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저, 저…….”
“요한 님이 모래에…….”
요한과 함께 온 동대문의 전력들이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는 모래에 경악했다.
요한은 모래에 파묻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빨리 요한 님을 구해야 해.”
“요한 님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몇몇 신도들이 요한을 구하기 위해 무섭게 회전하는 모래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나오지 않았다.
신도들이 조슈아를 바라봤다.
남아 있는 신도들 중 가장 강한 자가 바로 조슈아였기 때문이다.
원래였다면 요한을 구하기 위해 조슈아는 바로 저 모래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요한을 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믿음에 회의가 생겼다.
문득 의문이 든 것이다.
‘정말 그가 신이 임한 존재라면 이 정도는 살아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기에 조슈아는 요한을 구하기 위해 모래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주저했다.
가아앙!
그 순간에도 모래는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올라올 정도였다.
조슈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신속의 조슈아라도 저렇게 맹렬하게 회전하는 모래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자신이 없었다.
이럴 경우 해결책은 하나였다.
바로 저런 현상을 만들어 낸 주체인 제온을 제거하는 것이다.
제온을 죽이면 모래도 응집력을 잃고 흩어질 것이다.
조슈아의 시선이 제온을 향했다.
제온의 주위엔 수십 기의 샌드 솔저가 포진하고 있었다.
저 많은 샌드 솔저를 뚫고 제온에게 도달한다는 것은 조슈아에게도 불가능했다.
‘괴물!’
조슈아는 제온이 S급 마수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S급 마수보다 더 똑똑하고 창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돌아가는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는 이성은 두렵기까지 했다.
‘애초 저자와 적이 되는 것이 아니었어.’
제온과 부딪쳐서 이득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온은 항상 상황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성기사와 이단 심문관, 다크 세인트 들을 먼저 제거해 요한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제온이 의도한 바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 것이다.
아마 이 이후의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제온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그가 계획한 대로 흘러갈 것이 분명했다.
조슈아는 그런 제온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조슈아 님!”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그런 조슈아의 속내도 모르고, 동대문의 각성자들이 그를 채근했다. 어서 요한을 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슈아는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때였다.
슈우우!
그렇게 맹렬하게 회전하던 모래가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모래가 안개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요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한의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부터 사라졌고, 양팔도 갈려 나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누운 채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극한의 공포와 고통에 정신이 마비되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제온이 한쪽 무릎을 꿇어 그와 시선을 맞췄다.
“제……온!”
요한이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제온을 불렀다.
제온은 대답 대신 손을 뻗어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를 빼앗았다.
빠직!
마치 제온의 손길을 거부하듯이 십자가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하지만 제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십자가를 꽉 쥐었다.
번쩍!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렸다.
요한이 펼쳤던 신의 단죄였다. 하지만 요한이라는 매개체 겸 증폭제가 없었기에 그 위력은 비할 수 없이 약했다.
쾅!
샌드 솔저가 대신 맞고도 멀쩡했을 정도였다.
제온이 십자가를 보며 중얼거렸다.
“던전에서 얻은 모양이군요.”
“내……놔라. 그건 네가 가질 물건이 아니다.”
요한이 손을 뻗어 십자가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팔이 없으니 빼앗을 수 없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버퍼라고 해도 사라진 팔과 다리를 재생시킬 수는 없었다.
그가 그토록 확보하려고 했던 레무라라면 몰라도 말이다.
결국 요한은 십자가를 빼앗는 것을 포기하고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죽어 가고 있었다.
심장 박동은 점점 느려지고, 얼굴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요한의 얼굴에 갑자기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신의 뜻을 네오 서울에 전파하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됐군. 넌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럴지도 모르죠.”
“인간의 정신은 약하다. 믿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해. 너는 오늘 그분과의 소통 창구를 없앤 거다. 그 대가는 무척이나 혹독할 것이다.”
“당신은 인간의 저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요.”
“너야말로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
“오랫동안 사막을 떠돌면서 수많은 이들을 봤습니다. 엘프, 드워프, 수인족. 다들 인간보다 강한 종족이죠.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곳에 있는 인간들처럼 문명을 빠르게 재건하지 못했습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함몰되어 추억하며 살아가죠.”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인간은 과거에 함몰되기보다 앞으로 나가는 것을 택한다는 겁니다. 설령 미래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할지라도 말이죠. 당신이 사라진 동대문도 그럴 겁니다. 처음엔 혼란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없는 현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갈 겁니다.”
제온의 말에 요한이 피를 토하며 절규했다.
“우, 웃기지 마라. 내가 없는 동대문이 유지될 것 같으냐? 동대문이 무너지면 네오 서울도 무사할 수 없어.”
“그건 당신의 바람일 뿐이죠.”
“크윽! 거짓……. 쿨럭!”
콰직!
그 순간 제온이 들고 있던 십자가를 부쉈다.
동시에 요한의 눈동자에 어려 있던 생명의 빛도 사라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를 크게 토한 후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동대문의 지배자였던 요한의 최후였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요한을 바라봤다.
“정말 요한 님께서 돌아가셨다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들은 요한의 죽음을 부정했다.
그들에게 요한은 신이었다.
신이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요한이 다시 살아날 거라고 믿었다.
그 옛날 지구의 성자가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죽은 이가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령 부활이 가능하더라도 제온이 그렇게 되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부글! 부글!
요한이 누워 있는 모래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제온이 샌드 게헤나를 펼친 것이다.
모래가 녹은 용암은 요한의 시신을 녹였다.
부활할 일말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야말로 잔혹한 조처였다.
“아, 안 돼!”
“요한 님이…….”
곳곳에서 동대문 신도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어떤 이들은 제온을 악마라고 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제온은 표정의 변화 하나 없었다.
뭐든지 마무리를 잘해야 했다.
열 가지를 잘해 놓고, 마지막 마무리를 못 해 일이 커지는 것을 제온은 수없이 경험했다.
그렇기에 아예 요한의 시신을 녹여 없애 버린 것이다.
그때 조슈아가 제온에게 다가왔다.
그가 착잡한 시선으로 제온을 보며 말했다.
“굳이 요한 님의 시신까지 없애야 했습니까?”
쾅!
그 순간 샌드 블라스터가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조슈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제온이 고통에 힘겨워하는 조슈아를 보며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거 같군요.”
“크읍!”
“내가 시작한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그쪽에서 걸어온 싸움이었지요. 내가 졌으면, 내 시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쪽에서 내 사정을 봐서 곱게 놔뒀을까요? 전쟁은 그런 겁니다. 이긴 쪽이 진 쪽을 철저하게 망가트리는 것. 그런 각오도 없이 나와 전쟁을 한 겁니까?”
“그래도…….”
“요한 님의 시신을 남겨 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신들이 이용했겠죠. 요한은 죽어서 순교자가 되었을 것이고, 그를 정신적인 구심점으로 동대문이 다시 뭉치겠죠. 나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습니다.”
“그런…….”
“이제 알겠죠. 내가 왜 요한의 시신을 없애야 했는지. 물론 당신들 입장에선 가혹하다 생각하겠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닙니다. 알다시피 우린 전쟁을 치른 거니까요.”
제온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 없었다.
조슈아는 공포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요한을 비롯해 수많은 이를 죽였으면서도 제온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대문은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뭘 어떻게 해요? 알아서 해야지.”
“동대문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뭐 하러요?”
제온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을 지배하고 싶었으면 직접 신촌을 다스렸을 것이다. 그런 귀찮은 일은 제온의 취향이 아니었다.
잠시 제온을 바라보던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동대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보내 주시겠습니까?”
“가세요.”
제온이 조슈아에게 길을 열어 줬다.
조슈아는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신촌을 떠났다.
제온은 멀어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지도자를 잃은 동대문은 이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요한처럼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이가 출현하기 전까지 그들의 분열은 절대 봉합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후우!”
제온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신촌에 사는 빈민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제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동대문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공포가 어려 있었다.
이제까지 그들에게 제온은 신촌을 외부의 세력에서 지키는 수호자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제온을 무작정 응원하고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요한과 동대문의 각성자들을 상대로 보여 준 제온의 인간 같지 않은 위용은 그들에게도 깊은 공포심을 안겨 줬다.
사람들의 반응에 제온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원래 사람은 미지의 힘을 가진 존재에게 커다란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었으니까.
제온은 사람들의 두려움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악어굴로 향했다.
***
“왜, 아직 안 오시는 거지?”
구원의 천사를 날려 보낸 지 한참 됐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요한과 동대문의 정예들이 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가 아는 요한은 구원의 천사를 보고도 안 올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 변고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설마 제온이?”
그를 떠올리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크윽!”
그 순간 들려온 바쿰의 답답한 신음성이 그녀의 정신을 일깨웠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한쪽 무릎을 꿇은 바쿰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놀랍게도 제토야가 서 있었다.
D급 각성자인 제토야가 C급 각성자인 바쿰을 이긴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첸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레빈이 첸시에게 다가왔다.
“다 끝났어요, 아줌마! 당신에게는 더 이상 패가 남아 있지 않아.”
“이익! 요한 님만 오시면…….”
“아직도 몰라? 그는 못 온다니까. 제온 형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시끄러워! 요한 님은 신이다. 신은 누구도 못 죽인단 말이다.”
첸시가 레빈의 말을 부정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광기 어린 모습에 레빈이 혀를 찼다.
“쯧! 이래서 광신도들이 싫다니까.”
레빈은 유령화해 첸시를 붙잡았다.
첸시는 그런 레빈에게 능력을 발휘해 최면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레빈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빠지직!
퍼플 라이트닝이 첸시를 강타했다.
보랏빛 전류는 첸시의 뼈까지 태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