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쾅!
적막을 깨는 폭음에 소파에 누워 자던 제온이 눈을 떴고, 방에 있던 레빈도 놀라 뛰쳐나왔다.
두 사람이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봤다.
저 먼 곳에서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저긴?”
“동대문이에요. 또 싸움이 일어난 모양이네요.”
레빈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교단이 무너진 후유증이 크구나.”
“어쩔 수 없죠. 모두가 동대문의 패권에 욕심을 내고 있으니.”
“괜히 요한을 죽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형의 잘못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어요.”
“그래!”
제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동대문은 전쟁 중이었다.
요한이란 구심점을 잃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야심가들이 들고일어났다.
기존 교단에 속해 있던 성직자들부터 외부에서 들어온 빌런과 스캐빈저까지 충돌하면서 동대문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그 때문에 동대문은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모든 일이 제온이 요한을 죽이면서 시작됐다.
현재 동대문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이 동대문의 주인이 될 유일한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기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그때였다.
콰앙!
동대문에서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에 좀 전보다 훨씬 강력한 폭발이었다.
멀리 떨어진 제온의 집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레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새 저럴 것 같은데요.”
“후우!”
잠시 한숨을 내쉰 제온이 갑자기 로브를 걸쳐 입었다.
“왜요? 형!”
“잠자긴 그른 것 같아서, 한번 가 보려고.”
“굳이요?”
“그래!”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레빈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쾅! 콰콰쾅!
그 순간에도 동대문에서는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레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소보다 더 심한데요.”
“오늘따라 유독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구나.”
“쯧! 그놈의 권력이 뭐라고 이렇게 목숨을 거는 건지.”
“그러게 말이다.”
동대문에 들어서자, 공기가 바뀌었다.
떠도는 공기에 적의와 살의가 섞여 있었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제온과 레빈은 유달리 살의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죽어랏! 교단의 개.”
“씨발 새끼가…….”
“크아앗!”
악을 쓰며 치열하게 싸우는 각성자들.
한쪽은 교단을 상징하는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빈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의 각성자들이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그들의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들 주위엔 이미 목숨을 잃은 각성자들의 시신이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동료들의 시신을 챙기지도 못할 만큼 그들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자가 있었다.
커다란 전투 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교단의 사제들을 공격하는 남자였다.
퍼억!
“크악!”
그의 도끼에 적중된 교단의 사제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때 근처에 있던 사제 한 명이 남자의 등에 십자가 형태의 칼을 찔러 넣었다.
푸욱!
날카로운 칼이 남자의 가슴을 관통해 앞쪽으로 삐죽 삐져나왔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중상이었다.
기습을 성공시킨 사제가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이었다.
스륵!
남자의 고개가 마치 마네킹처럼 뒤로 돌아가며 기습한 사제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사제는 소름 끼치는 공포를 느꼈다.
남자의 눈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흰자까지 검게 물든 눈동자엔 거대한 광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역시 수많은 각성자들을 만나 봤지만, 눈앞의 남자처럼 광기로 가득한 이를 본 적은 없었다.
“가……리온?”
사제가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가리온이라 불린 남자가 가래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저주스러운 이름을 왜 부르는 거냐? 교단의 개야!”
콰가가각!
가리온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잡아 옆구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뼈를 자르고, 근육을 가른 칼날이 그의 몸통을 빠져나왔다.
자살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 행동이었다.
칼이 몸통 한쪽을 완전히 가르면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가리온은 살아 있었다.
그의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칼날이 가른 부위에 새살이 돋고, 뼈가 붙으며 순식간에 멀쩡해진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가리온은 재생 능력자였다.
그것도 제온의 초재생에 비견되는 능력을 가진.
“가, 가리온! 제발…….”
사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쾅!
그 순간 가리온의 전투 도끼가 사제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사제의 머리가 마치 수박처럼 깨져 나가며 사방으로 피와 뇌수가 튀었다.
“흐흐! 교단의 개는 단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않는다.”
가리온의 광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그는 다음 먹이를 찾아 움직였다.
팟!
그가 대지를 박차며 다른 각성자와 전투를 벌이던 사제에게 쇄도했다.
“크아악!”
간신히 버티던 사제가 가리온의 전투 도끼에 처절한 최후를 맞이했다.
사제의 몸에서 튄 피가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레빈은 그런 가리온의 전투를 멍하니 바라봤다.
가리온은 늑대 무리에 뛰어든 사자였다.
사제들도 강했지만, 가리온은 더 강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무시무시한 재생력이었다.
가리온은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심한 상처를 입어도 순식간에 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커다란 상처를 입으면서, 반드시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다.
물불을 안 가리고 몸을 내던지는 미친 전투 방식은 사제들에게 큰 공포를 안겨 줬다.
“미친개! 가리온. 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
“닥쳐! 닥치라고.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를 세뇌해 내 가족을 스스로 죽이게 만든 게 누군데? 요한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교단이 나를 미친개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대가를 치러야지.”
“그, 그건 요한 님이 한 거다. 요한 님은 이미 돌아가시지 않았느냐?”
“그래서 용서하라고? 그렇게는 못 한다. 네놈들 교단에 관련된 놈들의 뼈를 모조리 씹어 먹기 전에 나의 복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발 가리온…….”
“닥치라고 했다.”
쾅!
그 순간 가리온의 도끼가 애원하던 사제의 머리에 작렬했다.
사제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흐으! 흐아아!”
가리온이 마치 마수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피로 목욕한 가리온의 모습은 광전사를 연상케 했다.
실제로 그가 싸우는 방식은 광전사를 닮아 있었다.
앞뒤 안 가리고,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닥치고 돌격해 상대를 죽이는 그의 전투 방식은 처절 그 자체였다.
가리온의 맹위에 힘을 얻은 각성자들이 사제들을 압도했다.
“크아악!”
“커억!”
사제들은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오 분쯤 지났을 때 대지에 더 이상 두 발로 서 있는 사제는 남아 있지 않았다.
“우와아아! 승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가리온 만세!”
승리를 거둔 각성자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오늘 밤 전투는 그들의 승리였다.
각성자들이 가리온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겼습니다, 대장!”
“우리가 이겼어, 가리온!”
그들이 승리를 축하했지만, 정작 가리온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제온과 레빈이 있었다.
레빈은 아직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만큼 가리온의 전투 방식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유령화할 수 있는 레빈은 전투에서 거의 상처를 입을 일이 없었다. 어지간한 물리 공격 따윈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레빈에게 저렇게 온몸을 내던져 싸우는 치열한 전투 방식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줬다.
아무리 상처가 재생되더라도, 고통까지 안 느낄 수는 없었다.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잘리는 순간의 고통을 모두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미친 전투 방식이었다.
그런 전투 방식을 가진 자가 정상일 리 없었다.
문득 가리온이 입을 열었다.
“제……온 님?”
그가 제온 쪽으로 걸어왔다.
전투에 정신이 팔렸었던 각성자들도 뒤늦게 제온을 발견하고 경호성을 내뱉었다.
“저자는?”
“모래……술사다.”
승리의 여운이 사라지고, 장내에 지독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 중 제온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이미 제온과 마주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제온은 두려운 존재였다.
만일 제온이 교단의 편을 들어 싸운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생을 마감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제온은 그들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온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리온을 바라봤다.
그의 기억에 있는 인물이었다.
“오랜만이군요.”
“제온 님!”
가리온이 제온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피칠갑을 한 가리온을 위아래로 살펴보던 제온이 짠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었군요.”
“이곳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있을 곳은…….”
“가리온 님!”
“내 손으로 처와 아이를 죽인 죄인이 어디를 가겠습니까?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속죄를 해야죠.”
“하아!”
제온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리온은 동대문의 광신도였었다.
요한에게 세뇌당한 가리온은 제온을 공격했었다.
당시 제온은 가리온의 뇌에 강한 타격을 줬었는데, 이로 인해 세뇌가 풀렸다.
세뇌가 풀린 가리온은 비로소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자각했다.
바로 제 스스로 처와 자식을 죽였던 것이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가리온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리 세뇌당한 상태였다고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혈육을 죽였다.
세뇌에서 풀린 이후 단 하루도 잠을 편히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다.
요한과 교단이 강제로 각성시킨 능력이 바로 재생이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상처 따윈 순식간에 회복시켜 버리는 이 저주스러운 능력 때문에 자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가리온은 자살 대신 복수를 택했다.
가장 증오스러운 존재인 요한은 제온의 손에 생을 마감했지만, 아직 교단은 남아 있었다.
비록 야심가들에 의해 몇 개로 쪼개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들 모두를 죽이기 전까지 가리온은 복수를 멈출 수 없었다.
가리온을 따르는 각성자들 모두 같았다.
모두 요한의 세뇌에 넘어가 가족을 죽인 원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리온은 그들을 규합해 교단의 사제들을 사냥했다.
제온이 가리온에게 물었다.
“멈추라고 해도 듣지 않을 거죠?”
“죄송합니다, 제온 님!”
“후우!”
“교단의 사제들을 모두 죽이고, 더 이상 죽일 대상이 없어지면 그때 제온 님이 저를 죽여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리온 님!”
“이 저주스러운 능력은 저를 죽지도 못하게 만듭니다. 제가 원할 때 저를 피 모래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럼 저는 웃으면서 제 가족들 곁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가리온이 피로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제온은 웃을 수 없었다.
“하아!”
그의 한숨이 바람에 흩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