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뭐얏? 마수가 습격해 왔다고?”
“씨발!”
“모두 일어나.”
김진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깊이 곯아떨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들은 서둘러 운송 차량 지붕으로 올라왔다.
“뭡니까? 대장! 갑자기 마수라니.”
“이 소리 안 들리냐? 철갑 개미다.”
김진수의 말에 각성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귀에도 철갑 개미가 이빨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네! 철갑 개미가 이 먼 곳까지 쫓아왔다고?”
“씨발! 동족들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미친 마수 새끼들!”
각성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야영지는 철갑 개미의 서식지인 균열에서 육칠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철갑 개미가 걷는 속도로는 족히 열 시간 이상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먼 거리를 동족들 복수하겠다고 따라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F급 마수에게 이 정도로 끈끈한 동족애가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철갑 개미들 실루엣이 나타났다.
“미친!”
“맙소사! 저게 다 몇 마리야?”
각성자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철갑 개미 대군이 어둠을 뚫고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해일이 밀려오듯 철갑 개미들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야영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씨발! 퇴로는?”
“늦었어. 이미 포위됐어.”
“제기랄!”
“모두 전투 준비해.”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엄청난 수의 철갑 개미가 에워싸고 있었다.
도주하기엔 이미 늦었다.
각성자들뿐만 아니라 짐꾼들도 전투 준비를 했다.
비록 각성자만큼은 아니지만, 짐꾼들도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네오 서울에서 특별히 만든 대마수용 총을 꺼내 들었다.
그래 봤자 고위 마수에겐 통하지 않는 무기였지만, 철갑 개미 같은 F급 마수에겐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레빈과 브리엘이 제온의 곁에 섰다.
레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철갑 개미가 이렇게 쉽게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난다고?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네요.”
“누군가 장난을 친 것 같다.”
“장난?”
“그렇지 않고선 지금 상황이 말이 안 돼.”
누구보다 마수에 대해 잘 아는 제온이었다.
철갑 개미의 생리 또한 손금 보듯 꿰뚫고 있었다.
아무리 동족을 죽인 원한이 대단하더라도 철갑 개미가 영역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철갑 개미의 영역은 보통 굴을 중심으로 이삼십 킬로미터 정도다. 철갑 개미가 걷는 속도로는 그 이상 멀어지면, 하루 만에 굴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거리를 쫓아온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무언가 철갑 개미들을 이곳으로 몰아온 것이 분명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장난을 쳤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그동안 네가 고생 좀 해야겠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이상 철갑 개미가 이들을 어쩌지 못할 테니까요.”
레빈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B급 각성자인 레빈이었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철갑 개미 대군을 전멸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이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브리엘을 바라봤다.
“너도 조심해라. 정 위험하다 싶으면 가이아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내 몸 하나는 충분히 지킬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럼 부탁하마.”
쾅!
그 순간 철갑 개미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거대한 운송 차량이 철갑 개미들의 공세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흔들렸다.
김진수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명심해! 단 한 놈도 차벽 위로 올라오게 해선 안 돼.”
“옛!”
“걱정 마쇼, 대장! 그 정도는 모두 알고 있으니까.”
각성자들이 차량으로 만든 벽을 넘어오려는 철갑 개미들을 공격하며 대답했다.
짐꾼들도 대마수 저격총을 쏘느라 정신없었다.
레빈은 유령화해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렸다.
빠지직!
보랏빛 전류가 철갑 개미들을 새까맣게 구웠다.
바로 곁에서 동족들이 죽었음에도 철갑 개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공격했다.
“칫!”
상황을 지켜보던 브리엘이 공격 마법을 날렸다. 윈드 커터 같은 간단한 공격 마법이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그렇게 인간들은 합심해 철갑 개미 대군의 공세를 막아 냈다.
그사이 제온은 조용히 움직였다.
모래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제온의 시야에 무언가 이질적인 물체가 들어왔다.
철갑 개미 대군 한가운데 점점이 놓여 있는 커다란 물체들.
제온은 바로 바닥에 착지해 물체의 정체를 살폈다.
“화염 아르마딜로군.”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가 잘게 쪼개져 철갑 개미의 서식처까지 널려 있었다.
이로써 누군가 화염 아르마딜로 사체를 이용해 철갑 개미를 야영지까지 유인한 것이 분명해졌다.
화염 아르마딜로의 사체에 끌린 철갑 개미는 마치 홀린 것처럼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꽤 교활하군.”
제온은 혀를 차며 주위를 훑어봤다.
키에에!
따닥!
근처의 철갑 개미들이 제온을 공격해 왔다.
제온은 대충 샌드 블라스터를 날려 놈들을 처리하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소용돌이치는 모래 기둥 위에서 제온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보이는 모든 것은 철갑 개미뿐, 정작 이 상황을 주도한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왜 하필 철갑 개미를 이쪽으로 유인한 거지? 우리와 원한이 있는 건가?”
제온이 이내 자신의 가정을 부정했다.
이곳에 오는 동안 마주친 인간은 없었다. 당연히 원한이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
스캐빈저가 이랬을 거라는 가정도 지웠다.
굳이 스캐빈저가 욕심낼 만큼 철갑 개미 사체가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철갑 개미 사체는 모래 경화제의 재료로나 값어치가 있는 거지, 다른 용도로는 소용이 없었다.
철갑 개미 사체 수백 마리를 가져가도 D급 마수 한 마리만도 못한 돈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이런 복잡한 방법으로 철갑 개미 사체를 얻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왜지?”
제온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했다.
문득 그의 고개가 철갑 개미의 서식지인 균열로 향했다.
“이렇게 많은 철갑 개미가 밖으로 나왔으니 균열은 비어 있겠군. 그럼 빈집털이인가?”
제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모래 걸음을 펼쳐 균열로 달려갔다.
키이이!
경로에 있던 철갑 개미들이 공격해 왔지만, 제온은 가볍게 피했다.
철갑 개미들을 상대로 스킬을 펼칠 시간조차 아까웠기에 아예 공격을 피해 질주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철갑 개미 대군을 헤치고 나온 제온이 속도를 높였다.
바닥의 모래가 부드럽게 밀어 줬기에 제온은 바람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리자 균열이 나타났다.
거대한 균열 주위엔 철갑 개미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거대한 균열이 빈집이 된 것이다.
제온은 망설이지 않고 균열 속으로 몸을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는 제온.
하지만 바닥에 닿기 직전 모래들이 그의 몸을 부드럽게 떠받들어 준 덕분에 충격 하나 받지 않고 안착할 수 있었다.
탁!
바닥에 내려앉은 제온이 균열 내부를 둘러봤다.
균열 내부는 사암으로 이뤄져 있었다.
사암으로 이뤄진 벽면에는 수많은 동굴이 뚫려 있었다.
저곳이 바로 철갑 개미들의 집이었다.
평소라면 철갑 개미들이 득실거렸어야 할 굴들이 텅 비어 있었다.
누군가 철갑 개미굴을 털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제온은 잠시 우두커니 서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왼쪽에 있는 굴에서 공기의 미세한 파동이 느껴졌다.
“여기군.”
제온은 바로 파동이 느껴지는 동굴로 들어갔다.
개미굴은 무척이나 비좁은 데다가 어둡기까지 해서 속도를 올리기 쉽지 않았다. 또한 굴이 순식간에 서너 갈래로 갈라지기 일쑤여서 어지간한 미로보다 복잡했다.
공기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제온조차 길을 찾는 데 한참 애를 먹었어야 했을 것이다.
제온은 간혹 느껴지는 공기의 파동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체감상 지하 수백 미터는 들어온 것 같았다.
쩌어엉!
제온이 길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다시 한번 파동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희미하게 느껴지던 것들과 달리 유난히 강한 파동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파동의 근원지가 제온의 앞에 나타났다.
유난히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철갑 개미 수십 마리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넓은 공간에는 유독 거대한 철갑 개미가 있었다.
왕관을 쓴 것 같은 머리와 긴 더듬이를 가진 개미를 보는 순간 제온은 여왕임을 직감했다.
그의 추측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하 공동 벽에는 수많은 알이 붙어 있었다.
모두 여왕 철갑 개미가 낳은 알들이었다.
여왕 철갑 개미 주위엔 병정으로 보이는 개미들이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병정 철갑 개미를 죽인 자들이 여왕 철갑 개미를 공격하고 있었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왕 철갑 개미를 공격하는 이들의 조합이 매우 특이했기 때문이다.
검은 터번과 데샤다를 착용한 늘씬한 체형의 인간들.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엘프였다.
그것도 평범한 엘프가 아니라, 흑수정처럼 새까만 엘프였다.
그들은 바로 다크 엘프였다.
다크 엘프들은 여왕 철갑 개미 주위를 어지럽게 움직이며 공격하고 있었다.
“시간은 많아. 서두르지 마.”
“더듬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더듬이만 제거하면 이년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활을 쏘는 다크 엘프도 있었고, 샴쉬르나 레이피어를 휘두르는 이도 있었다. 거기에 마법을 쓰는 자들도 있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갔다.
원래 엘프들은 활도 잘 쐈고, 칼도 잘 쓰고, 마법도 즐겨 사용했으니까.
문제는 다크 엘프들 사이에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종족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취잇!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라.”
“내게 맡겨랏! 췻!”
오크들이 제 몸만큼이나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카앙! 캉!
오크들의 도끼는 여왕 철갑 개미의 단단한 껍질에 튕겨 나갈 뿐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여왕 철갑 개미를 압박하기엔 충분했다.
엘프와 오크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두 종족의 상성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고고한 엘프와 전투 종족인 오크는 서로를 발에 낀 때만도 못하게 생각했다.
이종족들의 도시인 엘하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협력하지만, 사막에 흩어져 사는 엘프들과 오크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을 정도였다.
다크 엘프는 더했다.
그들은 오크들을 짐승으로 생각했지,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크 엘프와 오크가 협력해 사냥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다크 엘프와 오크들이 협력해 여왕 철갑 개미를 사냥하고 있었다.
한두 번 손발을 맞춰 본 게 아닌 듯 매끄러운 공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중심에 늙은 오크가 있었다.
낮에 제온이 봤던 그 늙은 오크였다.
늙은 오크가 손짓할 때마다 다크 엘프와 오크 들의 대형이 변했다.
서거억!
마침내 철갑 개미의 더듬이 하나가 오크의 도끼질에 잘려 나갔다.
키에에!
여왕 철갑 개미가 고통에 겨운 비명을 토해 냈다. 그러자 다크 엘프와 오크 들이 더 맹렬히 여왕 철갑 개미를 공격했다.
남은 더듬이마저 잘리자 여왕 철갑 개미가 방향 감각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다크 엘프와 오크 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 여왕 철갑 개미의 숨통을 끊었다.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여왕 철갑 개미.
늙은 오크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소리쳤다.
“췻! 여왕 철갑 개미의 알을 모두 수거하거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