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추앙카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머리가 사라진 추앙카의 몸이 어찌할 줄 모르고 허우적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다크 엘프 마을을 점령했던 늙은 오크의 최후치곤 너무 허무했다.
제온은 추앙카의 시체에 다가갔다.
추앙카와 싸우는 와중에도 유독 눈에 들어오던 것이 있었다.
바로 추앙카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였다.
인간과 마수의 뼈를 섞어 만든 목걸이에서는 아까부터 불길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추앙카의 숨이 끊어졌음에도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악!”
“살려 줘!”
낙인이 새겨진 다크 엘프들은 온몸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에 절규했다.
제온은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순간 마치 뜨겁게 달궈진 인두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뼈 목걸이의 검은 기운이 제온의 손을 파고들려고 했다.
검은 기운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감각이 교란됐다.
마치 멀미를 하는 것처럼 구역질이 났고, 귀에선 이명이 울려 퍼졌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시꺼메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주인가?’
이미 그림리퍼의 저주를 경험한 제온이었다.
그에게 이 검은 기운이 저주의 일종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온은 뼈 목걸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저주 외에도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온이 뼈 목걸이에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이었다.
“…….”
순간 까맣기만 하던 제온의 시야에 어떤 환영이 나타났다.
사막을 헤매는 늙은 오크.
늙은 오크는 죽어 가고 있었다.
그의 육체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동족은 그를 더 이상 돌보지 않았고, 사막에 홀로 낙오됐다.
늙은 오크는 그늘진 곳을 찾아 걸었지만, 사막 어디에도 그가 쉴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늙은 오크의 마음에 절망이란 감정이 깃들었다.
오랜 세월 전사로 살아온 늙은 오크는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 싫었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숨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늙은 오크는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모든 기력이 다한 그 순간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남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에 온몸의 수분이 고갈되고, 눈동자의 초점이 사라져 세상 모든 것이 흐리게 보였다.
그때 ‘그’가 나타났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오크인지, 인간인지, 엘프인지 알 수 없었다.
늙은 오크의 초점을 잃은 눈엔 뚜렷한 형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늙은 오크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오크에겐 ‘그’의 정체 따윈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늙은 오크의 목에 뼈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 줬다.
뼈 목걸이를 거는 순간 늙은 오크는 전신에 엄청난 활력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말라붙은 샘처럼 생명력이 고갈되었던 육체에 폭우가 내린 듯 커다란 호수가 생겨났다.
호수는 늙은 오크에게 활력을 불어넣었고, 덕분에 극적으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력을 찾은 늙은 오크는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홀연히 사라져서 찾을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 신기루나 환영을 본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목에 걸린 뼈 목걸이가 증명해 줬다.
‘그’는 환영이 아니었다.
분명 실존하는 존재였다.
‘그’는 늙은 오크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목숨을 구해 준 대가 같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늙은 오크를 살려 줬을 뿐이다.
그 순간부터 늙은 오크의 삶의 방향은 정해졌다.
어떻게든 살아서 다시 ‘그’를 영접하는 것이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그’를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그 어떤 오크보다 화려하고, 강한 세력을 이뤄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의 자식이 이렇게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다.
그때부터 늙은 오크는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다른 오크들보다 오래 산 늙은 오크는 경험이 매우 풍부했고, 아는 것이 많았다.
뼈 목걸이는 효능은 비단 활력을 북돋아 주는 것만이 아니었다.
늙은 오크의 뇌세포를 자극해 활성화했다. 덕분에 늙은 오크는 예전에 비할 수 없이 똑똑해졌다.
비약적으로 높아진 지능으로 늙은 오크는 세력을 불려 갔다.
다크 엘프들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늙은 오크의 지능이 높아진 덕분이었다.
제온이 중얼거렸다.
‘이건 추앙카의 기억이군.’
손에 쥔 뼈 목걸이가 바로 추앙카의 기억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속삭이고 있었다.
너도 늙은 오크처럼 똑똑해질 수 있다고.
추앙카가 한 일을 너도 할 수 있다고.
바로 뼈 목걸이를 목에 걸기만 하면 말이다.
뼈 목걸이는 제온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아이템의 유혹에 넘어갈 정도로 제온의 정신력은 약하지 않았다.
제온은 뼈 목걸이의 유혹을 거부했다.
오히려 뼈 목걸이를 준 ‘그’의 존재를 탐색하려 했다.
콰직!
그 순간 뼈 목걸이에 균열이 가며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제온이 뼈 목걸이를 멀리 던져 버리며 소리쳤다.
“모두 엎드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이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콰아앙!
뼈 목걸이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직후 엄청난 화염과 충격파가 마을을 강타했다.
마수 가죽으로 만든 집이 불타거나 찢겨 나갔다.
뼈 목걸이가 멀리서 터졌음에도 다크 엘프의 마을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만일 제온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마을 안에 있던 엘프들 대부분이 죽거나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아우! 제기랄. 하마터면 뒈질 뻔했네.”
레빈이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거친 말과 달리 그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것은 브리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대부분의 엘프들이 낙인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플로아가 다급히 브리엘에게 말했다.
“어서 저들의 낙인을 지워 줘.”
“모두 내 앞에 눕혀.”
브리엘이 대답과 함께 고깔모자 속에서 비약들을 꺼냈다.
이제까지가 제온과 레빈의 일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바로 그녀의 영역이었다.
시간을 끌수록 낙인을 지우는 것이 힘들어진다.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브리엘은 상념을 지우고 다크 엘프들을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
백 명이 넘는 다크 엘프들의 낙인을 지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중간에 비약이 떨어져 다시 만들어야 했다.
늦어지는 시간만큼 다크 엘프들 역시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야 했다.
가이아가 도와줬다면 훨씬 수월하게 낙인을 지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이아는 사신의 낫을 소화시켜야 했기에 브리엘을 도울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브리엘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낙인을 지워야 했다. 그래서 몇 배는 더 심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착실히 다크 엘프들의 낙인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사이 제온과 레빈은 마을에 널브러진 오크들의 시체를 치웠다.
제온은 거대한 모래 구덩이를 판 후 오크들의 시체를 모두 몰아넣었다. 그 후 다시 모래를 움직여 완전히 덮어 버렸다.
그렇게 오크들의 시체를 모두 치웠지만, 제온과 레빈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바로 완전히 파괴된 마을 때문이었다.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집들은 찢기고 불에 타서 재활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크 엘프들의 터전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하아!”
“후우!”
다크 엘프들이 완전히 파괴된 마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 년이나 넘게 지켜 온 터전이 파괴된 것을 지켜보는 것이 그들을 괴롭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재건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크 엘프들은 의욕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나마 플로아와 전사들이 다크 엘프들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든 것을 잃은 다크 엘프들은 살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그동안 마을을 이끌어 왔던 다크 엘프 장로들은 몇십 년은 폭삭 늙은 얼굴로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엘프들을 바라보는 플로아와 전사들의 마음도 아팠다.
그 순간에도 브리엘의 치료는 계속되고 있었다.
브리엘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치료를 기다리는 다크 엘프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덕분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
고통을 못 이겨 기절한 이가 스무 명도 넘게 남아 있었다. 남은 다크 엘프들에 새겨진 낙인일수록 더 지독했다.
그들을 모두 치료하기 전에는 쉴 수조차 없었다.
그 때문에 브리엘은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낙인을 지우는 데 몰두했다.
오죽했으면 레빈이 그녀를 만류했을 정도였다.
“이러다가 네가 먼저 쓰러져. 아무것도 먹지 않았잖아. 제발 조금만 쉬어.”
“그럴 수는 없어.”
브리엘이 단호히 거부했다.
“으으!”
“차라리 날 죽여 줘.”
아직 치료받지 못한 다크 엘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브리엘은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비록 자격을 상실했을지언정 브리엘에겐 하이 엘프라는 자긍심이 있었다.
하이 엘프는 도움을 청하는 동족의 손길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능력이 닿는 한 어떻게든 동족을 도울 의무가 있었다.
문득 브리엘의 생각이 아공간 안에 있는 아이템에 미쳤다.
“그래! 시엘라의 화로를 이용하면 이들의 비약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거야.”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공간 안에는 하이 엘프의 보물인 시엘라의 화로가 있었다.
시엘라의 화로를 이용해 비약을 강화하면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브리엘은 급히 시엘라의 화로를 꺼냈다.
푸화학!
그녀의 의지가 발동하자 시엘라의 화로에서 순백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브리엘은 시엘라의 화로에 비약을 올려 뒀다.
비약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향긋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비약의 냄새를 맡은 다크 엘프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상당히 경감되었기 때문이다.
브리엘은 정신을 집중해 시엘라의 화로 불길을 조절했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화로에 올려진 비약 외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브리엘의 모든 신경, 모든 사고가 시엘라의 화로와 비약을 향해 있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을 잊었다.
이상하게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부글부글 끓던 비약의 색깔이 바뀌는 것을 본 순간 브리엘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비약의 효능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급히 비약을 가지고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는 다크 엘프들에게 달려갔다.
낙인에 뿌리고, 복용시켰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푸시시!
이전의 비약엔 요지부동이던 낙인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됐다.”
브리엘의 얼굴에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모두의 낙인이 지워지고 있었다.
그들을 괴롭히던 고통의 근원이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조금 전까지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허덕이던 다크 엘프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크 엘프들이 호전되는 모습을 본 플로아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플로아가 자신도 모르게 브리엘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 은혜 반드시 갚을게.”
“뭐, 은혜랄 것까지야…….”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브리엘이 얼굴을 붉혔다.
제온과 레빈은 미소를 지은 채 브리엘을 바라봤다.
“결국 해냈군.”
“정말 대단하다니까요. 조그만 게 보통 독하고 끈질긴 게 아니라니까.”
한때 인간 세상에서 갈 길을 잃었던 어린 엘프는 이제 다른 엘프들을 구원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구원을 받은 다크 엘프들이 브리엘의 주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수많은 다크 엘프들 속에서 브리엘은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제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뼈 목걸이를 통해서 보았던 ‘그’ 때문이었다.
‘놈의 정체는 뭐지? 도대체 뭘 원하고 오크에게 그런 아이템을 준 거지?’
혹시 ‘그’의 정체가 반마룡 나이젤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제온이 기억하는 나이젤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나이젤에 이어 그라는 존재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제온의 시야 밖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