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깨달음은 곧 스킬이 된다.
그러나 스킬을 얻었다고 바로 완벽하게 펼칠 수는 없었다.
스킬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플로아 덕분에 바람 걷기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브리엘이 바로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킬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모래를 삼켜야 했다.
수십 번 넘어지고, 그만큼 많은 모래가 코와 입으로 들어갔다.
이쯤이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브리엘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바람 걷기를 펼쳤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브리엘의 바람 걷기는 점점 완벽해졌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다크 엘프들도 그런 브리엘의 집념과 빠른 스킬 체화에 감탄 섞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크 엘프 마을에서도 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바람 걷기를 체득한 이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바람 걷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브리엘이 플로아의 손을 놓았다.
“이제 잡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정말 그래도 될 것 같군.”
플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녀의 도움 없이도 브리엘은 바람 걷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브리엘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었다.
브리엘의 집념과 재능으로 봤을 때 머지않아 완벽하게 바람 걷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플로아의 예감처럼 브리엘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바람 걷기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브리엘은 넘어지지도, 모래에 얼굴을 처박지도 않았다.
다크 엘프들과 비슷한 속도로 바람 걷기를 펼치는 브리엘을 보면서 레빈이 피식 웃었다.
“아주 신났네.”
“그러게.”
제온도 같이 미소 지었다.
뒤통수만 봐도 브리엘이 얼마나 신났는지 알 수 있었다.
원래라면 하이 엘프 일족에게 이와 비슷한 스킬을 배웠어야 했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인간들에게 잡혀 오면서 당연히 배웠어야 할 것을 놓쳤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브리엘의 마음속에는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아쉬움이 오늘 하나 해소되었으니, 브리엘이 신날 수밖에 없었다.
브리엘은 피곤도 잊고 바람 걷기를 펼쳤다.
그 대가는 매우 컸다.
“허억! 허억!”
결국 마나가 모두 고갈돼 바닥에 대자로 뻗은 것이다.
브리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 브리엘을 내려다보며 레빈이 말했다.
“너, 지금 미친년 같은 거 아냐?”
“시끄럿!”
“고통을 즐기는 거야?”
“시끄럽다고, 유령아! 너는 내 마음 몰라.”
“유령이라니? 거, 말씀이 심하시네.”
“너처럼 힘들이지 않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인간은 나 같은 엘프의 마음을 몰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서러웠던 줄 알아? 나 혼자만 짐덩이가 된 것 같았단 말야.”
“오구! 그랬어요? 어쨌거나 축하한다. 짐덩이에서 벗어나 드디어 일 인분을 하게 된 것을.”
“일 인분 이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거든. 네가 메고 있는 아공간 배낭 누가 만들어 준 거야? 자꾸 이러면 소형 아공간 아이템 안 만들어 준다?”
“헉! 그건 안 되지. 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게.”
레빈이 바로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그의 과장된 행동이 브리엘을 웃게 만들었다.
다크 엘프들이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했다.
하이 엘프가 겨우 인간 따위와 저렇게 격의 없이 농담하고 떠드는 것이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아는 하이 엘프는 누구보다 고고해 같은 엘프족들도 발아래로 보는 족속이었다.
하물며 그보다 열등한 인간 따윈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지구로 넘어온 후에도 그런 하이 엘프들의 성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브리엘은 하이 엘프의 정체성이나 성격 따윈 어디에 버렸는지, 인간들과 기탄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제온, 레빈, 브리엘,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너무 완벽해 보였다.
‘엘프와 인간이 저렇게 어울려 살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사막에 고립되어 이렇게 외로이 살아가는 거지?’
플로아의 일족은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이 고립된 삶을 살고 있었다.
간혹 인간이나 다른 종족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먼저 피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 문제 될 소지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그렇게 백 년 넘게 고립된 삶을 살다 보니 성향 자체가 폐쇄적으로 됐다.
플로아는 마을의 그런 분위기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다크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종족과 뒤섞여 살아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오크들의 계략에 넘어가 주도권을 빼앗겨 노예 비슷하게 전락한 후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가족처럼 화목한 브리엘과 인간들의 모습을 보니 자신들이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후우!”
혼란한 마음에 플로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제온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마을은 아직 멀었습니까?”
“거의 다 왔어. 저기 큰 모래 산만 넘으면 바로 마을이야.”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요?”
“응!”
이곳까지 오는 동안 플로아는 제온에게 마을의 정보를 알려 줬다.
마을의 규모, 구조, 인원수 등 제온이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할 것은 모두 말했다.
플로아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무사히 아이들을 구하는 거야. 다음은 추앙카, 그 늙은 오크를 죽이는 거고. 추앙카를 놓치면 또 이런 일이 반복될 거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여야 해.”
“오크들은 당신들이 죽은 줄 알 거예요. 우리가 혼란을 일으키는 사이 아이들을 구해요.”
“걱정하지 마. 낙인이 지워진 이상 오크들은 우리 적수가 못 되니까.”
그동안은 빌어먹을 낙인 때문에 오크들을 상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낙인은 지워졌고, 다크 엘프 전사들은 지닌바 힘을 백 프로 쓸 수 있었다.
그동안 당했던 수모를 갚아 줄 절호의 기회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높은 모래 산을 올랐다.
모래 산에 오르자 다크 엘프들의 마을이 보였다.
다크 엘프들의 마을은 특이했다.
다른 엘프들은 토굴을 파거나, 모래로 만든 벽돌로 쌓은 집에서 살았다.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모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마을이 사막과 구별되지 않는 누런 색을 띠고 있었다. 반면 다크 엘프들의 마을은 훨씬 더 다채로운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집 표면부터 모래로 만든 집들과 확연히 달랐다. 윤기가 자르르 한 것이 짐승의 가죽을 무두질해 널어 놓은 것 같았다.
제온이 물었다.
“설마 마수들의 사체로 집을 지은 건가요?”
“응! 사냥한 마수들의 뼈로 기둥을 세우고, 놈들의 가죽으로 지붕과 벽을 만들었어.”
플로아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다크 엘프들은 타고난 전사였다.
그들은 마을을 위협하는 대형 마수들을 사냥해 놈들의 가죽으로 집을 만들었다.
대형 마수의 가죽 하나면 일가족이 살아도 될만큼 넓은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다크 엘프들은 목숨을 걸고 대형 마수들을 사냥했다.
백 년 동안 그렇게 마수들을 사냥해 집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마을엔 대형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집들만 즐비했다.
어떤 집들은 대형 마수의 머리를 그대로 박제해 올려놓기도 했다. 그 때문에 언뜻 보면 대형 마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여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났다.
제온이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미처 예상 못 했네요. 설마 마수의 가죽으로 집을 만들 줄이야.”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마수의 가죽 외엔 비바람을 피할 재료를 구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덕분에 우리 일족이 이제까지 명맥을 이어 올 수 있었어.”
누가 뭐라 해도 플로아와 다크 엘프들은 떳떳했다.
그들은 살기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한 거였으니까.
생존을 위해선 끝없이 투쟁하고 진화해야 했다.
진화를 멈추는 순간 도태되고, 일족의 미래는 사라진다.
덕분에 플로아 일족은 이제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비록 오크들의 계략에 의해 미래를 위협받고 있지만 말이다.
플로아가 가장 큰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매머드의 가죽으로 만든 저 집에 아이들이 갇혀 있어. 약속대로 당신들이 소란을 일으키면 우리가 몰래 접근해 아이들을 구하겠어.”
“더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시작하죠.”
제온이 지배력을 끌어올리자 일대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엄청난 양의 모래가 시야를 뿌옇게 가리자 플로아와 다크 엘프들이 깜짝 놀랐다.
‘도대체 등급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이 정도의 모래를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괴물이 따로 없구나.’
제온이 모래술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모래를 마음대로 부릴 수준이라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제온이 일으킨 모래는 마치 해일처럼 다크 엘프들의 마을로 밀려갔다.
순식간에 불어닥친 모래 폭풍에 마을을 지키던 오크들이 당황했다.
“취잇! 뭐냐?”
“웬 모래바람이…….”
그때였다.
번쩍!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모래바람 속에서 보랏빛 섬광이 번뜩였다.
이젠 레빈의 상징이 된 퍼플 라이트닝이었다.
보랏빛 전류가 경계를 서고 있던 오크들에 작렬했다.
“끄갸갸갸!”
“꾸에엑!”
무방비 상태로 퍼플 라이트닝에 당한 오크들이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오크들은 새까맣게 탄 채 쓰러져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다행히 퍼플 라이트닝을 피한 오크들이 크게 소리쳤다.
“취잇! 습격이다.”
“적이다.”
오크들의 외침에 집에서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그 순간 유령화한 레빈이 다시 한번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렸다.
번쩍!
보랏빛 섬광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오크들도 이번엔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놈들은 방패를 들어 보랏빛 뇌전을 막았다.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방패는 잠시나마 뇌전에서 그들을 보호했다.
간혹 방패를 타고 흐른 전류가 오크들의 몸을 파고들었지만, 그냥 이를 악물고 견뎠다.
그야말로 무식할 정도로 튼튼한 몸뚱이였다.
“취잇! 이리 와라.”
“내 앞에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퍼플 라이트닝에서 살아남은 오크들은 다크 엘프들을 앞에 내세웠다.
다크 엘프들을 고기 방패로 이용하는 것이다.
유령화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던 레빈이 혀를 찼다.
“쯧! 돼지 새끼들이 영악하네.”
전류는 대상을 타고 흐르는 속성이 있었다.
다크 엘프들을 피해 오크들에게 정확히 맞는다고 하더라도, 주위에 있던 다크 엘프들까지 감전시킬 것이다.
낙인이 새겨진 다크 엘프들은 레빈의 퍼플 라이트닝을 견딜 수 없었다.
레빈의 공격이 주춤하자 오크들이 소리쳤다.
“인간이 멈췄다. 공격하라!”
슈슈슈!
오크들은 뼈로 만든 창을 던졌고, 다크 엘프들은 화살을 날렸다.
레빈은 유령화한 상태로 공중을 유영해 오크와 다크 엘프들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때 추앙카가 밖으로 나왔다.
“취익! 무슨 소란이냐?”
“습격입니다. 췻!”
“습격?”
추앙카가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봤다.
마치 스펙터처럼 반투명해진 상태로 허공을 유영하는 레빈이 보였다.
“크읏! 저 인간은 분명 철갑 개미굴에서 보았던…….”
추앙카의 눈동자가 교활하게 빛났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취잇! 저자 하나만 오지 않았을 거다.”
“인간들이 또 있단 말입니까?”
“검은 엘프들을 이용하라. 놈들에게 인간을 찾아내게 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킁!”
추앙카의 재촉에 오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때였다.
쿠우우!
갑자기 마을 앞에 있던 커다란 모래 산에서 불길한 소음이 들려왔다.
“뭐냐?”
“사, 산이 운다.”
불길한 예감에 오크들의 몸이 굳었다.
콰아아아!
그 순간 모래 산이 무너지며 엄청난 양의 모래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꾸웩!”
“피하라!”
엄청난 양의 모래는 외곽에 있던 오크들을 집어삼킨 후 마을로 밀고 들어왔다.
오크와 다크 엘프 들이 모래에 휩쓸려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다크 엘프들의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