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뭐야?”
“샌드웜?”
“미친!”
자하르와 대런, 세이도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이 타이밍에 사막의 폭군 중 하나인 샌드웜이 나타날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자하르의 놀람은 특히 컸다.
“샌드웜이 왜? 설마 이곳이 샌드웜의 서식지인가?”
샌드웜 한 마리면 그리 두려울 게 없었다.
문제는 제온의 등 뒤에 나타난 샌드웜이 네 마리나 된다는 것이다.
잠시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기라도 하듯 대가리를 내밀었던 샌드웜이 다시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드드득!
이어 강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샌드웜들이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다.
펠릭스가 다급히 움직이며 말했다.
“왜 저 새끼는 놔두고…….”
그들과 샌드웜 사이에 제온이 있었다. 그런데 제온은 건너뛰고 자신들에게 덤비는 샌드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씨발!”
대런이 욕설을 내뱉으며 기계 주먹으로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콰앙!
그의 주먹질 한 방에 모래가 활화산처럼 터져 올랐다. 하지만 모래 아래 있는 샌드웜에게까지 힘이 전해지지 않았다.
샌드웜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게 바로 이것이었다.
지표 아래에서 숨어서 접근하기에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놈은 모래를 방어벽 삼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괜히 샌드웜이 사막의 암살자이자 폭군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자하르가 말했다.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마. 놈은 우리의 진동을 감지한다.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단번에 숨통을 끊어야 해.”
“예!”
“알았어, 대장!”
세이도와 펠릭스가 동시에 대답했다.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그들의 얼굴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쿠와아!
그 순간 샌드웜 한 마리가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커다랗게 벌린 입이 대런을 노렸다.
“이 벌레 새끼가 감히 누굴 노려?”
대런이 분노해 주먹을 휘둘렀다.
기계로 이뤄진 주먹이었다.
주먹에 검은색 아우라가 일렁인다.
오직 기계와 결합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이었다.
검은색은 죽음과 파괴를 상징한다.
대런은 단번에 샌드웜을 터트려 죽이리라 작정했다. 하지만 대런의 주먹이 샌드웜에게 작렬하기 직전 조그만 변수가 발생했다.
파삭!
갑자기 대런의 팔뚝에서 조그만 불꽃이 타올랐다.
그것도 하필 기계 의수의 구동축이었다.
구동축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기계 의수가 동작을 멈췄다. 아울러 기계 의수에 어려 있던 검은 아우라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 대런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제온을 향했다.
본능적으로 제온의 수작이란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의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제온이 오른팔을 들고 있었다.
팔뚝과 주먹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건틀렛.
건틀렛 손등 부위에 박혀 있는 붉은 보석.
붉은 보석 가운데가 마치 파충류의 눈처럼 세로로 길게 갈라져 있었고, 그 사이로 요사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강제로 골드 드래곤 하이엘툰의 가디언이 되었던 키메라 이블리스.
그 이블리스의 동력원으로 사용됐던 레드 드래곤의 눈이었다.
레드 드래곤의 눈이 결합되면서 건틀렛은 초열의 건틀렛으로 변화했다.
초열의 건틀렛은 제온으로 하여금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비록 모래를 다루는 것처럼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직관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화염 마법을 일 점에 집중시켜 의수의 구동 장치만 녹였다.
광범위한 영역에 마법을 펼친 것도 아니고, 돋보기로 햇빛을 모은 것처럼 일 점에 집중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간단한 마법에 불과했지만, 그 여파는 절대 작지 않았다.
의수의 작동이 멈추면서 대런이 멈칫했고, 그런 그를 샌드웜이 한입에 집어삼킨 것이다.
콰드득!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대런의 몸이 샌드웜의 입안에서 갈려 나갔다.
“대런!”
“안 돼!”
자하르와 세이도가 눈앞에서 무참히 죽는 모습에 두 사람이 큰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진동을 일으켰고, 진동을 감지한 샌드웜이 두 사람을 공격했다.
콰아아!
모래를 헤치며 나타나는 거대한 입.
자하르가 불쑥 튀어나온 샌드웜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앙!
케에에!
폭음과 함께 샌드웜이 비명을 터트렸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뇌가 완전히 짓이겨졌다.
샌드웜은 그대로 축 늘어져 죽었다.
급한 불을 끈 자하르가 대런을 잡아먹은 샌드웜을 찾았다. 하지만 배를 채운 샌드웜은 이미 모습을 감추고 난 후였다.
“이런…….”
분노에 자하르가 어깨를 부르르 떨 때였다.
“크헉!”
갑자기 세이도의 비명이 들렸다.
세이도는 옆구리에 큰 화상을 입은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샌드웜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제온이 은밀히 날린 화염 마법에 격중당한 것이다.
옆구리가 타는 고통에 세이도의 정신이 잠시 아득해졌다.
샌드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이도를 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으아아!”
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를 잃은 자하르가 분노했다.
자하르는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제온을 향해 돌진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샌드웜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제온을 죽여 없애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곱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이 개새끼야!”
투기를 발산하며 달려드는 자하르의 모습은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제온의 입가에 어려 있는 미소를 지우기엔 많이 부족했다.
딱!
제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래가 굳으며 자하르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때문에 자하르가 잠시 주춤했다.
그사이 거대한 샌드웜의 입이 그를 노렸다.
“감히 벌레 따위가…….”
자하르는 샌드웜에게 스킬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제온이 빨랐다.
퍼엉!
자하르의 눈앞에서 조그만 불꽃이 터졌다.
불꽃은 그대로 자하르의 망막을 지져 버렸다.
“크아악!”
갑자기 고통과 함께 암흑이 찾아오며 자하르가 비명을 질렀다. 그사이 샌드웜의 거대한 입이 그를 집어삼켰다.
자하르의 비명은 샌드웜에게 먹혀 사라졌다.
스르륵!
자하르를 집어삼킨 샌드웜은 그대로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이 자하르의 최후였다.
제온이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꼭 큰 스킬을 써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지.”
위력이 작은 스킬이라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강자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제온은 오래전에 깨달았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승리는 자신의 힘을 쓰지 않고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제온이 고개를 돌려 맨디를 바라봤다.
자하르에게 일격을 허용한 후 맨디는 수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펠릭스와 아니카는 미친 듯이 맨디를 공격했다.
“씨발! 뒈지라고. 뒈져.”
펠릭스는 미친 듯이 저주를 퍼부었다.
쇠락의 저주.
부패의 저주.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저주를 맨디에게 쏟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맨디는 그의 저주에도 멀쩡했다.
대신 아니카의 공격이 그녀를 궁지로 몰았다.
“플래쉬 밤!”
퍼엉!
아니카의 마법이 바로 맨디의 눈앞에서 터졌다.
맨디는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그대로 튕겨 나갔다.
그녀의 행색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옷은 다 찢어지고,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아니카가 그런 맨디를 보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어때? 어떠냐고? 이 씨발 년아!”
동료들이 샌드웜에게 잡아먹혀 죽는 것을 그녀도 봤다.
분노가 이성을 잡아먹었고, 자신이 죽어도 맨디만큼은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넌 뒈졌어. 뒈졌다고. 사지를 찢어 죽여 줄게.”
아니카가 기세등등하게 맨디에게 다가갈 때였다.
“하! 씨발! 이럴 줄 알았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맨디가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섰다.
금발을 쓸어 올리며 고개를 드는 맨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맨디는 분명 대단한 미인이었다.
웨이브 진 짙은 금발에 사파이어를 박은 것 같은 푸른 눈.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그런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막에서 살아남기엔 독기가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 고개를 든 맨디의 얼굴엔 불량스러운 표정과 독기가 어려 있었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귀였다.
이제까지 금발에 가려져 있던 뾰족한 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카가 그녀의 귀를 보며 삿대질했다.
“뭐야? 너, 엘프? 아니, 하프 엘프였어.”
“씨발 년이 어디 삿대질이야. 하!”
“뭐?”
“손가락을 확 잘라 젓가락으로 만들어 줄까? 앙!”
예상치 못한 맨디의 독설에 아니카의 정신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너, 뭐……야? 뭐냐고?”
“보다시피 하프 엘프잖아. 병신아!”
“뭐?”
“일단 너부터 처리하고 보자.”
맨디가 허리 뒤쪽에서 조그만 단봉을 꺼내 들었다.
촤아앙!
손잡이를 누르자 단봉이 순식간에 변형됐다.
봉신이 그녀의 키보다 길게 늘어나고, 봉신 끝에 창날이 나타났다.
“뭐야?”
“뭐긴 뭐야?”
팟!
맨디가 모래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촤하학!
순식간에 아니카 앞에 도착한 맨디가 창을 휘둘렀다.
“이익!”
아니카가 급히 에어로 밤을 펼쳤다. 하지만 맨디의 창날이 무참히 에어로 밤을 갈랐다.
공기는 폭발을 일으키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창날이 가른 것은 에어로 밤뿐만이 아니었다. 아니카의 목도 갈랐다.
아니카의 목에 붉은 실선이 생기는가 싶더니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아니카의 최후였다.
“아니카!”
펠릭스가 목이 터져라 아니카를 불렀다.
“거, 되게 시끄럽네.”
맨디가 이죽거리며 창을 역수로 쥐었다. 그러자 창날이 아홉 줄기로 갈라졌다.
맨디는 갈라진 창을 그대로 날렸다.
쐐애액!
“크악!”
펠릭스의 가슴을 창이 관통했다.
아홉 줄기로 갈라진 창날은 펠렉스의 내부를 걸레쪽처럼 헤집어 놨다.
펠릭스는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맨디가 손바닥을 탁탁 치며 중얼거렸다.
“얼굴도 못생긴 게 계속 추근거려서 역겨워 혼났네. 맨디, 이년은 이게 문제야. 왜 여지를 주냐고. 언제까지 내가 뒤처리를 해 줘야 해?”
그때 샌드웜이 발밑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하지만 맨디는 당황하지 않고 가볍게 뒤로 물러났다.
샌드웜들은 금방 아니카와 펠릭스의 시신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배를 채운 샌드웜들이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제온은 샌드웜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맨디를 바라봤다.
외모는 그대로인데 기질, 분위기, 눈빛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마치 내면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맨디가 분명하지만, 맨디가 아니다.
제온이 입을 열었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인격인 건가요?”
“흐응!”
그 순간 맨디가 묘한 콧소리를 내며 제온을 바라봤다.
뇌쇄적인 표정에 색기가 담긴 눈빛.
어지간한 남자는 보는 순간 넋을 빼앗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녀가 뒷짐을 진 채 제온에게 다가왔다.
“역시 보통이 아닌 도련님이네. 맨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해.”
“그런 그쪽의 이름은 뭡니까?”
“엘로이라고 해. 보다시피 맨디의 보호자지.”
“재밌네요. 하프 엘프인 것도 놀라운데 이중인격이라니. 다른 사람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내 이름을 듣고도 살아 있는 것은 그쪽이 처음이야. 아직까지는.”
“수가 틀리면 죽일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착각인가요?”
“착각이 아니야. 난 맨디를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더욱 나를 살려 둬야죠. 내가 없으면 맨디는 사막을 헤매다 죽을 테니까.”
“그래서 고민이야. 너를 어떻게 처분할지.”
엘로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