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77)
377화
칼리넌과 샌드 솔저가 추락한 여파는 엄청났다.
대지가 뒤집히고, 충격파가 발생해 일대를 휩쓸며 모래가 자욱이 일어나 하늘을 가렸다.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대에 어둠이 찾아왔다.
뿌옇게 낀 모래를 헤치며 가이아가 하강했다.
가이아의 등엔 제온이 올라타 있었다.
무슈라의 거울을 사용한 후 추락하는 제온을 가이아가 받아 낸 것이다.
덕분에 제온은 무사히 대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제온이 가이아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
―삐이!
“그래!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부탁할게. 잠시 브리엘과 함께 있어.”
―삐!
가이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브리엘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제온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막 생겨난 거대한 구덩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칼리넌이 추락한 지점이었다.
창공에서 추락한 칼리넌의 모습은 처참했다.
팔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고, 복부가 터져 창자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개골이 반쯤 사라져 회백색 뇌가 보이고 있었다.
더 끔찍한 것은 그런 몰골로도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스르륵!
제온의 발소리를 듣자 칼리넌이 눈동자만 움직여 바라봤다.
그 기괴함에 제온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살아 있군요.”
“크륵! 모래……술사!”
칼리넌이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순간 제온은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칼리넌의 목소리가 싸우기 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빈사 상태에 빠져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 어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칼리넌 주위의 모래가 그가 흘린 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피를 흘리면 제아무리 칼리넌이라고 해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칼리넌의 목소리엔 그에 대한 걱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칼리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솔직히 이 몸이 이렇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몸?”
“칼리넌 말이다.”
“마치 본인이 칼리넌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군요.”
“아까부터도 느낀 거지만, 너는 무척 예리하구나. 조그만 것 하나 놓치지 않아.”
“본인이 칼리넌이 아니라고 인정하는군요. 당신은 누굽니까?”
“글쎄! 누굴 것 같나?”
“크라시아스님입니까?”
“훗!”
칼리넌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문에 코와 입에서 피가 마구 터져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칼리넌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나이젤 님의 질문이 생각나서요.”
“그가 뭐라고 했지?”
“크라시아스님이 정말 소멸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저에게 물었었습니다.”
“그것만 가지고 내가 크라시아스라고 생각했다고?”
“그거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거든요. 나이젤 님이나 칼리넌 님이 종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것이요.”
“대단하군! 그것만 가지고 내가 크라시아스라고 추론하다니. 모래술사가 대단한 건가? 아니면 네가 모래술사라서 대단한 건가?”
칼리넌은 제온의 추측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더욱 깊이 침잠되어 있었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괴물이 자신의 발아래 누워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대한 힘을 소유했기에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이렇게 망가트릴 수 있는 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제온이 칼리넌에게 물었다.
“그 보랏빛 보석이 당신의 잔재입니까? 잔류 사념이 담겨 있는…….”
“훌륭하다. 점점 더 네가 욕심나는구나. 내가 놓친 단 하나의 클래스를 가진 존재가 이렇게 훌륭하게 빛나다니. 너는 나를 통해 더 완벽해질 수 있다.”
“무슨 말입니까?”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를 초월하고 싶지 않으냐?”
“칼리넌 님처럼 말입니까?”
“그래! 너는 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
제온을 바라보는 칼리넌의 눈빛이 강렬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태양과 같은 빛이 터져 나왔다.
누구라도 홀릴 수밖에 없는 신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미간만 찌푸렸을 뿐, 홀리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거절하죠.”
“왜? 너는 욕심이 없느냐?”
“내가 아닌 존재로 신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오해하는 모양인데, 너의 자아엔 어떤 영향도 없다.”
“평소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내가 약해지는 순간이 오면 당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바로 지금처럼…….”
“흠! 제법 줏대가 센 아이구나.”
칼리넌이 미소 지었다.
다 죽어 가는 얼굴로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무척 기괴했다.
“넌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지구의 마지막 날까지 존재하는 것은 ‘나’일 테니까.”
팟!
그 순간 칼리넌의 가슴에서 보랏빛 보석이 튀어나왔다.
하늘 높이 치솟은 보랏빛 보석은 마치 유성처럼 어디론가 날아갔다.
제온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제온은 보랏빛 보석이 사라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칼리넌에게 시선을 옮겼다.
크라시아스의 잔류 사념이 담긴 보석이 사라진 칼리넌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제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크라시아스라니. 스케일이 말도 못 하게 커지는군.”
“형!”
“제온!”
레빈과 브리엘이 달려오고 있었다.
제온이 칼리넌의 시신에 손을 휘두르자 시뻘건 불길이 일어났다.
화염은 순식간에 칼리넌의 시신을 집어삼켰다.
“형,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
그사이 도착한 레빈과 브리엘이 제온의 상태부터 살폈다.
제온이 양손을 들며 대답했다.
“보다시피 멀쩡해. 너희들은?”
“우리도 괜찮아요.”
“상처 하나 없어.”
“다행이네.”
제온이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치열한 격전을 치르고도 별다른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레빈이 아직도 화염에 휩싸인 칼리넌의 시신을 보며 말했다.
“이자는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강한 걸까요?”
“나중에 설명해 주마.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검은 숲으로 돌아가자.”
“네!”
많은 의문이 남았지만, 제온이 이렇게 말하는데 더 물어보기도 뭐했다. 때가 되면 제온이 알려 줄 거라고 생각하며 레빈은 발길을 돌렸다.
그런 레빈의 눈에 가이아가 들어왔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최소 칠팔 미터는 되어 보였다.
어지간한 범고래만 한 크기였다.
“와아! 너, 엄청나게 커졌구나.”
―삐!
“그럼 이젠 어떡하냐? 집에도 못 들어갈 텐데.”
레빈의 걱정 어린 말에 브리엘도 덩달아 울상이 됐다.
제온의 집에 저 거대한 덩치가 들어가면 꽉 차서 움직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삐이이!
가이아가 브리엘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계속 만날 수 있으니까 슬퍼하지 말라고?”
―삐이!
“혹시 작아질 수는 없는 거야?”
―삐!
“그래! 역시 안 되는구나.”
―삐이이! 삐!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닌걸.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브리엘이 가이아를 꼭 껴안았다.
가이아도 커다란 지느러미로 브리엘을 감쌌다.
***
제온 일행이 돌아오자 제일 먼저 반겨 준 것은 바로 정령이었다.
정령은 마치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만난 것처럼 가이아 주위를 빙빙 돌며 좋아했다.
가이아도 그런 정령이 좋은지 허공을 유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르가 허공을 바다처럼 유영하는 가이아를 넋 놓고 바라봤다.
“저 아이가 유리가 말한 정령이군요.”
“순수 정령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정령의 힘을 가진 것은 맞아.”
“정말 아름다워요.”
“그래!”
“어쩌면…….”
“왜?”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르를 바라봤다. 그러자 하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두 아이 사이에서 새로운 정령이 탄생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게 가능해?”
“그냥 느낌이 그래요. 확실한 것은 아니에요.”
정령의 탄생은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르가 유리가 태어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그것도 정령의 알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령의 알이 어디서 왔고, 또 어떻게 탄생하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유리와 가이아는 검은 숲 주위를 유영하며 교감을 나눴다.
다크 엘프들은 그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유리 같은 정령이 또 있었다니.”
“고래 형태를 한 정령은 처음 봤어.”
“너무 아름다워!”
가이아도 다크 엘프들의 시선을 즐기듯 마음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유리가 그런 가이아의 주위를 맴돌며 빛무리를 뿌렸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빛무리는 곧 고운 입자가 되어 검은 숲에 떨어졌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우와아!”
“이것 봐! 숲이 살아나고 있어.”
“미쳤어!”
다크 엘프들이 경악해 눈을 크게 떴다.
유리의 빛 입자가 뿌려진 검은 숲이 변화하고 있었다.
검게 탄화한 나무를 뚫고 나온 새싹이 급속도로 자라났다.
사람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았던 새싹이 순식간에 묘목이 되어 가지를 사방으로 뻗었다.
뻗어난 가지에서 잎이 피어나며 금방 무성해졌다.
검은 숲 전체에 걸쳐 그런 파격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검은 숲이 녹색 숲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숲의 모습에 다크 엘프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죽었던 숲이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묵은 때를 모두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모두가 넋을 잃었다.
다크 엘프도, 인간도.
그들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 신이시여…….”
“이게 꿈이 아니기를…….”
인간들은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했다.
제온과 브리엘, 레빈도 숲이 변화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처음 보는 녹색의 향연에 그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온이 안개비처럼 뿌려지는 정령의 입자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게 정령의 힘인가? 다 죽은 숲을 완벽하게 되살리다니.”
“이거야말로 기적이네요.”
레빈의 눈가도 어느새 축축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감동을 모두 합쳐도 브리엘이 느끼는 감동에 비할 수는 없었다.
“흐흑!”
브리엘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인간이 느끼는 감동과 숲의 종족인 엘프가 느끼는 감정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브리엘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차오르고 있었다.
유리를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그녀의 가슴을 충만하게 만들고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브리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울기만 했다.
제온은 그런 브리엘을 섣불리 위로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마음껏 울게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삐이이!
그 순간에도 유리는 가이아와 함께 창공을 유영하며 생명의 빛을 마음껏 뿌려 댔다.
마치 축복이 내리는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