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엄청난 고열에 바닥의 모래가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녹아내린 모래는 마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제온의 스킬 중 하나인 샌드 게헤나, 바로 사열지옥이었다.
모래가 용암처럼 끓으며 제온의 주위에 있던 각성자들을 집어삼켰다.
“크윽!”
“제기랄!”
“피해!”
성기사들과 이단심문관 등이 기겁해 샌드 게헤나의 영역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제온이 그들을 놔주지 않았다.
콰가각!
모래들이 소용돌이치며 제온을 공격했던 샌드 게헤나 한가운데 이들을 가둬 둔 것이다.
그나마 몸이 가벼운 다크 세인트나 이단 심문관 들은 몸을 띄워 샌드 게헤나를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무거운 중갑주를 입은 성기사들은 그럴 수 없었다.
엄청난 무게의 중갑주 때문에 그들의 발목이 용암처럼 끓는 모래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나마 중갑주의 방호력과 홀리 실드가 고열에서 성기사들을 보호해 줘 잠시 버틸 수 있었다.
그사이 성기사들은 용암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들이 몸부림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치이익!
중갑주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막강한 방호력을 가진 중갑주라지만, 초고열의 용암 속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결국 관절 부위가 녹으면서 중갑주 안으로 뜨거운 용암이 쏟아져 들어왔다.
중갑주 안으로 들어온 용암은 성기사들의 살과 뼈를 녹였다.
“크아악!”
“사, 살려 줘!”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성기사들이 체면도 잊고 죽어라 비명을 질렀다.
치이익!
중갑주 안에서 살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그들의 귀에도 선명히 들렸다.
자신의 살과 뼈가 녹아내리는 소리를 직접 듣는 그 끔찍한 느낌은 경험하기 전엔 절대 알 수 없었다.
제아무리 신을 향한 믿음으로 중무장한 성기사라도 그런 고통을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다.
차라리 단숨에 숨이 끊어졌으면 나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이렇게 끔찍한 고통을 오래 경험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평범한 사람들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소유한 만큼 생명력 또한 몇 배나 강하다.
그 때문에 보통 사람은 기절하거나, 벌써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을 맨정신으로 경험해야 했다.
“크아아악!”
“아악!”
샌드 게헤나에 성기사들의 처절한 비명이 연신 울려 퍼졌다.
다행히 몸을 피한 다크 세인트들과 이단 심문관들은 모골이 송연해져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모래바람 속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욱한 모래바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했다.
모래를 뚫고 흘러나오는 처절한 비명이 상상력을 더욱 극대화했다.
“이럴 수가!”
“맙소사!”
다크 세인트들과 이단 심문관들이 끔찍한 상상에 몸서리를 쳤다.
그들은 타인에게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몸의 떨림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쭈뼛 일어선 잔털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런 느낌은 생전 처음이었다.
“오! 주여…….”
“요한 님!”
성기사들의 울부짖음에 요한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모래바람 속에서 그의 신도들이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요한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온갖 저주를 쏟아부었다.
아무리 막강한 각성자라도 이런 저주엔 힘이 약화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전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있었다.
“설마 저주를 방어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건가?”
요한이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입술이 찢어지며 피가 흘렀지만, 고통을 느낄 심적인 여유조차 없었다.
이 순간에도 성기사들의 절규가 그의 고막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요한이 다크 세인트들과 이단 심문관들에게 명령했다.
“뭐 하느냐? 어서 성기사들을 구하지 않고. 사탄의 손에서 너희의 동료를 구하라. 신의 가호가 너희들을 보호해 줄지니…….”
성기사들의 처절한 비명에 얼어붙었던 다크 세인트들과 이단 심문관들의 얼굴에 다시금 전의가 어렸다.
제온의 믿을 수 없는 위용에 잠시 위축되었지만, 그들은 요한의 명령에 기꺼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광신도들이었다.
잠시나마 제온의 위용에 위축되었던 자신들의 행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부끄러움은 분노가 됐고, 그들은 분노를 풀기 위해 기꺼이 모래 폭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죽어랏! 불신자여!”
“우오오!”
촤르륵!
그들은 모래 폭풍을 헤치고 제온에게 접근했다.
그런 그들의 시야에 용암에 잠겨 녹아내리는 성기사들의 끔찍한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은 몸이 반쯤 녹아 목숨을 잃었지만, 몇몇 이들은 아직도 숨이 붙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부디 천국으로 가시길.”
“제기랄!”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들은 눈물을 삼키며 성기사들의 숨을 끊었다. 고통을 덜어 주려는 의도였다.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들의 공격에도 성기사들은 원망하는 표정 하나 짓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으아아! 제온.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죽이겠다.”
“저주받을 모래술사여. 결코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용암 속에서 녹아 가는 성기사들의 시신을 밟고 제온에게 접근했다.
휘도는 모래 폭풍의 눈에서 제온은 거대한 낫을 들고 서 있었다.
언젠가 그림리퍼를 죽이고 얻었던 사신의 낫이었다.
사신의 낫 덕분에 요한이 퍼부은 저주를 모두 소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신의 낫을 사용한 대가는 혹독했다.
엄청난 반동이 제온을 엄습한 것이다.
제온은 고통을 참으며 사신의 낫을 얼른 아공간에 처박았다.
오래 사용할 물건이 아니었다.
사신의 낫을 아공간에 집어넣자 반동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슈아악!
그 순간 이단 심문관들과 다크 세인트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비처럼 쏟아지는 사슬낫과 각종 스킬들.
그 어디에도 제온이 피할 곳은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제온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바닥의 모래가 제온의 몸을 날린 것이다.
덕분에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의 파상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제온은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을 굽어봤다.
그런 제온의 모습은 신, 또는 악마를 연상시켰다.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은 성기사들의 시신을 박차고 제온을 향해 몸을 날렸다.
쐐애액!
무서운 속도로 제온에게 접근하는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
허공에서 그들과 제온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들의 눈빛에서 제온은 가공할 살의를 읽었다.
어떻게든 제온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반면 제온의 눈빛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물건을 보는 것 같은 무감각한 눈빛에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은 전신에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제온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샌드 스톰!”
콰아아!
순간 제온을 중심으로 휘돌던 모래 폭풍이 몇 배는 더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불어났다.
빈민가에 쌓여 있던 모래가 제온이 만들어 낸 모래 폭풍으로 딸려왔다. 그뿐만 아니라 빈민가 밖 사막의 모래들도 모래 폭풍에 빨려 와 덩치를 불렸다.
순식간에 몇 배는 커진 괴물 같은 모래 폭풍의 위용에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콰우우우!
하늘을 검게 뒤덮으며 회전하는 거대한 모래 폭풍은 그대로 제온을 공격하던 이들을 집어삼켰다.
“큿! 이까짓 모래 따위…….”
이단 심문관들이 홀리 실드를 강화했다.
그들은 홀리 실드라면 모래 폭풍 속에서도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챙그랑!
모래 폭풍의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홀리 실드가 마치 유리처럼 부서져 나간 것이다.
홀리 실드를 부순 모래 폭풍은 엄청난 압력으로 이단 심문관들과 다크 세인트들을 갉아 버렸다.
홀리 실드가 부서진 이단 심문관들과 다크 세인트는 살 속을 파고드는 미세한 모래 입자를 견딜 수가 없었다.
살이 찢기고, 근육이 갈려 나가는 고통에 그들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오오! 신이여.”
“크아악!”
그들은 애타게 신을 찾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선두에 있던 이단 심문관이 피 모래로 화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후열에 있던 이단 심문관들이 온 힘을 다해 사슬낫을 던졌다.
자신들이 죽더라도, 제온만큼은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마음에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다.
쐐액! 슈가악!
섬전처럼 날아오는 수많은 사슬낫.
그 순간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을 낀 오른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중얼거렸다.
“파이어 레인!”
화르륵!
제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져 내렸다.
퍼버버버벙!
불비는 사슬낫을 모조리 요격한 것도 모자라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에게도 적중했다.
그렇지 않아도 모래에 갈려 나가고 있었는데, 초고열의 불비까지 작렬하자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은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크아악!”
“아악!”
마치 살충제를 정통으로 맞은 파리처럼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이 떨어져 내렸다.
퍼억! 퍽!
무서운 속도로 추락한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들은 원래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진 채 숨이 끊어졌다.
수백이 넘는 생명이 그렇게 덧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까지도 요한 근처에 있던 이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모래 폭풍이 그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슈우우!
그때 마치 거짓말처럼 거대한 모래 폭풍이 서서히 사라졌다.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었던 엄청난 모래들이 사막으로 날려 가고, 허공에 떠 있는 제온이 보였다.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제온을 공격했던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에 남은 그들의 마지막 흔적마저도 모래가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이단 심문관과 다크 세인트 들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요한도, 남은 동대문의 전력들도, 빈민가에서 구경 나온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제온이 일으킨 모래 폭풍 속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이다.
성기사, 이단 심문관, 다크 세인트 들이 제대로 된 시신 한 구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정도의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채 십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일 이는 한 명뿐이었다.
모래를 발판 삼아 허공에 홀로 서 있는 남자, 제온이었다.
요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 짐승 같은 놈! 사탄의 재림이여.”
설마 성기사와 다크 세인트, 이단 심문관까지 모조리 동원하고도 제온 한 명을 어쩌지 못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공에 떠 있는 제온에게선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생명을 잡아먹고도 본인은 조그만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것이다.
그 모습이 요한을 두렵게 만들었다.
요한은 생애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설마 신이 아닌 같은 인간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은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전신에 소름이 올라오고, 모든 털이 곤두섰다.
경련이 진정되지 않았고, 숨이 가빠져 금방이라도 구역질을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요한은 애써 자신의 그런 육체 반응을 억눌렀다.
두려움에 몸을 떨지만, 그는 교단의 주인이었다.
교주라는 구심점이 무너지면 남은 구성원들도 모래처럼 응집력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대문도 끝이었다.
그런 최악의 사태만큼은 막아야 했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모든 전력을 잃었지만, 자신만 건재하면 동대문은 얼마든지 재건할 수 있었다.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 협상하자.”
“협상?”
“그래! 우리 문명인답게 대화로 해결하자.”
요한은 초조한 표정으로 제온을 올려다봤다.
제온은 그런 요한을 굽어보며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신의 대행자라는 인간이 너무나 초라한 모습으로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리는 손끝이, 가빠진 숨소리가 얼마나 요한이 초조해하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제온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문명인인 것은 맞지만, 당신과 대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