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콰아앙!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대지가 터져 나가며 거대한 돌산이 검은 숲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뭐야?”
“크윽!”
갑자기 나타난 돌산에 각성자들과 다크 엘프들이 기겁했다.
모래로 이뤄진 사막 한가운데 돌산이 존재할 리 없었다.
놈은 마수였다.
이동 요새인 아르켈론에 필적하는 거대한 몸체를 가진 마수였다.
마치 악어를 수천 배로 뻥튀기시켜 놓은 것 같은 형태를 가진 마수는 암석으로 이뤄져 있었다.
쿵! 쿵!
암석으로 이뤄진 악어는 그대로 검은 숲을 향해 돌진했다.
꾸엑!
키아악!
수많은 마수가 암석 악어에 짓밟혀 으깨졌다.
대형 마수가 소형 마수들을 짓밟는 것처럼 암석 악어는 대형 마수를 짓밟았다.
대형 마수도 암석 악어 앞에선 파리나 다름없는 것이다.
쾅! 쾅! 쾅!
암석 악어가 움직일 때마다 모래에 거대한 구덩이가 팼다.
“저런 마수가 있다니?”
“암석으로 이뤄진 마수라니.”
인간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다크 엘프들마저 놈의 정체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쿠라얀에서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마수였다.
골렘이 떠오르긴 했지만, 저렇게 거대한 골렘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조차 없었다.
“지구에서 탄생한 신종 마수인가?”
“그렇다고 해도 저건…….”
다크 엘프들이 기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악석 악어를 바라봤다.
그때 플로아가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공격하지 않고.”
“네, 넷!”
“고, 공격해!”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각성자들과 다크 엘프들이 검은 숲을 향해 다가오는 암석 악어를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콰콰쾅!
엄청난 위력을 가진 스킬이 암석 악어의 전신에 작렬했지만, 놈은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기껏해야 표피의 암석이 조금 부서져 나간 것이 다였다.
“미친!”
“저걸 어떻게 막아?”
각성자들과 다크 엘프들 얼굴에 절망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을 독려하던 플로아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놈에게도 분명 약점은 존재할 거야.’
암석 악어의 머리에 착지한 플로아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걱! 서거억!
그녀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를 때마다 암석이 한 아름씩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암석 악어에게 어떤 충격도 주지 못했다.
암석 악어는 플로아를 머리에 태운 채 검은 숲을 향해 돌진했다.
제온이 기껏 만들어 낸 넓은 해자조차 암석 악어에겐 그냥 조그만 개울을 넘어가는 것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암석 악어가 해자를 넘어섰다.
‘끝인가?’
플로아의 얼굴에도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검은 숲이 코앞이었다.
이제 갓 싹을 틔운 나무들이 보였다.
새싹이 암석 악어의 발에 짓밟혀 사라질 거라고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
그때였다.
“피해요!”
제온의 음성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플로아는 생각할 것도 없이 암석 악어의 머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쿠구구궁!
그 순간 암석 악어가 딛고 있던 모래가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암석 악어가 그대로 모래 속으로 처박혔다.
“제온 님?”
플로아가 반색했다.
이곳에서 모래를 저렇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제온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의 짐작처럼 목소리의 주인은 제온이었다.
겊은 숲 초입에 나타난 제온은 차가운 눈빛으로 암석 악어를 바라봤다.
크워어어!
거대한 모래 구덩이에 처박힌 암석 악어가 포효했다.
놈은 구덩이를 기어오르기 위해 몸부림쳤다.
제온이 응집력을 약하게 해 모래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암석 악어가 완전히 위로 올라오는 순간 검은 숲은 처참하게 짓밟힐 것이다.
암석 악어가 완전히 올라오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악어와 골렘이 융합한 것인가?”
마치 정령과 죽어 가던 고래가 결합해 모비딕이 탄생한 것처럼, 암석 악어 역시 악어와 골렘이 융합한 것처럼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모비딕이 온전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던 데 반해, 암석 악어는 본능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놈의 눈동자엔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총기나 생명력이 보이지 않았다.
골렘의 몸체로 악어처럼 움직이지만, 단지 그뿐이다.
암석 악어에겐 영혼이 없었다.
그래서 놈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갓 태어난 정령을 잡아먹기 위해.
정령은 가장 순수한 생명체.
어떻게 보면 영혼과 가장 비슷했다.
정령을 잡아먹고 소화한다면 암석 악어에게도 영혼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지만, 암석 악어는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암석 악어의 시선이 제온을 향했다.
무기질 암석으로 이뤄진 눈에 어린 감정은 분노였다.
놈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제온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가장 큰 방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퍼버버벙!
갑자기 폭음과 함께 암석 악어의 등껍질이 폭발하며 암석이 날렸다.
암석 악어가 표피의 바위를 포탄처럼 발사한 것이다.
집채만 한 바위 수백 개가 마치 비처럼 제온에게 쏟아졌다.
“미쳤군!”
제온이 이를 악물었다.
바위를 피하는 것은 제온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피하는 순간 뒤에 있는 검은 숲이 엄청난 양의 바위에 쑥대밭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 갓 새싹을 틔운 검은 숲이 철저하게 망가지는 것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다.
“챠앗!”
제온이 샌드 블라스터를 날리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가 치솟아 바위들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벼운 모래로 수백 배나 무거운 바위를 막는다거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온은 샌드 블라스터가 격중하는 순간 분진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초열의 건틀렛 덕분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콰앙!
쾅!
샌드 블라스터가 바위와 부딪치는 즉시 폭발했다.
폭발에 바위가 산산이 부서지거나 비행 궤적이 바뀌었다.
허공에서 바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사방으로 엄청난 양의 돌 조각이 튀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검은 숲엔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워억!
암석 악어가 괴성을 지르며 모래 구덩이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암석들을 발사한 후 구덩이를 기어오른 것이다.
암석 악어의 거대한 눈과 제온의 눈이 바로 앞에서 마주쳤다.
불완전한 존재의 공허한 시선이 느껴졌다.
암석 악어가 왜 정령을 노리는 건지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용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쪽도 정령이 간절히 필요했다.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이 될 존재를 암석 악어 따위에게 내줄 수는 없었다.
“이쪽도 필사적이거든.”
딱!
순간 제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가아앙!
암석 악어가 디딘 모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모래가 회전하면서 애써 올라왔던 암석 악어가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 암석 악어를 모래가 무섭게 회전하면서 뒤덮었다.
어지간한 마수 따윈 순식간에 피 모래로 만들어 버리는 샌드 믹서였다. 하지만 전체가 바위로 이뤄진 암석 악어에게 샌드 믹서는 통하지 않았다.
티티틱!
불꽃과 함께 표면이 갈려 나갔지만, 암석 악어 전체로 보면 티도 나지 않을 만큼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워억!
암석 악어가 포효하며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모래를 빠져나오려 했다.
제온도 샌드 믹서만으로 암석 악어를 어찌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샌드 게헤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암석 악어를 둘러싼 모래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부글! 부글!
걸쭉하게 녹은 모래가 마치 용암처럼 들끓었다.
초고열의 용암에 암석 악어가 녹아내렸다. 그러나 암석 악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쿵! 쿵!
암석 악어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신체가 녹아내려도 움직이는 데 어떤 지장도 주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암석으로 이뤄져 있기에 녹아내리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거대한 다리가 채 삼분의 일도 녹기 전에 암석 악어는 샌드 게헤나를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 놈이 샌드 게헤나를 빠져나오면 검은 숲에 큰 재앙이 일어난다.
제온은 지배력을 끌어 올려 샌드 게헤나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샌드 믹서처럼 용암이 맹렬히 회전하는 것이다.
용암은 더 끈적하게 암석 악어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느 정도 빠져나갔던 암석 악어가 다시 샌드 게헤나로 끌려들어 왔다.
초고열의 용암에 암석 악어의 다리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다.
쿠워어어!
암석 악어가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더욱 용암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 갔다.
다리가 전부 용암에 잠기고, 머리와 몸통만 드러나 있었다.
이제 전부 녹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제온은 안심하지 않았다.
명색이 S급 마수였다.
자아가 온전치 않고, 영혼이 없다지만 그래도 위기 상황에서 가만 앉아서 당하고 있을 리 없었다.
제온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암석 악어가 고개를 들어 제온을 올려다봤다.
무기질 눈동자에 제온을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놈의 엄청난 적의와 분노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어지간한 각성자의 이성을 놓게 할 정도로 암석 악어의 적의는 엄청났다.
퍼버버버벙!
암석 악어의 눈이 붉게 물든다 싶더니 암석으로 이뤄진 거대한 몸체가 갑자기 폭발했다.
산만 한 몸통이 폭발하면서 자동차만큼 큰 바위들이 검은 숲으로 날아들었다.
조금 전 등껍질을 폭발시켜 날릴 때와 차원이 다른 크기와 위력이었다.
“이런?”
미리 대비하고 있던 제온도 설마 암석 악어가 자폭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샌드 게헤나에 몸이 녹게 생겼다지만, 겨우 자신을 죽이기 위해 자폭을 선택하다니.
제온이 아는 마수의 생리에 맞지 않았다.
그때였다.
투둑! 투둑!
암석 악어의 파편에서 갑자기 네 개의 다리, 꼬리가 튀어나왔다. 이어 길쭉한 얼굴이 생겨났다.
암석 악어를 수십 배 작은 크기로 축소시켜 놓은 소형 암석 악어였다.
“자폭이 아니라 분열인가?”
거대한 몸체로는 샌드 게헤나를 빠져나오기 힘드니 크기를 줄인 것이다.
몸체가 작아졌지만, 대신 수백 마리로 많아졌으니 암석 악어에게도 그리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었다.
바닥에 착지한 수백 마리 암석 악어들이 꾸물거리며 검은 숲으로 기어들어 가려 했다.
“제기랄! 막아.”
“씨발! 너무 많아.”
“죽엇!”
각성자와 다크 엘프 들이 작은 암석 악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작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중형종 마수 정도의 크기였다. 거기에 몸체 전체가 돌로 이뤄져 있어 어지간한 공격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암석 악어 대군은 엄청난 숫자와 방호력을 앞세워 거침없이 검은 숲으로 밀고 들어왔다.
암석 악어의 물량 공세에 저지선이 붕괴되는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모래에서 엄청난 양의 병사들이 일어섰다.
제온의 스킬 중 하나인 샌드 솔저였다.
물량 공세에는 물량 공세로 대응한다.
그것이 제온의 선택이었다.
“가랏!”
두두두!
수백 기의 샌드 솔저들이 해일처럼 암석 악어 대군을 향해 밀려갔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