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씨발! 쪄 죽겠네.”
제일 호송대의 김진수가 버기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람을 쐤다. 에어컨이 고장나 버기카 안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김진수가 부하에게 화를 냈다.
“내가 그래서 평상시 정비를 잘해 놓으라고 했지. 이게 뭐야?”
“어디 그게 내 잘못입니까? 모래 때문에 그런 걸 왜 엄한 사람에게 화를 냅니까.”
“몰라! 씨발! 하여간 다 네 잘못이야.”
“눼! 눼!”
“대답 똑바로.”
“넵!”
“하아! 인생 씨발…….”
김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게 부하의 정비 소홀 때문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지구를 덮고 있는 이 빌어먹을 모래는 모든 전기 제품의 천적이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사막에만 나오면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먹통이 된다.
그 때문에 차를 타고도 사막 멀리 나가지 못한다.
운전하던 부하가 중얼거렸다.
“제온 님하고 다니면 차가 멀쩡했는데…….”
“그 양반이 괜히 모래술사겠냐? 자신의 권능으로 차량을 보호해 준 거겠지.”
“참 신기하다니까요. 어떻게 모래를 그렇게 마음대로 다루는지.”
“그러게 말이다.”
“다음에도 제온 님하고 같이 다녔으면 좋겠네요.”
“나도 그래. 막판에 좀 고생했지만, 그래도 쉽게 철갑 개미 사체를 대량으로 얻었잖아.”
“덕분에 우리도 팔자가 좀 폈죠.”
“팔자가 피긴? 씨발! 또 이렇게 사막에 끌려 나왔는데 팔자가 피긴 뭐가 펴?”
“에이! 그래도 이 정도면 팔자가 핀 거죠. 성과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았으니까. 마누라 갖다 주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부하의 말에 김진수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누구 놀리냐? 넌 결혼이나 했지, 난 아무도 없어. 새끼야!”
“대장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버는 족족 창녀한테 뿌려서 문제지.”
“그 재미도 없으면 세상 뭐하러 사냐?”
“하여간…….”
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깨비 시장의 제일 호송대는 임무 특성상 원정을 많이 다닌다.
마정석 광산, 최근에 개척한 던전, 마수 사냥터가 모두 그들의 원정 무대였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한번 떠나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기본이다 보니,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운전하는 부하처럼 가정을 꾸린 별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김진수처럼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사창가에서 썼다.
그 때문에 김진수의 수중에는 돈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김진수는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한 여자만 보고 어떻게 살아?’
살아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여자와 즐기는 것이 김진수의 목표 중 하나였다.
지금 그들은 마수의 부산물을 실으려고 먼 길을 떠나는 중이었다.
희귀 마수일수록 부산물의 값어치가 높아진다.
이번에 도깨비 시장의 각성자들이 사냥한 마수는 귀신 풍뎅이라는 마수였다.
등껍질의 문양이 마치 귀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귀신 풍뎅이는 매우 희귀한 마수 중 하나였다.
등급은 C급에 불과하지만, 껍질의 강도가 엄청나서 사냥하기 쉽지 않았다.
귀신 풍뎅이의 껍질은 각성자들의 보호구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였다.
다른 금속과 어떻게 합금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몇몇 공방에선 귀신 풍뎅이의 껍질을 이용해 마법 저항이 있는 갑옷을 만들어 냈다.
마법에 저항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진 갑옷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귀신 풍뎅이가 매우 희귀한 마수라는 것이다.
서식처도 확실히 알려진 곳이 없고, 어쩌다 발견되는 귀신 풍뎅이의 수도 매우 적었다.
그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귀신 풍뎅이 무리를 사냥하다니. 현우 형님 땡잡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에이! 현우 형님이 굼벵이는 아니죠.”
“말이 그렇다는 거야. 새끼! 꼭 토를 달아요.”
부하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하는 김진수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귀신 풍뎅이를 사냥한 각성자들을 이끄는 자의 이름은 고현우. 김진수와는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서로 맡은 임무가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일단 한번 만나면 밤새도록 질펀하게 놀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다.
김진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좌표가 이 근처라고 하지 않았냐?”
“네! 거의 다 온 거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안 보이는 거야?”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서도 고현우가 이끄는 사냥팀은 보이지 않았다.
사냥팀은 사냥에 성공하면 보통 호송대가 잘 찾아오도록 커다란 깃발을 꽂아 두거나,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피워 둔다.
그런데 주위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김진수를 엄습했다.
“씨발! 느낌이 이상해.”
“왜 그럽니까? 대장!”
“몰라! 기분이 안 좋아. 애들 다 준비시켜.”
“네?”
“싸울 준비하라고, 새끼야!”
“넵!”
김진수의 싸늘한 목소리에 부하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깨달았다.
퍼엉!
버기카 후미에서 빨간색 연막탄이 터졌다.
전투 준비를 알리는 신호였다.
“뭐야?”
“갑자기 전투 준비?”
후미 차량을 타고 따르던 각성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랫동안 김진수와 손발을 맞춰 온 제일 호송대였다.
그들은 김진수의 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다들 조심해!”
“경계 철저히 해.”
그들은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때 김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람에 실려 오는 피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저 위로 올라가.”
김진수가 좌측의 모래산을 가리켰다.
“넵!”
부하는 군말 없이 모래산으로 버기카를 몰았다.
힘겹게 모래산 정상에 도착한 제일 호송대의 눈에 사냥꾼들의 임시 쉼터가 들어왔다.
“씨발!”
김진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사냥꾼들의 임시 쉼터가 처참하게 파괴되고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호송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쉼터 쪽으로 달려갔다.
쉼터에 도착한 김진수와 각성자들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모두…… 죽었어.”
“어떤 새끼들이…….”
죽은 이들 모두 도깨비 시장에 소속된 사냥꾼들이었다.
김진수가 가장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에 다가갔다.
마치 도축된 고기처럼 난자된 시신은 바로 그의 친구인 고현우였다.
고현우의 시신을 바라보는 김진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현……우야!”
고현우의 부릅뜬 눈이 보였다.
생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표정과 눈에 드러나 있었다.
“어떤 새끼들이 사람을 이렇게…….”
김진수의 어깨가 푸들푸들 떨렸다.
마치 고문을 한 것처럼 시신이 엉망이었다.
그나마 친한 김진수가 아니었다면 시신의 주인이 고현우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처참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다른 시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한 형체를 유지한 시신이 하나도 없었다.
김진수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야! 근처에 흉수가 있나 찾아봐.”
“예!”
부하 몇 명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이성을 찾은 김진수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씨발! 어떤 새끼들인지 모르지만,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대장! 창고가 완전히 털렸는데. 싹 가져갔어.”
부하 한 명이 커다란 텐트를 가리켰다.
마수의 부산물을 보관할 용도로 가지고 다니는 텐트였다.
텐트는 엉망으로 찢겨 있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마수의 습격이라면 굳이 귀신 풍뎅이의 껍질을 가져갈 리 없었다. 신선한 고기도 아닌 딱딱한 껍질을 마수가 탐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귀신 풍뎅이의 껍질을 욕심낸 인간의 짓이 분명했다.
“스캐빈저인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존재가 바로 사막의 약탈자인 스캐빈저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마수 사냥꾼들을 노릴 수 있었다.
문제는 고현우가 이끄는 마수 사냥꾼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고현우가 B급이었고, 팀원들도 전원 C급이었다.
어지간한 스캐빈저 무리는 감히 노리지도 못할 만큼 등급이 높은 데다가, 전부 사막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다.
아무리 스캐빈저에게 습격을 받았더라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만큼 이들은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몰살당했다.
“스캐빈저가 아니야. 좀 더 단련된 인간들이야.”
잠시 후 사방으로 흩어졌던 부하들이 모두 돌아왔다.
“한 놈도 보이지 않습니다.”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부하들의 보고에 김진수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벌써 멀리 떠난 건가?”
그렇다면 추적은 불가능했다.
사막의 모래가 모든 흔적을 뒤덮기 때문이다.
제온과 같은 모래술사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막에서 흉수들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진수가 명령을 내렸다.
“지금 시신들을 챙겨 바로 네오 서울로 귀환한다.”
“아니, 흉수도 찾지 않고 돌아간단 말입니까?”
“복수해야죠, 대장!”
부하들의 반발에 김진수가 싸늘히 말했다.
“그럼 마음먹고 사막으로 숨은 놈들을 어떻게 찾으려고?”
“그건…….”
“방법이 없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네오 서울에서 놈들을 역추적하는 게 나아.”
“어떻게 말입니까?”
“귀신 풍뎅이 껍질. 그걸 어디다 처분하겠어?”
“아!”
부하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받아 주는 곳이 있어야 팔 수 있다.
대량의 귀신 풍뎅이 껍질을 팔 수 있는 곳은 네오 서울밖에 없었다.
도깨비 시장을 비롯한 암시장을 뒤지다 보면 분명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나올 것이다.
“알았지? 그러니까 당장 네오 서울로 귀환한다. 늦을수록 놈들을 잡기 더 힘들어질 거야.”
“넷! 대장!”
부하들이 대답과 함께 부랴부랴 시신을 수습했다.
귀신 풍뎅이 껍질을 채우려고 가져온 차에 동료들의 시신을 채운 각성자들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반드시 찾아내서 팔다리를 모조리 잘라 주마.”
그들은 피의 복수를 다짐하며 네오 서울로 향했다.
***
장우항이 유엽도를 탁자 위에 꺼내 놓았다.
매끄러운 도신의 표면에는 일(一)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장우항은 숫자의 표면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차가운 느낌이 그를 전율케 했다.
“좋군!”
유엽도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유엽도를 하사받은 후 단 하루도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이 유엽도 한 자루만 있으면 세상에 베지 못할 것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물론 현실은 다르지만 말이다.
이곳에 들어온 후 그는 벽을 느꼈다.
진금호와 제온, 그리고 샤오룬도 그에게 벽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혼자라면 절대 그들을 어떻게 넘볼 수 없을 테지만, 그에겐 동료들이 있었다.
지저성의 척후병은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십 인이 일 조를 이뤄 움직인다.
같이 출발한 지저성의 다른 정예들이 마수들의 습격을 받아 모두 죽었지만, 장우항의 조는 다 같이 합심해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새끼들이 왜 이리 안 오는 거지? 혹시 무슨 사고 친 거 아냐?”
장우항은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형제들은 다 좋은데, 가끔씩 폭주할 때가 있었다.
장우항이 있으면 그나마 조금 제어가 되는 편이었다.
“빨리 와라. 나의 형제들이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