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쿵쿵!
“제온! 일어나. 벌써 일곱 시라고.”
브리엘이 아침부터 시끄럽게 제온의 방문을 두들겼다.
“후암!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제온이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자 브리엘과 가이아가 들어왔다.
“잊었어? 오늘 유세희가 만나자고 했잖아?”
“아! 그랬지.”
제온이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며칠 전 유세희가 사람을 보내 도깨비 시장에 와 달라고 했었다. 그쯤이면 그동안 준비했던 것이 완성될 거 같다면서 말이다.
그때는 피곤해서 뭘 준비한 것인지 묻지도 않았다.
동대문을 무너트렸으니 뒷감당도 제온의 몫이었다.
만일 그때 제온이 원했다면 동대문을 수중에 넣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제온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제온은 조슈아를 비롯해 남은 동대문 인사들을 고스란히 돌려보냈다.
제온은 당연히 이단 심문관인 조슈아가 동대문의 패권을 잡으리라 생각했다.
살아남은 동대문 신도들 중 그가 가장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제온이 예상한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살아남은 동대문의 수뇌부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요한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존재할 때는 그 누구도 감히 권좌에 욕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요한이 사라지자 생존한 수뇌부들이 모두 권좌를 욕심냈다.
그들은 다른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각성 능력으로 따지면 이단 심문관인 조슈아가 제일 강했지만, 불행히도 그에겐 정치적인 능력이 없었다.
사람을 고문하거나 죽이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다른 사람들을 규합해 이끌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조슈아의 정치적인 능력 부재가 문제를 일으켰고, 야심을 가진 이들은 동대문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광신도들의 집단이 동대문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요한의 죽음으로 그가 구세주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교단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요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젠가 그가 부활할 거라고 믿었다.
그때까지 교단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은 수뇌부들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교단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요한이 부활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교단을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교단의 수호자를 자처하다 보니 자연 내분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고, 동대문은 무법 지대가 됐다.
동대문의 혼란을 틈타 수많은 스캐빈저들과 범죄자들이 들어와 혼란은 더 가중됐다.
제온은 이튼에게 말해 동대문의 동향을 수시로 체크하게 했다.
동대문의 혼란이 빈민가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혼란이 동대문에 국한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신촌이나 구로 같은 곳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이래서 광신도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제온이 쓴웃음을 지으며 로브를 걸쳤다.
어쨌거나 자신이 요한을 죽였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련의 사태에 그의 책임도 조금은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동대문을 예의 주시하며,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그가 개입하는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기에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됐다.
덕분에 제온은 정신적으로 꽤 피곤한 상태였다.
만일 브리엘이 깨우지 않았으면 오늘 유세희를 만나기로 한 것도 까먹고 계속 잤을 것이다.
간단히 세수한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가자!”
“응!”
“레빈이 보이지 않네?”
“어젯밤 악어굴로 갔어.”
“자주 가네.”
“제토야와 레무라가 신경 쓰이나 봐. 아공간 배낭에 이것저것 잔뜩 싸 가지고 수시로 내려가더라고.”
브리엘의 대답에 제온이 피식 웃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은 레빈이었지만, 정작 아공간 배낭에 채워 주는 물건은 모두 브리엘이 구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레빈이나 브리엘 모두 타인에겐 배타적이었지만,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아낌없이 나눠 주는 성향이 있었다.
처음 보거나 낯선 이는 배척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는 살갑게 챙겨 주는 것이다.
제온은 브리엘과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햇볕이 뜨거웠다.
두 사람은 햇볕을 피해서 그늘로 이동해 도깨비 시장에 도착했다.
유세희가 제온과 브리엘을 맞이했다.
“빨리 왔네. 좀 늦을 줄 알았는데.”
“브리엘이 서둘러서요.”
“꼬맹이도 쓸데가 있네.”
유세희의 말에 브리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흥! 당신 칭찬 듣자고 서두른 거 아니거든. 모래 경화제가 완성됐다며?”
“맞아! 이미 시험 삼아 집까지 만들었지.”
“진짜? 어때?”
“직접 확인해 봐.”
유세희가 웃으며 빈민가 외곽으로 향했다.
빈민가 외곽은 바로 사막과 이어졌다.
방벽도 없이 사막의 모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집을 지을 재료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 집 한 채가 떡하니 서 있었다.
벽도, 지붕도 모조리 모래로 만든 집이었다.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제법 단단해 보였다.
그때 문을 열고 집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제온은 한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브라이스.”
“아, 제온 님!”
집에서 나온 남자가 반색하며 달려왔다.
그는 바로 모래 경화제를 만들어 낸 브라이스였다.
헬브린 용병대에 마을을 잃고 잡혀간 것을 제온이 구해 유세희에게 맡겼다.
“이게 모래 경화제를 써서 만든 집인가요?”
“네! 벽도, 천장도, 지붕도 모두 모래로 만들었습니다. 문과 창문을 제외하면 전부 모래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번 안에 들어가 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어서 들어가시죠.”
브라이스가 문을 열고 세 사람을 집 안으로 들였다.
집 안에 들어가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깥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데, 집 안에선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혹시 경화제가 단열제 역할도 하는 겁니까?”
“역시 눈치채셨군요. 맞습니다. 경화제가 외부의 열기를 차단해 집 안의 기온을 서늘하게 유지합니다.”
“엄청나군요.”
“그뿐 아닙니다. 모래를 코팅해서 비가 내려도 모두 흘려보냅니다.”
“그런데도 지하에 집을 지었던 것은 역시 스캐빈저들 때문이죠?”
“맞습니다. 사막에선 스캐빈저들의 습격을 대비해 지하에 집을 지었지만, 네오 서울에선 그럴 필요가 없죠.”
브라이스가 활짝 웃었다.
그의 목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바로 사람처럼 사는 것이었다.
짐승이나 위험을 피해 동굴을 파고 사는 거지, 사람이라면 지상에 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빈민가에는 내 집 한 채가 없어 다른 이들의 집에 얹혀사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오죽하면 지상에서 살 곳을 구하지 못해, 악어굴에 사는 이들이 있을까?
모래 경화제만 있으면 빈민가 외곽에 집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모래 경화제와 모래뿐이다.
물론 문이나 창문 같은 것은 따로 구해야겠지만, 어쨌거나 가장 기초적인 토대는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그때 유세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뭡니까?”
“모래 경화제의 재료가 부족해.”
“도깨비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겁니까?”
“그랬으면 너에게 말도 하지 않았겠지. 철갑 개미의 체액이 모래 경화제의 핵심 재료야. 너도 알다시피 철갑 개미는 지하 수백 미터까지 굴을 파고 들어가서 사냥하기가 쉽지 않아.”
철갑 개미는 E급 마수였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다지 대단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무리 생활을 하는 군집 마수라는 것이다.
최소 수백 마리에서, 수만 마리까지 모여 산다.
더군다나 놈들의 굴은 지하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까지 뚫려 있다. 놈들이 마음먹고 숨으면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
현재 도깨비 시장에 유통되는 철갑 개미의 체액은 낙오된 놈을 사냥해 얻은 거라 극소량에 불과했다.
브라이스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철갑 개미 한 마리에서 나오는 체액이면 모래 경화제 열 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래 경화제 열 통을 희석해 사용하면 이런 집 백 채 정도는 지을 겁니다.”
“간단하네요. 철갑 개미 한 마리당 집 백 채. 백 마리 잡으면 만 채. 그럼, 일만 명? 아니지. 한집에 세 명이 산다고 생각하면 최소 삼만 명의 집이 생기는 셈이네요.”
“맞습니다.”
“그럼 사냥 안 할 이유가 없군요.”
“하지만 철갑 개미는 사냥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한두 마리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철갑 개미의 굴은 미로보다 복잡한 데다 좁기까지 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만큼 철갑 개미의 굴은 비좁았다. 그 때문에 대규모 병력을 들여보내 철갑 개미를 포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철갑 개미의 체액이 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철갑 개미를 몰이 사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놈들의 서식지를 알아내는 것도 힘듭니다.”
“그렇겠군요.”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이상 지하 수백 미터까지 이어진 개미굴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깨비 시장에서 그나마 마수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아카시였는데, 그에게도 수백 미터 지하에 있는 철갑 개미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온이 유세희에게 말했다.
“마법계 각성자 C급 이상으로 열 명, 짐꾼 스무 명, 운반 차량 열 대 정도 준비해 줄 수 있습니까?”
“그 정도야 언제든 가능하지. 왜, 직접 나서려고?”
유세희가 설렘 가득한 얼굴로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이 나서 준다면 철갑 개미를 사냥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야죠.”
“너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철갑 개미의 서식지부터 알아내야 하잖아. 혹시 놈들이 어디에 무리 지어 사는지 알고 있어?”
“네!”
“정말?”
유세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철갑 개미의 생리만 파악하면 놈들의 굴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게 뭔데?”
“놈들은 푸른 늑대 이끼를 좋아합니다.”
“그건 또 뭔데?”
“푸른 늑대 이끼는 하얀 눈 선인장에 기생해서 살아가는데…….”
“하얀 눈 선인장은 또 뭔데? 아, 됐어! 그 이상 말하지 마. 말해도 모르니까. 어쨌거나 하얀 눈 선인장을 찾으면 푸른 늑대 이끼를 찾게 되고, 그러면 근처에 철갑 개미의 굴이 있다는 거잖아?”
“보통은 그렇습니다.”
“이번엔 다르단 말 같네. 맞아?”
“네! 제가 동행하면 그런 거추장스러운 방법은 건너뛰어도 되거든요.”
“너, 서식지를 이미 알고 있구나.”
“정확합니다. 역시 똑똑하군요.”
“그런 칭찬 하나도 기쁘지 않거든.”
유세희가 제온을 흘겨봤다.
그와 별개로 그녀의 머리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지금 제일 호송대가 쉬고 있으니, 그들을 동원하면 각성자와 짐꾼 들은 얼추 해결되겠군. 모자라는 차량은 다른 곳에서 끌어오면 돼.’
다른 이가 이런 제안을 했다면 며칠을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안자가 제온이었다.
사막에 대해 그보다 잘 아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온이 나선 이상 반드시 성공하는 원정이었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아! 언제 출발할 거야? 말하면 그때까지 준비 다 해 주지.”
“망설일 필요가 있습니까? 내일 출발하죠.”
“그렇게 빨리?”
“문제 있습니까?”
“아니, 없어!”
유세희가 고개를 저었다.
문제가 있어도 없게 해야 한다.
그사이 제온의 마음이 바뀌면 철갑 개미의 사체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내일 아침까지 각성자와 짐꾼, 차량 모두 준비시킬게. 너는 몸만 오면 돼.”
“알겠습니다.”
“큰 철갑 개미굴 하나만 털면 수만 명이 살 곳을 마련할 수 있어. 이건 정말 대단한 사건이라고.”
유세희가 조그만 주먹을 꽉 쥐었다.
시장인 진금호도 이 이상 네오 서울을 확장시키지 못했다. 그게 다 사람들이 살 곳이 없어서였다.
모래 경화제만 충분히 확보되면 사람들이 살 곳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진금호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그녀가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모래 경화제를 확보하는 만큼 유세희의 힘도 커질 것이다.
그녀의 힘이 커지는 만큼 도깨비 시장과 신촌도 안전하게 된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 원정에 네오 서울의 미래가 달렸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