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51)
51화
그늘 하나 보이지 않는 뜨거운 사막을 횡단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두 개의 혹이 달린 쌍봉낙타를 탄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우! 더럽게 덥네.”
“제기랄!”
그들의 얼굴에선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쌍봉낙타를 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남자 넷에 여자 둘.
누구 하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실제로도 그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
전원 각성자로 이뤄진 파티였다.
정식 명칭은 패스파인더 7팀.
네오 서울에서 남부 개척의 임무를 받아 파견 나왔다.
네오 서울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무려 천 킬로미터가 넘었다. 이렇게 먼 곳까지 파견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견 나온 패스파인더 팀은 모두 일곱 개.
그들은 이곳에서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쉘터를 짓고 일대를 수색하고 있었다.
패스파인더 7팀의 리더는 자하르.
러시아 혈통을 이은 남자답게 이 미터가 넘는 키에 엄청난 근육을 철갑처럼 두르고 있었다.
단순히 외모만 강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는 C급 무투계 각성자로 뛰어난 실력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에겐 네 명의 팀원이 있었다.
저주술사인 펠릭스, 마법계 각성자인 아니카, 양팔과 양다리를 기계로 대체한 대런, 그리고 검을 주무기로 쓰는 무투계 각성자 세이도.
마지막으로 네오 서울에서 일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파견한 슈퍼바이저인 맨디라는 여자까지 합쳐 모두 여섯 명이다.
맨디는 웨이브 진 금발을 길게 늘어트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사파이어를 박은 것 같은 푸른 눈에 싱그러운 미소까지 더해져 남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에 유일한 여자 팀원인 아니카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맨디가 손부채질을 하며 조잘거렸다.
“아유! 너무 덥네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여러분들이 정말 대단하네요.”
“뭘 이거 가지고 그럽니까? 던전에 들어가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주술사인 펠릭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맨디를 바라보는 펠릭스의 눈빛은 음험했다.
펠릭스의 외모는 무척이나 흉했다. 키도 작고, 피부도 거친 데다가 무엇보다 눈빛이 맑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들이 싫어했다.
반면 맨디는 남자라면 누구나 품고 싶어 하는 엄청난 미녀였다. 펠릭스는 이런 미녀를 곁에서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위성처럼 그녀의 곁을 맴돌았다.
자하르가 그런 펠릭스를 보며 혀를 찼다.
“쯧!”
그의 얼굴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오 서울에서 파견한 슈퍼바이저였다.
평범한 여자를 이 험한 곳에 파견할 리 없었다.
아직 능력이 무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한 칼을 숨겨 두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맨디 같은 미녀가 펠릭스 같은 추남에게 마음을 줄 리 없었다. 그런데도 펠릭스는 끊임없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 자하르 곁으로 기계 인간인 대런이 다가왔다.
“저 난쟁이 새끼, 저대로 둬도 되는 겁니까?”
“놔둬.”
“하지만…….”
“아직 임무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놔둬.”
“쩝!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몸은 괜찮냐?”
“벌써 뻐그적거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버틸 만한데, 오래는 힘듭니다.”
“역시 그렇군.”
자하르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대런의 팔다리는 기계로 이뤄져 있었다.
기계와 융합함으로써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막의 모래는 기계의 천적이었다.
구동 부위를 마모시킴으로써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특수 코팅으로 모래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뒀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들이 굳이 차량 대신 쌍봉낙타를 타고 다닌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차량이나 기계 장치는 사막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나마 최근에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기에 이 근처까지 진출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근처에 지은 쉘터에서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망가진 차량들을 고치느라 분주했다. 그래서 차량 대신 쌍봉낙타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다.
후웅!
다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정말 지랄 같군.”
모래바람은 인간이 사막에서 생존하는 데 가장 큰 적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그 즉시 기도와 폐가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이 사막에서 생존하기 힘든 이유였다.
그때였다.
“팀장!”
일행들보다 앞서가던 세이도가 갑자기 자하르를 불렀다.
자하르가 쌍봉낙타를 몰아 그에게 다가갔다.
세이도는 어느새 쌍봉낙타에서 내려 바닥을 살피고 있었다.
“뭐냐?”
“여기 좀 봐. 모래가 녹아내렸어.”
자하르가 세이도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정확히 그 부분만 모래가 녹아 유리처럼 결정화되어 있었다.
“이건?”
“화염 마법을 쓴 흔적이야.”
“사막 한가운데서 화염 마법이라고? 다른 팀의 짓일 확률은?”
“없어! 내가 알기로 이곳에 파견 나온 패스파인더 팀 중에 화염 마법을 쓰는 자는 존재하지 않아.”
세이도가 고개를 저었다.
자하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세이도는 비상한 기억의 소유자였다. 무엇이든 한번 보면 완벽하게 기억했다. 그런 그의 기억이 틀릴 확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하르가 맨디를 불러 화염 마법의 흔적을 보여 줬다.
맨디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확실히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군요.”
“조사하는 겁니까?”
“우리의 임무는 쉘터 근처의 모든 위협을 조사하는 겁니다. 당연히 화염 마법을 쓴 존재도 조사 대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추적을 시작하죠.”
자하르가 세이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세이도가 즉각 추적을 시작했다.
일행은 그 뒤를 따랐다.
자하르와 맨디는 나란히 쌍봉낙타를 몰았다.
자하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에선 무슨 생각입니까? 이런 오지에 갑자기 쉘터를 만들고, 일대를 조사하라니요. 이런 임무는 처음입니다.”
이번 임무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네오 서울에서 패스파인더 팀을 파견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파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특히 이곳은 예전에 바다가 있던 지역이었기에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위협, 어떤 마수가 존재하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런 지역에 굳이 패스파인더들을 파견한 게 자하르는 이해되지 않았다.
잠시 자하르를 바라보던 맨디가 입을 열었다.
“혹시 칠 년 전 발생했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칠 년 전이라면…… 그 마나 폭발 말입니까?”
“맞아요. 정확히 칠 년 전 아득히 먼 사막 한가운데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죠.”
폭발이 얼마나 거대했던지 초강력 마나 폭풍이 네오 서울까지 강타했었다.
다행히 네오 서울은 방어 마법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외부의 빈민가들은 무너지고 부서져 많은 이들이 죽었다.
여섯 번째 멸망을 연상시킬 정도로 엄청난 마나 폭풍은 절대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네오 서울에선 폭발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패스파인더 팀을 파견했다. 하지만 패스파인더 팀이 알아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패스파인더 팀의 관측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일어난 폭발이었기 때문이다.
폭발의 근원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능력이 닿지 않았다.
그에 결국 네오 서울에선 마나 폭풍이 발생한 원인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포기했다.
그 후 칠 년이 흘렀다.
맨디가 말을 이었다.
“그 사건 이후 사막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음!”
“마수들이 대이동 하면서 이제까지 축적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됐죠.”
A급 마수 한 마리가 이동하면 그 여파는 B급, C급 마수들에까지 미친다. 그렇게 연쇄적인 이동이 일어나며 생태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이다.
네오 서울에선 인근의 모든 마수와 던전을 파악해 두고 있었는데, 칠 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이제까지 힘들게 축적해 둔 데이터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선 새로운 데이터를 얻기 위해 수많은 각성자를 외부로 돌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마수, 미지의 던전, 미궁 같은 것들이 발견됐다.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무려 칠 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최근에 남쪽에서 올라오는 마수들이 포착됐어요. 우리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타입의 마수들이죠.”
“그럼 혹시?”
“네! 위에선 보스급 마수가 출현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연쇄 이동이 일어난 게 아닌가 하는.”
“설마 우리끼리 A급 마수를 막으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우리의 임무는 진짜 그런 마수가 존재하는지 알아내는 거예요.”
A급이나 보스급 마수 정도가 되면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마수들을 토벌하려면 사전에 자세한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피해를 줄이려면 최대한 빨리 정보를 알아내고 빠져야겠군.”
“정확해요.”
“흠!”
자하르가 큰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자신들이 굳이 이 먼 곳까지 파견 나온 목적이 이해됐다. 그럼에도 묘하게 껄끄러운 느낌이 남아 있었다.
맨디가 벌겋게 달아오른 팔뚝을 보며 말했다.
“자, 어서 정보만 얻고 쉘터로 돌아가자고요. 사막의 모래와 태양은 피부의 적이라니까. 벌써 상한 것 좀 봐. 속상해!”
“A급 마수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인데 피부가 좀 상하는 게 대순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아니카가 태클을 걸어왔다. 하지만 맨디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럼요. 여자에겐 피부가 생명이죠. 아니카도 피부에 조금 신경 쓰세요. 그렇게 아무런 조치 없이 사막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급노화가 온다니까요.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뭐라고? 이게 진짜…….”
맨디의 독설에 아니카가 발끈해 손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도는 자하르에게 막혔다.
“그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하지만 저년이 먼저 시비를 걸잖아요?”
“그녀가 슈퍼바이저란 사실을 잊지 말도록.”
“그깟 슈퍼바이저가 뭐라고?”
아니카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자하르의 싸늘한 표정 앞에서 그 이상 발끈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자하르의 눈을 피했다.
맨디는 그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팀장!”
세이도가 자하르를 불렀다.
“뭔가?”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갑니다.”
“무슨 말이야?”
“이거 우리 장비입니다.”
세이도가 가리킨 곳엔 흉갑과 방패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모래에 반쯤 파묻히긴 했지만, 분명 네오 서울의 각성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가 분명했다.
자하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리 쪽 장비가 확실해?”
“2팀에 있던 애들이 사용하던 장비가 분명합니다.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이도의 말에 7팀 전체가 긴장했다.
2팀은 그들도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실력은 절대 7팀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런 이들이 당했다면 자신들도 위험했다.
“누구에게 당한 거야?”
“시신은 왜 안 보이지?”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2팀원들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인근의 모래를 파헤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납치된 건가?”
“마수가 사람을 납치한다고? 그럼 지능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7팀원들의 얼굴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누가 2팀을 공격해 납치한 건지 알 수 있겠나?”
“모래가 모두 덮어 알 수 없습니다.”
“추적은 가능하겠나?”
“해 보겠습니다.”
“서둘러.”
“네!”
세이도가 다시 추적에 나섰다.
거대한 모래 언덕을 십여 개나 넘었다.
계속된 추적에 7팀 전체가 살짝 지쳐 갈 때쯤 앞서가던 세이도가 말했다.
“찾았습니다.”
“그래?”
자하르가 반색하며 세이도 곁으로 갔다.
그런데 세이도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뭔데 그래?”
“그게…….”
자하르의 시선이 세이도가 보는 곳을 향했다.
순간 자하르의 표정도 세이도와 비슷하게 변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마을이었다.
족히 천 명 이상이 머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마을.
“고……블린 부락?”
사막에 이렇게 거대한 부락을 이뤄 살아가는 마수들은 딱 한 종류밖에 없었다.
바로 하급 마수인 고블린들이었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 고블린의 시신들이 보였다.
고블린 부락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그런데 파괴된 집 대부분이 엄청난 양의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고블린의 시신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모래 폭풍이라도 지나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