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브리엘은 고치에 손을 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르의 동요가 느껴졌다.
그녀는 지금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르가 불안해하면 정령도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브리엘이 속삭였다.
“괜찮을 거야, 언니! 왜냐고? 제온과 레빈이 저기 있으니까. 그들이 마수가 이 검은 숲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을 거야.”
“…….”
“언니도 제온 알지? 그래! 그는 더 강해졌어. 그러니까 그를 믿고 그 아이를 안심시켜 줘.”
그 순간 고치의 떨림이 사라졌다.
브리엘은 고치에서 손을 떼고 옆에 앉았다.
쾅!
크워워!
폭음과 마수들의 포효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하늘에선 제온과 레빈이 날아다니면서 비행형 마수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마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비형형 마수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원래는 브리엘도 전투에 참가하려 했다. 하지만 제온이 말렸다.
“하르를 안정시키는 게 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 그녀가 동요하지 않고 정령의 탄생을 도울 수 있도록 네가 지켜봐 줘.”
실제로 마수들이 입구에 나타났을 때부터 하르는 눈에 띄게 동요했다.
그래서 브리엘은 이곳에 남았다.
하르가 동요할 때마다 말을 걸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하프 엘프인 하르와 하이 엘프인 브리엘은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쾅! 콰앙!
“물러서지 마.”
“죽어도 지켜!”
밖에서 폭음과 사람들의 악에 받친 고함이 들려왔다.
정말 죽기 살기로 마수들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아이야! 저렇게 많은 이들이 너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단다. 그러니 부디 너도 힘을 내렴.”
후우웅!
마치 브리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고치가 환하게 빛났다.
브리엘이 다시 검은 숲 입구를 바라봤다.
“모두 힘을 내!”
***
제온은 모래 폭풍을 밟고 허공에 떠 있었다.
수많은 비행형 마수들이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번쩍!
레빈이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리지만, 추락하는 마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행형 마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빠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움직임만 빠른 게 아니라 반응 속도 또한 미쳤다.
처음엔 퍼플 라이트닝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놈들도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로 퍼플 라이트닝이 터지는 그 순간을 감지해 미리 회피하는 것이다.
몸이 둔한 놈들은 그래도 피하지 못했지만, 빠른 놈들은 회피 기동에 성공했다.
레빈의 손을 빠져나온 놈들은 제온 차지였다.
제온은 샌드 토네이도로 놈들을 묶어 두고 갈아 버렸다.
수많은 비행형 마수들이 모래에 갈려 나갔다. 하지만 하늘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비행형 마수들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레빈 뒤에서 검은 숲에 가까이 접근하는 비행형 마수들을 막아 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건 검은 숲 입구 쪽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다크 엘프와 인간 각성자 들은 최선을 다해 마수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수들의 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해일처럼 밀려오는 마수들을 전부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다크 엘프와 각성자 들은 점차 뒤로 밀렸다. 하지만 그들은 악으로 버텼다.
쾅!
덩치가 큰 무투계 각성자가 제 몸보다 커다란 방패로 싸이클롭스의 몽둥이 공격을 막아 냈다.
엄청난 충격에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자신이 무너지면 전열이 통째로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그극!
허벅지와 허리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었다.
“수고했어. 이제 내게 맡겨 둬!”
그의 등 뒤에 있던 플로아가 튀어 나가며 말했다.
그녀는 싸이클롭스의 몽둥이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 순간 싸이클롭스의 외눈과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뭘 봐? 외눈박이야!”
플로아가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쿠워어!
동공을 베인 싸이클롭스가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하나뿐인 눈을 잃으면서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싸이클롭스가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각성자들과 플로아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싸이클롭스의 몽둥이는 애꿎은 다른 마수들에 작렬했다.
꾸웨엑!
크헝!
졸지에 몽둥이에 얻어맞은 대부분의 마수들이 곤죽이 됐지만, 멀쩡한 개체도 있었다.
바로 같은 싸이클롭스였다.
불시에 동족에게 공격당한 싸이클롭스가 불같이 화를 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놈의 몽둥이가 눈을 잃은 싸이클롭스의 어깨에 작렬했다.
쿠워어!
눈을 잃은 싸이클롭스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했다.
쾅! 콰앙!
두 마리 싸이클롭스는 한데 뒤엉켜 치열하게 싸웠다.
대형종 두 마리의 싸움은 조그만 마수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놈들의 드잡이질에 휘말린 소형종 마수들이 무참히 터져 나갔고, 중형종 마수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플로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싸이클롭스를 예의 주시했다.
눈을 잃은 싸이클롭스의 난동 덕분에 잠시 시간을 벌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싸이클롭스는 B급 마수였다.
강력한 육체에 역장까지 어려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플로아처럼 오러 블레이드를 펼칠 수 있는 각성자가 아니면 상처를 입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인간이나 엘프가 상대했을 때 이야기였다.
동족인 싸이클롭스의 공격은 역장마저 뚫을 정도로 강력했다.
결국 눈이 먼 싸이클롭스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동족을 죽인 싸이클롭스가 화가 잔뜩 나서 플로아 등에게 돌진했다.
“온다! 준비해!”
플로아가 검을 곧추세우며 소리쳤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다시 싸이클롭스와 각성자, 다크 엘프 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제온은 허공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마음 같아서는 지상에 있는 자들을 돕고 싶었지만, 아직은 내려갈 수 없었다.
그리핀에 칼날 군함조, 와이번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좋아! 너희들이 먼저 죽나, 내가 먼저 뒈지나, 한번 해보자.”
그나마 칼날 군함조까지는 힘을 아끼면서 상대할 수 있었지만, 와이번은 차원이 다른 마수였다.
강력한 역장과 사기적인 육체적인 능력, 거기에 포악함과 지능까지 갖췄다.
와이번이 괜히 하늘의 폭군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놈들의 몸에 어린 역장엔 평범한 퍼플 라이트닝이 통하지 않았다.
레빈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번쩍! 콰르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뇌전이 내리쳤다.
마치 뇌신이 강림한 듯한 풍경이었다.
제온도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콰아아아!
그가 만들어 낸 샌드 토네이도가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비행 마수 수백 마리를 집어삼켰다.
그리핀도, 칼날 군함조도 샌드 토네이도에 갈려 나갔다. 하지만 와이번은 예외였다.
놈들은 영악하게도 제온의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샌드 토네이도가 자신들 쪽으로 접근하려고 하면 아예 먼 곳으로 도주했다. 그러다가 샌드 스톰이 다른 마수들을 갉아 버릴 때면 제온에게 다가와 공격했다.
그렇게 와이번이 제온의 정신을 빼놓는 사이 몇몇 놈들이 멀찍이 우회해 검은 숲에 접근하고 있었다.
유난히 덩치가 큰 와이번은 바로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마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교활함이었다.
“쯧!”
제온이 지상으로 활강하는 우두머리 와이번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지상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레빈!”
“네! 형.”
“검은 숲으로 내려가야겠다. 이곳은 네게 맡기마.”
“걱정하지 마요, 형! 여기는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요.”
“그래! 부탁하마.”
레빈의 대답을 듣자마자 제온의 신형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슈우우!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제온의 시야에 와이번의 거대한 동체가 보였다.
쾅!
제온은 전력으로 와이번의 등에 부딪혔다.
키에엑!
그의 몸무게에 가속도까지 더해져 충돌하자 와이번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비명을 질렀다.
제온은 초열의 건틀렛을 낀 주먹으로 와이번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엉!
폭음과 함께 와이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제온은 머리를 잃은 와이번의 동체를 박차고 우두머리 와이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온의 기습을 알아챈 우두머리 와이번이 고개를 돌려 포효했다.
쿠워어어!
놈의 포효에 담긴 고주파가 제온의 고막을 때렸다.
우두머리 와이번의 스킬 중 하나였다.
순간 제온이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큭!”
고막을 통해 침투한 고주파가 제온의 뇌를 잠시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와이번들이 제온을 공격해 왔다. 제온을 죽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놈들은 우두머리의 고주파에 당하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뿐 아니라 육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쿠워어어!
놈들이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제온을 물어뜯으려 했다.
사람의 몸뚱이쯤은 순식간에 찢어발길 만큼 커다란 이빨이 마치 톱니처럼 빼곡히 나 있었다.
저기에 걸리면 인간의 뼈 따윈 순식간에 분쇄되고 만다.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는 제온은 놈들의 손쉬운 먹잇감처럼 보였다. 하지만 놈들의 이빨이 몸에 닿기 전 제온은 어느새 정신을 차렸다.
단지 정신을 차렸을 뿐만 아니라 신체 상태 또한 평소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었다.
화르륵!
제온의 주위로 불비가 쏟아졌다.
파이어 레인 스킬이었다.
불비는 제온을 공격하던 와이번의 몸통과 날개에 작렬했다.
크아아!
케엑!
불비에 적중당한 와이번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으로 만들어 낸 불길은 놈들의 가죽을 녹이고 근육을 불태웠다.
와이번들은 허우적거리며 불을 끄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길은 더욱 크게 번져 와이번을 집어삼켰다.
쿠구구궁!
와이번들이 불길에 휩싸인 채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제온은 추락한 와이번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우두머리 와이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놈은 어느새 검은 숲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새하얀 고치가 보이자 우두머리 와이번은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제온이 뒤따라오는 것을 알기에 우선 정령이 탄생하는 고치부터 삼키고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놈의 커다란 입이 새하얀 고치를 삼키기 직전이었다.
“흥!”
갑자기 코웃음과 함께 무언가 우두머리 와이번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브리엘이 던진 약병이었다.
약병엔 독액이 들어 있었다.
연금술에 사용할 목적으로 마수들에게서 추출한 독액이었다.
종류가 다른 마수들의 독액이 섞여 있어 해독이 불가능하단 사실도 모르고 우두머리 와이번이 이빨로 물었다.
쩌엉!
유리병이 깨지면서 독액이 우두머리 와이번의 입안에 퍼져 나갔다.
독액은 순식간에 우두머리 와이번의 혀와 입천장을 녹였다.
크워어어!
우두머리 와이번이 고통에 겨워 몸부림쳤다.
제온은 그런 우두머리 와이번에게 샌드 토네이도를 펼쳤다.
가아아앙!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모래가 우두머리 와이번의 몸을 분쇄했다. 평소의 우두머리 와이번이라면 역장과 강력한 몸체로 어떻게든 탈출할 기회를 노렸을 테지만, 독액이 입천장을 녹이고 뇌까지 도달해 그럴 여유가 없었다.
결국 우두머리 와이번은 샌드 토네이도에 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브리엘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
“잘했다.”
“히히!”
제온의 칭찬에 브리엘이 귀엽게 웃었다.
그때였다.
구구궁!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검은 숲 전체가 흔들렸다.
제온의 표정이 싹 변했다.
검은 숲 전체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S급 마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