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제온과 레빈, 브리엘은 일단 네오 서울로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브리엘의 고향으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브리엘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네오 서울로 돌아온 것이다.
“으갸아! 역시 집이 최고구나.”
집에 들어오자마자 레빈이 소파에 몸을 던졌다.
브리엘도 그 옆에 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동감이야. 특히 이 소파는 정말 최고라니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소파의 푹신한 감촉을 즐겼다.
제온은 녹초가 된 두 사람을 보고 빙긋 웃었다.
발목이 푹푹 빠지는 사막을 거의 보름 이상 걸어왔으니 두 사람이 녹초가 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제온이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저 높은 하늘에 가이아가 유영하고 있었다.
가이아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렇게 하늘을 유영하며 보냈다. 그래도 기특한 것은 절대 제온의 주위에서 그렇게 멀리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브리엘이 리리를 불러냈다.
“리리!”
―꺄르르!
리리가 특유의 웃음을 터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집 안을 둘러보는 리리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양식의 집은 처음 구경하기 때문이었다.
브리엘이 그런 리리를 보며 웃었다.
“일단 환기부터 시켜 줘. 그럼 내가 집 구경시켜 줄게.”
―꺄아아!
리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집 안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바람의 정령인 리리에게 이 정도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브리엘도 바람 마법을 주로 사용하기에 리리와 궁합이 매우 좋았다.
리리가 환기해 준 덕분에 집 안이 쾌적해졌다. 그러자 브리엘이 약속대로 리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집 안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줬다.
“여긴 내 방이야. 신기한 거 많지? 모두 연금술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거야.”
그녀의 수다가 시작되자 레빈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형, 저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오랜만에 친구 녀석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나가는 김에 제토야도 잘 지내는지 확인해 봐.”
“알았어요. 두루두루 들렀다 올게요. 어쩌면 오늘 밤 못 들어올지도 모르니 기다리지 마세요.”
“그래!”
제온이 미소를 지었다.
사교성이 유달리 좋은 레빈이었다.
오랫동안 사막에 나갔다 오면 반드시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안부를 챙겼다.
덕분에 제온은 밖에 나갈 필요 없이 집에서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엔 그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유세희가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무슨 일 있습니까? 왜 이렇게 흥분하셨습니까?”
“내가 흥분 안 하게 됐어? 오늘 모래 경화제로 집을 만들었어.”
“성공했습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달려왔잖아.”
“다행이네요.”
“네 덕분이야.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중간에 어딜 들른 거야?”
“뭐, 개인적인 일로…….”
제온이 말을 얼버무리자 유세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역시 얘기해 줄 생각은 없는 거지.”
“네!”
“하여간 비밀이 많은 남자라니까.”
유세희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이상 제온에게 캐묻지는 않았다. 제온이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알았어! 어딜 갔다 왔는지 더 묻지 않을게. 대신 이거 하나만은 대답해 줘.”
“뭘 말입니까?”
“나중에 철갑 개미 사체 더 구할 수 있는 거지? 듣기로는 오크들 때문에 거기에 있던 철갑 개미 무리가 씨가 말랐다면서.”
“네! 예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하얀 눈 선인장에 기생해 사는 푸른 늑대 이끼만 찾아내면…….”
“그 근처에 철갑 개미굴이 있다는 거지? 오케이!”
“잘 기억하고 있군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나는 이만 가 볼게.”
“벌써 가십니까?”
“조금 전에 지은 집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참, 언제 도깨비 시장에 한 번 들러.”
“네?”
“도움을 받았는데, 가만있을 수는 없잖아. 보답해 줄 테니까 시간 날 때 도깨비 시장에 들러.”
“알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쉬어.”
유세희가 바로 문을 닫고 떠났다.
제온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닫힌 문을 바라봤다.
마치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때 방 안에 있던 브리엘이 문을 빼꼼히 열고 제온을 바라봤다.
“그 아줌마 갔어?”
“그래!”
“에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리리가 놀랐잖아, 쳇!”
“리리는?”
“놀라서 정령계로 돌아갔어.”
브리엘이 입술을 삐죽이며 문을 닫았다.
제온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
네오 서울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브리엘은 방에 처박혀 두문불출했다. 방 안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무언가 만드는 것 같았다.
제온은 브리엘을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제온은 곧 사막으로 향했다.
신촌 외곽과 맞닿은 사막에서 한창 공사가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이들이 모래로 벽돌과 기와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돌과 기와를 이용해 집을 짓고 있었다.
한꺼번에 수십 채의 집이 동시에 지어지고 있었다.
집을 짓고 있는 이들은 바로 빈민가 주민들이었다.
빈민들 중에서도 최하층에 속하는 이들로 자기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생활했다.
의욕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제온은 그들의 얼굴에서 희망을 봤다.
비록 빈민가 밖이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집이 생긴다는 사실에 발 벗고 나서서 일하는 것이다.
“벽돌이 부족해.”
“모래 경화제 더 없나?”
“기와 남는 것 좀 여기 갖다줘.”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한 시간마다 집 서너 채가 뚝딱 지어지는 것 같았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기에 그들은 더욱 열심히 일했다.
도깨비 시장에서 감독관 몇 명이 나왔지만, 사실 그들이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집을 지을 구역을 지정해 주고, 모래 경화제의 반출입을 점검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그러면 나머지는 주민들이 알아서 했다.
“여기 한 채 완성이다.”
“와아아!”
“이곳도 완성이다. 이야아! 집 짓기 쉽네.”
“우하하!”
곳곳에서 집을 완성했다는 외침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기 손으로 자기 가족이 살 집을 지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기쁘게 한 것이다.
먼저 집을 완성한 이들은 아직 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들을 도왔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달라붙자 속도가 더디던 집도 순식간에 완성됐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하루 만에 새로운 마을이 사막 위에 생겨났다.
도깨비 시장에서 나온 감독관들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군. 불과 하루 만에 이 많은 집들이 지어지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빈민가의 구도가 변하겠어.”
“왜 안 그렇겠나? 집이 없는 자들이 모두 신촌으로 몰려올걸.”
어느 시대나 인구수는 곧 힘이었다.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것은 곧 그 구역의 힘이 늘어남을 뜻했다.
신촌에 빈민들이 모여 외곽에 마을이 늘어나면 신촌의 힘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유세희는 모래 경화제를 철저히 관리했다.
딱 하루 집을 지을 수 있는 양만 반출했고, 집을 짓고 남은 것은 다시 창고에 보관했다.
모래 경화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연금술사 브라이스에 대한 경호도 강화했다.
각성자들은 제온이 나타난 것도 모르고 떠들었다.
제온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확신했다.
‘곧 신촌이 빈민가의 주도권을 잡겠군.’
그가 아는 유세희라면 결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조그만 모래 경화제 하나가 빈민가, 어쩌면 네오 서울의 흐름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살 만한 집들이 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제온이 생각을 정리하며 발길을 돌리려 할 때였다.
갑자기 네오 서울의 정문이 열리고, 일단의 차량들이 밖으로 나왔다.
각성자들이 탄 버기카는 무서운 속도로 사막으로 질주했다. 그런데 버기카 선두에 제온이 아는 사람이 있었다.
“맨디?”
선두 차량에 탄 채 전방을 노려보는 이는 바로 슈퍼바이저인 맨디였다.
맨디는 제온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맨디가 출동할 정도의 일이라면 심상치 않은 사건이 분명했다.
버기카들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흠!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제온은 도깨비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제온 님 오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가드들이 제일 먼저 제온을 반겼다.
제온이 웃으며 물었다.
“별일 없었습니까?”
“웬걸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탈입니다.”
“그래요?”
“네! 동대문이 무너지면서 신촌에 사람이 몰리고 있습니다. 덩달아 도깨비 시장에도 많은 이들이 유입됐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혼잡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깨비 시장을 지키는 가드들이 제일 고생이었다.
신분을 속이고 숨어 들어오려는 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 시장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군요.”
이야기를 모두 들은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드들이 제온에게 문을 열어 줬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조합장님께서 제온 님이 오기만을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가 보죠.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제온 님!”
가드들이 제온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유세희나 클렉시 영감을 제외하고, 그들이 이 정도로 예를 차리는 이는 제온이 유일했다.
―거짓 신을 죽인 자.
―동대문을 홀로 무너트린 학살자.
―네오 서울은 진금호가 다스리지만, 그 외의 영역은 모두 제온이 지배한다.
제온에 관한 수많은 소문이 빈민가와 네오 서울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만큼 제온은 빈민가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당연히 가드들이 극진히 예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제온은 그런 가드들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서둘러 문을 통과했다.
“모래 경화제 없소?”
“아니, 그걸 왜 여기서 구합니까?”
“에이! 왜 이러쇼? 모래 경화제가 도깨비 시장에서 흘러나온 것을 알고 있는데. 딱 백 통만 삽시다.”
“진짜 없다니까.”
“그러지 말고 있으면 좀 내놓으쇼. 내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도깨비 시장 입구부터 모래 경화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벌써 눈치 빠른 이들이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모래 경화제만 있으면 모래로 얼마든지 집을 지어 팔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모래를 팔아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도깨비 시장은 돈 냄새를 맡고 온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이란 정말 끝이 없군.’
상인들의 엄청난 탐욕에 제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민들을 위해 만든 물건이었다.
유세희도 모래 경화제로 돈을 벌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도깨비 시장에 내놓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 난리가 난 것이다.
“후우!”
제온은 한숨을 내쉬며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유세희가 피곤한 얼굴로 제온을 맞이했다.
“어서 와.”
“피곤해 보이네요?”
“밖에 봤지?”
“네!”
“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곳곳에서 모래 경화제 구할 수 없냐고 찔러보고 있어.”
“피곤하겠네요.”
“그래!”
“그렇다고 모래 경화제를 시중에 풀 건 아니죠?”
유세희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상인들에게 풀릴 일은 없을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