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이나즈마 공략대가 눈을 끔뻑거렸다.
“저게…… 뭐야?”
“화염 마법사가 아니라 소환술사인 거야?”
제온의 주위에 그를 닮은 병사들이 서 있었다.
비록 모래로 이뤄져 이목구비가 뭉툭했지만, 체형만큼은 제온을 꼭 닮아 있었다.
샌드 솔저.
모래로 이뤄진 병사들.
제온은 딱 이나즈마 공략대의 숫자만큼 샌드 솔저를 소환했다.
“이제 시작해 보죠.”
제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샌드 솔저들이 이나즈마 공략대를 공격했다.
“겨우 이런 소환물에 당할 것 같으냐?”
“챠앗!”
이나즈마 공략대가 스킬을 펼쳐 샌드 솔저들을 공격했다.
콰직!
바이룬의 도끼가 샌드 솔저의 가슴에 깊이 처박혔다.
잠시 허우적거리던 샌드 솔저가 무너져내리며 모래로 돌아갔다.
“흐흐! 별거 아니었네.”
그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래로 돌아갔던 샌드 솔저가 다시 일어선 것이다.
“무슨?”
쾅!
샌드 솔저가 무방비 상태의 바이룬을 공격했다.
복부를 강타당한 바이룬은 거의 십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그가 낭패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샌드 솔저가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겁도 없고, 감정도 없지. 무생명 소환체이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렇기에 제온은 샌드 솔저를 즐겨 소환했다.
곤경에 처한 것은 비단 바이룬만이 아니었다.
“제길! 부숴도 다시 살아나.”
풍술사 유리가 기겁했다.
분명 칼바람으로 산산이 부숴 버렸는데, 샌드 솔저가 멀쩡히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곤경에 처한 것은 슈한이나 코메인도 마찬가지였다.
제온의 전력을 파악하려던 슈한은 샌드 솔저에 의해 위기에 처했고, 그를 코메인이 구해 줬다.
코메인의 능력은 블링크였다.
시야가 닿는 곳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블링크를 무작정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급과 마나의 양으로 인해 쓸 수 있는 횟수와 거리가 정해져 있었다.
이십 미터 내외 서른 번 정도.
그것이 코메인이 하루에 펼칠 수 있는 블링크의 거리와 횟수였다.
지옥 두더지를 상대하면서도 겨우 열 번만 사용했는데, 샌드 솔저들을 상대로 벌써 열다섯 번이나 펼쳤다.
이제 남은 횟수는 다섯 번.
코메인이 코우지에게 외쳤다.
“대장! 어떻게 좀 해 봐.”
“칙쇼!”
코우지가 욕설을 내뱉었다.
설마 제온도 아닌 겨우 소환물 따위에 고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베어도, 베어도 되살아나는 샌드 솔저는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핵이 있을 거야.”
모든 무생물 소환체엔 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코우지는 눈을 감은 채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그는 검객의 스킬 중 하나인 인체 파악을 펼쳤다.
무생명체인 샌드 솔저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행히 그는 샌드 솔저의 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른쪽 옆구리에 핵이 있다.”
촤하학!
그는 단숨에 샌드 솔저를 베어 냈다.
핵까지 잘라 버렸기 때문인지 샌드 솔저는 다시 재생되지 않았다.
“좋아!”
“오른쪽 옆구리다.”
그 모습을 본 수하들이 샌드 솔저의 오른쪽 옆구리를 공격했다.
촤하학!
핵이 부서진 샌드 솔저들은 다시 모래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하악! 하악!”
“씨발! 뒈지는 줄 알았네.”
유리가 거친 숨을 토해 냈고, 바이룬은 욕을 하며 도끼를 거둬들였다.
코메인도 슈한도 샌드 솔저를 쓰러트렸다.
그들이 제온을 노려봤다.
“이젠 네 차례다.”
“뼈를 모조리 발라 주마.”
샌드 솔저에게 고전했기에 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들이 미친 듯이 싸우는 동안 제온은 로브 주머니에 양팔을 넣은 채 태연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소환한 샌드 솔저들이 모조리 모래로 돌아갔음에도 제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각성자들을 상대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애초 샌드 솔저에게 각성자만큼의 전투력은 기대하지 않았다.
샌드 솔저에게 아무리 제온의 의지가 작용한다고 해도 스스로 생각해서 싸우는 각성자처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 차이가 지금 모습이었다.
그가 소환했던 샌드 솔저들은 모두 모래로 돌아갔고, 이나즈마 공략대는 그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쐐애액!
날카로운 파공음을 터트리며 날아오는 코우지의 카타나.
유리의 칼바람이 사방에서 그를 옥죄어 온다.
뒤를 따르는 바이룬의 도끼에 눈 깜짝할 사이 곁으로 다가오는 코메인의 블링크.
그 모든 것이 제온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제온이 위기감 하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섯으로 안 되면 스물은 어떨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온의 주위에 스무 기의 샌드 솔저가 일어섰다.
“미친!”
카타나를 휘두르던 코우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섯 기의 샌드 솔저만으로도 심각한 위기를 겪었던 이나즈마 공략대였다.
그 네 배인 스무 기의 샌드 솔저의 등장은 그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너, 뭐야? 뭐냐고! 씨발!”
코우지가 쓰고 있던 냉막한 가면이 깨졌다.
가면이 깨진 코우지의 진짜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제온이 그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며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덤빈 건가?”
“이 개새끼가…….”
쾅!
폭음과 함께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코우지의 카타나를 샌드 솔저 하나가 몸으로 막아 낸 것이다.
다른 각성자들의 공격도 샌드 솔저들이 모조리 무력화시켰다.
샌드 솔저들은 몸으로 막고, 터져 나가도 개의치 않았다.
제온을 지키기 위해 서슴없이 몸을 던졌다.
이나즈마 공략대는 샌드 솔저들의 핵이 있는 오른쪽 옆구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핵이 느껴지지 않았다.
“핵의 위치가 달라졌어.”
“제기랄!”
파괴되었던 샌드 솔저들이 순식간에 원상회복돼 그들을 공격했다.
샌드 솔저들은 그들에게 악몽이었다.
“크억!”
제일 먼저 슈한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전투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그가 먼저 당한 것이다.
다음은 코메인이었다.
블링크 횟수가 다한 코메인은 샌드 솔저의 손쉬운 사냥감에 불과했다.
“컥!”
그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코우지와 유리, 바이룬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동료의 죽음이 그들에게서 이성을 앗아 간 것이다.
보통 공략대는 한번 결성되면 어지간한 일이 없는 이상 끝까지 유지된다.
당연히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깊은 유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친혈육 이상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런 가족 같은 동료를 잃었으니 그들의 눈이 뒤집히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들은 방어를 도외시하고 달려들었다.
제온의 눈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부나방처럼 보였다.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똑 닮았다.
제온이 그들에게 불비를 내렸다.
“파이어 레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의 불비였다.
거기에 샌드 솔저들의 공격까지 더해졌다.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던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
콰르르!
발밑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진동과 흔들림에 잭과 공략대가 균형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크윽!”
“뭐야? 던전이 소멸한 건가?”
던전이 소멸하면서 가끔 주위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진이 난 것처럼 일대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던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던전이 소멸하면 안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소멸된다.
당연히 던전이 소멸되기 전에 빠져나와야 했다.
잭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설마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아니겠지?”
“뭐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거야?”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등에 업혀 있던 클렉시 영감의 목소리였다.
“조합장님!”
“조합을 세희에게 넘겨준 게 언젠데 아직도 조합장이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잭이 급히 클렉시 영감을 바닥에 내려 줬다.
클렉시 영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네?”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누가?”
“그게…….”
잭이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클렉시 영감이 다그쳐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지옥 두더지에게 잡힌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네가 어떻게 나를 구한 거야? 너희들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을 텐데.”
갓 정신을 차렸지만 클렉시 영감은 날카로운 이성을 금방 되찾았다.
자신이 직접 이끌던 공략대도 실패한 지옥 두더지 던전이었다. 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잭의 공략대가 자신을 구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결국 잭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털어놨다.
“그게 사실은…….”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클렉시 영감이 혀를 찼다.
“그래서 제온을 남겨 뒀다고?”
“죄송합니다.”
“그게 세희의 결정이었나?”
“조합장님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다른 던전에 각성자들이 투입되어 턱없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샤오룬과 손을 잡아? 그 인간이 얼마나 교활한데. 그 인간은 세희가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
“정확히는 샤오룬이 아니라 타지크라는 자인데…….”
“샤오룬이 키우고 신뢰하는 녀석이야. 샤오룬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런 녀석이 내민 미끼를 덥석 물다니. 괜히 조합장을 일찍 물려줬나?”
그는 제온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존재이긴 하지만, 손녀보다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너무 쉽게 타지크의 제안을 받아들인 유세희의 미숙함이었다.
“그나저나 아쉽게 됐군. 이용할 가치가 더 있는 녀석인데.”
클렉시 영감이 제온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그는 이미 제온이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빈민가와 네오 서울의 각성자 사이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이나즈마 공략대는 네오 서울에서도 꽤나 능력을 인정받는 편이었다.
제아무리 제온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조직력 앞에서는 무력할 것이라는 게 클렉시 영감의 생각이었다.
클렉시 영감이 던전이 있는 방향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콰아아!
갑자기 던전이 있는 곳에서 한 줄기 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응?”
“저게 뭐지?”
다른 사람들도 그 광경을 보고 웅성거렸다.
그때 하늘 높이 치솟은 먼지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물체는 급속도로 클렉시 영감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클렉시 영감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눈을 부릅뜬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잭과 수하들의 눈도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떠졌다.
그들의 시야에 새처럼 훌훌 날아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물체가 들어왔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몇 초에 불과했다.
착!
날아온 물체가 클렉시 영감과 잭 공략대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어, 어떻게?”
그들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클렉시 영감 앞에 착지한 물체는 그들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클렉시 영감이 그에게 말했다.
“살아 있었냐? 제온!”
멀리서부터 날아온 이는 바로 제온이었다.
제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라! 깨어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