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이거 아무래도 플레임 버스터 같습니다.”
“플레임 버스터?”
“네오 서울에서 대마수 전용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화염 폭탄입니다. B급 이상의 마수에게 타격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조상혁이 말끝을 흐렸다.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이었다.
B급 이상의 마수, 그중에서도 특별한 개체에겐 강력한 역장이 존재한다.
역장 때문에 어지간한 무기로는 조그만 상처조차 입힐 수 없었다.
마수의 역장을 뚫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은 오직 각성자의 공격뿐이다.
사막엔 그런 마수들이 수두룩했다.
그런 요인들이 사람들을 네오 서울에 묶어 놓게 했다.
안전한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네오 서울 밖으로의 진출이 절실했다.
플레임 버스터는 그래서 개발되는 물건이었다.
B급, 그것도 보스급 이상의 마수에게 큰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하지만 제가 알기로 아직 플레임 버스터는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확실합니까?”
“여기 남아 있는 일련번호 중 FB는 플레임 버스터의 약자이고, 130은 백삼십 번째로 만든 시제품이란 뜻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사……실 제가 무기 밀수하는 애들과 연줄이 있습니다.”
조상혁이 솔직히 말했다.
네오 서울과 빈민가는 일종의 공생 관계였다.
네오 서울에서 개발된 무기들은 때로는 빈민가로 흘러 들어온다.
밀수 조직이 빼돌리는 것도 있지만, 일부러 네오 서울에서 흘려보내는 것도 있었다.
네오 서울 안에서 대놓고 실험할 수 없기에 빈민가의 조직들을 이용해 시험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기 밀수 조직들은 네오 서울의 무기 개발에 대해 꽤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시제품이라는 거죠?”
“네! 위력 또한 듣던 것보단 훨씬 약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소형으로 따로 개발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플레임 버스터였다면 아마 거리가 완전히 파괴되었을 겁니다.”
마수의 역장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된 물건이니만큼 파괴력도 엄청났다.
폭발하면 거대한 건물도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기에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제아무리 빈민가가 무법 지대라고 하지만, 정도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모든 조직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제온이 물었다.
“최근에 플레임 버스터를 입수한 조직은요?”
“제가 알기론 아직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시제품이라…….”
“확실해요?”
제온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순간 조상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제온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조상혁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단서가 될 만한 것 하나라도 말해요. 나중에 정보를 숨긴 것이 들통나면 플레임 버스터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불꽃놀이를 보여 줄 테니까.”
“큭!”
순간 조상혁은 창고 안의 기온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온이 능력 일부를 개방한 것이다.
‘씨발!’
조상혁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고열에 전신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이 이상 시간이 흐르면 뜨거운 공기에 폐부터 타 버릴 것이다.
그가 급히 말했다.
“사, 사실 근래 골치 아픈 애들이 있습니다.”
“그래요?”
제온이 관심을 보이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조상혁이 급히 말했다.
“악어입니다.”
“악어?”
“지하에 사는 놈들입니다. 악어처럼 뭐든지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이름처럼 돈이 되는 일은 뭐든지 합니다.”
“그런데요?”
“요즘 악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 자들을 다른 조직들이 가만 놔둔다고요?”
“지하 하수구가 놈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아시다시피 그곳은…….”
“더러워서 아무도 안 들어가는군요?”
“네!”
“알았어요. 그렇단 말이죠?”
제온이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이 이상 조상혁을 다그쳐 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제부터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
빈민가는 비단 지상에만 있지 않았다.
집을 지을 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몇몇 사람들은 지하로 눈을 돌렸다.
지상에서 갖지 못한 집, 지하에서라도 갖길 원한 것이다.
그런 이들이 모여 지하에 터전을 마련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제온이 그들을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하란 말이지?’
제온은 다시 사거리로 돌아왔다.
차량이 폭발했던 거리는 어느새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청소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약탈해 갔기 때문이다.
불에 탄 차체마저도 사람들에겐 가치가 있었다.
녹여서 재활용하든,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쓰든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빈민가에서 쓸데없이 버려지는 물건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제온에게 필요한 것은 불에 탄 차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온은 사거리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가 찾는 곳은 바로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마력 발전기같이 부피가 제법 나가는 물건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을 리 없다. 분명 가장 가까운 통로를 통해 지하로 들어갔을 것이다.
한참을 뒤진 끝에 제온은 마침내 그런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뒷골목 은밀한 곳,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곳 뒤쪽에 조그만 통로가 있었다.
원래는 쇠창살로 막혀 있어야 하지만, 모두 휘어져 있었다.
통로에선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그 때문에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조차 접근하길 꺼려 했다.
제온은 거리낌 없이 틈으로 들어갔다.
마치 모래가 흘러내리듯 제온은 틈을 통해 지하로 내려왔다.
지하는 하수구였다.
발목까지 오수가 차서 찰랑이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하수구 안의 냄새는 지독했다.
제온은 잠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비록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제온이었다.
이 정도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제온은 곧 악취에 적응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하수가 흐르는 지하라지만 인간이 움직이면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실제로도 그랬다.
벽에 손 짚은 자국, 무언가 쓸린 자국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온은 그런 흔적들을 놓치지 않았다.
찰팍! 찰팍!
제온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서 물소리가 났다.
일반적인 신발이라면 벌써 젖었겠지만, 제온이 신은 신발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역시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물 한 방울 흘러들어 오지 않았다.
덕분에 제온은 마음 놓고 하수구 속을 거닐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걷던 제온이 문득 눈을 빛냈다.
갈림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제온은 바닥을 살폈다.
두 개의 통로는 하수가 흐르고 있었지만, 하나는 물기 하나 없이 뽀송했다.
제아무리 지하에 적응했다고 해도 물속에서 살 수는 없었다. 사람이 산다면 하수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살 가능성이 컸다.
제온은 마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통로는 어른이 허리를 펴고 다녀도 될 정도로 높았다.
덕분에 제온은 편히 걸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공기 중에 섞여 있던 썩은 냄새가 매우 옅어졌기 때문이다.
제온이 적응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무언가 인위적인 힘이 하수구의 공기를 정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템인가?’
공기 정화 아이템은 꽤 고가의 물건이다.
또 돈이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오직 네오 서울에서만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런 귀한 물건을 하수구의 공기를 정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생각보다 지하에 사는 자들의 규모와 능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제온이 몇 걸음을 더 옮겼을 때였다.
“웬 놈이냐?”
“추적자냐?”
거친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누군가 제온을 공격해 왔다.
어둠을 가르고 접근한 두 개의 무기는 제온의 목과 머리를 노렸다.
치명적인 급소만 노린 것이다.
제온은 가볍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한 후 일격을 날렸다.
“컥!”
“크윽!”
습격자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제온의 주먹이 정확히 그들의 복부를 가격한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항거불능이 되었을 정도의 강한 일격이었는데, 습격자들은 용케도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은 누더기를 기운 것 같은 형태의 보호복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충격이 상쇄된 것이다.
“위에서 온 개새끼다.”
“죽엿!”
그들이 악에 받쳐 제온을 공격했다.
누런 이빨을 드러낸 채 달려드는 모습이 마치 광견병에 걸린 개 같았다.
“쯧!”
제온이 혀를 찼다.
빈민가에 사는 이들치고 독종 아닌 사람이 없지만, 이들은 도가 지나쳤다.
적당한 수준으로 만져 줘서는 제압하기 힘들 것 같았다.
빠가각!
제온의 주먹과 무릎이 각자 습격자의 머리와 복부에 작렬했다.
머리를 맞은 습격자는 그대로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졌고, 복부를 강타당한 이는 보호구가 부서지며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마치 내장이 터져 나가는 고통에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제온은 쓰러진 자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앞으로 걸었다.
감시 인력이 쓰러졌으니, 안에서도 불청객이 온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타다닥!
제온의 걸음이 빨라질 때였다.
“죽엇!”
타다다다!
갑자기 하수구 안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것도 권총 따위가 아니라 연사가 가능한 기관총이었다.
가죽이 두꺼운 마수에겐 별 피해를 주지 못해 총기는 뒷선으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완전히 퇴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을 제압하고 사살하는 데 총기만큼 효율적인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둠 너머에 있는 놈들은 미친 듯이 총을 쏴 댔다. 하지만 총탄은 제온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는 로브가 제온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팟!
제온이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공간을 단축해 들어간 제온이 총을 쏴 대는 자들을 단숨에 제압했다.
“크악!”
“억!”
비명과 함께 습격자들이 모두 쓰러졌다.
제온은 한가운데 서서 쓰러진 자들을 내려다봤다.
하나같이 제대로 씻지 못해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행색 또한 초라해서 꼭 콜로니 밖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너 뭐야? 뭐냐고?”
“끄응! 죽인다. 개……새끼!”
습격자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주제에 독기를 풀풀 풍기며 제온을 노려봤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렇게 당하면 기가 꺾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히려 입에 거품을 물고 저주 어린 독설을 퍼부어 댔다.
보통 독종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온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는 그에게 어떤 심적 부담도 줄 수 없었다.
제온은 그들의 원독 어린 시선을 가뿐히 무시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꽤 큰 지하 공간엔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제온의 것으로 추측되는 마력 발전기도 있었다.
“여기 있었군.”
제온이 마력 발전기로 걸어갈 때였다.
“너, 뭐냐?”
유난히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온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커다란 나무 상자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손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른 팔뚝만 한 단검으로 손톱을 손질하는 남자의 얼굴엔 문신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유독 노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상하게 남자의 주위만 공간이 일그러져 왜곡되어 보였다.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너 뭐냐고 묻잖아?”
“저 물건 주인입니다만.”
제온이 마력 발전기를 바라봤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마력 발전기 찾으려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거냐? 배짱이 제법이네. 그런데 어떡하냐? 난 저 물건 돌려줄 생각이 없는데.”
“그런데 어떡합니까? 전 반드시 돌려받아야겠는데.”
제온도 남자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