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
39화
드워프 고프레이가 퉁방울 같은 눈을 부라렸다.
“역시 인간족답게 간악하구나. 기절한 척 속이다니.”
“누가 누구를 간악하다고 하는 거냐? 손가락 반 토막만 한 땅딸보가.”
“크윽!”
데이오든의 독설에 고프레이의 얼굴이 형편없게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엔 분노의 빛이 가득했다.
데이오든에 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자신과 같은 이종족을 증오하고, 가공할 실력을 가진 각성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지구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겐 자신들이 침략자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들도 살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강한 자가 살아남아 지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살았던 쿠라얀에서는 말이다.
“네놈에게 우리 드워프의 저력을 보여 주마.”
고프레이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죽음의 계곡에서 대기하고 있던 드워프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워프 전사들은 커다란 포가 달린 차량을 타고 있었다.
원래 쿠라얀엔 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의 차를 연구해 만든 것이다.
드워프의 기술과 마법을 결합해 완성한 차량에는 마나 입자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또한 지구의 무기를 보고 따라 만든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 원래 계획했던 위력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데이오든을 죽이기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드워프 주위로 나타난 이들은 엘프 레인저들이었다.
엘프 레인저들은 붉은 말을 타고 있었다.
레드 블러드라는 이름의 말은 엘프들과 함께 쿠라얀에서 넘어왔다. 놈들은 특이하게도 육식을 했다.
조그만 마수들을 잡아먹을 만큼 사납고 강했다.
엘프 레인저들은 그런 레드 블러드를 길들여 타고 다녔다.
사막에서 기동력 하나만큼은 최고였기 때문이다.
엘프 레인저들은 모두 가벼운 갑옷 차림에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데이오든의 입매가 뒤틀렸다.
“흐흐! 아무리 사막을 뒤져도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바퀴벌레처럼 숨어서 이딴 것들을 만들고 있었군.”
“영광으로 알아라, 인간! 위대한 드워프족이 만든 마나 입자포의 첫 제물이 되는 것을.”
“그래 봤자 드래곤의 종 주제에…….”
“누가 종이라는 거냐? 우리는 그와 거래를 한 것뿐이다.”
고프레이가 발끈했다.
“거래? 드래곤과 거래라. 반 토막짜리들에게 그 정도 능력이 있던가?”
“닥쳐라, 인간! 엘하룬을 만든 우리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라. 위대한 드래곤조차 우리들의 도시 엘하룬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엘하룬이란 말이군. 네놈들이 만든 도시의 이름이.”
“헉!”
고프레이가 숨을 들이켰다.
자신도 모르게 비밀을 밝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사막화된 후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콜로니를 건설한 것처럼 쿠라얀에서 넘어온 이들도 은밀히 도시를 건설했다.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말이다.
인간, 엘프, 드워프를 비롯한 이종족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거대 도시의 이름은 바로 엘하룬이었다.
엘프들이 주도하고, 드워프가 설계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과학 기술과 자금을 조달했다. 나머지 종족들도 십시일반 힘을 모아 완성됐다.
규모와 위치는 물론이고 존재 자체마저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입으로 엘하룬이 존재한다고 떠든 것이다.
데이오든이 제온에게 말했다.
“병신, 들었느냐?”
“네!”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프레이는 무심코 한마디 했을 뿐이지만, 그 안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일단 엘하룬이라는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
엘하룬의 위치가 캄차카 콜로니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
네오 서울처럼 마법과 과학이 조화를 이룬 도시라는 것.
그들이 지구의 인간들을 매우 하찮게 여긴다는 것.
마지막으로 하이엘툰이라는 드래곤과 협력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로 뭉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땅의 인간들에겐 큰 위협이었다.
해머슨이 비밀을 누설한 고프레이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병신 같은 드워프 새끼!”
“입 닥쳐라! 인간! 감히 누구에게 망발이냐?”
“그쪽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것들 모두 죽이면 비밀이 새 나갈 일은 없다. 애초 그럴 의도로 마나 입자포도 가지고 오지 않았더냐?”
고프레이의 말에 해머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본 제온이 중얼거렸다.
‘하나로 뭉치긴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군. 세 종족 모두 서로를 완전히 믿지 않고 있어.’
멀찍이 떨어져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엘프가 보였다.
일전의 대화도 그렇고, 지금의 반응도 그렇고, 혼자만 겉돌고 있었다.
엘프들의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드워프, 인간과 함께하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것은 분명했다.
데이오든이 그들을 비웃었다.
“흐흐! 웃기는 놈들이군.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자기들끼리 싸우다니. 혹시 머리가 모자란 것 아니냐?”
“닥쳐랏!”
고프레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그 뒤를 해머슨과 엘프가 따랐다.
그들이 움직이자마자 죽음의 계곡에 있던 드워프들이 마나 입자포를 쐈다.
퍼버버벙!
폭음과 함께 마나 입자포가 데이오든과 제온을 향해 날아왔다.
데이오든은 마나 입자포를 피하지 않았다.
“크하하!”
그는 크레이온을 앞세워 날아오는 빛줄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여간 미친 늙은이라니까.”
제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데이오든처럼 정면으로 마나 입자포를 맞을 생각이 없었다.
제온의 주위로 모래 장벽이 일어섰다.
콰콰콰쾅!
직후 마나 입자포가 작렬했다.
모래가 터져 나가고, 하늘 높이 모래가 치솟았다.
가공할 열기가 모래를 녹이고,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이었다.
“크윽!”
제온이 침음성을 흘렸다.
연신 모래 장벽을 일으켜 보호하고 있었지만, 모래를 관통한 충격이 그의 몸을 쇠망치처럼 두들겼다.
“잘도 이런 물건을 만들어 냈군.”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마수들 따윈 순식간에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엘하룬에 마나 입자포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모래 장벽만으로는 마나 입자포를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온은 급히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모래 깊은 곳으로 파고든 제온이 방향을 바꿨다.
바로 죽음의 계곡이 있는 방향이었다.
‘마나 입자포를 없애야 해.’
그는 엑시온을 외부로 방출했다. 그러자 모래가 밀려나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앞으로 나갔다.
전방의 모래가 제온을 스치며 뒤로 밀려났다.
시야도 확보되지 않고, 방향도 종잡을 수 없는 깊은 지하.
하지만 제온은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정확히 방향을 잡고 움직였다.
수십 미터 반경의 모래들이 그에게 정보를 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콰콰쾅!
그 순간에도 외부의 충격이 조금씩 전달되고 있었다.
여전히 마나 입자포가 대지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나 입자포의 충격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 제온도 죽음의 계곡 입구에 도달했다.
제온이 모래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그가 본 것은 대학살의 현장이었다.
“모조리 죽여 주마.”
데이오든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마나 입자포를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데이오든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마나 입자포는 오히려 그의 분노만 크게 만들었을 뿐이다.
콰앙!
그의 칼질 한 번에 마나 입자포가 달린 차량이 터져 나갔다.
크레이온은 차량뿐 아니라 타고 있던 드워프까지 분쇄했다.
“크아악!”
“아악!”
드워프들의 비명이 죽음의 계곡에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마나 입자포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드워프들이 전투 망치와 각종 무기를 들고 내렸다.
그들도 각성자였다.
데이오든이 무섭다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데이오든을 공격했다.
거기에 엘프 레인저까지 합세했다.
그들은 마나를 담은 활을 날리며 데이오든을 견제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데이오든에게 닿지 않았다.
데이오든이 발산하는 오러가 화살을 모조리 튕겨 낸 것이다.
콰직!
“크악!”
데이오든의 칼질에 드워프의 머리가 박살 났다.
한 번에 수십 명도 죽일 수 있었지만, 데이오든은 정성스럽게 하나씩 죽였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잔인해 보였다.
“저, 잔혹한…….”
해머슨이 치를 떨었다.
그의 어깨가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상상을 웃도는 데이오든의 무위가 그를 두렵게 만든 것이다.
하이엘툰의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데이오든을 우습게 봤다.
지구의 인간이 강해 봐야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본 데이오든의 무위는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크아악!”
“켁!”
데이오든은 그 막강한 드워프 전사와 엘프 레인저 들을 개미처럼 짓이겨 죽이고 있었다.
드워프와 엘프 레인저들이 온 힘을 다해 공격하고 있었지만, 데이오든에겐 어떤 타격도 입힐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래곤을 보는 것 같았다.
“제기랄! 우리는 뒤로 물러난다.”
해머슨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엘프와 드워프 들을 버린단 말입니까?”
“버리는 게 아니다. 전략상 후퇴다.”
수하의 물음에 해머슨이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길잡이나 잘 챙겨라. 놈만 잡아가도 손해는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수하가 대답하며 물러날 때였다.
“크윽!”
“제기랄!”
갑자기 뒤쪽에서 다른 수하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머슨이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니 데미안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 그게 모래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수하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데미안을 잘 데리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데미안이 다시 나타난 곳은 그들과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제온이 그를 데리고 모래 속을 이동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제온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괜찮냐?”
“괜……찮아요.”
데미안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정신이 없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해머슨이 소리쳤다.
“놈들을 잡앗!”
그의 수하들이 제온과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각성자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각종 스킬이 제온에게 쏘아졌다. 하지만 제온은 모래 장벽을 세워 그들의 공격을 간단히 무력화했다.
퍼버버벅!
공격 스킬들이 모래 장벽을 뚫지 못하고 소멸했다.
“뭐야?”
“이상한 스킬을 쓴다.”
“놈이 스킬을 쓰지 못하게 막아!”
각성자들이 순식간에 접근해 직접 모래 장벽을 타격했다.
콰앙!
폭음과 함께 모래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모래 장벽 뒤에 있어야 할 제온은 보이지 않았다.
모래 장벽으로 시야를 가리고 지하로 이동한 것이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각성자들의 뒤쪽이었다.
소리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제온이 샌드 미사일을 펼쳤다.
슈슈슈슈!
십여 발의 샌드 미사일이 각성자들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갔다.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각성자들이 머리가 부서져 가루가 됐다. 그제야 다른 각성자들은 제온이 뒤로 이동한 것을 알아차렸다.
“놈이 요상한 스킬을 쓴다.”
“블링큰가?”
각성자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제온이 그들을 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른데.”
“건방진 인간.”
“잡앗!”
각성자들이 분노해 제온에게 달려왔다.
전력으로 달려오는 그들을 보며 제온이 중얼거렸다.
“샌드 믹서!”
가아앙!
그 순간 각성자들의 발밑에 있던 모래들이 고속으로 회전했다.
“뭐, 뭐야?”
“모래가?”
각성자들이 회전하는 모래에 휩쓸렸다.
모래는 각성자들이 빠져나올 틈도 없이 순식간에 갈아 버렸다.
“크아악!”
“아악!”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 속에서 각성자들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후 완벽하게 사라졌다.
피로 붉게 물드는 모래를 뒤로하고 제온이 해머슨을 바라봤다.
“이제 당신 하나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