제토야 등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광기 가득한 분위기를 감지한 레빈이 중얼거렸다.
“쯧! 아무래도 좆 된 것 같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