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99)
불탄 사막의 모래술사 399화(399/416)
<h2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30″ style=”font-size: 27px !important;”>399화</h2>
<p><br></p>
<p><br></p>
<p><br></p>
<p>제온과 레빈은 집을 나와 도깨비 시장으로 향했다.</p>
<p>아침부터 유세희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호출했기 때문이다.</p>
<p>“왔어?”</p>
<p>푸석한 얼굴로 유세희가 두 사람을 맞아 줬다.</p>
<p>제온이 그녀에게 물었다.</p>
<p>“밤샌 겁니까?”</p>
<p>“어! 어쩌다 보니……. 많이 푸석해?”</p>
<p>“네!”</p>
<p>“제기랄! 그 새끼 때문에…….”</p>
<p>“그 새끼?”</p>
<p>“고릴라 새끼 말이야.”</p>
<p>“무슨 일 있습니까?”</p>
<p>“같이 가. 눈으로 보는 게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해될 테니까.”</p>
<p>유세희는 두 사람을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p>
<p>목적지에 거의 도착하자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겼다.</p>
<p>“마수들 해체하는 곳이야. 일종의 도축장이라고 보면 돼.”</p>
<p>“그렇군요.”</p>
<p>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제온은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레빈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p>
<p>지독한 피비린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p>
<p>유세희가 그런 레빈을 보며 피식 웃었다.</p>
<p>“사내새끼가 뭐 이것 가지고 인상을 써?”</p>
<p>“제가 또 냄새엔 취약해서.”</p>
<p>“꼴값해라.”</p>
<p>“헤헤!”</p>
<p>“쯧!”</p>
<p>유세희가 혀를 차며 전면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커다란 밀실이 나타났다.</p>
<p>밀실 안 작업대 위엔 반달 고릴라 사체가 대자로 누워 있었다.</p>
<p>대자로 누운 반달 고릴라의 배는 절개되어 활짝 펼쳐진 상태였다.</p>
<p>“마광량입니까?”</p>
<p>“맞아!”</p>
<p>“굳이 저렇게 배를 가를 이유 있습니까? 내부 장기가 모두 모래에 갈려 나갔을 텐데요?”</p>
<p>“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p>
<p>“네?”</p>
<p>유세희의 대답에 제온이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p>
<p>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p>
<p>유세희가 반달 고릴라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p>
<p>“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나을 거야.”</p>
<p>“…….”</p>
<p>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개복한 반달 고릴라의 배 속을 들여다봤다.</p>
<p>순간 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p>
<p>“이건?”</p>
<p>“너도 처음 보지? 나도 그래! 이딴 게 심장에 붙어 있다니.”</p>
<p>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심장이었다.</p>
<p>다른 장기는 모두 싹 갈려 나갔는데, 심장만 멀쩡했다. 그런데 심장 한가운데 무언가 박혀 있었다.</p>
<p>“엑! 설마 이거 마정석이에요?”</p>
<p>레빈이 호들갑을 떨었다.</p>
<p>그의 말처럼 심장에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p>
<p>그 때문에 제온의 샌드 믹서에도 갈려 나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p>
<p>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p>
<p>“평범한 마정석 같지는 않고, 이거 설마…….”</p>
<p>“반달 고릴라에게서 나온 마정석을 심장에 직접 때려 박은 거야. 미친 새끼들!”</p>
<p>“정말 미친 새끼들이네요.”</p>
<p>레빈이 유세희의 말에 동의했다.</p>
<p>네오 서울은 안정적인 마정석 수급을 위해 광산을 개발했지만, 사실 마수에게서도 나온다.</p>
<p>다만 광산에서 캐낸 마정석과 달리 마수에게서 나온 마정석은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p>
<p>마수의 속성에 따라 마정석의 성질도 달라지는 것이다.</p>
<p>순도나 양, 효능은 마수에게서 나온 마정석이 비교할 수도 없이 높지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마정석 발전소 같은 시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p>
<p>마정석을 공급할 때마다 발전소의 세팅값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오 서울은 마수에서 나온 마정석보다 광산에서 나온 마정석을 선호했다.</p>
<p>사정이 그렇다 보니 마수에서 나온 마정석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은 편이었다.</p>
<p>레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p>
<p>“마수의 마정석을 심장에 때려 박으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요?”</p>
<p>“그렇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썼겠지. 아마 특수한 방법으로 마정석을 가공했거나, 신체를 조율했을 거야.”</p>
<p>“완전 미친 새끼들이네요.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요?”</p>
<p>“인간성 따윈 시궁창에 처박아 버린 새끼들인 건 확실하네.”</p>
<p>유세희의 대답에 레빈이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p>
<p>그는 아무리 세상이 망하고, 인간성이 바닥에 떨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마광량에게 마수의 마정석을 때려 박은 자들은 그 선을 아득히 넘어 버렸다.</p>
<p>“혹시 그 지저성이라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마정석의 마수를 이식받은 걸까요?”</p>
<p>“그건 아닐 거야.”</p>
<p>뿌드득!</p>
<p>제온이 마정석이 박힌 심장을 쥐어뜯으며 대답했다.</p>
<p>“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p>
<p>“이 마정석은 우두머리 개체에서 나온 거야. 그런 마정석이 흔할 리 없지.”</p>
<p>“그렇겠네요. 마정석은 우두머리 개체나 B급 이상의 마수에게서만 나오니까.”</p>
<p>레빈이 납득했다.</p>
<p>유세희가 제온의 손에서 심장을 넘겨받으며 말했다.</p>
<p>“정예들만 이식받았다고 생각하면 되겠군.”</p>
<p>“네! 아마 이식받은 마정석의 종류에 따라 그들이 발휘하는 힘도 다를 거예요.”</p>
<p>“하아! 거지 새끼들이 별수를 다 쓰는구나.”</p>
<p>유세희가 손에 힘을 주자 심장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마정석만 남았다.</p>
<p>마정석을 자세히 살피니 표면에 무수한 선이 새겨진 것이 보였다.</p>
<p>“이 조그만 마정석에 마법진을 새겼어.”</p>
<p>“그 마법진이 아마 마정석의 이식을 가능하게 해 준 걸 겁니다.”</p>
<p>“이건 우리 애들한테 연구하라고 할게. 괜찮지?”</p>
<p>“네!”</p>
<p>제온의 대답에 유세희가 마정석을 챙겼다.</p>
<p>레빈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p>
<p>“도대체 지저성은 어떤 곳일까요? 인간에게 마정석을 이식하다니.”</p>
<p>“인간성으로 따지면 여기도 만만치 않잖아.”</p>
<p>“네?”</p>
<p>유세희의 말에 레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p>
<p>“멀쩡한 사지 잘라 내고, 기계로 이식하는 자들도 있잖아?”</p>
<p>“그건…….”</p>
<p>“다 똑같아. 다 나름대로 강해져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짓이니까. 문제는 그 목적이야.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짓이라면 희생이지만, 타인을 죽이고 빼앗으려는 목적으로 이식한 거라면 인성을 포기한 거니까. 보아하니 이들은 후자인 것 같네. 문제는 이런 놈들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는 건데.”</p>
<p>유세희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것을 느끼고, 관자놀이를 손으로 문질렀다.</p>
<p>제온이 그런 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p>
<p>“한 놈이 죽고, 한 놈이 꼬리를 밟혔으니 놈들은 더 깊숙한 곳으로 숨을 겁니다.”</p>
<p>“아!”</p>
<p>갑자기 레빈이 탄성을 내뱉었다.</p>
<p>“왜?”</p>
<p>“그러면 놈들이 악어굴로 숨어들지도 모르겠네요?”</p>
<p>“그럴지도…….”</p>
<p>“이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제토야 마을로 가 봐야겠어요. 혹시 놈들이 노릴지도 모르니까. 혹시 놈들을 발견하면 연락 주세요.”</p>
<p>“알았다.”</p>
<p>레빈은 바로 도깨비 시장을 떠났다.</p>
<p>제온과 남게 된 유세희가 투덜거렸다.</p>
<p>“변방에서 온 거지 새끼들 때문에 이게 웬 난리야.”</p>
<p>“보통 거지가 아닌 게 문제죠.”</p>
<p>“그래! 일반적인 거지가 아니지.”</p>
<p>“놈들은 지금 우리를 학습하고 있어요. 놈들을 잡으려면 우리도 그들의 생리와 습성을 학습해야 해요.”</p>
<p>진화하는 적을 잡으려면, 이쪽도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온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들에 대해 파고들 생각이었다.</p>
<p><br></p>
<p>***</p>
<p><br></p>
<p>“빈민가가 시끄럽습니다.”</p>
<p>서태란의 보고에 진금호가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봤다.</p>
<p>“그래?”</p>
<p>“네! 아무래도 장우항과 관련된 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p>
<p>“혼자 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군.”</p>
<p>“그런 것 같습니다.”</p>
<p>“흠! 역시 그쪽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거든.”</p>
<p>“괜찮으시겠습니까?”</p>
<p>“뭐가?”</p>
<p>“샤오룬 님이라면 그자를 이용해서 분명 무언가를 꾸밀 텐데…….”</p>
<p>“장우항도 마찬가지겠지.”</p>
<p>진금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p>
<p>저 멀리 남 구역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p>
<p>남 구역은 특유의 특색이 있었다.</p>
<p>마치 그 옛날 이 땅에 있었던 차이나타운처럼 그들만의 양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표가 났다.</p>
<p>남 구역뿐만 아니다.</p>
<p>다른 구역도, 각자 특색에 맞게 건물을 올리고,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p>
<p>진금호는 그런 자율성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p>
<p>한 도시, 더 나가 한 국가가 발전하려면 다양성이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p>
<p>그래서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선 각 구역의 행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p>
<p>덕분에 각 구역은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각 구역의 지배자들은 시청의 간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p>
<p>더 나가 시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하는 곳이 늘고 있었다.</p>
<p>대표적인 곳이 바로 샤오룬이 다스리는 남 구역이었다.</p>
<p>남 구역은 마치 시청의 영향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p>
<p>외부와의 교류도 크게 하지 않으면서 그들끼리의 결속력만 강화했다.</p>
<p>그 때문에 이제는 시청조차 남 구역 내부의 일을 전부 파악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p>
<p>“남 구역은 계속 지켜보고, 시청과 중앙 구역의 보안을 강화해. 특히 핵심 시설은 인가받지 않은 자는 절대 접근할 수 없게 해.”</p>
<p>“네! 그렇게 조처하겠습니다.”</p>
<p>동서남북 네 구역이 존재하지만, 마정석 발전소나 마공학 연구소 같은 핵심 시설들은 모두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에 몰려 있다.</p>
<p>다른 구역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p>
<p>무너져도 다시 세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앙 구역은 다르다.</p>
<p>이곳의 핵심 시설이 무너지면 네오 서울 전체가 무너진다.</p>
<p>그 때문에 평소에도 경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곳이었다.</p>
<p>“보안은 이쯤 하면 된 거 같고, 지하로 내려가자.”</p>
<p>“지하라면 천벌입니까?”</p>
<p>“그래!”</p>
<p>“모시겠습니다.”</p>
<p>서태란이 진금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p>
<p>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그들을 시청 지하 깊은 곳으로 이동시켰다.</p>
<p>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거대한 연구 시설이 그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p>
<p>수많은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p>
<p>두 사람은 그들을 지나쳐 연구실 안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물체 앞으로 갔다.</p>
<p>진금호가 거대한 둥근 기둥 형태의 물체를 올려다볼 때 책임자가 급히 달려왔다.</p>
<p>“연락도 하지 않고 어떻게 오셨습니까?”</p>
<p>“크라켄의 심장은 어떻게 되었지?”</p>
<p>“성공적으로 장착했습니다.”</p>
<p>“하면 출력은 모두 해결된 것인가?”</p>
<p>“가까스로 기준선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p>
<p>책임자의 대답에 진금호가 미소를 지었다.</p>
<p>“겨우 한고비를 넘겼군.”</p>
<p>“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는 조금 수월할 겁니다.”</p>
<p>모비딕의 심장만으로는 출력이 부족해 크라켄의 심장을 가공해 장착했다.</p>
<p>성질이 다른 심장 두 개를 이용하다 보니 수많은 문제점이 터져 나왔다.</p>
<p>마나 싱크로가 맞지 않아서 마나 회로가 타 버리기 일쑤였고, 어렵게 개발한 장비들이 문제를 일으켰다.</p>
<p>그 때문에 연구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p>
<p>덕분에 연구원들은 벌써 몇 달이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p>
<p>그럼에도 연구원들의 얼굴에 활력이 가득했다.</p>
<p>드디어 고비를 넘기고, 두 심장의 마나 싱크로를 맞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p>
<p>“수고했군.”</p>
<p>“다 시장님의 지원 덕분입니다.”</p>
<p>“나머지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지?”</p>
<p>“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p>
<p>“뭐지?”</p>
<p>“이론만 가지고 개발하는 거라 시험이 필요합니다.”</p>
<p>“시험이라…….”</p>
<p>“보다시피 이곳에선 시험할 수가 없습니다. 직접 사용해 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해야 합니다.”</p>
<p>“그렇군!”</p>
<p>진금호가 고개를 끄덕였다.</p>
<p>네오 서울의 모든 것을 걸고 개발하는 물건이었다.</p>
<p>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됐다.</p>
<p>“적당한 대상을 물색해 보도록 하지.”</p>
<p>진금호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났다.</p>
<p>그의 눈빛에 서태란이 흠칫 몸을 떨었다.</p>
<p>진금호가 이런 눈빛을 할 때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