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402)
불탄 사막의 모래술사 402화(402/416)
<h2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30″ style=”font-size: 27px !important;”>402화</h2>
<p><br></p>
<p><br></p>
<p><br></p>
<p>장우항과 전랑대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p>
<p>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전랑대의 모습이 변했다.</p>
<p>뚜둑! 뚜두둑!</p>
<p>뼛소리와 함께 그들의 얼굴 근육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이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p>
<p>“시안, 우첸, 흑노, 한, 주핑…….”</p>
<p>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던 장우항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p>
<p>한 명이 비기 때문이다.</p>
<p>“광량은?”</p>
<p>“죽었어.”</p>
<p>대답한 이는 당시안이었다.</p>
<p>“죽다니?”</p>
<p>“모래술사에게 걸려 뒈졌어.”</p>
<p>“제……온을 말하는 거냐?”</p>
<p>“응! 도깨비 시장에 물건을 처분하러 갔다가 하필 재수 없게 걸려서…….”</p>
<p>“으음!”</p>
<p>장우항이 침음성을 흘렸다.</p>
<p>마광량은 전랑대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무력을 소유한 사내였다. 모든 병력을 잃고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전랑대가 생존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p>
<p>그런 남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p>
<p>그것도 하필 제온에게 말이다.</p>
<p>“빌어먹을! 너희들은 그가 죽는 것을 그냥 지켜본 거냐?”</p>
<p>“어쩔 수가 없잖아. 이곳은 지저성이 아니니까. 그때 나섰으면 우리도 아마 죽었을걸.”</p>
<p>“그 정도였나?”</p>
<p>“그나마 빈민가였으니까 마광량이 조금이라도 버텼지, 사막에서 싸웠다면 순식간에 끔살당했을 거야.”</p>
<p>“으음!”</p>
<p>장우항이 침음성을 흘렸다.</p>
<p>그가 아는 당시안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p>
<p>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의 소유였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면 정확한 사실일 것이다.</p>
<p>장우항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주제를 바꿨다.</p>
<p>“아까 그 얼굴은 어떻게 된 거야?”</p>
<p>“흐흐! 마침 네오 서울 밖으로 사냥을 나가던 각성자들이 있더군. 그래서 놈들을 죽이고 신분을 훔쳤지.”</p>
<p>대답을 한 남자는 오른쪽 뺨에 커다란 화상이 있는 오십 대 남자였다.</p>
<p>남자의 이름은 모용한.</p>
<p>저주술사인 주제에 아이템 제작, 결계까지 펼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각성자였다.</p>
<p>암시장에 저주 아이템을 뿌린 이도 바로 그였다.</p>
<p>그가 아이템을 팔고 벌어 온 덕분에 전랑대는 빈민가에서 편히 머물 수 있었다.</p>
<p>전랑대는 빈민가에 숨어서 네오 서울에 들어갈 기회만 노렸다.</p>
<p>그때 그들의 시야에 포착된 이들이 바로 사냥을 위해 네오 서울을 빠져나가던 각성자들이었다.</p>
<p>마침 그들의 수도 전랑대처럼 여섯 명이었다.</p>
<p>전랑대는 은밀히 그들의 뒤를 추적하다가 습격했다.</p>
<p>기습을 당한 각성자들은 별반 반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전멸했다.</p>
<p>전랑대는 그들의 옷과 무기, 신분증을 빼앗은 후 시신을 모래에 파묻었다.</p>
<p>신분증을 위조하는 것은 바로 모용한의 몫이었다.</p>
<p>시청에서 발급한 신분증에는 사용자의 고유 마나 파장이 각인되어 있어 위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모용한은 며칠 밤을 지새운 끝에 허점을 발견했고, 결국은 위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p>
<p>신분증의 고유 마나 파장을 전랑대의 마나 파장으로 대체한 후 지저성의 고유 기술로 얼굴마저 바꿨다.</p>
<p>덕분에 경비를 서는 각성자들을 감쪽같이 속여 넘기고 네오 서울로 들어올 수 있었다.</p>
<p>“그나저나 멋지네. 사막 한가운데 이런 도시라니. 솔직히 빈민가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네오 서울엔 비할 수 없어.”</p>
<p>당시안이 네오 서울의 전경을 둘러보며 감탄했다.</p>
<p>흑노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p>
<p>“이들의 저력은 정말 인정해야겠군. 저런 높은 건물들이라니. 정말 눈이 돌아가는군.”</p>
<p>두 사람뿐 아니라 함께 들어온 모든 이들이 네오 서울의 전경에 압도당한 상태였다.</p>
<p>빈민가에서 볼 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휘황찬란한 도시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p>
<p>깨끗한 거리, 최첨단의 높은 건물들, 세련된 옷차림의 사람들과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들.</p>
<p>지저성에서는 상상도 못 해 본 풍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p>
<p>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p>
<p>전랑대 중 유독 왜소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p>
<p>“모두 부숴 버리고 싶군. 싸그리 밀어 버리고, 우리가 이곳으로 이주하면 안 될까?”</p>
<p>“이주할 거면 왜 부숴? 인간들만 모두 쫓아내면 되지.”</p>
<p>“그냥 이주하는 것은 재미없으니까.”</p>
<p>“하여간 변태라니까.”</p>
<p>당시안이 왜소한 남자를 흘겨봤다.</p>
<p>왜소한 남자의 이름은 등주핑.</p>
<p>전랑대 내에서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살인마, 혹은 테러 기획자라고 불리는 사내였다.</p>
<p>그는 이렇게 잘 정돈된 광경을 보면 부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p>
<p>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p>
<p>장우항이 그를 진정시켰다.</p>
<p>“워워! 진정하라고. 지금 문제를 일으키면 우리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지니까.”</p>
<p>“걱정하지 마. 나도 앞뒤는 가릴 줄 아니까. 임무가 우선이지, 내 즐거움이 먼저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어.”</p>
<p>“본분을 잊지 않아 다행이군.”</p>
<p>“그러는 너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나 보군.”</p>
<p>“왜 그렇게 생각하지?”</p>
<p>“월왕구천검이 없잖아. 목표에게 잘 전해진 모양이군.”</p>
<p>“맞아! 목표에게 잘 전달됐어. 네 계획대로 말이야.”</p>
<p>“내 계획은 절대 실패하지 않아.”</p>
<p>등주핑의 말에 장우항이 고개를 끄덕였다.</p>
<p>그는 미친놈이 분명하지만, 그만큼 유용했다.</p>
<p>월왕구천검을 이용해 네오 서울 권력자의 환심을 사는 것도 그의 생각이었다.</p>
<p>실행하는 것은 장우항의 몫이었지만 말이다.</p>
<p>이제까지 침묵하던 소우첸이 말했다.</p>
<p>“그럼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p>
<p>“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그때까지 내가 마련해 둔 거처에서 쉬면서 네오 서울을 파악해 둬.”</p>
<p>장우항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남 구역에 전랑대를 위한 거처를 마련해 둔 상태였다.</p>
<p>그런 철저한 준비성 때문에 전랑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먼저 네오 서울에 들여보낸 것이다.</p>
<p>흑노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
<p>“네오 서울의 마도 공학 기술을 반드시 훔쳐 내야 하니 서둘러 움직이자.”</p>
<p>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p>
<p>네오 서울의 주요 기술을 빼돌려 지저성에 전달하는 것.</p>
<p><br></p>
<p>***</p>
<p><br></p>
<p>제온은 아침 일찍 유세희의 부름을 받고 도깨비 시장으로 향했다.</p>
<p>“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p>
<p>“나와 함께 어디 좀 가야겠어.”</p>
<p>“어디를 말입니까?”</p>
<p>“가면 알아.”</p>
<p>“알겠습니다.”</p>
<p>제온은 순순히 유세희를 따라나섰다.</p>
<p>그녀가 제온을 데리고 향한 곳은 바로 네오 서울 밖이었다.</p>
<p>두 사람은 함께 네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으로 걸어왔다.</p>
<p>제온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p>
<p>사막 한가운데 모여 있는 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p>
<p>바로 김진수가 이끄는 제일 호송대였다.</p>
<p>“어서 오십시오, 조합장님! 제온 님!”</p>
<p>김진수가 달려와 두 사람을 맞았다.</p>
<p>유세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p>
<p>“여기서 발견한 건가요?”</p>
<p>“맞습니다. 여기 있습니다.”</p>
<p>김진수가 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 앞에 있는 커다란 구덩이를 가리켰다.</p>
<p>구덩이 안에는 시신들 몇 구가 뒤엉켜 있는 것이 보였다.</p>
<p>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p>
<p>“시신입니까?”</p>
<p>“저희 대원이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아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p>
<p>김진수의 대답에 제온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 시신을 살폈다.</p>
<p>뒤엉킨 시신들은 모래가 잔뜩 묻어 본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제온에겐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p>
<p>지배력을 끌어 올리자 시신에 묻은 모래들이 알아서 떨어졌다.</p>
<p>시신들의 본모습이 드러나자 호송대원 중 한 명이 소리쳤다.</p>
<p>“어, 쟤들 검은 늑대 팀 아냐?”</p>
<p>“아는 사람들입니까?”</p>
<p>“소수 정예로 활동하는 사냥 팀입니다.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적 있어서 압니다.”</p>
<p>“음!”</p>
<p>제온이 시신을 자세히 살폈다.</p>
<p>“상처가 깊고 매끈한 것이 검을 쓰는 자에게 당했습니다. 모두 일격에 숨통을 끊었습니다.”</p>
<p>“검을 쓰는 각성자에게 당한 건가?”</p>
<p>“그런 것 같습니다. 도나 창은 이보다 더 크고 거칠게 상처가 나니까요.”</p>
<p>“누가 왜 이들을 죽인 거지?”</p>
<p>유세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p>
<p>정황상 검은 늑대 팀은 사냥을 나가다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 것 같았다.</p>
<p>차라리 사냥에 성공해 귀환하다가 습격당했으면 말이 됐다. 전리품을 누군가 약탈하기 위해 공격할 수 있으니까.</p>
<p>실제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p>
<p>문제는 이들이 네오 서울을 나선 후 바로 습격당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전리품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p>
<p>이들의 시신을 자세히 살피던 제온은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p>
<p>“모두 신분증이 없습니다.”</p>
<p>“왜 하필 신분증을 가져간 거지? 혹시…….”</p>
<p>“네! 누군가 이들의 신분증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p>
<p>“그 새끼들일 가능성이 크군.”</p>
<p>“네! 이들의 신분을 도용해서 네오 서울에 들어간 모양입니다.”</p>
<p>“어떻게? 아무리 신분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나 파장이 맞아야 하는데. 거기다 각성자들의 검문도 통과해야 하고.”</p>
<p>“잊었습니까? 도깨비 시장의 결계도 파고든 이들입니다. 분명 그들만의 방법이 있을 겁니다.”</p>
<p>“제기랄!”</p>
<p>유세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p>
<p>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제온의 말이 타당했기 때문이다.</p>
<p>“그럼 그 새끼들이 이미 네오 서울에 침입했다고 봐야겠네. 촌뜨기들이 행동력 하나는 더럽게 끝내주는군.”</p>
<p>“아무래도 이런 일에 무척이나 익숙한 것 같습니다. 빠른 속도로 네오 서울과 빈민가의 생리를 학습해 이용하고 있어요.”</p>
<p>“이것들을 어떡하지?”</p>
<p>“아무래도 제가 네오 서울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p>
<p>“직접 찾으려고?”</p>
<p>“일단 들어가서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p>
<p>“샤오룬 귀에 네 소식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네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p>
<p>“뭐, 최대한 조심해 봐야죠.”</p>
<p>“조심한다고 될까?”</p>
<p>“다른 방법이 없잖아요.”</p>
<p>“그렇긴 하네.”</p>
<p>유세희가 입맛을 다셨다.</p>
<p>빈민가에서 도깨비 시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네오 서울 안에서는 미미했다.</p>
<p>애초 시스템 자체가 달라 빈민가에 있는 이들이 네오 서울에 들어가 자유롭게 활동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p>
<p>그나마 클렉시 영감이 관리하는 ‘아르고스의 눈’이 네오 서울 안에 사람들을 심어 뒀지만, 함부로 이용하기 곤란했다.</p>
<p>이런 일에 이용했다가 신분을 들키기라도 하면 손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p>
<p>결국 제온이 직접 네오 서울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p>
<p>제온이 모래 구덩이를 올라오며 물었다.</p>
<p>“시신은 어떡할까요?”</p>
<p>“이대로 놔두면 마수들의 먹이가 될 뿐이니, 빈민가로 가져가서 화장해야지.”</p>
<p>유세희의 말에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p>
<p>스르륵!</p>
<p>구덩이의 모래가 움직여 시신을 밖으로 밀어냈다.</p>
<p>덕분에 제일 호송대는 별 어려움 없이 검은 늑대 팀의 시신들을 수습할 수 있었다.</p>
<p>유세희가 말했다.</p>
<p>“다들 수고했어. 일단은 도깨비 시장으로 돌아가자.”</p>
<p>“네!”</p>
<p>제일 호송대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p>
<p>제온은 그들과 함께 빈민가로 돌아왔다.</p>
<p>빈민가로 귀환한 즉시 제온은 바로 네오 서울 정문으로 향했다.</p>
<p>필요한 물건들 대부분은 아공간에 넣고 다니기에 네오 서울로 들어가기 위해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p>
<p>“제온 님?”</p>
<p>정문을 지키던 각성자들이 제온을 알아봤다.</p>
<p>제온은 네오 서울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각성자였기에 별다른 절차 없이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p>
<p>‘이제 내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겠지.’</p>
<p>정문을 지키는 각성자들은 시청 소속이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각 구역에 돈을 받아 챙기고 있었다.</p>
<p>위험인물이나 요주의 인물이 네오 서울에 들어온 그 순간 바로 각 구역에 연락이 간다.</p>
<p>특별 관리 대상이 된 제온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p>
<p>모두가 그의 움직임을 주목할 것이다.</p>
<p>그들의 감시를 피해 움직여야 했다.</p>
<p>제온은 소리도 없이 네오 서울의 화려한 거리 속으로 스며들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