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크르르!
화염 늑대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 제온이 있었다.
제온을 보는 화염 늑대들의 눈빛엔 공포가 가득했다.
두려움이라곤 느끼지 않을 것 같은 화염 늑대들이 인간에 불과한 제온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그런 화염 늑대들의 반응에 김진수와 수하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수가 인간에게 겁을 집어먹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런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화염 늑대들은 제온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끼이잉!
낑!
제온은 가만있는데 어떤 놈들은 벌써 숨넘어갈 것처럼 울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겁먹은 강아지 같았다.
제온은 그런 화염 늑대 무리를 말없이 바라봤다.
유독 큰 개체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놈보다 두 배는 큰 덩치에 짙은 붉은빛 털을 자랑하는 화염 늑대. 특이하게 한쪽 귀가 중간에 잘려져 있었다.
놈이 이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크르르!
우두머리가 마치 변명하듯 울음을 흘리며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이 놈을 보며 말했다.
“너구나. 많이 컸네.”
특이한 붉은빛 털도 그렇지만, 저 반으로 잘린 귀 때문이라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저 귀를 자른 사람이 바로 제온이었기 때문이다.
제온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자 우두머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고개를 돌려 제온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놈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온이 그의 동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던 그 순간을 말이다.
물론 제온을 먼저 공격한 이들은 화염 늑대들이었다.
화염 늑대 눈엔 혼자서 사막을 걷던 제온이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알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온에게 덤벼들었던 화염 늑대는 모조리 모래에 갈려 사라졌다.
무려 수백 마리나 말이다.
이곳에 있는 화염 늑대들은 모두 당시 죽은 화염 늑대들의 자식이었다.
너무 어려서 제온이 죽이지 않고 살려 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린 늑대들은 자라서 커다란 무리를 형성했지만, 아직도 당시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온을 보자마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제온을 태운 버스가 화염 늑대 무리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 뒤를 각성자들을 태운 버기카와 짐꾼들이 운전하는 운송 차량이 따랐다.
평소였다면 벌써 공격했을 화염 늑대들이 양쪽으로 비켜서 차량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줬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각성자들과 짐꾼들은 얼떨한 표정으로 운전에 집중했다.
화염 늑대 무리들은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어떤 공격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다.
제온은 버스 위에 서서 우두머리 화염 늑대를 바라봤다.
바람이 불어와 놈의 갈기털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그 모습이 꽤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을 언젠가 지나갈 사람들을 생각하면 화염 늑대 무리들을 모두 없애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저 무리를 없애도 또 다른 화염 늑대들이 이 자리에 들어와 번성할 것이다.
마수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번식한다는 것이다. 그런 놈들을 완전히 없애 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차라리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된 녀석들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았다.
화염 늑대들도 인간들을 공격하기 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제온 일행을 태운 차량 행렬은 화염 늑대 무리의 서식지를 무사히 지나왔다.
“하하! 미쳤어. 설마 싸우지도 않고 마수 무리 한가운데를 통과하다니.”
“웃음이 나오냐? 난 오줌을 지릴까 봐 꾹 참고 있었는데.”
“확실한 것은 앞으로 이런 경험은 절대 할 수 없을 거야.”
긴장이 풀린 각성자와 짐꾼 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떠들었다.
검 한번 휘두르지 않고 화염 늑대 무리를 통과한 경험은 그만큼 짜릿했다.
김진수가 장갑 버스를 바라봤다.
지붕 위에 있던 제온이 보이지 않았다. 화염 늑대 무리를 통과하자마자 들어간 것이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군. 도대체 어떤 짓을 해야 마수들이 겁을 집어먹고 길을 열어 주지?”
“진짜 미쳤네요. 미쳤어!”
부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제온과 함께 가는 이상 이런 경험을 더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 예감은 바로 현실이 됐다.
화염 늑대 서식지를 지나 맞닥뜨린 마수는 사막의 폭군 중 하나인 샌드웜이었다.
제온이 잠시 버스에서 내려 김진수와 대화를 나눴다.
“이곳은 특별히 모래가 부드러워 샌드웜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모래 입자가 진동을 잘 전달해 차량이 들어서면 바로 눈치챌 겁니다.”
“그럼 어떡합니까?”
“길을 찾아야죠.”
“네?”
“얼핏 보면 모래가 모두 똑같은 것 같지만, 그중에도 입자가 굵고, 특별한 냄새가 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인간들에겐 큰 차이가 없지만, 샌드웜에겐 유독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냄새죠. 그런 모래가 있으면 샌드웜들도 멀리 돌아갑니다.”
“그런 모래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아, 제온 님은 상관없으시겠군요. 모래라면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감지할 수 있을 테니까.”
“맞습니다. 저기 보입니까?”
제온이 손으로 유독 높은 모래 언덕을 가리켰다.
“네!”
“저 모래 능선을 따라 이어진 갈색 모래 보입니까? 다른 모래보다 유독 어두워서 표가 날 겁니다.”
“네!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띠처럼 이어져 있네요.”
“맞습니다. 저 모래가 있으면 무조건 그쪽으로 이동하십시오. 그것이 샌드웜에게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에 김진수가 제온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제온에겐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김진수처럼 평범한 각성자들에겐 생존 확률을 높여 주는 소중한 정보였다.
이런 노하우나 정보는 보통 쉽게 공유해 주지 않는다.
각 길드, 던전 공략대만 알고 외부엔 절대 유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모든 노하우나 정보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이 네오 서울의 현실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진수는 운이 좋았다.
제온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보를 알려 줬기 때문이다.
제일 호송대는 제온이 알려 준 갈색 모래 띠가 형성된 언덕으로 이동했다.
드드득!
차량 바퀴가 모래를 헤치고 나가면서 소음이 났다.
정말 샌드웜이 서식하고 있다면 바퀴 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야 했다. 하지만 바퀴 소리가 모래를 어지럽게 울려도 샌드웜은 나타날 줄 몰랐다.
“그냥 이곳에 샌드웜이 없는 거 아냐?”
짐꾼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할 때였다.
푸쉬이!
저 먼 곳에서 갑자기 모래가 분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이어 거대한 마수의 주둥이가 불쑥 나타났다.
샌드웜이 모래 밖으로 머리를 내민 것이다.
놈은 잠시 냄새라도 맡듯 꿈틀거렸다.
각성자와 짐꾼 들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한동안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던 샌드웜은 다시 모래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샌드웜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각성자와 짐꾼 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샌드웜이 있었어.”
“씨발! 또 오줌 쌀 뻔했네.”
“아까 샌드웜 없다고 한 새끼 누구야?”
제온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곳엔 샌드웜이 존재했다.
제온의 말대로 유독 짙은 갈색 모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샌드웜과 맞닥뜨렸을 것이다.
덕분에 샌드웜과 싸우지 않아 전력도 아꼈고, 소중한 정보도 얻었다.
이젠 그 누구도 제온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길을 가는 내내 김진수와 각성자들은 제온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가 지시하는 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그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망자 0명.
부상자 0명.
제일 호송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송을 나설 때면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각성자와 짐꾼 들에게 이보다 편한 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일정을 가능하게 해 준 제온에게 그들은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이곳에 철갑 개미들이 서식한단 말입니까?”
“네! 이곳은 놈들이 살기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음!”
김진수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의 시야에 대지의 커다란 균열이 보였다.
마치 신이 거대한 도끼로 대지를 내려찍은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균열.
얼마나 깊은지 햇볕이 들지 않아 대낮임에도 어둡게 보였다.
“후우! 저 정도 크기의 균열이라면 철갑 개미 수도 장난 아니겠는데요?”
“잘 아시는군요. 최소 수천 마리 이상의 대무리가 저곳에 살고 있습니다.”
“어휴! 그럼 장난 아니게 위험하겠는데요.”
“수천 마리를 모두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외곽에 포진하고 있는 녀석들만 사냥할 거니까.”
“동족이 공격당하면 안에 있는 녀석들도 몰려나오는 것 아닙니까?”
흥분한 김진수의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조금 전 말했다시피 이곳은 특수한 경우라서요. 너무 많은 녀석들이 모여 살다 보니, 먹이가 늘 부족합니다. 소수가 없어져도 안에 있는 녀석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군요.”
김진수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먹이의 부족이 경쟁과 분열을 불러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수천 마리가 넘는 철갑 개미들이 모여 있다 보면 충분히 먹이를 공급받지 못해 동족도 경쟁 상대로 여길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그럼 지금 바로 내려갈까요?”
“아니, 우리가 내려갈 필요 없습니다.”
“네?”
“놈들이 올라오게 만들어야죠. 그래야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미끼를 써야죠. 그럼 외곽의 철갑 개미들이 냄새를 맡고 지상으로 올라올 겁니다.”
“혹시 그럼?”
김진수와 각성자들의 시선이 후미에 있는 운반 차량으로 향했다.
커다란 운반 차량에는 마수의 시체가 몇 구 실려 있었다.
이곳에 오면서 사냥한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였다.
다른 마수는 유독 피해 다녔으면서 화염 아르마딜로와 마주치자 제온은 바로 사냥하라고 말했다.
화염 아르마딜로는 D급 마수였다.
오 미터 크기에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을 가진 화염 아르마딜로는 그야말로 막강한 방호력을 가지고 있었다.
적을 만나면 화염이 어린 비늘을 날려 공격하기에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어렵게 사냥해도 별 쓸모가 없는 것이 화염 아르마딜로였다.
그나마 비늘만 쓸 만할 뿐, 나머지 사체는 값이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각성자들은 어지간해선 화염 아르마딜로를 사냥하는 것을 기피했다.
그런데 제온은 반드시 화염 아르마딜로를 사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모자라 쓸모없는 시신을 여기까지고 운반해 왔다.
제온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는 철갑 개미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화염을 머금은 단단한 비늘 때문에 평소에는 사냥이 거의 불가능해 더욱 환장하죠.”
“아! 그러면…….”
“네! 균열 입구에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를 내려놓으면 철갑 개미들이 알아서 올라올 겁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정말 신세계군요.”
김진수와 각성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온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감탄은 그만하고 어서 움직이죠.”
“네! 알았습니다. 모두 들었지? 어서 화염 아르마딜로 사체를 내려놔.”
“알겠습니다.”
각성자들이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가 실린 차량으로 달려갔다.
크기가 무려 오 미터나 되다 보니 무게도 장난 아니었다.
각성자들이 모두 달라붙어 화염 아르마딜로 사체들을 운반해야 했다.
그들은 균열 한쪽에 화염 아르마딜로 사체를 옮긴 후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치직! 치지직!
잠시 후 기묘한 소음과 함께 한 쌍의 더듬이가 나타났다.
철갑 개미였다.
더듬이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타난 철갑 개미는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를 발견하고 사방으로 페로몬을 내뿜었다. 그러자 다른 철갑 개미들이 신호를 알아차리고 균열 위로 올라왔다.
제온이 철갑 개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놈들이 화염 아르마딜로 사체를 가져가기 전에 빨리 사냥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모두 공격해.”
“네!”
각성자들이 대답과 함께 철갑 개미들을 공격했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족족 철갑 개미들이 각성자의 검과 도에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들만으로 모든 철갑 개미를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레빈이 소매를 걷으며 나갔다.
“나도 도와줘야겠다.”
빠지직!
유령화한 레빈이 철갑 개미 무리를 향해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렸다.
대학살의 시작이었다.
브리엘이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리는 레빈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주 신났네.”
그때 제온은 균열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너편에 바위 위로 누군가의 머리가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