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8)
8화
제온은 데이오든을 따라 급히 포탈에 들어갔다.
또다시 엄청난 압력이 그를 짓눌렀지만, 그래도 한번 경험해 봤다고 정신줄을 놓지는 않았다.
“여긴?”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였다.
조금 전까지는 화산이 폭발하는 공간에 있었는데, 마치 마법처럼 주위 풍경이 바뀐 것이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온통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뿐이었다.
위치를 특정할 만한 요소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온이 데이오든에게 물었다.
“여긴 어딥니까?”
홱!
데이오든은 대답 대신 제온의 팔목을 잡아 비틀었다.
“왜…… 그러십니까?”
“네놈 손목에 계급장이 보이지 않는구나. 분명 모래를 사용하는 것을 봤는데.”
“크으윽!”
팔목이 으스러지는 고통에 제온이 신음을 흘렸다.
마치 거대한 프레스에 팔이 낀 것 같았다.
제온은 힘을 줘서 팔을 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데이오든의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독한 고통에 제온이 무릎을 꿇었다.
너무 아프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됐다.
데이오든이 꽉 잡고 있던 제온의 팔을 풀어 주며 말했다.
“하긴 각성자가 많으니 네놈 같은 별종이 있어도 그리 이상하진 않구나.”
“크헉!”
그제야 제온이 억눌렀던 신음을 토했다. 그래도 고통이 가시지 않았다.
제온이 순간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이 개 같은 늙은이야! 팔 부러질 뻔했잖아!”
“정말 병신같이 연약하구나.”
“이익!”
화를 참지 못한 제온이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쾅!
고압으로 발사된 모래가 데이오든의 가슴에 작렬했다. 하지만 데이오든의 가슴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데이오든이 가슴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 내며 웃었다.
“모래를 다루는 능력을 각성한 것은 확실하구나. 흐흐!”
“그래서 뭐? 당신이 보태 준 거 있어?”
“이제부터 나랑 같이 가야겠다, 병신아!”
“내 이름은 제온야. 병신이 아니라……. 이 병신 같은 늙은이야.”
“약하면 다 병신이지.”
“이…….”
“거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네놈의 입을 찢어 버리겠다.”
“큭!”
제온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이성이 돌아왔다.
눈앞의 늙은이는 던전의 최종 보스인 크림슨 드레이크를 사냥한 괴물이었다.
그의 상식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순간 이성을 잃고 대들긴 했지만, 애초 제온은 데이오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데이오든의 눈으로 보자면 제온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였다.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그런 보잘것없는 존재.
그가 어떤 짓을 해도 제온은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데이오든이 문득 크레이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 겨우 F급 정도인 것 같군. 쓸 만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어.”
“…….”
“흐흐! 가혹하게 굴리면 돼. 죽지 않으면, 강해지겠지.”
크레이온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미친 늙은이한테 된통 걸렸구나.’
숨을 곳 하나 없는 사막이었다.
도주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힘을 기르기 전까지는 데이오든과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따라와라.”
“네!”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데이오든을 따랐다.
‘힘이 없는 게 죄다. 죄!’
***
데이오든은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늘 하나 없는 사막 위를 걸으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거나 더위에 힘들어하지도 않았다.
반면 그를 따르는 제온은 죽을 지경이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가 그의 체력을 갉아먹었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의 전신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지 오래였다.
“헉헉!”
절로 호흡이 거칠어지고, 걸음이 느려졌다.
그때였다.
“흥! 얼간이가 따로 없구나. 지닌 바 능력을 일 퍼센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니.”
“무슨 말입니까?”
“모래를 다루는 능력을 얻지 않았느냐?”
“그래서요?”
“모래를 사용하면 되지, 뭐하러 그리 힘들게 걷느냐?”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전 겨우 엊그제 각성했다구요.”
“그게 뭐 어떻단 말이냐?”
“진짜!”
제온이 발끈했다. 그러자 데이오든이 멈춰서 뒤돌아봤다.
제온을 보는 그의 얼굴엔 한심하단 빛이 역력했다.
그 눈빛에 또 한번 울컥했다.
“전 F급이란 말입니다. 당신 같은 고위 각성자가 아니라고요.”
“그래서 네가 병신인 거다. F급이면 어떻고, S급이면 또 어떻단 말이냐? 누군 처음부터 S급으로 태어나는 줄 아느냐? 물론 그런 놈도 있겠지? 그런 놈은 축복받고 태어난 거고. 그런데 축복받지 않았다고 그냥 포기하고 살아갈 거냐? 너도 남들 눈에는 충분히 축복받은 거로 보일 거다. 그러니까 그만 징징대고, 어떻게 하면 네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지나 고민하거라. 사지만 멀쩡하면 뭐 할까? 머리가 병신인데.”
“진짜 그 병신이란 말 그만하면 안 됩니까?”
“병신이란 말이 듣기 싫으면 네놈의 굳은 머리부터 깨부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네놈은 병신 중의 상병신이다.”
결국 제온은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데이오든이 돌아서며 말했다.
“네놈의 능력이다. 당연히 네놈이 가장 잘 알겠지. 그러니까 성장시키는 방식도, 활용하는 방식도 네놈이 알아내야 한다.”
“알아내지 못하면요?”
“죽겠지.”
“네?”
“내가 죽이든, 저 태양이 죽이든 둘 중의 하나가 되겠지.”
“…….”
그 말을 끝으로 데이오든이 다시 걸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두 줄의 족적이 길게 드리워졌다.
제온이 데이오든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병신이라고? 굳은 머리부터 깨부수라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분노였다.
데이오든에 대한 분노, 자신에 대한 분노.
두 개의 분노가 합쳐져 격렬하게 타올랐다.
제온이 이를 악물었다.
‘오냐! 그렇게 해 주지. 두 번 다시 나를 병신이라고 부르지 못하도록 하겠다.’
제온은 각오를 다지며 데이오든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것은 모래를 다루는 능력. 그러니까 모래를 활용해야 해.’
모래술사로 각성하고도, 정작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그때그때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아야 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제온은 마나를 움직였다. 그러자 일대의 모래가 그에게 끌려 움직였다.
마치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모래들이 제온에게 끌려왔다.
‘나를 중심으로 대략 방원 오 미터 정도인가?’
가까이 있는 모래일수록 빠르게 움직이고, 멀리 있는 모래는 서서히 움직인다.
움직일 수는 있지만, 반응이 느렸다.
이 역시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제온은 이에 대한 고민을 뒤로 밀었다.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푹! 푹!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가 문제였다.
한번 발을 뗄 때마다 엄청나게 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온은 사막에 낙오되고 말 것이 분명했다.
‘모래를 응집해 발을 딛는 곳을 단단하게 만들면?’
그가 용암의 강을 건널 때 활용했던 방법이었다.
제온은 즉각 발밑의 모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걷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마치 돌을 깐 바닥을 걷는 것처럼 힘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마나의 소모가 극심하다는 것이었다.
한 번씩 바닥을 단단하게 만들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십 미터 더 가지 못해 마나가 모두 고갈될 것 같았다.
제온은 이 방법을 포기했다.
마나가 모두 고갈된 후에 자신이 어떻게 될지 눈에 선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햇볕에 바싹 구워져 미라가 되거나, 그 전에 마수의 먹이가 되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제온은 다음 방법을 생각했다.
‘나의 마나 통은 아직 크지 않아. 이렇게 무작정 소비하는 방식으로는 사막에서 버틸 수 없어. 그러니까 마나 소비를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해.’
제온이 다음으로 떠올린 것은 두 다리에 마나를 집중하는 것이었다. 마나를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걸음이 가벼워지고, 체력 소모도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제온은 이 방식도 폐기해야 했다.
당장 활용도는 좋지만, 자신의 능력인 모래를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모래술사였다.
그렇다면 모래를 활용하는 능력을 갈고닦아야 했다.
당장은 힘이 들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세 번째로 제온이 선택한 것은 모래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자신의 발바닥과 맞닿아 있는 모래를 움직이는 것.
‘발바닥 크기에 두께는 일 센티미터 정도.’
제온은 정신을 집중했다.
지배력을 넓게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한정된 공간에 집중해 사용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마나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모래가 오히려 응집력을 잃고 허무하게 흩어졌다.
그때마다 제온도 중심을 잃고 모래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다행히 부드러운 모래에 처박혀서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입안 가득 모래를 머금어야 했다.
“퉤퉤!”
제온은 모래를 뱉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물을 먹지 못해 입안이 말랐는데, 모래 때문에 더욱 건조해졌다.
“하아!”
제온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저 멀리 데이오든이 보였다.
데이오든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제온의 생사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제온을 더 열받게 만들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데이오든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마정석 광산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워낙 힘들고 고통스럽다 보니 데이오든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가득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제온은 자신이 점점 미쳐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서 빨리 방법을 찾지 못하면 정말 미쳐 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다시!’
제온은 다시 발밑의 모래에 집중했다.
그의 몸을 실은 모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레일 위를 굴러가는 열차의 바퀴처럼 말이다.
다만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다.
아직 제온이 마나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조금만 흩어져도 모래가 움직임을 잃고 허무하게 흩어졌다.
그때마다 제온은 바닥에 거꾸로 처박혔다.
점점 지쳐 갔지만 제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발아래 있는 모래에 집중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점점 모래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졌다.
제온을 실은 모래가 한결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스르르륵!
어떻게 보면 모래가 알아서 그의 몸을 이동시켜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제온의 노력의 결정체였다.
수없이 넘어지고, 고민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다만 아직도 낭비되는 마나가 꽤 있었다.
이래서는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제온은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마나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됐고 제온은 한결 편안하게 모래 위를 이동할 수 있었다.
데이오든은 뒤돌아보지 않고도 그런 제온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마나의 유동이, 공기의 움직임이, 제온의 호흡 소리가 그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 주고 있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지금 제온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데이오든이 중얼거렸다.
“조금 쓸 만한 병신이 되었군.”
그의 기준엔 여전히 함량 미달이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