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장우항은 팔짱을 낀 채 네오 서울을 바라봤다.
그가 있는 곳은 시청의 십오 층에 있는 손님용 객실이었다.
오십 층이 넘는 시청사 중에서도 겨우 중간층에 불과했다. 보이는 풍경도 네오 서울의 일부에 불과했다.
네오 서울에서 사는 자들에겐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장우항에겐 이곳이 신세계로 보였다.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 거리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 들.
차들은 부드럽게 움직이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세련됐다.
각종 결계와 마법진으로 보호받는 네오 서울 안의 공기는 청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떻게 소국의 콜로니가 이 정도로 수준 높은 거지? 이해가 안 되는군. 이 정도면 대멸망 이전의 문명을 회복한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게 아닌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우항의 고향에 있는 콜로니도 꽤 많이 발전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네오 서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괜한 열등감에 장우항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정말 어떤 마법을 부린 거지?”
시청의 숙소만 봐도 이곳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 각종 전기 제품.
사천의 지하 도시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이런 물건을 가져가면 다들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제기랄! 소국의 콜로니가 살아남은 것도 놀라운데, 어떻게 이렇게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이룰 수 있냔 말이다.”
꽉 쥔 주먹 위로 굵은 힘줄이 튀어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숙소의 창문을 당장 부숴 버리고 밖으로 나가 구석구석 쏘다니고 싶었다.
그렇게 네오 서울의 모든 비밀을 알아낸 뒤 고향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그때였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밖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각성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장우항은 언제 격동했었냐는 듯이 원래의 신색을 회복했다.
“들어오십시오.”
문이 열리고 각성자가 들어왔다.
“시장님이 접견을 허락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말입니까?”
“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장우항은 각성자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장실로 올라가는 동안 장우항의 동공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욱 화려한 풍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심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이 불야성을 연상시켰다.
장우항이 각성자에게 물었다.
“아니, 이렇게 불을 밝혀 놨는데도 마수가 습격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네오 서울이 마수의 직접적인 습격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체 어떤 비결이 있기에…….”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설령 알고 있어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음!”
각성자의 단호한 대답에 장우항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사실 숙소로 안내되는 동안 다른 이들에게도 몇 번이나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그에게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속에서 화가 들끓고 있었다.
장우항은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
이곳은 그의 고향이 아니었다.
머나먼 이국의 콜로니.
고향에서처럼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절대 티 내지 말아야 했다.
띠링!
그가 분노를 삭이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시청사의 최고층인 시장실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빨간 투피스를 입은 서태란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그대도 있는 겁니까?”
“전 시장님의 비서니까요. 공무엔 늘 함께하죠.”
“그렇군요.”
서태란의 무심한 대답에 장우항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그런 그의 앞에 엄청난 크기의 통창이 나타났다.
네오 서울 전경이 그대로 들어오는 통창 앞엔 정장을 입은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바로 네오 서울의 지배자인 진금호였다.
진금호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장우항은 거대한 바위로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제까지 만난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느껴 보지 못한 엄청난 존재감에 장우항이 흠칫 몸을 떨었다.
‘소국에 저 정도의 인물이 있었던가? 하긴 그 정도의 인물이니까 이만한 도시를 세웠겠지.’
장우항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서태란이 진금호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사천에서 온 장우항 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시장님!”
“그래?”
그제야 진금호가 뒤돌아섰다.
진금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우항을 바라봤다.
“먼 곳에서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내가 네오 서울의 시장인 진금호라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천 지하 도시에서 온 장우항이라고 합니다.”
“그쪽의 콜로니는 지하에 있는 모양이군.”
“네! 지상엔 살 수 없어 지하에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대단하군. 그렇게라도 살아남은 게.”
진금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바로 인간이었다.
사막을 지배하는 마수를 물리치고, 다시 인간의 땅으로 만들려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을수록 유리했다.
장우항이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것은 진 대협입니다.”
“대협?”
“저희 지하 도시에선 존경하거나 따를 만한 분을 대협이라고 부릅니다.”
“그런가?”
“시장님은 대협이라 불려 마땅한 분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추켜세워 주는지 모르겠군.”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일단 그렇게 알겠네. 그래, 일 년이나 걸려서 이곳까지 왔다고? 도시의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군.”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자세히 말해 보게.”
진금호가 의자를 꺼내 주며 물었다.
장우항은 진금호가 내준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어 갔다.
“비좁은 지하 도시에 삼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삼십만 명? 그렇게나 많이 모여 살 정도로 도시가 큰가?”
“말씀드렸다시피 비좁습니다. 원래 핵전쟁을 대비해 만든 벙커입니다. 당의 주요 인사와 가족들을 피신할 용도로 만들었죠.”
“그런 것치곤 지나치게 큰 것 아닌가?”
“원래 벙커도 컸지만,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계속 확장했습니다.”
“대단하군. 삼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니.”
진금호는 솔직히 놀랐다.
빈민가까지 합친 네오 서울의 총인구가 이천만 명이었다.
솔직히 이 조그만 도시에 이 정도 인원이 모여 사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네오 서울은 지상에 지어졌기에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큰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건물의 층을 높여서라도 확장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는 달랐다. 아무리 확장해도 한계가 있었다.
지하 도시가 있는 곳의 지반이 단단한 편이었지만, 자칫 잘못 파내는 순간 지반이 무너져 모래가 들이닥쳐 생매장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확장할 공간이 없으니 여러 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궁여지책 끝에 외부의 콜로니와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우항이 부하들과 함께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오는 동안 부하들을 전부 잃었다고?”
“네! 마수들의 습격을 받아서…….”
“그래도 혼자 살아서 이곳까지 오다니 대단하군.”
“천운이 따랐습니다. 사실 이곳에 네오 서울 같은 콜로니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우리도 그 먼 곳에 그렇게 많은 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몰랐으니까.”
“솔직히 지금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초고도 문명을 이룬 도시가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군.”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저희에게 네오 서울의 마도 공학을 전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도 공학을?”
“도시가 마수로부터 안전한 것이 바로 마도 공학 때문 아닙니까? 마법과 문명이 결합한 고도의 마도 공학만 있다면 저희 지하 도시도 네오 서울처럼 금방 커질 수 있을 겁니다.”
“재밌군! 그에 대한 대가는?”
“인류애로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 은혜는 차후 지하 도시가 발전하면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외상으로 네오 서울의 모든 것인 마도 공학을 전수해 달라는 거군.”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중화는 한번 받은 은혜를 절대 잊지 않습니다. 마도 공학만 전수해 준다면 나중에 백배, 천배로 갚겠습니다. 이 장우항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장우항이 진금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보통 사람은 감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진금호는 그런 장우항의 눈빛을 여유롭게 받아들였다.
“진 대협!”
“거절하겠네.”
“네?”
장우항이 눈을 끔뻑거렸다.
예상치 못한 진금호의 단호한 거절에 상황 판단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시 한번 말해 주지. 자네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네. 마도 공학을 알려 달라는 것은 지난 백 년 동안 네오 서울이 쌓아 온 모든 것을 통째로 넘겨 달라는 말이야. 날강도 심보가 따로 없군. 자네의 제안은 못 들은 것으로 하지. 그러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은 어느 정도 해 주지.”
“하지만 진 대협…….”
“내 말은 끝났네. 더 할 말이 있으면 내 비서와 하게.”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여기 왔는데…….”
“아무리 졸라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네,”
“그렇지만…….”
“다음 약속이 있으니 이만 자리를 비워 줬으면 좋겠군. 태란아, 손님 바래다 드려라.”
진금호의 말에 서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일단 숙소로 가시죠.”
“하지만…….”
“시장님은 두말하시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서태란의 단호한 말에 장우항이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이 굴욕으로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서운 눈으로 진금호를 노려보던 장우항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가 사라지자, 진금호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여전하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전하다니?”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남의 것을 탐하는 버릇 말이야. 대멸망 전에도 그런 식으로 남의 나라 등골을 빼먹더니, 아직도 그런 습성을 못 버렸군.”
“그래도 너무 단호하신 것 아닙니까?”
“저들에겐 그래야 해. 어설픈 친절을 베풀면 악착같이 엉겨 붙어 골수까지 빨아먹거든.”
진금호에겐 남의 나라에 있는 삼십만 명보다, 네오 서울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안전이 훨씬 중요했다.
잔인하다고 해도 좋았고, 인정 없는 인간이라고 욕해도 좋았다.
그에게 비난은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선명하지 않아.”
“무슨 말씀이신지?”
“감추는 게 있어. 무언가 놈의 본질을 가리고 내 눈을 속이고 있어. 난 그런 음흉한 인간을 믿지 않아.”
***
“으아아!”
숙소로 돌아온 장우항이 기물을 집어 던지며 괴성을 질렀다.
방음이 잘된 덕분에 밖에서는 장우항이 소란을 피우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화풀이하고 난 후에야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화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아! 하아! 조그만 권력을 가졌다고 나를 이렇게 무시해?”
진금호를 떠올리니 겨우 가라앉힌 화가 다시금 치밀어오르려고 했다.
“개 같은 늙으니. 내가 지금은 참지만, 언젠가 도시의 병력을 모조리 끌고 와 이곳을 부숴 버릴 것이다.”
장우항은 복수를 다짐하며 화를 삭였다.
“그 늙은이에게 협조를 끌어내긴 글렀어. 어떻게든 다른 수를 찾아야 해.”
사천에 있는 지하 도시는 현재 과포화 상태였다.
무분별하게 지하 도시를 확장했기에 수많은 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마수의 습격에서 생존하는 것은 둘째치고, 이대로라면 지하 도시가 먼저 무너질지 몰랐다.
그런 지하 도시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네오 서울의 마법과 공학이 결합된 마도 공학이 필요했다.
더불어 이 거대 도시를 마수로부터 지키는 비법도 어떻게든 알아내야 했다.
네오 서울의 비밀만 알아낼 수 있으면 사천의 지하 도시도 네오 서울만큼, 아니 네오 서울보다 훨씬 더 초고도의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멸망 이전의 시대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진금호, 마음껏 웃어 둬라. 지금은 네가 승자 같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네가 꼭꼭 감춰 둔 비밀을 모두 알아내고 말겠다.”
장우항은 평범한 패스파인더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여기까지 살아남아 도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천 지하 도시에서 그를 부르는 정식 명칭은 척후병이었다.
본진에 앞서 미리 정찰하는 존재.
요인 암살, 정보 수집, 교란과 이간계에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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