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여자의 이름은 청밍이었다.
샤오룬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제온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내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제온에게 접근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청밍이 모든 준비를 했을 때는 제온이 네오 서울에 존재하지 않았다.
철갑 개미를 사냥하기 위해 집을 비웠던 것이다.
그 때문에 청밍은 별다른 소득 없이 남 구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온이 다시 왔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빈민가로 돌아왔다.
청밍이 약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제온에게 물었다.
“지금 국밥에 제가 밀린 건가요?”
“밀리고 말고 할 것도 없죠. 저는 처음부터 밥을 먹으러 온 거니까요.”
“그도 그렇겠네요. 제온 님 입장에선 제가 불청객이겠군요.”
“옷차림이나 분위기로 봐선 남 구역에서 오신 분 같은데, 맞나요?”
“정확해요. 샤오룬 님의 제자인 청밍이라고 해요.”
“그렇군요.”
제온의 심드렁한 표정에 청밍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를 만나겠다고 딴에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왔는데, 원하는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미인계였다.
청밍은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소의 옷차림과 똑같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남자들이 현혹될 만한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옆선이 트여 새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목에 뿌린 향수는 남자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수의 분비물로 만든 이 향수 한 병의 값어치가 마정석 백 킬로그램에 버금갔다.
어떤 남자라도 무릎을 꿇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남슬향이었다.
청밍은 자신했다.
이 향기를 맡는 순간 제온이 자신에게 굴복해 모든 것을 털어놓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제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런가요?”
“향수 향이 좀…….”
제온이 인상을 쓴 채 말을 줄였다.
청밍 딴에는 제온을 유혹하기 위해 남슬향을 사용했지만, 예민한 제온의 후각엔 그저 역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제온의 반응에 청밍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슬향을 뿌린 후 이런 반응을 보인 남자는 제온이 처음이었다.
제온이 청밍에게 말했다.
“좀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쪽에서 나는 냄새가 좀…….”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건가요?”
“그 향수, 황금 사마귀 암컷의 분비물로 만든 거죠?”
“그걸 어떻게?”
청밍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온의 말처럼 남슬향엔 황금 사마귀 암컷의 분비물이 주요 재료였기 때문이다.
황금 사마귀는 말 그대로 사마귀를 닮은 크기 일 미터 정도의 하급 마수였다.
황금 사마귀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분비물로 수컷을 유혹한다.
암컷의 냄새에 끌린 수컷은 바로 교미를 시작한다.
그때 암컷은 사마귀의 습성대로 교미하는 수컷의 머리를 갉아 먹는다.
산 채로 잡아먹히는 데도 수컷은 교미를 멈추지 않는다.
암컷이 발산하는 분비물 때문이었다.
이 분비물은 수컷의 이성과 고통을 마비시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그 때문에 산 채로 잡아먹히면서도 교미를 하는 것이다.
결국 교미가 끝났을 때 수컷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암컷의 양분이 되어 새끼를 낳을 때 사용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남 구역에서도 오직 소수만 아는 비전 중 하나였는데, 제온이 알고 있으니 청밍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당신이 황금 사마귀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잡아 봤으니 아는 게 당연하죠. 분비물 냄새가 워낙 지독해서 고생했는데, 설마 이곳에서 놈의 분비물을 희석해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요?”
“무시라뇨? 사실을 말하는 건데…….”
“이익!”
청밍이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모욕감에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제온을 공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온의 능력을 알기에 감히 공격할 수가 없었다.
빈민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모래였다.
그런 곳에서 제온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청밍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히 말했다.
“당신이 싫어한다면 이 향수는 뿌리지 않을게요.”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오늘 이후 그쪽을 만날 이유가 없으니까요.”
“우리 이야기 좀 해요.”
“샤오룬 님이 보낸 건가요?”
“그건…….”
“그에게 전해요. 이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만 부른다고.”
“나 같은 미인을 이대로 보내도 후회하지 않겠어요?”
“후회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시를 잔뜩 품은 장미를 무턱대고 껴안는 취미가 없어서…….”
청밍이 몸을 흠칫 떨었다.
제온의 눈빛이 바뀐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기물을 보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눈빛이 그녀의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처럼 가슴이 쿡쿡 쑤셨다.
마치 날이 잘 세워진 비수로 후벼파는 것처럼 말이다.
청밍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내가 신중하지 못했네요. 당신의 후각이 이렇게 예민한 줄 알았다면 절대 남슬향을 뿌리지 않았을 텐데.”
“그 향수가 아니었어도 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에요.”
“아니, 나만큼 예쁜 여자가 어딨다고요?”
“엘프도 많이 봐서…….”
“재수 없어!”
청밍이 모멸감에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엘프 중 유독 뛰어난 미모를 가진 자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에 비하면 자신의 외모도 손색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받는 타격감이 달랐다.
제온이 말했다.
“날 만나고 싶으면 샤오룬 님이 직접 오라고 전해요.”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샤오룬 님이 당신을 신경이나 쓸 거 같아요?”
“그럼 왜 당신을 보냈죠? 설마 당신 자의로 내게 접근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건…….”
청밍이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탁!
그때 클렉시 영감이 제온 앞에 국밥을 내놓았다.
“밥 먹어라.”
“감사합니다.”
제온은 언제 청밍과 말다툼을 했냔 듯이 수저를 들었다.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제온의 모습에 청밍은 더 비참한 감정을 느꼈다.
“제기랄!”
청밍이 이를 갈며 뒤돌아설 때였다.
“자네 밥도 나왔는데…….”
“됐어요.”
“그래도 계산은 해야…….”
“자요.”
청밍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돈을 날렸다.
클렉시 영감이 잽싸게 낚아채며 웃었다.
“흐흐! 개이득이군.”
“씨발!”
청밍이 욕설을 내뱉으며 멀어졌다.
그녀가 사라지자 클렉시 영감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미인계라. 아주 고전적인 수법을 쓰는군. 세상이 멸망 전에도 저런 방식으로 모든 것을 털어 가더니 말이야.”
“고전이 달리 고전이겠습니까? 그만큼 효과가 좋으니까 계속 사용되는 거죠.”
“네놈도 물건은 물건이다. 저런 여자 유혹을 뿌리치다니. 그냥 모른 척 즐겨도 되는 것을…….”
“아까도 말했지만, 악취가 너무 심해서요.”
“그거 정말이냐?”
“뭐 말입니까?”
“저 여자가 뿌린 향수가 정말 마수 분비물로 만든 거냐?”
“사실입니다.”
“애들한테도 조심하라고 해야겠구나. 마수의 분비물로 만든 향수가 남자를 홀리는 효능이 있다니. 모르고 있었다면 여러 놈이 당할 뻔했어.”
클렉시 영감의 말에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야 할 겁니다. 교미를 끝낸 암컷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기 싫으면…….”
“하여간 세상이 온통 음흉한 것 천지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구나.”
“아시죠?”
“뭐가?”
“그중 한 명이 영감님인 걸.”
“내가 뭘? 이놈아! 나만큼 선량하고 투명한 사람이 어딨다고?”
“너무 투명해서 탈이죠.”
“설마 처음 만난 날 조금 등쳐 먹었다고 아직도 꽁해 있는 거냐?”
“설마요?”
“진짜인 거 같은데.”
“마음대로 생각하십쇼.”
“그나저나 샤오룬이 네놈을 꽤나 신경을 쓰는구나. 자신의 제자를 보내 간을 볼 정도면…….”
“그러게 말입니다.”
제온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구역과도 여러 번 부딪쳤지만, 남 구역은 도가 심했다.
벌써 몇 번이나 그들과 문제가 일어났는지 몰랐다.
이대로라면 언제 큰 문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제온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샤오룬의 고향이 어딘지 아십니까?”
“중국…… 티베트 쪽이었던 것으로 안다.”
“티베트가 사천과 가깝지 않은가요?”
“가깝지!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요.”
“싱겁긴…….”
“저 여자가 먹지 않은 국밥 제가 먹어도 됩니까?”
“마음껏 처먹어라.”
“고맙습니다.”
제온이 청밍의 국밥을 앞쪽으로 끌어가는 것은 보며 클렉시 영감이 투덜거렸다.
“돼지 같은 놈!”
***
청밍이 샤오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실패한 거냐?”
“면목이 없습니다.”
“네가 무능한 것이냐? 아니면 놈이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청밍은 변명하지 않았다.
변명한다고 통할 상대도 아니었고, 해 봤자 자신만 더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샤오룬도 그 이상 청밍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협박도 소용없고, 회유도 통하지 않아. 거기에 미인계도 먹히지 않고……. 골치 아프군.”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그때 불쑥 묻는 이가 있었다.
바로 샤오룬이 데리고 온 장우항이었다.
시청을 나온 후 장우항은 남 구역에서 머물고 있었다.
장우항에게 남 구역은 신세계였다.
지저성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편리한 생활과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 그의 눈은 돌아간 상태였다.
샤오룬이 무심히 대답했다.
“그런 자가 있다.”
“그런 자가 누굽니까?”
“모래술사!”
“네?”
“말 그대로야. 모래를 부릴 수 있는 각성자다.”
장우항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온 지저성에서도 그런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자가 있습니까? 포섭만 하면 쓸모가 많겠군요.”
“포섭이 가능하다면 그렇겠지.”
“성격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군요.”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야. 찔러볼 여지가 아예 없어.”
“반골인가 보군요.”
“만만치 않은 반골이지.”
“그럼 제거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게 쉬우면 고민할 이유가 없지. 대단한 권능을 가진 데다가 머리까지 좋아. 거기에 우리를 향한 반감도 만만치 않고. 이미 우리 구역 여러 놈이 당했어.”
“제가 놈을 만나 보면 어떻겠습니까?”
장우항의 말에 샤오룬이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왜?”
“혹시 압니까? 제가 놈을 설득할 수 있을지.”
“설득될 놈이 아니야.”
“그래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저에게 한번 기회를 주시지요. 잘되면 좋고, 설득 못 해도 손해 볼 일은 없잖습니까.”
장우항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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