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밤늦은 시간 레빈이 돌아왔다.
레빈은 짐을 꾸리는 제온과 브리엘을 보고 놀랐다.
“엇! 어디 가요? 왜 짐을 싸?”
“우린 철갑 개미를 잡으러 갈 거야.”
“응, 갑자기?”
활기찬 브리엘의 목소리에 레빈이 눈을 끔뻑거렸다.
“모래 경화제를 만들려면 철갑 개미 체액이 필요해. 그래서 철갑 개미를 잡으러 갈 거야.”
“뭐야? 모래 경화제가 완성됐어?”
“브라이스 아저씨가 완성해서 집을 지었어.”
“어떻게, 사람이 살 만한 거 같아?”
“좋던데. 깨끗하고 시원한 게 일가족이 살아도 충분할 거 같았어.”
“진짜 그 정도야?”
“응! 빈민가 외곽에 그런 집들이 많이 생기면 좋을 거 같아.”
브리엘의 대답에 레빈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이 정도로 칭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브리엘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모래 경화제로 만든 집이 정말 좋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제온과 브리엘이 바로 모래 경화제의 재료가 되는 철갑 개미를 사냥하러 가는 것이 이해됐다.
레빈이 제온에게 물었다.
“저도 같이 가도 되죠?”
“물론이지. 그런데 악어굴엔 더 안 가 봐도 돼?”
“일단 필요한 것은 다 갖다줬어요. 당분간은 안 들러도 될 거예요.”
“그래?”
“제토야가 워낙 리더십이 대단해서 당분간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아요.”
“그 정도야?”
“조그만 놈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에요. 바쿰이나 다른 각성자들이 제토야의 말에 꼼짝도 못 해요.”
제토야는 엄청난 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활용할 줄 알았다.
마력 발전기, 힐러인 레무라, 바쿰을 비롯한 각성자들.
그 모든 것을 이용해 다른 세력들을 병탄하거나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었다.
그 결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악어굴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다. 이쯤이면 만족할 만도 하지만, 제토야는 멈추지 않았다.
제토야는 악어굴의 모든 세력들을 하나로 병합해 지상처럼 풍요롭게 살기를 원했다.
다행히 레무라와 바쿰 등이 그의 이상에 동조해 적극 협조했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악어굴 전체가 그의 지배하에 들 것이다.
“그 꼬맹이가 그렇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니. 정말 놀랐어요.”
“대단하네.”
“정말 대단하다니까요. 아마 다음에 악어굴에 가면 깜짝 놀랄 만큼 변해 있을 거예요.”
“기대되네.”
“나중에 같이 가요.”
“그러자.”
제온의 대답에 레빈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브리엘이 레빈에게 말했다.
“그렇게 멍청하게 웃지 말고, 짐이나 싸. 며칠이나 있을지 모르니까 아공간 배낭에 꽉꽉 채워.”
“걱정하지 마. 이골이 나서 금방 싸니까.”
“자만하지 말고 꼼꼼히 싸란 말이야.”
“알았어!”
레빈은 브리엘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브리엘은 그런 레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그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
제온과 브리엘, 레빈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혼자 커다란 배낭을 멘 레빈이 투덜거렸다.
“나도 아공간 가방 조그만 걸로 바꿔 주면 안 돼? 맨날 나만 큰 거 메고 다닌다니까.”
“아공간 가방을 만들기 얼마나 힘든데 그래?”
“알지. 하지만 제온 형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다른 표가 나지 않는 아공간을 가지고 있잖아.”
“오구! 그게 부러웠어요?”
“응!”
솔직한 레빈의 대답에 브리엘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참나. 알았어. 이번에 갔다 오면 최대한 작은 거로 만들어 줄게.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응! 잘 부탁할게.”
레빈이 활짝 웃으며 브리엘의 손을 흔들었다.
“하여간…….”
“기왕이면 나도 건틀렛이나 목걸이 같은 것으로 만들어 줘.”
“요구 사항도 많다니까.”
“할 수 있잖아?”
“쳇! 노력해 볼게.”
“아싸!”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레빈이 큰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그렇게 떠들고 웃는 사이 그들은 빈민가 외곽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에는 도깨비 시장에서 준비한 전력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제온 님!”
삼십 대 초반의 중무장한 남자가 제온에게 다가왔다.
허리엔 검을 차고, 등에는 커다란 활을 짊어진 남자는 도깨비 시장의 제일 호송대 대장인 김진수였다.
김진수는 무투계 B급 각성자로 특이하게 다양한 무기를 사용했다. 검과 활, 도끼, 창까지 못 쓰는 무기가 없다고 했다.
등에 짊어진 전술 가방엔 수많은 무기가 분해된 상태로 들어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순식간에 무기를 조립해 사용했다.
김진수가 제온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일 호송대 대장인 김진수입니다. 함께 가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목적지만 말씀해 주시면 편히 모시겠습니다.”
제온을 대하는 김진수의 태도는 그야말로 극진했다.
도깨비 시장에 소속된 만큼 제온에 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온의 능력, 그가 이제까지 해 온 일들을 잘 알기에 존경하고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
“임무는 들었죠?”
“네! 철갑 개미 사체를 확보하는 거라고.”
“맞아요. 철갑 개미 서식처부터 찾아야 해요.”
“그게 어딥니까?”
“일단은 네오 서울 남서쪽으로 가야 해요.”
“남서쪽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장갑 버스에 타시죠. 남서쪽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좋아요.”
제온과 레빈, 브리엘은 김진수가 가리킨 장갑 버스에 올라탔다.
김진수가 버기카에 타며 부하들에게 말했다.
“출발하자.”
“네!”
버기카 두 대, 장갑 버스 한 대, 그리고 운반 차량 열 대가 빈민가를 떠나 사막으로 향했다.
브리엘이 제온의 옆에 앉아 속삭였다.
“네오 서울 남서쪽에 철갑 개미 무리가 있어?”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어.”
“그새 서식지를 옮겼을 가능성은?”
“철갑 개미처럼 굴을 파고 사는 놈들이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놈들의 굴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거든.”
“그만큼 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단 말이지?”
“맞아!”
“오케이! 완전 이해했어.”
브리엘은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알았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브리엘도 하이 엘프라 꽤 많은 마수들의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제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빈민가나 네오 서울 전체를 통틀어도 제온만큼 마수에 대해 폭넓게 아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라 제온이 직접 사막을 걸어 다니며 파악한 정보였다.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얻을 수도, 배울 수도 없는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빨리 철갑 개미굴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대충 며칠이나 걸려?”
“지형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 일주일, 변했다면 그보다 훨씬 걸리겠지.”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생각하면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거야. 지루하더라도 좀 참아.”
“지루하긴 왜 지루해? 가이아가 있는데.”
“가이아? 설마 버스 안에서 가이아하고 놀려고? 운전기사가 볼 텐데?”
“히히! 그 정도 대책은 다 세워 놨지.”
브리엘이 히죽 웃으며 고깔모자 안에서 커다란 보석을 꺼냈다.
투명한 보석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이제까지 침묵하던 레빈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또 뭐야?”
“인식 방해 마법진을 인챈트한 수정이야.”
“뭐? 인식 방해?”
“마나를 주입해 발동시키면…….”
브리엘이 수정에 마나를 주입한 순간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와 버스 내부에 마법진을 만들어 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은 운전기사, 제온, 브리엘, 레빈까지 네 명이었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운전기사는 바로 뒤에서 터져 나온 빛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리엘이 그런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
“그의 귀에는 우리가 그저 쓸데없는 잡담을 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거야. 뒤돌아봐도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환상밖엔 보지 못해.”
“와! 그게 가능한 거야?”
“가능하니까 만들어 냈지. 그러니까 가이아가 나와도 들킬 염려가 없다는 거지. 이제 나와, 가이아!”
브리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이아가 둥그런 머리를 아공간 밖으로 내밀었다.
―삐?
“그래! 괜찮으니까 나와도 돼.”
―삐삐!
“많이 갑갑했지?”
―삐이! 삐!
“나도 알아! 그래서 내가 이걸 만든 거야. 이 안에선 얼마든지 나와 있어도 돼.”
브리엘이 가이아의 머리를 껴안았다.
가이아가 가슴지느러미로 브리엘을 토닥이는 모습을 본 레빈이 피식 웃었다.
“풋! 정말 웃긴 애들이라니까. 못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버스에 타기 전에도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던 가이아와 브리엘이었다.
그걸 수다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서로 의사가 통하니 밤새도록 떠드는 거겠지.
그때 제온이 말했다.
“브리엘의 실력이 그새 발전했군.”
“그러게요. 인식 저하 마법을 수정에 인챈트 하다니. 말도 안 되는 발전 속도예요.”
“이대로라면 너보다 빨리 등급이 오를지도 모르겠구나”
“정말요?”
레빈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재 브리엘의 등급은 B급이다. 심지어 B급에 오른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등급이 오를지 모른다니.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재능과 발전 속도였다.
물론 제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미친 속도로 등급이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겠지만, 그것도 본인의 재능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브리엘은 연금술에 미쳐 산다.
가이아와 수다를 떨면서도 머리 한쪽엔 연금술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연금술의 영역은 실로 광대하다.
실생활에 이용하는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학문이다.
그만큼 수많은 학문이 융합되어 있었다.
야금술, 마법, 결계, 과학 기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학문을 공부하고 실생활에 녹여 내야 진정한 연금술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인식 저하 마법이 걸린 수정을 만들어 낸 것도 그 덕분이었다.
버스 안에 인식 저하 마법이 펼쳐진 것조차 운전기사는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차를 타고 가는 이들은 더더욱 그런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그들의 눈에는 창문 너머로 제온 일행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버기카에 타고 있던 김진수가 곁눈질로 옆에서 달리는 장갑 버스 창을 바라봤다.
그의 눈엔 제온과 브리엘, 레빈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난 건지 브리엘과 레빈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제온은 간혹 고개를 끄덕여 호응했다.
“사막으로 나온 게 긴장도 안 되나 보군. 누가 보면 한가하게 피크닉 나온 줄 알겠군.”
“모래술사가 사막이 두려울까요? 오히려 사막으로 나가서 신이 나지 않겠습니까?”
같은 버기카에 타고 있는 수하의 말에 김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 무기가 되는 모래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 어지간한 마수 따윈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거야.”
“그러고 보면 인생 참 불공평합니다. 누구는 좆 빠지게 몸을 움직여야 겨우 먹고사는 무투간데, 누구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래가 알아서 마수들을 잘게 다져 주니까요.”
“그것도 고마워해, 새끼야! 그래도 너는 각성이라도 했잖아. 그조차도 못 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면서 투덜거리기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걸 누가 몰라요? 쳇!”
“어쨌거나 부럽기는 하군. 저렇게 편히 웃고 떠들다니.”
김진수가 다시 한번 버스 안을 바라봤다.
그는 몰랐다.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사실은 브리엘이 만들어 낸 환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버스 안에서 신나게 떠드는 것은 브리엘과 고래 한 마리뿐이었다.
제온과 레빈은 깊은 잠에 빠져든 지 오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