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샌드 솔저들의 공격에 서큐버스가 제법 깊은 상처를 입었다.
마수 주제에 서큐버스는 상처에 예민했다.
어쩌면 서큐버스의 성별이 여성이라서 그럴지 몰랐다.
어쨌거나 제온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카에슈의 유일한 약점이 서큐버스라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집중 공략할 차례였다.
“챠앗!”
제온은 서큐버스에게 샌드 미사일을 날리고 크레모아를 터트렸다. 그러자 카에슈가 똬리를 틀며 서큐버스를 보호했다.
퍼버버벅!
제온의 공격은 카에슈의 단단한 비늘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제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가 데이오든을 따라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끼고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었다.
전투를 시작할 때 이미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 두고 각 단계를 진행하는 것.
데이오든이 내려 준 시련 덕분에 제온은 전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법을 체득했다.
‘첫 단계는 아홉 대가리의 시선을 가리는 것.’
푸화학!
순간 카에슈가 몸을 담고 있던 바닥의 모래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비산했다.
모래 먼지는 자욱하게 일어나 카에슈의 시야를 가렸다.
카에슈는 역장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자욱하게 일어난 모래 먼지에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순간 제온이 모습을 감췄다.
그가 그린 그림의 두 번째 단계인 모습 감추기였다.
제온은 모래 속을 유영해 똬리를 틀고 있는 카에슈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때까지도 카에슈는 제온의 이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바깥에서 샌드 솔저들이 공격해 카에슈의 신경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제온이 그린 세 번째 단계였다.
스르륵!
제온이 조용히 모래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카에슈가 똬리를 틀고 있는 안쪽이었다.
서큐버스가 갑자기 나타난 제온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순간 제온이 크레모아를 펼쳤다.
쾅!
폭음과 함께 수많은 모래 구슬이 서큐버스를 덮쳤다.
“꺄아악!”
강력한 폭발에 서큐버스가 비명을 질렀다.
순간 그녀의 몸을 뒤덮고 있던 역장이 잠시 흩어졌다.
제온은 그틈을 놓치지 않고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모래를 고압으로 분사하는 샌드 블라스터는 좁은 틈일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푸화학!
고압의 모래가 일 점으로 쏘아져 서큐버스에게 작렬했다.
서큐버스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하지만 키메라와 결합한 서큐버스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카에슈의 가공할 재생력에 힘입어 상처를 급속히 재생했다.
그녀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표독스럽게 외쳤다.
“겨우 이 정도로 내가 죽을 줄 알아?”
“알고 있어.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뭐?”
제온의 목소리는 서큐버스의 코앞에서 들려왔다.
서큐버스가 급히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서 있는 제온이 보였다.
샌드 블라스터를 발사한 후 모래 걸음으로 지척까지 다가온 것이다.
여기까지가 제온이 그린 육 단계였다.
그리고 마지막 칠 단계.
제온은 엑시온과 함께 샌드 믹서를 발동시켰다.
그냥 펼치는 샌드 믹서도 위력적이었지만, 엑시온과 함께라면 위력이 배가된다.
다만 엑시온이 무한한 게 아니라서 광활한 영역에 펼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서큐버스 같은 작은 목표물에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아아앙!
엑시온을 포함한 모래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꺄아아악!”
서큐버스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의 살점이 모래에 갈려 나갔다. 고운 피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뻘건 속살이 드러났다.
서큐버스는 히드라 특유의 초재생력으로 회복하려 했지만, 샌드 믹서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쿠워어!
뒤늦게 카에슈의 아홉 머리가 서큐버스의 위기를 감지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아홉 머리는 서큐버스를 보호하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그 순간 제온이 손가락을 튕기며 중얼거렸다.
따악!
“자폭! 샌드 솔저.”
순간 열 기의 샌드 솔저가 허공에서 일제히 폭발했다.
이 역시 제온이 최근에 깨달은 스킬이었다.
샌드 솔저의 자폭 공격은 마수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부단히 연습했고, 오늘 처음 써먹었다.
콰아앙!
크워어!
자폭 공격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카에슈처럼 거대한 마수의 머리들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그사이 제온은 샌드 믹서로 서큐버스를 뼈까지 갈아 냈다.
서큐버스가 죽어라 소리쳤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 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제온의 안색이 파리했다.
일순간 모든 마나를 써 버렸기 때문이다.
샌드 믹서, 샌드 솔저 소환‧자폭, 크레모아, 모두 마나가 막대하게 소비되는 스킬들이었다. 그런 스킬들을 연이어 사용했으니 마나가 바닥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제온에겐 엘루라의 눈물이 있었다.
하루에 한 번, 모든 마나를 회복시켜 주는 사기적인 아이템.
제온은 엘루라의 눈물을 이용해 바닥났던 마나를 순식간에 회복했다.
콰가각!
순식간에 서큐버스가 지워졌다.
샌드 솔저들의 자폭 공격에 튕겨 나갔던 카에슈의 아홉 머리가 제온을 노려봤다.
비록 하이엘툰에 의해 강제로 결합하긴 했지만, 그래도 육체와 정신이 하나로 묶였던 서큐버스의 죽음은 카에슈를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카에슈의 머리들이 제각기 다른 빛을 냈다.
‘이차전이다.’
말이 좋아 이차전이지, 사실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이었다.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두뇌 역할을 하는 서큐버스를 제거했으니, 카에슈의 대응이 이전처럼 기민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온의 기대와 달리 놈들은 한뜻으로 스킬을 펼쳤다.
쿠우웅!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지고, 엄청난 압박감이 제온을 짓눌렀다.
엄청난 압력에 허공에 비산하던 모래 구름마저 일제히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중……력 제어?”
제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중력 제어는 수많은 스킬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렵고, 위력적이었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서도 다룰 수 있는 각성자가 거의 없었다. 물론 위력은 카에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카에슈는 거대한 지하 공동 전체에 중력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체감상 평소 서너 배의 압력이 제온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사이 카에슈의 머리 하나가 입에 화염을 머금었다.
제온은 단숨에 놈이 펼치려는 스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브레스?”
드래곤만큼 위력적이진 않겠지만, 그래도 제온 한 명 잿가루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제온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런 그의 시야에 잘려 나간 카에슈의 꼬리가 보였다.
조금 전까지 서큐버스가 융합되어 있던 그곳이었다.
제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카에슈의 꼬리로 몸을 날렸다.
엄청난 압력이 짓눌렀지만, 엑시온으로 보호하니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었다.
제온이 꼬리에 도달한 순간 엄청난 고온의 브레스가 제온이 서 있던 곳을 덮쳤다.
콰아아!
엄청난 고온에 카에슈 발밑의 모래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제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카에슈의 잘려진 꼬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콰가가각!
전신에 두른 엑시온을 드릴처럼 회전시켰다.
꼬리 안쪽에서부터 카에슈의 살이 갈려 나갔다.
엄청난 고통에 카에슈가 난동을 피웠다.
쾅! 콰앙!
아홉 개의 머리가 각자 벽에 부딪히고, 서로 엉켰다.
아무리 키메라 카에슈로 재탄생했다고 하지만, 고통마저 못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이엘툰은 나름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냈다고 자부했지만, 서큐버스와의 융합은 오히려 약점을 만들어 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고통에 카에슈가 꼬리를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벽에 부딪혔다.
덩달아 제온도 이리저리 휘둘렸다. 하지만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고, 엑시온을 조종했다.
콰아아!
제온이 더 빠른 속도로 카에슈의 꼬리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때 고통을 견디지 못한 카에슈의 머리 하나가 꼬리를 물었다.
콰직!
엄청난 크기의 이빨이 꼬리를 파고들었다.
몸에 두르고 있던 역장도 소용없었다.
스스로 자해한 꼴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제온은 카에슈의 이빨을 피해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이제 그는 꼬리를 지나 본체로 진입했다.
엄청난 방어력을 지닌 비늘도 카에슈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콰가가각!
제온은 전력을 다해 엑시온을 회전시켰다.
마나가 엄청나게 소모됐지만, 이를 악물고 견뎠다.
여기서 견디지 못하면 카에슈에게 죽는다.
C급인 그가 S급에 가까운 마수인 카에슈를 죽이려면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제온이 생각한 카에슈를 쓰러트리는 마지막 단계였다.
엄청난 압력이 제온을 짓눌렀다.
카에슈가 근육을 조여 압박하는 것이다. 그래도 제온은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엄청난 압력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전신의 근육이 뒤틀렸다. 그래도 제온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는지 몰랐다.
이제 제온도 한계에 도달했다.
엘루라의 눈물을 통해 회복했던 마나도 다시 바닥을 보였고, 그토록 강력하게 단련된 육체도 삐걱거리고 있었다.
맹렬하게 휘돌던 엑시온의 속력도 현저히 늦어졌고, 제온의 걸음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래도 제온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무리한 마나의 운용과 체력의 한계로 제온의 몸이 점점 붕괴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카에슈의 피는 강렬한 독성을 머금고 있어, 그의 붕괴를 가속했다.
살점이 문드러지고, 뼈가 드러나며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지옥이었다.
그래도 제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있다면 움직일 수도 있다.
움직일 수 있는데, 멈춰 서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움직이던 그의 눈에 문득 무언가 보였다.
어른 몸통만큼이나 크고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둥근 물체.
제온은 단숨에 둥근 물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히드라의 마정석?’
드물지만 마수에게서도 마정석이 나온다.
마정석 광산에서 채굴되는 마정석과 달리 마수에게서 나오는 마정석은 녀석의 기운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간혹 마수에게서 나온 마정석의 기운을 흡수해 스킬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등급이 높은 마수일수록 좋은 스킬을 품은 마정석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확률은 극악해서 각성자가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마정석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 보고 있는 마정석이 스킬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제온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제온이 마정석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크아악!”
제온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마정석과 맞닿은 손을 통해 엄청난 기운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불같이 뜨거운 기운이 제온의 내부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제온에겐 이질적인 기운을 조절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끄아아!”
제온이 눈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전신이 타는 것 같았다.
마정석에서 손을 떼고 싶었지만,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제온은 손이 붙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기절한 후에도 마정석에서 엄청난 기운이 그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마정석은 빛을 잃었고, 제온에게 쏟아지던 기운도 사라졌다.
죽은 것처럼 미동 하나 없던 제온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썩어 문드러진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새살이 돋아 올랐다.
검은색으로 변색되었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멈췄던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제온이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푸하! 나 죽지 않은 건가?”
제온이 엎드린 채 몸 상태를 점검했다.
바닥났던 마나가 모두 찼고, 뼈까지 드러났던 상처가 모두 원상태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전신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손목이 간질간질했다.
제온은 누운 채로 건틀렛을 벗었다. 그러자 계급장 여섯 번째 선에서 빛이 나는 것이 보였다.
“뭐야? B급을 건너뛰고, 바로 A급이 되었다고?”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제온이 경악했다.
마치 몸 안에 화산이 있는 것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전의 마나가 호수였다면, 지금은 마치 바다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골드 드래곤 하이엘툰이 가디언으로 선택한 히드라였다.
당연히 특수 개체였고, 초재생과 중력 제어, 브레스와 같은 엄청난 스킬로 무장했다.
제온은 그중에서 초재생 능력을 얻은 것을 깨달았다.
뼈까지 드러났던 상처가 모두 회복된 것이 그 증거였다.
중력 제어나 브레스는 상성이 맞지 않아 얻지 못했지만, 초재생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