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7)
7화
제온은 노인을 감히 바라보지 못했다.
노인의 모든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덩치가 크거나, 눈빛이 사납기 때문이 아니었다.
노인에게선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그 어떤 기세가 무섭게 발산되고 있었다.
마치 사막의 거대 폭풍 앞에 알몸으로 선 듯한 느낌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힘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노인이 보여 주고 있었다.
제온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자 노인이 다시 물었다.
“말 못 하는 병신이냐? 네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화염 악어처럼 만들어 주마.”
“제, 제온입니다.”
“제온? 병신 같은 이름이구나.”
노인의 비웃음에도 제온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섣불리 반박했다가는 악어를 곤죽으로 만든 검이 자신에게 휘둘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그래! 병신아! 이 던전엔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내가 들어온 입구로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을 텐데.”
“그게…….”
“또 한 번 말을 더듬으면 네놈의 목을 날려 버리마.”
“지, 지하 갱도로 들어왔습니다.”
“갱도?”
“네! 마정석 광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무너진 벽 뒤에 던전의 입구가 나타나 절 끌어들였습니다.”
“크크! 올가미가 작동한 모양이구나.”
“올가미?”
“간혹 마나가 과포화돼 터지기 직전에 이른 던전이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입구를 만들어 마나를 외부로 방출하지. 그곳이 바로 올가미다. 마나를 방출함과 동시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낚아채거든.”
“그런…….”
“크흐흐! 악운이 따르는 녀석이구나. 보통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게 올가미인데.”
노인은 대놓고 제온의 악운을 비웃었다.
제온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의 말대로 지독한 악운이 자신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온은 용기를 내어 노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여긴 어디입니까?”
“내 이름은 데이오든이다.”
“데이오든?”
“그리고 이곳은 이제부터 내 사냥터가 될 것이다.”
“사냥터?”
“그래! 사냥터.”
노인, 데이오든의 광오 한 말에 제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단순한 허세나 헛소리가 아니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인의 사나운 눈빛이, 그에게서 발산되는 폭풍 같은 광기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푸화하학!
갑자기 용암을 뚫고 거대 악어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화염 악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화염 악어들은 커다란 입을 쩍 벌린 채 달려왔다.
오금이 저리는 광경을 보고도 데이오든은 웃었다.
“흐흐흐! 크레이온.”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꽂혀 있던 거대한 검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이라 부른 검을 잡았다.
후웅!
순간 크레이온에게서 검명이 터져 나왔다.
검명은 동심원의 파장을 일으키며 던전 전체에 퍼져 나갔다.
제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쳤기 때문이다.
흥분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느끼는 감정은 불쾌함에 가까웠다.
검의 울음이 그의 신경을 불길하게 긁는 것이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제온만이 아니었다.
심장을 자극하는 검명에 화염 악어도 자극받았는지 흉성을 터트렸다.
크워어어!
자극을 받은 것은 화염 악어뿐만이 아니었다.
콰아아!
화산 지대 곳곳에서 마수들이 나타났다.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비행형 마수부터 화염 악어보다 큰 거대 마수까지 모두 데이오든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크레이온의 검명이 던전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마수들을 자극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제온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친!”
진짜 미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을 앞세워 마수들 사이로 뛰어든 것이다.
쉬아악!
화염 악어의 거대한 몸뚱이가 두 동강이 났다.
질기디질긴 마수의 육체가 마치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화염 악어뿐만이 아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마수들이 무참히 베어지고 있었다.
콰가가각!
데이오든은 폭풍이었다.
거대한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마수들이 쓸려 나갔다.
바닥에 흐르는 용암의 강도, 허공을 가득 메운 화산재도 데이오든이란 폭풍에 휩쓸려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도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기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무력이었다.
딱히 스킬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인간 본연의 강함과 크레이온이라는 대검에 의지해 마수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느새 데이오든 주위엔 마수들의 사체가 수북이 쌓였다.
“크하하!”
데이오든의 광기 어린 웃음이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마수들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채 크레이온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 같지 않았다.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였다.
제온은 데이오든의 광기에 압도당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숨을 크게 쉴 수조차 없었다.
쿵!
코뿔소를 닮은 마수가 마지막이었다.
대지 위에 더 이상 서 있는 마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수 대군을 데이오든 혼자 몰살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데이오든은 숨결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꿀꺽!
제온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였다.
크워어어어!
갑자기 화산 정상에서 무언가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포효를 듣는 순간 제온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은 그의 눈에 화산 정상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마수가 보였다.
신화 속에 나오는 드래곤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마수의 위용에 제온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데이오든이 마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왔구나. 크림슨 드레이크!”
짙은 핏빛 비늘이 동체를 감싸고 있는 거대 마수.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만 삼십 미터에 이르고, 쫙 펼쳐진 날개의 길이는 그보다 더 컸다.
‘저게 드래곤이 아니라고?’
제온은 생전 처음 보는 드레이크의 존재감에 전율했다.
드레이크의 피어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바닥에 주저앉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용암을 뚫고 나온 크림슨 드레이크의 전신에는 어울리지 않게 푸른 아우라가 어려 있었다.
B급 이상의 마수도 인간처럼 특성을 가진다.
핏빛, 즉 붉은빛은 마수가 무투계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푸른 역장을 가진 놈은 마법계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마수 주제에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 나타난 크림슨 드레이크는 B급 이상에 마법계 특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저 녀석이 이 던전의 최종 보스다.”
던전의 최종 보스를 마주했음에도 데이오든의 얼굴엔 위축된 기색이 하나 없었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온은 그런 데이오든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위 각성자가 되면 다 저렇게 광기를 가지게 되는지, 아니면 미친 자만이 고위 각성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쿠워어어!
크림슨 드레이크가 날갯짓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목표는 데이오든이었다.
데이오든을 향해 크림슨 드레이크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아직 크림슨 드레이크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데이오든이 무릎을 살짝 굽히며 말했다.
“병신아!”
“네?”
“알아서 살아남아라.”
“그게…….”
그 순간 데이오든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퍼엉!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도 놀라운데, 소닉 붐이 터져 나왔다.
데이오든이 초음속의 벽을 돌파해 순식간에 크림슨 드레이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콰아아앙!
거대한 마수와 조그만 인간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그 여파가 던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고요하게 흐르던 용암이 마치 해일이 된 것처럼 넘쳐나 사방으로 튀었고, 화산은 더 격렬하게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데이오든이 죽였던 마수들의 시체는 그대로 용암에 녹아내렸다. 죽으면서 화산의 열기에서 보호해 주던 역장이 사라진 것이다.
제온에게도 용암이 밀려왔다.
“제기랄!”
제온이 급히 용암을 피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피한 곳에도 용암이 밀려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 역시 다른 마수들처럼 용암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쾅! 콰아앙!
그 순간에도 데이오든과 크림슨 드레이크는 허공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크림슨 드레이크는 브레스를 토하고, 데이오든은 크레이온을 휘둘러 튕겨 냈다.
문제는 데이오든이 튕겨 낸 크림슨 드레이크의 브레스가 제온 지척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쿠와아앙!
폭음과 함께 용암이 튀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제온이 감당해야 했다.
“크윽!”
제온은 미친 사람처럼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었다.
용암이 하도 무섭게 요동치고,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이용할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데이오든과 크림슨 드레이크가 싸우는 곳에서 멀어져야 했다.
제온은 용암의 강을 건너뛰며 검은 화산석 위를 달렸다.
그때 갑자기 그가 발을 디딘 화산석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암석 아래엔 시뻘건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 추락하면 끝이었다.
“챠앗!”
제온은 본능적으로 주위의 모래를 끌어왔다.
화염 악어의 습격을 피했던 것처럼 모래 발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제온은 모래 발판을 연이어 만들어 내달렸다.
계속해 모래 발판을 만들다 보니 마나가 금세 고갈됐다. 그래도 다행히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기 전에 단단한 화산암 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하악! 하악!”
제온은 화산암에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폐에서는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단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낸 후유증이었다.
그때였다.
콰르르!
던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제온이 고개를 돌려 근원을 바라보니 데이오든과 크림슨 드레이크의 싸움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끝이다.”
데이오든의 광기 어린 외침과 함께 크레이온에 엄청난 기운이 모여들었다.
제온의 눈에는 크레이온이 순간 몇 배는 더 커진 것으로 보였다.
데이오든은 크레이온을 크림슨 드레이크에게 던졌다.
쉬가아악!
크레이온은 마치 유성처럼 날아가 그대로 크림슨 드레이크의 가슴을 관통했다.
크아아!
크림슨 드레이크가 구슬픈 비명을 내뱉으며 추락했다.
쾅!
삼십 미터가 넘는 거체가 용암 대지 위에 그대로 처박혔다.
힘없이 널브러진 드레이크의 동체 위로 데이오든이 내려앉았다.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크림슨 드레이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데이오든을 올려다봤다.
데이오든이 그런 크림슨 드레이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놈을 잡으려고 일 년이나 사막을 헤집고 다녔다. 네놈의 심장으로 크레이온을 벼리기 위해서……. 그러니까 곱게 뒈지거라.”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을 하늘 높이 치켜올렸다가 그대로 크림슨 드레이크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푸욱!
크워어어!
심장을 관통하는 고통에 크림슨 드레이크가 몸부림쳤다. 하지만 크림슨 드레이크의 마지막 몸부림은 너무 미약했다.
크림슨 드레이크의 심장에 박힌 크레이온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크림슨 드레이크는 던전의 최종 보스답게 엄청난 양의 화속성 마나를 심장에 머금고 있었다.
크레이온은 그런 크림슨 드레이크의 화속성 마나에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녹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크레이온이 갑자기 변화를 일으켰다.
철컥! 철컥!
각 파츠별로 분해가 되더니 다시 재조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재조립된 크레이온은 더 커지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흐흐!”
데이오든은 그런 크레이온의 변화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레이온에 모든 마나를 빼앗긴 크림슨 드레이크의 심장은 빛을 잃었다.
크림슨 드레이크의 시체 또한 역장을 잃고 볼품없이 말라붙었다.
그때 던전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최종 보스는 던전의 근원이었다.
근원을 잃은 던전은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해 사멸할 수밖에 없었다.
크림슨 드레이크의 시체 앞에 검붉은 포탈이 나타났다.
던전을 빠져나가는 통로였다.
포탈에 발을 들이기 직전 데이오든이 고개를 돌려 제온을 바라봤다.
“안 나갈 거냐?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