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87)
387화
강화 샌드 솔저는 강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부서져 재소환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붉은 메뚜기를 죽이면서도 단 한 기도 파괴되지 않았다.
마수의 단단한 육체도 갉아 먹는 붉은 메뚜기의 이빨이 바위로 이뤄진 샌드 솔저의 몸체엔 전혀 박히지 않았다.
반면 샌드 솔저의 공격엔 무게가 제대로 실렸다.
전신이 바위로 바뀌면서 그만큼 중량이 늘어났고, 늘어난 무게만큼 파괴력이 증가했다.
뻐엉!
그 증거로 샌드 솔저의 주먹 한 방에 단단한 붉은 메뚜기의 몸체가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좋군!”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전력의 증가는 언제나 기분 좋은 법이다.
샌드 솔저의 강화는 제온의 힘이 그만큼 늘어난 것을 의미했다.
쾅!
―키에에!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붉은 메뚜기가 소름 끼치는 비명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붉은 메뚜기를 모두 죽인 샌드 솔저들이 멈춰 섰다.
마치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서 제온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샌드 솔저들.
“소환 해제!”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샌드 솔저들이 다시 모래로 돌아갔다. 그러자 가이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제온에게 다가왔다.
―삐이!
“더 강해졌다고? 맞아! 암석 악어의 핵을 흡수한 덕분에 샌드 솔저들이 더 강화되었어.”
―삐!
“그래!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야.”
―삐이! 삐!
“알았어! 이만 돌아가자.”
제온은 가이아의 등에 올라탔다.
가이아의 커다란 몸체가 마치 풍선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었다.
슈우우!
마치 유성처럼 가이아가 창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가면 거센 맞바람 때문에 꼿꼿이 서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이아의 등에 올라탄 제온은 바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펼쳐져 바람을 막아 주는 것 같았다.
이 역시 가이아의 권능 중 하나였다.
덕분에 제온은 자동차에 탄 것처럼 편하게 서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붉은 태양.
“멋있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을 혼자 감상한다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굳이 외면할 이유도 없었다.
―삐이이이!
가이아도 기분 좋은지 울음을 길게 터트렸다.
파드득!
저 멀리서 가이아를 발견한 마수들이 허둥지둥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하늘의 폭군이라는 와이번 무리마저 가이아를 발견하고 설설 피했다.
―삐이이!
가이아가 다시 한번 길게 울음을 토했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가이아와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네오 서울 창공에 도달했다.
네오 서울이 손바닥만 하게 보였다.
제온이 가이아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 내려가는 것은 나 혼자 할게.”
―삐이!
“그래! 잘 놀고 있어. 필요하면 또 부를 테니까.”
제온은 가이아를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는 제온.
하지만 지상 백 미터쯤에서 모래바람이 일어나 그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줬다.
덕분에 제온은 아무런 충격 없이 착지할 수 있었다.
네오 서울에서 이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내려선 제온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걸어갔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벌써부터 나와 모래 집을 짓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래에 경화제를 섞어 벽돌을 만드는 모습이 이젠 제법 익숙해 보였다.
사람들은 작업에 집중하느라 제온을 미처 보지 못했다.
덕분에 제온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고 빈민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빈민가로 귀환한 제온은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제온 오빠!”
브리엘과 레무라가 제온의 귀환을 반겼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뭐 좀 시험해 볼 게 있어서…….”
“그래서 성과는 좀 있었어?”
“응!”
“잘됐네!”
브리엘이 미소 지었다.
제온의 시선이 레무라로 향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레무라의 옷차림은 꽤 달라져 있었다.
브리엘이 자신의 옷을 입혔기 때문이다.
좋은 집에서 푹 쉰 데다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또 예쁘게 꾸며서 그런지 레무라의 미모가 살아나고 있었다.
레무라가 제온에게 말했다.
“참, 저 오늘 악어굴로 내려가려구요.”
“벌써? 더 머물지 않고?”
“제토야 오빠를 도와야죠. 다른 사람들도 걱정되고…….”
악어굴엔 늘 아픈 사람이 넘쳐난다.
워낙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레무라처럼 각성한 사람들이야 잔병치레를 하지 않지만, 노약자들은 병을 달고 산다.
그들이 걱정돼서 레무라는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제온이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데려다주마.”
“고마워요.”
“나도 갈래. 제토야에게 줄 것도 있거든.”
브리엘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결국 제온은 두 사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
끼익!
차량 한 대가 시청사 앞에 멈춰 섰다.
쉽게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차량의 등장에 시청 앞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차의 문이 열리고 모자를 쓴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내렸다.
순간 시청사를 지키던 각성자들의 안색이 싹 변했다.
노인의 정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샤오룬?’
‘저 노괴가 왜?’
샤오룬이 시청을 방문한 것은 무려 십 년 만이었다.
십 년 동안 발걸음 한번 하지 않던 샤오룬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시청사를 발칵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시청 경비대장이 급히 달려와 샤오룬을 맞이했다.
“샤오룬 님!”
“오랜만이군! 자네 이름이 아마 김……현진이었지?”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마지막으로 뵀을 때 일개 경비대원에 불과했는데.”
“야무지고 당차서 크게 될 줄 알았네. 그래서 기억해 뒀지. 보아하니 자네가 시청사 경비대장인 모양이군.”
“맞습니다.”
샤오룬의 경이로운 기억력에 김현진이 깜짝 놀랐다.
십 년 전에 잠깐 스쳐 지나가듯 만난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샤오룬이 무섭게 느껴졌다.
김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신 겁니까? 방문자 명단에는 없던데…….”
“시장님을 뵈러 왔네. 그에게 내가 왔다고 전해 주게.”
“약속도 안 잡고 오신 겁니까?”
“그를 만나는데 굳이 내가 번거롭게 약속을 잡아야 하는가?”
“그건…… 알겠습니다.”
김현진이 애써 본심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자신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자가 바로 샤오룬이었다.
지금이야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저 얼굴이 언제 흉신악살처럼 바뀔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의문은 접어 두고 일단 보고해야 했다. 그럼 위에서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그는 부하들을 시켜서 바로 비서인 서태란에게 샤오룬의 방문 사실을 알렸다.
잠시 후 부하가 서태란의 답변을 듣고 달려왔다.
“바로 올려보내라십니다.”
“알았다.”
부하의 보고를 들은 김현진이 샤오룬을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고맙네!”
샤오룬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현진을 따라 시청사로 들어갔다.
“이곳은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 없군. 여전히 삭막해! 십 년이나 지났으면 변화를 줄 법한데 말이야. 하여간 고지식하다니까.”
“…….”
샤오룬의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김현진은 입을 꾹 다묻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게나. 아침부터 번거롭게 했군.”
“아닙니다. 그럼…….”
김현진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샤오룬은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시청사 최정상에 있는 진금호의 집무실로 이동시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샤오룬 님!”
무심한 표정으로 샤오룬을 맞이하는 이는 바로 서태란이었다.
샤오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태란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너는 여전하구나.”
“사람이 쉽게 변하면 죽을 날이 머지않은 거래요.”
서태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샤오룬이 눈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감히 남 구역의 지배자인 샤오룬의 심기를 거스르고도 무사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태란은 그런 샤오룬의 위세를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샤오룬만큼이나 그녀 역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룬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그래, 너는 오래 살겠구나.”
“덕담 고마워요. 그런데 무슨 일로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건가요? 원래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절대 출입하게 해 주지 않는데, 샤오룬 님이라서 특별히 봐 드리는 거예요.”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제가 어떻게 알아요?”
“여전히 음흉하구나.”
“어디 샤오룬 님만 하겠어요.”
서태란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샤오룬은 결국 그녀와 말싸움하기를 포기하고 진금호를 찾았다.
커다란 통창을 바라보는 진금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온 것을 분명 알 텐데도 저렇게 무시하는 모습에 샤오룬의 화가 들끓었다. 하지만 아쉬운 소리를 하러 온 것은 자신이었기에 애써 화를 눌러 참으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오.”
“아! 왔는가? 해 뜨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자네가 온 것을 미처 몰랐군.”
그제야 진금호가 뒤돌아서 미소 지었다.
겉보기엔 샤오룬이 훨씬 나이 들어 보였지만, 사실은 진금호가 많았다.
진금호가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샤오룬에게 다가왔다.
“한 십 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맞나?”
“그렇소.”
“자네는 여전히 그대로군. 보기 좋네.”
“흐흐! 다 늙어 주름만 가득한데 뭐가 보기 좋소? 그래도 말만이라도 감사하구려.”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인가? 참, 식사했나? 안 했으면 같이하지.”
“식사는 됐소이다.”
“그래? 우리 시청 요리사 실력이 꽤 괜찮은데…….”
“그보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찾아왔소만.”
“성질 급한 것은 여전히 변함없군. 쯧!”
“죄송합니다. 당신에겐 별일 아니겠지만, 나에겐 꽤 중요한 일이라서요.”
“그래, 용건이나 말해 보게.”
“사천 콜로니에서 왔다는 패스파인더 말이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가? 도무지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군.”
“나는 알고 있소.”
“뭘?”
“시장이 일부러 그의 존재를 흘렸다는 것을. 당신이 정말 비밀을 지키기로 마음먹었으면 누구도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오.”
“자네는 나를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있군. 난 그렇게 철저한 사람이 아니라네.”
“천만에. 누구보다 시장에 대해 잘 알기에 하는 말이오.”
샤오룬이 진금호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진금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어쨌거나 그렇게 추켜세워 주니 고맙긴 하군. 그나저나 용건은 사천에서 온 친구를 내놓으라, 그런 말인가?”
“나와 동향 사람이오.”
“오! 자네도 고향이 그쪽이었나?”
“다 아시면서 그렇게 묻지 마시오. 고약한 버릇이오.”
“쯧! 못 본 사이에 말투가 험해졌군.”
“그를 내주시오.”
샤오룬의 요구에 진금호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럼 자네는 뭘 내놓을 텐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