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늙은 오크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크 엘프와 오크 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작 값이 나가는 여왕 철갑 개미의 사체는 내버려두고 벽에 박혀 있는 알들만 부지런히 수거했다.
쿵!
늙은 오크가 뼈창으로 바닥을 강하게 찍으며 말했다.
“취잇! 서둘러라. 곧 철갑 개미들이 인간들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돌아올 것이다. 그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췻! 알았다.”
오크들이 대답과 함께 부지런히 움직였다.
시끄럽게 떠들며 알을 수거하는 오크들과 달리 다크 엘프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제온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일도 다 있군. 엘프가 오크 말을 다 듣다니.”
“취잇! 누구냐?”
제온 딴에는 조용히 중얼거린다고 했는데, 늙은 오크가 그의 말을 듣고 소리쳤다.
어차피 몸을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제온은 지하 공동으로 나왔다.
그의 등장에 오크와 다크 엘프 들이 무기를 꼬나 쥐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췻! 인간이다.”
“인간이 어떻게? 철갑 개미의 습격을 받는 것이 아니었나?”
제온을 바라보는 오크와 다크 엘프의 눈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이런 눈빛은 꽤 많이 받아 왔기에 제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했다.
“역시 당신들이 화염 아르마딜로로 철갑 개미들을 유인했군요. 우리가 사냥하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까?”
제온의 시선은 무리의 중심인 늙은 오크를 향해 있었다.
늙은 오크의 주름진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취잇! 그렇다, 인간! 좋은 것은 같이 배우고, 나눠 써야지 않는가?”
“흠! 어휘력이 꽤 좋네요. 오크라도 오래 살면 말빨도 느는 건가?”
제온이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늙은 오크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지금 나를 놀리는 거냐? 인간!”
“진짜 감탄해서 그런 건데,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요.”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제온의 모습에 늙은 오크가 더 열받았다.
“인간, 죽고 싶은 거냐?”
“아니! 안 죽고 싶은데요.”
“다른 인간들은 어디에 있느냐?”
“야영지에 있습니다.”
“그럼 혼자 왔단 말이군?”
늙은 오크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제온이 아니었다.
그가 양손을 들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요. 대화라는 좋은 수단을 두고 폭력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인간 따위와 대화할 것 같으냐?”
“그거 심각한 종족 차별 발언 같은데요?”
“닥쳐랏! 열등한 종족아.”
“음! 오크한테 열등한 종족이라는 이야기를 듣다니. 충격적이네.”
제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렇게 면전에서 오크로부터 폭언을 듣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그 순간에도 늙은 오크의 폭언은 계속되고 있었다.
“인간은 쓰레기다. 재활용도 못 할 폐기물이지. 이 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우리 오크다.”
“재밌네요. 재활용이란 말은 또 어디서 주워들었대요? 오크들이 쓸 말은 아닌데.”
“취잇! 열받게 하는 인간이다. 검둥이들아, 놈을 죽여라.”
제온의 도발에 화를 참지 못한 늙은 오크가 다크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크 엘프들은 손에 들고 있던 철갑 개미의 알을 내려놓고 제온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샴쉬르나 레이피어 같은 냉병기가 들려 있었다.
다크 엘프들은 바로 제온을 공격해 왔다.
쉬이익!
쐐액!
샴쉬르와 레이피어가 무서운 속도로 제온의 급소를 파고들었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약에 중독된 것 같지는 않고, 이지도 멀쩡해 보여. 그런데 왜 다크 엘프가 오크의 명령을 따르는 거지? 혹시 금제를 당한 건가?’
제온이 아는 다크 엘프는 하이 엘프만큼이나 드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엘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오크 따윈 발가락 사이에 낀 때만큼이나 하찮게 여겼다.
그런 다크 엘프들이 늙은 오크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제온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를 공격하는 다크 엘프들의 몸놀림이 범상치 않았다.
은밀하며, 신속했다.
기척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레이피어가 안구를 찔러 오고, 샴쉬르가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든다.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제온.
그런 제온을 쫓아 몸을 날리는 다크 엘프들.
다크 엘프들은 타고난 암살자였다.
그들의 몸놀림은 제비만큼 빠르고, 올빼미처럼 은밀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날카로운 칼날이 폐부를 사정없이 관통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였다.
제온은 다크 엘프들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초열의 건틀렛으로 튕겨 냈다.
그때 다크 엘프 중 하나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죽어랏! 네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
“역시 늙은 오크에게 약점을 잡힌 모양이군요.”
“시끄럽다.”
다크 엘프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샴쉬르를 휘둘렀다.
그의 샴쉬르에는 붉은 오러가 어려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였다.
서걱!
제온의 등 뒤 벽이 마치 무처럼 잘려 나갔다.
그가 피하지 못했다면 저 벽처럼 두 동강 났을 것이다.
꽤나 섬뜩한 공격이었다.
제온이 평범한 무투가였다면, 이번 공격에 위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온은 평범한 무투가도, 각성자도 아니었다.
쐐액!
제온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바닥의 모래들이 뭉쳐 날아갔다.
샌드 블라스터였다.
수십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는 제온을 공격하는 다크 엘프들의 전신을 무섭게 두들겼다.
퍼버버벙!
폭음과 함께 모래 입자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어떤 다크 엘프는 샴쉬르로 샌드 블라스터를 베어 냈고, 어떤 다크 엘프는 마법으로 요격했고, 또 어떤 이는 회피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반응 속도였다. 하지만 제온의 반응 속도는 그들보다 훨씬 빨랐다.
콰아앙!
제온의 전신을 휘돌던 모래 입자가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크레모아였다.
“크억!”
“컥!”
폭발에 휩쓸린 다크 엘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설마 모래 입자가 폭발할 줄은 그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방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크 엘프들은 여기저기 처박혀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오직 단 한 명만은 멀쩡했다.
바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다크 엘프였다.
터번을 얼굴 전체에 두른 그가 전력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제온은 모래로 벽을 세웠다.
그래 봤자 겨우 0.1초쯤 오러 블레이드를 저지했을 뿐이다. 오러 블레이드는 이내 모래 벽을 무섭게 가르며 제온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제온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파이어 레인!”
불비가 지하 공동을 가득 채우며 쏟아졌다.
푸른 청염, 새하얀 백염이 섞인 불비는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다크 엘프에게 집중됐다.
순간 다크 엘프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제온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항을 포기할 생각 따윈 없었다.
“이야앗!”
다크 엘프는 전력을 다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퍼엉! 펑! 펑!
그에게 쏟아져 내리던 불비가 마치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수많은 불비가 그가 휘두른 칼에 불똥이 되어 사라졌다.
오러 블레이드로 이뤄진 막이 그의 앞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러로 만든 실드로도 엄청난 수의 불비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미세한 틈을 통과한 불비 하나가 그대로 다크 엘프에게 격중했다. 그 위력은 끔찍했다.
쿠와앙!
“꺄악!”
폭음과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던 다크 엘프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 충격으로 얼굴을 동여매고 있던 터번이 풀리면서 본모습이 드러났다.
“여자였군.”
피를 흘리며 기절한 다크 엘프는 흑진주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다크 엘프가 여자라는 사실은 제온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가 다크 엘프들을 상대하는 사이 오크 무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크 엘프들로 제온을 상대하게 한 후 자신들은 철갑 개미의 알을 가지고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쯧! 잔혹한 것이 인간 뺨치는군.”
제온은 늙은 오크의 교활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크를 꽤 많이 상대해 봤지만, 이 정도로 눈치가 빠르면서 타 종족을 이용할 줄 아는 오크는 처음이었다.
제온이 만났던 오크 중 가장 강한 이는 바로 오크 대군장 오르카였다.
오르카는 힘을 숭상하는 오크였다.
사실 대부분의 오크가 오르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 중에서도 별종은 태어나기 마련이었다.
오르카의 측근이었던 제사장이 그랬고, 이번에 만난 늙은 오크가 그랬다.
힘만 내세우는 젊고 강한 오크들보다, 이런 교활한 늙은 오크들이 상대하기 더 까다로웠다.
그때 잠시 기절했던 여자 다크 엘프가 정신을 차렸다.
“진…… 건가? 제기랄!”
어지간히 분한지 다크 엘프가 눈물을 흘렸다.
“대장!”
“괜찮습니까?”
정신을 차린 다른 엘프들이 여자 다크 엘프에게 달려왔다.
다행히 제온이 스킬의 위력을 조절했던지라 모두 경상에 그쳤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정신적인 데미지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인간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패할 줄은 몰랐기에 그들이 느끼는 충격은 엄청났다.
제온이 다크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다크 엘프들이 여자 주위에 똘똘 뭉쳐 그녀를 지키려 했다.
제온이 그들 바로 앞에 멈춰서 물었다.
“철갑 개미 알은 왜 가져간 겁니까?”
“크윽! 너 때문에 우리 일족이 모두 죽게 됐다.”
여자 다크 엘프가 제온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뜻밖의 말에 제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추앙카, 그 늙은 오크가 일족을 모두 죽일 거다.”
“그 늙은 오크의 이름이 추앙카입니까? 추앙카가 당신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 있는 겁니까?”
“그건…… 크윽!”
갑자기 여자 다크 엘프가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그것은 다른 다크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허억!”
“큽!”
모두 숨이 넘어갈 것처럼 가슴이나 목을 부여잡고 꺽꺽거렸다.
제온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다크 엘프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골치 아프게 됐군.”
무엇이 저들을 괴롭히는지는 제온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추앙카라는 늙은 오크와 관련 있다는 것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키에에!
바깥에서 철갑 개미의 괴성이 들려왔다.
여왕이 죽은 것을 알아차린 철갑 개미들이 미친 속도로 균열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이곳에 그냥 내버려두고 갔다가는 분노한 철갑 개미들의 한 끼 식사 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군.”
제온이 모래를 움직여 다크 엘프들의 몸을 떠받들었다.
허공에 둥실 떠오르는 다크 엘프들을 데리고 제온은 급히 철갑 개미의 굴을 빠져나왔다.
두두두!
수많은 개미들이 균열의 벽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개미 굴에 갇힐 뻔한 순간이었다.
제온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다크 엘프들을 데리고 균열을 빠져나가는 제온의 모습에 철갑 개미들이 분노했다. 하지만 바닥을 기어다니는 철갑 개미가 허공에 있는 제온과 다크 엘프들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철갑 개미들의 분노 어린 괴성을 뒤로하고 제온은 균열을 빠져나왔다.
제온은 허공에 둥실 떠서 주위를 둘러봤다.
추앙카와 오크들은 벌써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늙은 오크가 재빠르기까지 하군.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진실을 알려면 일단 다크 엘프들부터 살려야 했다.
제온은 이들을 살릴 이를 알고 있었다.
“브리엘이라면 다크 엘프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제온은 마치 꼬리처럼 다크 엘프들을 줄줄이 달고 허공을 날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