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차동석은 D급 무투계 각성자로 네오 서울에서 마정석 광산으로 파견 나왔다.
그의 임무는 마정석 광산 주위를 순찰하며 위협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이었다.
“제기랄!”
고글에 먼지가 뿌옇게 쌓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모래 때문이었다.
차동석은 고글을 벗어 옷소매로 대충 닦아 내며 투덜거렸다.
“진짜 이놈의 모래 좀 어떻게 안 되나? 십 분마다 고글을 닦아야 하니.”
“세상 전체가 모래로 변했는데 뭘 어떻게 하겠수? 모래를 다 퍼낼 수도 없고. 그냥 대장이 참고 지내슈. 흐흐!”
부하가 차동석을 보며 킥킥 웃었다.
“씨발! 마음 같아서는 내가 더 퍼내고 싶다. 그게 안 돼서 그렇지.”
“그게 가능하면 어디 인간이오? 신도 불가능할 텐데.”
“신도 다 뒈졌겠지. 신이 존재했다면 세상이 이렇게 망가졌겠냐?”
차동석이 고글을 다시 쓰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늘이 푸르렀다는데 지금은 누렇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그는 단 한 번도 푸른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하늘이 파랬었다는 이야기가 믿기지가 않았다.
“뒈지기 전에 파란 하늘 좀 봤으면 좋겠다.”
“흐흐! 그게 가능하겠소? 그냥 일찌감치 꿈 깨시오.”
“개새끼! 꿈도 못 꾸냐?”
짝!
차동석이 부하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래도 부하는 실실 웃기만 했다.
부하가 말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은데.”
“알았다. 핸들 돌려라.”
“예압!”
부하가 핸들을 돌리려 할 때였다.
차동석의 눈에 무언가 이질적인 광경이 들어왔다.
“잠깐! 멈춰.”
“무슨 일이오?”
“저기, 저거 사람 아니냐?”
“네? 무슨 헛소리를. 사막 한가운데 무슨 사람이……. 씨발! 있네.”
부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멀리 모래 언덕 정상 위에서 걸어오는 존재들이 있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직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스캐빈저인가?”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스캐빈저는 없을 텐데요.”
“그래도 모르니까 언제든 싸울 수 있게 준비하고, 저쪽으로 차를 몰아.”
“네!”
버기카에 타고 있는 이들은 차동석까지 모두 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게 준비한 후 차를 빠른 속도로 몰았다.
잠시 후 그들은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 그리고 스캐빈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동 수단인 쌍봉낙타 한 마리였다.
그들의 머리와 어깨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차동석이 그들 앞에 버기카를 세우며 소리쳤다.
“이곳은 네오 서울에서 관리하는 마정석 광산이다. 멈춰서 정체를 밝혀라.”
“마정석 광산? 그럼 맞게 찾아왔네요.”
여자가 반색하며 차동석을 바라봤다.
금발에 푸른 눈, 굉장히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버기카에 타고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부담스러울 만도 하건만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내 이름은 맨디 시스테인, 네오 서울 소속 슈퍼바이저로 패스파인더 7팀과 마수 생태 조사를 위해 남쪽으로 파견됐어요.”
“패스파인더 7팀의 슈퍼바이저?”
차동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패스파인더 팀은 정예로 이뤄진 무력 집단이었다.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그들의 무력은 마정석 광산에서 순찰이나 도는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정말 그녀가 패스파인더 팀에 소속된 슈퍼바이저라면 자신보다 상급자가 분명했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네오 서울에 연락을 넣으면 금방 답을 해 줄 거예요.”
“음!”
그때 쌍봉낙타에 타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신분은 내가 증명합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패스파인더 팀들과 파견됐던 매카닉 김상식입니다. 여기 제 출입 카드가 있습니다.”
김상식은 출입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맨디와 달리 주요 시설에 자주 출입하다 보니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차동석이 김상식의 출입 카드를 확인했다.
‘확실하군!’
출입 카드는 도용이나 위조가 불가능했다.
주요 시설에 출입할 수 있을 만큼 소지자의 생체 파동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차동석의 시선이 마지막 남자에게 향했다.
“그쪽은?”
“제 일행이에요. 신분은 내가 보증할게요.”
맨디가 나서서 제온의 신분을 보증했다.
제온이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뒤로 넘기며 차동석을 바라봤다.
“제온입니다. 빈민가 출신입니다.”
“빈민가?”
순간 차동석의 얼굴에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빈민가’라는 말에 반응하는 것이다.
네오 서울에서 빈민가 출신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특히 빈민가 출신의 각성자라면 더욱 색안경을 쓰고 바라봤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범죄 조직에 속해 있기도 했다. 더군다나 네오 서울에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아 신원이 확실치 않았다.
많은 범죄의 중심엔 빈민가 출신의 각성자가 존재했다.
그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았다.
김상식이 말했다.
“이분은 위험한 분이 아닙니다. 저도 이분을 보장하겠습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마정석 광산에 들어가면 일단은 격리해야 합니다. 그 점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김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동석이 버기카의 뒷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 분 모두 차에 타십시오. 마정석 광산으로 가겠습니다.”
“드디어 차에 타는구나.”
“살았다.”
맨디와 김상식의 얼굴에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거의 보름 이상을 걸었다.
중간중간 쌍봉낙타를 교대로 타며 체력을 아꼈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변치 않았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어서 빨리 마정석 광산에 들어가 편히 쉬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버기카에 탔다.
그들과 달리 제온은 바로 타지 않고 쌍봉낙타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자유롭게 살아라.”
제온은 쌍봉낙타의 등에 매여 있던 안장을 벗겨 주며 속삭였다.
쌍봉낙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제온의 얼굴에 기댔다.
그 모습이 마치 교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들은 꽤 오랫동안 함께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제온이 네오 서울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헤어지는 것이 옳았다.
“잘 가라!”
제온의 말에 쌍봉낙타가 크게 투레질을 하더니 곧 사막으로 달려갔다.
잠시 쌍봉낙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제온이 이내 버기카에 올라탔다.
데이오든과 동행한 것이 일 년, 그리고 홀로 떠돈 것이 칠 년.
무려 팔 년 만에 차에 탔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이상했다.
“출발한다.”
차동석의 명령에 버기카가 출발했다.
제온은 눈을 감고 차량의 진동을 느꼈다.
그런 제온을 맨디와 김상식이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말 네오 서울 근처까지 무사히 오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제온과 함께한 보름이란 시간이 마치 꿈결 같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위험에 직면했다.
때로는 거대 마수를 만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유사에 빠질 뻔도 했다. 하지만 제온은 그 모든 위협을 미리 감지라도 한 듯 한발 차이로 비껴 나갔다.
비록 모래 위를 걷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단 한 번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무사히 생환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제온은 기적을 만들어 낸 존재였다.
두 사람이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제온은 두 사람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전방을 바라봤다.
저 멀리 사막 위에 우뚝 솟은 돌산이 보였다.
마정석 광산이었다.
무려 팔 년 만에 보는 광경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에 다시 돌아오다니.’
이곳을 떠날 때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데이오든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마정석 광산 도시의 내부가 보였다.
팔 년 만에 보는 마정석 광산 도시는 그대로였다.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차동석이 차에서 내려 맨디와 김상식에게 말했다.
“두 분은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저 사람은요?”
맨디가 가리킨 이는 제온이었다.
“빈민가 출신이 머무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도 우리 일행이에요.”
“죄송합니다. 마정석 광산의 규율입니다.”
차동석은 단호했다.
그에 맨디가 뭐라 하려 했지만, 제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괜찮으니까 가서 편히 쉬어요.”
“하지만…….”
“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알다시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니까.”
“알았어요.”
제온이 이렇게 나오자 맨디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와 김상식은 차동석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각성자 한 명이 제온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따라와.”
제온을 대하는 태도, 말투, 눈빛 모든 것에 날이 서 있었다.
“그럽시다.”
제온이 웃으며 각성자를 따라나섰다.
데리고 가는 내내 각성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불편할 만도 하지만, 제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각성자가 데려간 곳은 광산 도시 깊은 곳에 있는 허름한 숙소였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숙소 안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차동석의 부하들이었다.
쿵!
문이 닫히자 제온을 데려온 각성자가 입을 열었다.
“빈민가 출신이라고 했나?”
“그런데요?”
“빈민가 출신이 어떻게 저들과 함께 온 거지? 무슨 목적으로 마정석 광산에 들어온 거야?”
“목적이라뇨?”
“스캐빈저하고 관련 있는 것 아냐?”
그는 제온을 범죄자처럼 취급했다.
다른 각성자들이 제온을 포위한 채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제온은 추호의 위축됨도 없이 대답했다.
“스캐빈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만.”
“그러면 왜 마정석 광산에 들어온 거야?”
“혹시 이거 허락받고 하는 짓입니까?”
“뭐?”
“제가 빈민가 출신이라도, 엄연히 슈퍼바이저의 일행인데 감당할 수 있겠냔 말입니다.”
“이 씨발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그년이 너를 지켜 줄 수 있을 거 같아? 막말로 마정석 광산 지하에 처넣으면 아무도 너 못 찾아. 그러니까 좋게 대할 때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 이럴 게 아니라 계급장 보여 봐.”
손목의 계급장이 상대의 클래스와 등급을 가장 확실히 파악할 방법이었다. 그래서 각성자들 사이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기도 했다.
지금 이들은 각성자 사이의 금기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제온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각성자가 거칠게 제온의 손목을 잡았다.
“뭐야? 건틀렛을 끼고 있네? 이거 안 벗어?”
그는 강제로 제온의 건틀렛을 벗기려 했다.
대등한 상대로 생각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다른 각성자들도 그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제온이 빈민가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우습게 보는 것이다.
“하하!”
어이없는 상황에 제온이 웃었다. 그러자 팔목을 잡은 각성자가 더 인상을 썼다.
“뭐야? 이 새끼! 웃어? 내가 우습게 보여?”
“네! 우습게 보이네요.”
“개새끼가…….”
우두둑!
그 순간 섬뜩한 파골음이 울려 퍼졌다.
각성자가 욕을 하다 말고 자신의 팔목을 내려다봤다.
제온의 건틀렛을 벗기려던 팔이 뚝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제온이 부러트린 것이다.
뒤늦게 자신의 상황을 인지한 각성자가 비명을 질렀다.
“크악!”
“남의 계급장 함부로 까려다간 팔목 부러진다고 안 배웠어요? 그럼 실망인데.”
제온의 말에 실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이 새끼가…….”
“미쳤구나.”
안에 있던 각성자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제온이 그런 그들을 보며 웃었다.
“다들 못 배운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