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403)
불탄 사막의 모래술사 403화(403/416)
<h2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30″ style=”font-size: 27px !important;”>403화</h2>
<p><br></p>
<p><br></p>
<p><br></p>
<p>샤오룬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p>
<p>밤새 무슨 꿈을 꾼 것 같았는데, 명확하지 않았다.</p>
<p>샤오룬은 의외라고 생각했다.</p>
<p>본래 그는 꿈을 꾼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숙면을 하기 때문이다.</p>
<p>샤오룬의 시선이 옆에 놓인 월왕구천검을 향했다.</p>
<p>잠을 잘 때도 그는 월왕구천검을 품에 안고 잤다. 그만큼 월왕구천검에 정신이 단단히 홀린 상태였다.</p>
<p>샤오룬은 본능적으로 월왕구천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언제 멍했었냐는 듯이 정신이 맑아졌다.</p>
<p>“후우!”</p>
<p>샤오룬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p>
<p>간단히 씻고 밖으로 나가자 추웨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p>
<p>“일어나셨습니까?”</p>
<p>“아침부터 무슨 일이냐?”</p>
<p>“급히 보고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p>
<p>“보고?”</p>
<p>샤오룬이 인상을 썼다.</p>
<p>식사도 하기 전에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p>
<p>샤오룬의 성향을 알기에 부하들도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식사 전에 그를 찾지 않는다.</p>
<p>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추웨이가 아침부터 이렇게 그를 찾아온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p>
<p>샤오룬이 애써 불편한 심기를 억누르며 물었다.</p>
<p>“뭐냐?”</p>
<p>“장우항이 시청의 주요 기밀 시설에 대한 접근 인가를 요청했습니다.”</p>
<p>“그건 분명히 내가 안 된다고 말했을 텐데?”</p>
<p>“네! 저도 확실히 안 된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입니다.”</p>
<p>“발칙한……. 그래도 동향 사람이라고 편의를 봐줬더니 선을 넘는군,”</p>
<p>“어떻게 할까요? 아까부터 뵙겠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p>
<p>“들여보내.”</p>
<p>“네? 하지만…….”</p>
<p>“내가 직접 보고 이야기하지. 놈만 들여보내고, 너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p>
<p>“알……겠습니다.”</p>
<p>추웨이가 대답과 함께 물러나고 잠시 후 장우항이 안으로 들어왔다.</p>
<p>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장우항이 주먹과 손바닥을 맞대는 특유의 인사를 했다.</p>
<p>“밤새 편히 주무셨습니까? 어르신! 아침부터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p>
<p>“내가 분명히 시청 시설엔 권한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내 말이 우습게 들렸나 보지?”</p>
<p>“제가 어찌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다만 제가 알아낸 바로는 남 구역에서 마정석 발전소의 외곽 경계 시설인 방어탑을 건설하는 데 참여하셨더군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방문해 시설 점검을 하신다고…….”</p>
<p>“그건 어떻게 알았지?”</p>
<p>샤오룬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p>
<p>지금 장우항이 말한 내용은 극비였다.</p>
<p>시청에서 마정석 발전소를 건설할 때 각 구역에서도 일정 부분 참여했다.</p>
<p>아무래도 워낙 엄청난 공사다 보니 시청 단독으로 진행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p>
<p>그래서 각 구역에도 일정 부분 공사에 참여할 것을 강요했고, 남 구역도 마정석 발전소 외곽 경계 시설인 방어탑을 짓는 데 참여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사람을 보내 자신들이 건설한 시설을 점검하거나 보수했다.</p>
<p>남 구역에선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는데, 장우항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다.</p>
<p>타인에게 남 구역의 비밀이 유출되었기에 샤오룬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p>
<p>샤오룬의 노기 어린 표정에도 장우항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p>
<p>“어쩌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p>
<p>“우연히? 나보고 그걸 믿으란 말인가?”</p>
<p>“심기를 상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저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p>
<p>“그렇다고 선을 넘어?”</p>
<p>“지저성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수많은 동포들이 지금도 어둠에 벌벌 떨며 마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마정석 발전소의 설계도를 지저성에 가져가면 어떻게 될지? 네오 서울의 마도 공학을 가져가면 어떤 변화가 올지?”</p>
<p>“그렇다고 시청의 기밀 시설에 함부로 접근할 생각을 해? 이게 잘못되면 어떤 후폭풍이 남 구역을 덮칠지 몰라서 그러는 건가?”</p>
<p>진금호는 절대 자비로운 인물이 아니었다.</p>
<p>만만한 인물도 아니었다.</p>
<p>그렇게 물렁물렁한 자였다면 백 년 동안 네오 서울을 지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p>
<p>무엇보다 백 년 동안이나 네오 서울에 있었지만, 진금호의 숨겨 둔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했다.</p>
<p>백 년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말이다.</p>
<p>미지에서 오는 공포는 샤오룬마저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장우항의 태도는 태연하기만 했다.</p>
<p>“혹시 진금호가 두려우신 겁니까? 천하의 샤오룬 님이…….”</p>
<p>“두려운 것은 아니야.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만은 분명하지. 그리고 굳이 그와 원수가 될 이유도 없고.”</p>
<p>“실망입니다, 샤오룬 님!”</p>
<p>“지금 내게 실망이라고 했나?”</p>
<p>“죄송합니다만, 그렇습니다.”</p>
<p>“오냐오냐해 줬더니 감히 내게 그딴 말을 해?”</p>
<p>샤오룬이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p>
<p>그의 분노를 정면으로 받는 장우항은 태연했다. 그런 장우항의 모습이 샤오룬의 분노를 더욱 불 지폈다.</p>
<p>“당분간 너를 감옥에 가둬 두겠다.”</p>
<p>“샤오룬 님!”</p>
<p>“왜 그러느냐?”</p>
<p>“월왕구천검을 쥐고 계시는군요.”</p>
<p>“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냐?”</p>
<p>“월왕구천검의 주인은 시대의 지배자가 된다는 말 기억하시죠?”</p>
<p>“그게…….”</p>
<p>“시대의 지배자가 되시려면 그에 합당한 행보를 하는 게 옳지 않습니까?”</p>
<p>“합당한 행보?”</p>
<p>순간 샤오룬의 눈빛이 몽롱해졌다.</p>
<p>그가 쥐고 있는 월왕구천검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p>
<p>붉은 기운은 샤오룬의 기저에 잠재한 욕망을 건들고 있었다. 하지만 샤오룬은 전혀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p>
<p>장우항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p>
<p>월왕구천검은 분명 대단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월왕구천검엔 숨겨진 이명이 존재했다.</p>
<p>지저성에서 따로 붙인 이명은 바로 요검(妖劍)이었다.</p>
<p>주인을 홀리는 요사스러운 검.</p>
<p>주인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해 증폭시키는 검이 바로 월왕구천검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성이 마비된다.</p>
<p>그 때문에 지저성주도 월왕구천검을 사용하지 않았다.</p>
<p>월왕구천검을 쥐고 있으면 들끓어 오르는 욕망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p>
<p>장우항이 샤오룬에게 월왕구천검을 준 것은 그의 욕망을 읽었기 때문이다.</p>
<p>지금 샤오룬은 월왕구천검에 잠식당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p>
<p>지금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절호의 기회였다.</p>
<p>“방어탑에 접근할 권한을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p>
<p>“그건…….”</p>
<p>“약속하겠습니다. 남 구역에는 어떤 피해도 없도록 하겠습니다.”</p>
<p>“이것을 주마.”</p>
<p>샤오룬이 서랍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장우항에게 건네줬다.</p>
<p>“이게 출입 카드입니까?”</p>
<p>“그렇다. 이것을 가져가면 경계 시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p>
<p>장우항이 카드를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p>
<p>“감사합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카드를 준 사실은 잊어버리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간 겁니다.”</p>
<p>“으음!”</p>
<p>그 순간 몽롱하던 샤오룬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p>
<p>그때 장우항이 탁자에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빌었다.</p>
<p>쿵!</p>
<p>“무례한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해 주십시오.”</p>
<p>“알았으면 이만 물러나라.”</p>
<p>“예!”</p>
<p>장우항이 고개를 숙인 자세 그대로 방을 나갔다.</p>
<p>그가 사라지자 샤오룬이 고개를 갸웃했다.</p>
<p>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p>
<p><br></p>
<p>***</p>
<p><br></p>
<p>맨디가 탁자에 뜨거운 차가 담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p>
<p>“마시세요.”</p>
<p>“고맙습니다.”</p>
<p>감사의 인사를 하며 찻잔을 든 이는 바로 제온이었다.</p>
<p>제온은 네오 서울에 들어온 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맨디를 찾았다.</p>
<p>현재 네오 서울에서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맨디의 거처였기 때문이다.</p>
<p>맨디는 제온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놀라지 않고 받아 줬다.</p>
<p>“그러니까 장우항이라는 자의 동료들이 은밀히 네오 서울에 침투했다는 거죠?”</p>
<p>“네!”</p>
<p>“검은 늑대 팀으로 위장해서요?”</p>
<p>“네!”</p>
<p>“골치 아픈 자들이 들어왔군요.”</p>
<p>맨디가 미간을 찌푸렸다.</p>
<p>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제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일로 제온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p>
<p>제온이 말했다.</p>
<p>“아마 그들의 목적은 네오 서울의 마도 공학일 거예요. 네오 서울이 그동안 쌓은 기술을 탈취해 지저성에 전해 주는 것이 그들의 지상 과제죠.”</p>
<p>“미친것들. 스스로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이 힘들게 쌓은 노하우를 탈취할 생각만 한다니.”</p>
<p>맨디가 그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이 진저리를 쳤다.</p>
<p>제온이 그런 맨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p>
<p>“과감한 자들이에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p>
<p>“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시장님의 명령으로 이미 주요 시설 경계가 몇 배나 강화되었으니까요.”</p>
<p>“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래도 조심해야 할 거예요.”</p>
<p>“물론이죠.”</p>
<p>맨디는 시청의 슈퍼바이저였다.</p>
<p>주요 임무에 감독관으로 나가다 보니, 시청의 사정에 환했다.</p>
<p>그녀가 생각했을 때 현 시청 주요 시설의 경계 체제는 완벽했다.</p>
<p>평소에도 철저한데, 진금호의 명령이 떨어지면서 더 철통같이 완벽해졌다.</p>
<p>내부의 도움 없이 외부에서 이 시설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p>
<p>맨디가 말했다.</p>
<p>“그래도 포기하지 않겠죠?”</p>
<p>“네! 어떻게든 탈취하려 시도할 거예요.”</p>
<p>“하! 정말 이것들을 어떻게 잡지?”</p>
<p>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남 구역에 쳐들어가 장우항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일개 슈퍼바이저가 감히 샤오룬의 보호를 받는 장우항을 강제로 끄집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p>
<p>“남 구역에 들어갈 수 없다면 놈들이 노릴 만한 곳에서 기다려야죠.”</p>
<p>“놈들이 노릴 만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에요. 그 모든 곳을 지킬 수는 없어요.”</p>
<p>“그러니까 대상을 좁혀야죠.”</p>
<p>“놈들에게 가장 절실한 물건이 있는 곳이 어딜까요?”</p>
<p>“네오 서울처럼 발전하고 싶다면…… 역시 마정석 발전소 아닐까요?”</p>
<p>“제 생각도 같아요.”</p>
<p>맨디가 제온의 의견에 동의했다.</p>
<p>네오 서울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안정적인 마정석 공급과 더불어 마정석 발전소의 영향이 컸다.</p>
<p>마정석 발전소가 세워지면서 비로소 네오 서울의 문명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p>
<p>시청에서 운영하는 마정석 발전소는 시중에 풀린 마력 발전기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성능을 자랑했다.</p>
<p>집약된 기술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p>
<p>소형 마력 발전기는 원리만 이해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거대 발전소는 수많은 노하우와 정밀한 마도 공학이 필요했다.</p>
<p>그 때문에 시청에서도 특급 기밀로 분류해 마정석 발전소를 지키고 있었다.</p>
<p>“단순히 비밀만 훔쳐 간다면 모르지만, 혹시라도 놈들이 테러를 저지른다면…….”</p>
<p>“네오 서울의 모든 것이 멈출 거예요.”</p>
<p>맨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p>
<p>마정석 발전소가 멈추는 그 순간 식량 공장, 인공 배양육 공장, 공기 정화 시설과 수많은 연구 시설이 기능을 잃을 것이다.</p>
<p>네오 서울을 지탱하고 있는 근간이 파괴된 후 찾아올 혼란이 두려웠다.</p>
<p>“그런 최악의 사태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해요.”</p>
<p>“그럼 마정석 발전소로 가 보죠.”</p>
<p>“잠깐만요.”</p>
<p>맨디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제온을 제지했다.</p>
<p>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p>
<p>그녀가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씨익 웃었다.</p>
<p>“아무래도 이런 일엔 맨디보다 내가 나을 것 같아서.”</p>
<p>“엘로이군요.”</p>
<p>“그래!”</p>
<p>맨디의 또 다른 인격인 엘로이가 고개를 들었다.</p>
<p>제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
<p>“든든하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