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8)
불탄 사막의 모래술사 398화(398/416)
<h2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30″ style=”font-size: 27px !important;”>398화</h2>
<p><br></p>
<p><br></p>
<p><br></p>
<p>“뭐야?”</p>
<p>“조그만 벌레가 폭발하다니?”</p>
<p>케빈과 톰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p>
<p>제온이 제때 발견해 창밖으로 던지지 않았다면 그들이 폭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p>
<p>아이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p>
<p>레빈이 제온을 바라봤다.</p>
<p>“형?”</p>
<p>“이미 그가 눈치챈 것 같구나.”</p>
<p>“제기랄!”</p>
<p>레빈이 이를 악물었다.</p>
<p>자신의 실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p>
<p>설마 미행을 눈치채고, 오히려 폭발하는 벌레를 붙이다니.</p>
<p>제온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아이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p>
<p>제온이 톰에게 물었다.</p>
<p>“괜찮으냐?”</p>
<p>“예? 예!”</p>
<p>“감시하던 노인은 어느 집에 있느냐?”</p>
<p>“저기요.”</p>
<p>톰이 복도 구석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p>
<p>레빈은 그가 가리킨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p>
<p>“같이 가요.”</p>
<p>레빈이 제온의 옆으로 따라붙었다.</p>
<p>제온이 손잡이를 돌렸지만,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p>
<p>제온은 손잡이를 쥔 채 초열의 건틀렛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손잡이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물처럼 녹아내렸다.</p>
<p>제온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레빈에게 말했다.</p>
<p>“조심해라!”</p>
<p>“예! 형.”</p>
<p>레빈이 대답과 함께 바로 유령화했다.</p>
<p>제온은 즉시 문을 열었다.</p>
<p>집 내부를 보는 순간 제온이 눈을 크게 떴다.</p>
<p>집안에 수많은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p>
<p>아이들의 몸에 붙어 있던 벌레들과 생김새가 똑같았다.</p>
<p>“제기랄!”</p>
<p>제온은 즉각 아공간을 열어 모래를 쏟아냈다.</p>
<p>모래로 벽을 만들어 입구를 틀어막은 것이다.</p>
<p>그 순간 벌레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p>
<p>콰콰콰쾅!</p>
<p>엄청난 폭발이 마굴을 뒤흔들었다.</p>
<p>거대한 마굴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p>
<p>그나마 제온이 모래 벽을 만들어 폭발을 외부로 유도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마굴 외벽이 송두리째 무너질 뻔했다.</p>
<p>“크윽!”</p>
<p>제온이 답답한 신음을 내뱉었다.</p>
<p>모래 벽으로 폭발을 막았지만, 그 충격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p>
<p>제아무리 제온이라도 이런 충격을 받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p>
<p>그의 입가를 비집고 흐르는 검붉은 피가 그가 받은 충격을 말해 주고 있었다.</p>
<p>“괜찮아요? 형!”</p>
<p>다행히 유령화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던 레빈이 다급히 물었다.</p>
<p>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p>
<p>“괜찮아! 다른 애들은?”</p>
<p>“다들 괜찮아요.”</p>
<p>레빈은 다행히 유령화한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고, 아이들도 애론과 도미닉이 보호해 줘 폭발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p>
<p>제온과 레빈은 폭발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p>
<p>집 외벽이 폭발로 송두리째 날아갔는지 뻥 뚫려 있었고, 내부도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p>
<p>그나마 제온이 폭발의 여파를 최소한으로 막아 줘서 이 정도였지, 자칫했으면 옆에 붙어 있던 집들도 모두 무너질 뻔했다.</p>
<p>집 내부를 둘러본 레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p>
<p>“하! 아무도 없네.”</p>
<p>“미행을 붙인 것을 눈치채고 도주한 모양이다.”</p>
<p>“이 미친 새끼들. 아이들이 미행했다고, 폭발하는 벌레를 이용해?”</p>
<p>“아무래도 그 노인의 능력이 바로 이 벌레를 부리는 것 같구나.”</p>
<p>제온이 바닥에서 벌레의 잔해를 주웠다.</p>
<p>새까맣게 그을린 벌레의 잔해에선 메케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p>
<p>“아무래도 폭탄벌하고 비슷한 놈인 것 같군.”</p>
<p>지금은 태초의 숲이 된 검은 숲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 바로 폭탄벌이었다.</p>
<p>목표를 향해 돌진해 자폭하는 특성을 가진 폭탄벌.</p>
<p>집 안에서 폭발한 벌레도 그와 똑같은 특성을 가진 것 같았다.</p>
<p>차이라면 폭탄벌이 여왕의 명령에 자폭하는 데 반해 이놈들은 노인의 명령을 듣는다는 것이다.</p>
<p>“어디서 이런 벌레를 얻었을까요?”</p>
<p>“그러게 말이다.”</p>
<p>“일이 점점 커지네요.”</p>
<p>“휴우!”</p>
<p>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초토화된 집 안을 둘러보다가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p>
<p>반파된 욕실 안에는 원래 이곳에 살았던 이들의 시신이 구겨져 있었다.</p>
<p>“하! 이 미친 새끼들.”</p>
<p>시신을 본 레빈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p>
<p>제온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p>
<p>노인은 미친놈이 분명했다.</p>
<p>어린아이 몸에 벌레를 붙여 자폭하게 하고, 남의 집을 빼앗아 자폭 벌레를 키우는 제대로 미친 늙은이.</p>
<p>거기에 눈치도 빠르고, 결단력은 더 빨랐다.</p>
<p>애써 키운 벌레들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폭발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p>
<p>이런 타입에게 시간을 주면 더 큰 일을 저지를 것이 분명했다.</p>
<p>제온이 레빈에게 말했다.</p>
<p>“한시라도 빨리 이들을 찾아야 해. 아무래도 제대로 미친 놈들인 거 같으니까.”</p>
<p>“네! 형.”</p>
<p>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p>
<p>그때 톰과 케빈을 돌보던 애론과 도미닉이 다가왔다.</p>
<p>“저희도 놈들을 찾는 데 힘을 보탤게요.”</p>
<p>“저희가 알고 있는 네트워크 총동원할게요.”</p>
<p>두 사람이 빈민가에 구축한 네트워크는 거미줄처럼 촘촘했다.</p>
<p>존재를 몰랐다면 모르지만, 존재를 알았으니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p>
<p>제온이 그들에게 주의를 줬다.</p>
<p>“봤지? 극도로 위험한 자다. 각별히 조심해야 해.”</p>
<p>“네! 형.”</p>
<p>“놈들을 찾으면 접근하지 말고, 나에게 먼저 연락해.”</p>
<p>“걱정하지 마세요.”</p>
<p>제온이 폭발에 뻥 뚫린 외벽으로 다가갔다.</p>
<p>고층이라서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와 그의 몸을 흔들었다.</p>
<p>자칫 균형을 잃으면 수십 층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위를 훑어봤다.</p>
<p>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p>
<p>자폭 벌레를 부리는 노인이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이 분명했다.</p>
<p><br></p>
<p>***</p>
<p><br></p>
<p>“설마 했는데, 진짜 찾아오다니.”</p>
<p>노인은 마굴 근처의 건물 옥상에 서 있었다.</p>
<p>마굴 절반 높이의 건물이라서 폭발이 일어난 곳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야 했다.</p>
<p>그 때문에 목덜미가 뻣뻣해졌지만,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p>
<p>폭발이 일어난 집 외벽 쪽에 제온이 서 있었다.</p>
<p>마치 온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자세로 서 있는 제온에게선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p>
<p>“저런 놈이 있었다니. 덕분에 네 새끼들만 잃었구나, 폭귀야!”</p>
<p>끼기기!</p>
<p>그 순간 그의 목덜미 쪽에서 새까만 벌레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p>
<p>집에서 폭발한 벌레들과 똑같이 생겼지만, 크기가 남달랐다. 거의 어린아이 팔뚝만 한 것이다.</p>
<p>벌레는 마치 노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이 괴상한 울음을 터트렸다.</p>
<p>끼기기!</p>
<p>“그래! 새끼야 또 낳으면 되지. 우리 폭귀가 참 똑똑하구나.”</p>
<p>노인이 폭귀라고 부르는 벌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p>
<p>벌레는 눈을 지그시 감고 노인의 손길을 즐겼다.</p>
<p>한참이나 벌레를 쓰다듬던 노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p>
<p>“네놈이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애송이야! 아직 이곳이 익숙지 않아 네놈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익숙해지면 이곳이 우리의 놀이터가 될 거니까. 흐흐흐!”</p>
<p>노인은 음소를 흘리며 뒤돌아섰다.</p>
<p>벌레는 다시 그의 품으로 모습을 숨겼다.</p>
<p>노인은 건물을 내려와 거리를 걸었다.</p>
<p>마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들이 그를 마중 나왔다.</p>
<p>“흑노 어르신.”</p>
<p>노인에게 말을 걸며 접근하는 남자는 바로 소우첸이었다. 그의 옆에는 마치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는 것처럼 당시안이 있었다.</p>
<p>흑노라 불린 노인이 반색하며 말했다.</p>
<p>“오! 마중 나왔는가?”</p>
<p>“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아 걱정했습니다.”</p>
<p>“미안하네. 이상한 놈들이 따라붙어서 따돌리느라 늦었네.”</p>
<p>“이상한 놈들?”</p>
<p>“웬 아이들이 미행하더군. 그래서 혹시나 해서 폭귀의 새끼들을 붙였지.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을 사주한 놈들이 애써 마련한 거처로 쳐들어오더군.”</p>
<p>“그럼 설마 방금 있었던 폭발이?”</p>
<p>“그래! 내 작품이야. 흐흐!”</p>
<p>“하아!”</p>
<p>흑노의 대답에 소우첸이 한숨을 내쉬었다.</p>
<p>마광량에 이어 흑노마저 사고를 친 것이다.</p>
<p>그것도 대형 사고를 말이다.</p>
<p>흑노는 특이한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였다.</p>
<p>그의 능력은 바로 곤충과의 교감이었다.</p>
<p>그것도 큰 곤충에게는 통하지 않는다.</p>
<p>그의 능력이 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은 곤충뿐이었다. 그래서 괄시를 당했다.</p>
<p>그런 능력을 어디에 쓰냐며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실제로 그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p>
<p>그의 운명이 크게 변한 것은 바로 그가 폭귀라 부르는 곤충을 만나면서부터였다.</p>
<p>특이하게도 폭귀의 새끼들은 폭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p>
<p>어미인 폭귀의 명령만 떨어지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에게 달려들어 자폭하는 것이다.</p>
<p>처음 그 사실을 알아냈을 때 흑노가 얼마나 전율했는지 모른다.</p>
<p>그는 폭귀와 교감을 나누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고, 결국 길들일 수 있었다.</p>
<p>폭귀를 길들인 후 흑노는 예전에 자신을 무시했던 자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폭귀의 새끼들을 이용해 처참히 그들을 죽였다.</p>
<p>폭귀는 배만 부르게 해 주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알을 낳는다. 알들은 금방 부화해 성체가 된다.</p>
<p>시간만 충분하다면 폭귀의 새끼를 무한히 생산해 낼 수 있었다.</p>
<p>역장을 두른 B급 이상의 마수에게는 자폭 공격이 통하지 않지만, 그 이하의 마수나 인간에겐 재앙 같은 존재였다.</p>
<p>장우항과 전랑대가 네오 서울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었던 데는 흑노의 공이 컸다.</p>
<p>그 때문에 소우첸이나 당시안 모두 흑노가 사고 쳤다는 소리를 듣고도 질책하지 못했다.</p>
<p>소우첸이 그에게 물었다.</p>
<p>“거점은 완전히 날렸겠네요?”</p>
<p>“당연하지. 폭귀의 새끼들이 조금만 많았어도 건물 전체를 날려 버릴 수 있었는데, 겨우 집 하나 날리는 것에 그쳤어.”</p>
<p>“건물이 무너졌으면 네오 서울에서 움직였을 겁니다.”</p>
<p>“그딴 놈들이 두려운가?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네.”</p>
<p>“저도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곳이 우리 영역이 아니니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강자들도 꽤 많이 숨어 있는 것 같고.”</p>
<p>“하긴 나를 추적해 온 놈도 강했어. 특이하게 모래를 이용하더군.”</p>
<p>“지금 모래라고 했습니까?”</p>
<p>“왜, 아는 놈인가?”</p>
<p>흑노의 질문에 소우첸이 고개를 끄덕였다.</p>
<p>“아무래도 광량을 죽인 놈 같습니다.”</p>
<p>“광량이 죽었는가?”</p>
<p>“도깨비 시장이라는 암시장에 귀신 풍뎅이 껍질을 팔러 갔다가 들켰습니다.”</p>
<p>“그래서 정말 죽었다고?”</p>
<p>“네!”</p>
<p>소우첸의 대답에 흑노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p>
<p>“광량이 죽었단 말인가? 그 착한 아이가…….”</p>
<p>“그도 모래술사에게 죽었습니다.”</p>
<p>“이 개 같은 새끼! 이럴 줄 알았으면 그곳에서 끝장을 보는 건데.”</p>
<p>흑노가 분통을 터트렸다.</p>
<p>마광량은 흑노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p>
<p>다른 이들은 무자비하게 대했지만, 서로는 끔찍하리만큼 아꼈다.</p>
<p>마치 부자 관계처럼 말이다.</p>
<p>그렇기에 흑노가 마광량의 죽음에 이렇게 길길이 날뛰는 것이다.</p>
<p>소우첸과 당시안은 흑노가 날뛰도록 내버려뒀다.</p>
<p>괜히 이럴 때 말렸다가는 더 큰 사고를 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p>
<p>흑노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이나 제온을 욕했다.</p>
<p>소우첸이나 당시안이 듣기에도 거북한 욕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이나 욕을 한 후에야 겨우 그가 진정했다.</p>
<p>“기름에 튀겨 죽일 자라 새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p>
<p>“이제 진정 좀 되셨으면 다른 거점으로 옮기죠. 놈들이 혈안이 되어 우리를 쫓고 있을 겁니다.”</p>
<p>“알겠다.”</p>
<p>흑노가 순순히 대답했다.</p>
<p>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p>
<p>이 거대한 도시의 저력은 실로 엄청나서 자칫 잘못하면 그들이 잡아먹힌다는 사실을 말이다.</p>
<p>소우첸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며 중얼거렸다.</p>
<p>“우항이 접선할 때까지 우리는 숨죽여 힘을 키우면서 이 도시의 모든 것을 흡수할 것이다. 우리가 얻은 모든 것이 지저성의 양분이 되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p>
<p>그 과정에서 어떤 오명을 뒤집어써도 상관없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