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제온!”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브리엘이 제일 먼저 제온을 반겼다.
제온이 바닥에 착지하며 물었다.
“모두 무사하냐?”
“한창 치열하게 싸우는데, 갑자기 철갑 개미들이 미친 듯이 되돌아가더라고. 덕분에 모두 무사해.”
“다행이네.”
“어, 뒤에 있는 것들은 뭐야?”
브리엘이 제온의 등 뒤에 떠 있는 다크 엘프들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보다시피 다크 엘프야.”
“그러니까 다크 엘프를 어디서 발견한 거야?”
“철갑 개미 굴에서. 오크족과 협력해 철갑 개미들을 우리 쪽으로 유인하고, 빈집 털이 하더라고.”
“다크 엘프가 오크하고 협력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
“당연하지. 다크 엘프가 얼마나 성격이 사납고, 자기밖에 모르는데. 같은 엘프도 우습게 보는데, 하물며 오크하고 협력한다고?”
브리엘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크 엘프들을 바라봤다.
제온이 다크 엘프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깨어나야 알겠지만, 오크들에게 무언가 약점을 잡힌 것 같았어. 그들의 명령을 듣는 것을 보면…….”
“협력도 아니고, 명령을 듣는다고? 내가 아는 다크 엘프가 아닌데.”
“아무래도 금제가 걸린 것 같아. 한번 알아볼 수 있겠어?”
“한번 봐 볼게.”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크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정신을 잃은 다크 엘프들을 잠시 바라보던 브리엘이 이내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그사이 레빈이 제온에게 다가왔다.
“짐을 달고 왔네요?”
“어쩌다 보니…….”
“와! 검은 엘프들은 두 번째네요.”
“보기 쉬운 종족이 아니니까.”
“이들이 철갑 개미들을 우리 쪽으로 유인해 왔다는 거죠?”
“그래! 여왕 철갑 개미가 낳은 알들이 목표였던 것 같더구나.”
“개미 알이 무슨 특별한 효능이라도 있나요?”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겠다.”
제온이 고개를 저었다.
오크와 다크 엘프 들이 왜 철갑 개미의 알을 노리는 건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때 김진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네! 덕분에요.”
“후우! 다행히 사상자 한 명 나지 않고 철갑 개미들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레빈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큰 빚을 졌습니다.”
김진수의 칭찬에 레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제로 그는 철갑 개미들을 방어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구멍을 메워 주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었을 것이다.
야영지 주위엔 죽은 철갑 개미의 시신이 가득했다.
레빈의 퍼플 라이트닝에 당한 철갑 개미의 시체는 대부분 새까맣게 타서 체액이 증발했다. 하지만 각성자들과 짐꾼들이 사냥한 철갑 개미의 사체는 상태가 꽤 괜찮아서 운반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었다.
문제는 운송 차량이었다.
이미 운송 차량의 짐칸이 꽉 차서 더 이상 철갑 개미의 사체를 싣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진수가 입맛을 다셨다.
“아깝네요. 저 많은 사체를 두고 가야 한다니.”
“그러게요.”
제온이 동의했다.
아공간 아이템이 있다면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저 많은 개미 사체를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브리엘이 소리쳤다.
“제온!”
“응?”
“알아냈어. 오크 새끼들이 흉악한 짓을 했어.”
“뭔데?”
“보여?”
브리엘이 손가락으로 다크 엘프들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다크 엘프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낙인이야. 쿠라얀에서 주로 죄수들을 구속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수법이야.”
“그럼 오크들이 다크 엘프들을 제압해 낙인을 새긴 건가?”
“자세한 사정은 이들이 깨어나야 알겠지만, 아마도 그럴 거야.”
“낙인을 지울 수 있겠어?”
“가능해! 하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 돼.”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일단 조용한 곳을 찾아 줘. 방해를 받으면 안 되니까,”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제온이 김진수를 바라봤다.
“보다시피 뜻하지 않은 짐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잠시 이곳에 남아 사정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희끼리 돌아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온 길 그대로 되돌아가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왔던 길은 기억하시죠?”
“네! 확실히 외워 뒀습니다.”
나중에 철갑 개미의 사체가 필요하면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하기에 길을 철저히 외웠다. 하지만 제온 없이 돌아가는 것은 그들에게도 모험이었다.
그 어떤 돌발 변수가 개입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미뤄 둘 수는 없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나름 도깨비 시장의 최정예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무사히 돌아갈 테니까 저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사히 귀환하길 빌겠습니다.”
“바로 헤어지려고요?”
“네! 보다시피 저들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
제온이 다크 엘프들을 바라봤다.
다크 엘프들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위태위태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저희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얼른 가 보십시오.”
“빈민가에서 다시 뵙죠.”
“돌아오시면 저희가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제온이 김진수와 일행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작별 인사를 한 후 야영지를 떠났다.
야영지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제온은 지배력을 이용해 모래 언덕에 커다란 굴을 팠다.
제온과 브리엘, 레빈, 그리고 다크 엘프들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커다란 굴이었다.
“들어가자.”
“응!”
모두 들어가자 제온이 모래를 움직여 환기할 공간만 남겨 두고 입구를 막았다.
―삐이!
폐쇄된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가이아가 아공간을 빠져나왔다.
가이아는 다크 엘프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눈에 다크 엘프들의 상황을 알아차린 것이다.
브리엘이 다크 엘프들 앞에 앉으며 말했다.
“바로 시작할 테니까 방해받지 않게 지켜 줘.”
“걱정하지 마.”
“응!”
브리엘은 고깔모자 안에서 붉은 액체가 담긴 병을 꺼냈다.
“클라시의 비약이라는 거야. 이걸 사용하면 낙인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어. 다만 고통이 극심해서 다크 엘프들이 난동을 피울 수 있어.”
“걱정하지 마. 내가 꽉 잡을 테니까.”
레빈이 여자 다크 엘프의 배에 앉아 양팔을 꽉 눌렀다.
“시작한다.”
브리엘은 클라시의 비약을 다크 엘프의 낙인에 조심스럽게 묻혔다.
치이익!
크라시의 비약이 닿는 순간 낙인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꺄아악!”
순간 정신을 잃었던 여자 다크 엘프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생전 처음 느끼는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여자 다크 엘프는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레빈이 더 강한 힘으로 눌러 꼼짝할 수 없었다.
낙인이 어느 정도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브리엘이 또 다른 비약을 꺼내 부었다.
치이익!
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고통이 여자 다크 엘프를 엄습했다.
“끄아아악!”
그녀는 숨이 넘어갈 것처럼 괴성을 질렀다.
마치 불에 달군 인두로 목을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그녀를 엄습했다.
낙인을 지우기 위해선 반드시 견뎌야 할 고통이었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극심해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여자 다크 엘프의 동체가 활처럼 휘어졌다.
폭발적인 탄력에 하마터면 레빈이 뒤로 튕겨 나갈 뻔했을 정도였다.
그녀의 동공이 풀리고, 입에서 거품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숨이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던 그 순간이었다.
화학!
갑자기 가이아의 몸체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빛이 닿자 여자 다크 엘프의 극심한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고통이 사라지자 여자 다크 엘프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게 변했다.
브리엘이 가이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 가이아!”
―삐이!
“응! 다른 엘프들도 부탁할게.”
브리엘은 이미 가이아가 이런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가이아가 조금 더 성장했다면 단순히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브리엘도 몰랐다. 하지만 의심하지는 않았다.
가이아는 이 땅에 태어난 최초의 정령 생명체였으니까.
아마 가이아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권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고통이 모두 사라지자 여자 다크 엘프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여자 다크 엘프의 목에 새겨져 있었던 낙인이 거짓말처럼 지워졌다. 브리엘의 비약에 가이아의 권능이 더해지자 버티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다.
브리엘은 다른 다크 엘프들에게도 차례로 비약을 뿌렸다.
그들도 여자 다크 엘프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가이아의 빛을 받아 편안해졌다.
“하아!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 다크 엘프의 낙인까지 지운 후에야 브리엘과 레빈이 땀을 훔치며 일어났다.
제온이 그들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다들 고생했다.”
“후우! 낙인이 지워져 다행이야.”
“이걸 오크들이 새겼단 말이지? 무섭네!”
―삐이!
낙인이 모두 지워진 다크 엘프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제온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도 조금 쉬자.”
“응!”
“아, 배고파!”
―삐이!
모두 힘을 써서 배가 고팠다.
제온은 그들을 위해 아공간을 열었다.
그의 아공간에는 클렉시 영감이 그들을 위해 만들어 준 음식이 잔뜩 들어 있었다.
제온은 브리엘과 레빈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눠 줬다.
“일단 이걸로 배를 채워.”
“응!”
“고마워요, 형!”
브리엘과 레빈이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받았다.
평소라면 그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조용히 지켜볼 가이아가 제온에게 몸을 비벼 왔다.
“왜?”
―삐이!
“너도 힘을 써서 배고프다고?”
―삐!
“그럼 어떡하지?”
―삐이! 삐이이!
“내 아공간에 네가 먹을 만한 게 남아 있다고?”
―삐!
가이아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가이아는 이미 그의 아공간에 있던 많은 아이템과 마정석을 포식했다.
쓸 만한 것은 가이아가 이미 먹어 치워 남은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남은 것이 있다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뭔데?”
―삐이! 삐이이! 삐!
“설마 사신의 낫을 말하는 거야?”
―삐이!
“그건 너무 위험해. 저주가 어려 있어.”
놀랍게도 가이아가 원하는 것은 사신의 낫이었다.
사신의 낫은 그림리퍼를 잡은 후 얻은 아이템이었다.
대부분의 저주를 소멸시키는 사기 아이템이지만, 반동이 너무 심해 제온도 사용하기를 꺼렸다.
어지간히 심각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제온이 사신의 낫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할 정도였다.
―삐이!
“네가 소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삐! 삐!
가이아가 제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망설이는 제온에게 브리엘이 말했다.
“가이아가 평소에도 그랬어. 위험을 감수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아마도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 가이아 뜻대로 해 줘, 제온!”
“으음!”
“언제까지 아공간에 보호할 수만은 없잖아. 가이아도 성장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해.”
“후우!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가이아 뜻대로 하자. 가이아도 이제 흡수할 자신이 있으니까 말하는 걸 거야.”
같은 아공간에 있는데 사신의 낫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가이아가 조용히 있었던 것은 온전히 흡수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이아도 많이 성장했다.
이제 사신의 낫을 온전히 흡수할 자신이 생긴 것이다.
가이아의 간절한 눈을 바라보던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그렇게 하자, 가이아!”
―삐이!
제온이 아공간을 열자 불길한 기운을 흩뿌리는 사신의 낫이 보였다.
가이아는 꼬리를 흔들며 아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공간이 닫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신의 낫을 완전히 흡수하기 전까지 가이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이잉!
아공간 안에서 사신의 낫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이아가 삼킨 것이다.
이제 기나긴 흡수의 시간이 남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