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운전에만 집중하던 기사가 버스를 멈추며 말했다.
“다른 차들이 모두 멈췄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곳에서 쉴 것 같습니다.”
버스 기사의 눈엔 여전히 가이아가 보이지 않았다.
불과 몇 미터 앞에 두고도 말이다.
가이아도 그런 버스 기사가 신기한지 눈을 크게 뜨고 꼬리를 살랑이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딱 한 걸음만 더 접근하면 인식 저하 마법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선을 지켰다.
김진수로부터 제온의 심기를 건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꼭 김진수 때문이 아니더라도 운전기사는 제온 가까이 접근할 생각이 없었다.
과한 호기심이 수명을 재촉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하급인 F급 각성자였다.
F급으론 어디를 가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고기 방패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운전만 하면 된다.
F급 각성자에게 이렇게 꿀을 빠는 직업은 거의 없었다.
이런 꿀 직업을 지키려면 철저하게 선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할 말만 한 버스 기사가 먼저 밖으로 나갔다.
제온이 그제야 몸을 일으키며 가이아에게 말했다.
“잠시만 혼자 있어. 밥만 먹고 들어올 테니까.”
―삐이!
“그래!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제온이 아쉬워하는 가이아의 머리를 어루만져 줬다.
그때 브리엘에 말했다.
“나는 가이아랑 같이 있을게. 둘만 나갔다 와.”
“밥은?”
“히히! 아공간에 잔뜩 싸 왔어.”
“오케이! 그럼 브리엘은 버스 안에 남아 있어.”
“응!”
제온과 레빈은 브리엘과 가이아를 버스에 남겨 두고 내렸다.
모래 위에 발을 디딘 레빈이 피식 웃었다.
“저렇게 좋을까요?”
“그러게 말이다.”
“어디 고래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너도 어디서 가이아 같은 고래 한 마리 납치해 줘?”
“아우! 됐어요. 나는 밖으로 나도는 게 더 적성에 맞아요. 가이아 같은 애가 있으면 계속 집에만 있어야 되잖아요.”
“잘 생각했어. 나도 브리엘이 없었으면 가이아를 키우는 데 꽤 애를 먹었을 거야.”
가이아는 제온과 심령이 연결되어 있었다.
제온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가이아를 끼고 사는 사람은 브리엘이었다.
브리엘이 친구처럼, 동생처럼 챙겨 주기에 가이아는 밝고 쾌활한 고래로 자라고 있었다.
브리엘이 없었다면 아마 가이아의 성격도 지금보단 어두웠을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이젠 브리엘의 고래가 되다시피 했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제온과 레빈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김진수와 각성자, 짐꾼 들이 모여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온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야영하기 좋은 곳을 찾았네요?”
“하하! 이 짓만 몇 년을 하다 보니 야영지 찾는 데 도가 텄습니다.”
김진수가 너스레를 떨며 제온에게 옆자리를 권유했다.
제온은 사양하지 않고 김진수 옆에 앉았다.
김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꼬마 아가씨가 보이지 않네요?”
“안에서 식사하겠답니다.”
“그럼 식사라도 갖다 드릴까요?”
“자기 먹을 것은 다 준비해 왔습니다. 굳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습니까?”
김진수가 반색했다.
이렇게 장거리 원정할 때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먹고 자는 것이었다.
이번처럼 장갑 버스가 동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장갑 버스는 네오 서울에서도 굉장히 귀한 물자였기 때문이다.
장갑 버스 안에는 어지간한 편의 시설이 다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고장 나기도 쉽고, 워낙 고가라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김진수가 이끄는 제일 호송대가 장갑 버스까지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유세희가 제온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당연히 김진수도 제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가 바로 브리엘이었다.
실제는 하이 엘프지만, 김진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인간 소녀로 알고 있었다.
어린 소녀가 먹을 거로 투정을 부리면 얼마나 골치 아파지는지 알기에 그녀의 합류를 꺼렸다.
하지만 그녀가 알아서 식사하겠다면, 꺼릴 이유가 없었다.
짐꾼들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음식은 미리 준비한 보존식이었다. 대부분의 보존식이 그렇듯 제일 호송대가 준비한 보존식도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사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에만 집중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어린 소녀가 맛있게 먹을 리 없었다.
김진수나 부하들처럼 험한 일을 많이 겪은 이들이어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런 음식을 제온과 레빈은 군말 없이 먹었다.
억지로 참고 먹는 게 아니라, 꼭꼭 씹어 먹는 모습을 보면서 김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들은 이런 야영에 익숙하군.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김진수는 제온과 레빈에게서 신경을 끄고 식사를 했다.
그들이 식사하는 동안 사막엔 밤이 찾아왔다.
그릇을 내려놓은 김진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서쪽으로 최소 일주일은 더 가야 한다고 했죠?”
“맞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가는 방향에 주로 어떤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는지 알수 있을까요? 저희가 그쪽으로는 가 본 적이 없어서요.”
어둠 속에서 김진수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예전처럼 인공위성이나 비행기를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었다면, 마수들의 서식지를 알아내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망가진 후 인공위성은커녕 비행기를 띄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직접 몸으로 부딪쳐 마수들의 서식지를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제일 호송대처럼 사막을 많이 오가는 이들에겐 마수들의 서식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목숨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기회가 허용될 때마다 필사적으로 마수들의 서식지 정보를 알아내려 애썼다.
네오 서울의 그 누구도 제온만큼 사막에 서식하는 마수들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제온에겐 별거 아닌 정보일 수도 있지만,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김진수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기에 겸연쩍음을 무릅쓰고 제온에게 마수들의 정보를 묻는 것이다.
제온은 그런 김진수가 싫지 않았다.
혼자도 아니고, 한 집단을 이끄는 자였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 했다.
그것이 리더 된 자의 임무였다.
제온은 이곳을 지났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마수에 대한 정보가 하나씩 흘러나왔다.
“아마 이곳에서 칠십 킬로미터 정도만 더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화염 늑대 무리가 나올 겁니다. 화염 늑대 무리에 관해서는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네! 화염 늑대 무리의 생리와 상대하는 법은 잘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화염 늑대 다음엔 아마 샌드웜 서식지가 있을 겁니다.”
“아! 샌드웜은 좀 곤란한데…….”
“샌드웜은 제가 처리해 주죠.”
“감사합니다.”
김진수가 반색했다.
샌드웜은 평범한 각성자들이 상대하기 힘든 마수였다.
모래 속으로 이동하기에 감지하기도 힘들고, 타격을 입히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제온은 그 후로도 앞으로 상대하게 될 마수들을 알려 줬고, 김진수는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김진수의 부하들도 외곽을 경계하면서 제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도 이런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제온이 김진수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근처에는 마수가 없으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그래도…….”
“마수들이 접근하면 제가 알려 드릴 테니까, 식사할 때만이라도 편히 쉬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그제야 김진수의 부하들이 경계를 풀고 제온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
다음 날 제온 일행은 아침 일찍 야영지를 떠났다.
다행히 마수들이 습격해 오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덕분에 다들 컨디션이 좋았다.
버기카에 탄 김진수의 부하가 중얼거렸다.
“모래술사와 같이 다니는 거 개꿀이네.”
“개꿀?”
“진짜 꿀 빠는 거 같지 않습니까? 설마 사막에서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잘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숙면했다니까요.”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김진수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모래술사인 제온이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야영하는 것이 하나도 불안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들끼리 호송에 나설 때면 늘 불안감에 밤을 지새워야 했다.
불침번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트랩과 알람 아이템을 설치했다. 그래도 불안해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호송에 나설 때면 며칠 잠 못 잘 각오를 했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고생하는 만큼 대가를 확실히 받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서 달리던 장갑 버스의 창문이 열리고, 제온이 고개를 내밀었다.
김진수도 고개를 내밀어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이 킬로미터 앞에 화염 늑대 무리가 있습니다. 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전투 준비!”
김진수가 바로 부하들에 명령을 내렸다.
아직 화염 늑대 무리는 보이지도 않았지만, 김진수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일 킬로미터쯤 더 가자, 저 멀리 화염 늑대 무리가 보였다.
화염 늑대 무리도 이쪽을 발견했는지 경계 태세를 취하는 것이 보였다.
“적어도 삼사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군.”
“씨발! 놈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차량 몇 대는 망가지겠는데요.”
“차량 몇 대 버려도 짐꾼들 안전은 확실히 챙겨야 해.”
“물론이죠.”
부하가 전의를 불태우며 대답했다.
차량은 부서지면 고치거나, 새로 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다.
김진수가 이끄는 제일 호송대와 다니는 짐꾼들은 모두 베테랑이었다.
호송뿐 아니라 던전에도 들어간 경험이 많았다.
이런 베테랑 짐꾼을 빈민가에서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보호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수백 마리가 넘는 화염 늑대 무리였다.
그들에게서 짐꾼들을 완전히 보호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반 차량을 운전하는 짐꾼들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운반 차량도 장갑 버스만큼 방호력이 좋지만, 저 많은 화염 늑대 무리의 공격을 온전히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 도망칠 수도 없었다.
혼자 살겠다고 행렬에서 이탈했다가는 오히려 화염 늑대 무리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았다.
짐꾼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전방의 화염 늑대 무리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끼익!
갑자기 달리던 장갑 버스의 문이 열렸다.
제온이 열린 문으로 나와 달리는 장갑 버스의 지붕 위로 올랐다.
제온의 돌발 행동에 모두가 놀라 바라봤다.
“설마 직접 싸우려는 건가?”
“그렇다면야 안심이지.”
각성자들과 짐꾼들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제온이 직접 나선다면 저 정도 화염 늑대 무리 정도는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온이 장갑 버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전진해요.”
“네! 알겠습니다.”
버스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전진했다.
화염 늑대 무리와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평소의 화염 늑대 무리라면 벌써 공격해 왔어야 했다. 하지만 화염 늑대 무리는 어쩐 일인지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화염 늑대의 행태에 각성자들과 짐꾼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어떤 화염 늑대는 꼬리를 다리 사이에 만 채 오줌까지 지렸다.
“뭐야?”
“저것들이 왜? 설마?”
화염 늑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김진수는 곧 놈들이 무엇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알아차렸다.
화염 늑대들의 시선은 모두 제온에게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온을 바라보는 놈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크르르!
쿠워!
심지어 공포에 질려 자기들끼리 싸우는 놈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맙소사! 화염 늑대들이 인간에게 겁을 집어먹었다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