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73
로젠비크도 그것이 궁금하기는 했다.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에 연루된 귀족들은 귀족세를 내는 것도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지의 대부분을 팔아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은 폐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재를 팔아서 충당하려고 해도 아마 쉽지 않을 거고요.”
리카르도는 각각의 귀족들이 메인데일에게 낸 돈이 얼마인지 알려주며 말했다.
“이번에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은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번 게 된 거야.”
루엔피스가 신기하지 않냐는 듯이 말했다.
헤레이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일이 해결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번 일로 대금업자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었겠는데?”
로젠비크가 헤레이스를 보며 말하자 그녀가 웃었다.
“그 일을 하기는 해야 할 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방법이 있기는 할까 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겠어. 지하 경제의 주축들 말이야.”
헤레이스가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제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독버섯 같은 사업들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손을 놓고만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일이 같이 해결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형. 귀족들을 모아서 뭘 하려고?”
레이아스가 묻자 로젠비크가 웃음을 지었다.
“충성 맹세를 받으려고.”
“…어?”
“말 그대로야. 충성 맹세를 받을 거야. 나와 뱃속의 아이에게 충성 맹세를 하게 할 거야.”
“말을 잘 들을까? 그리고 충성 맹세를 한다고 해도 그게 효과가 있을까? 앞에서는 말을 하고 뒤에서는 다른 짓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이 나라의 귀족들은 천성이 그런 것 같아. 태어나기를 반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
아주 질려버렸다는 듯한 태도로 루엔피스가 단언했다.
“거참. 말 심하게 하시네. 나도 귀족인데 말이야. 나는 반역 안 한다고.”
에이바르가 말하자 로이드와 리카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로젠비크가 혼자서 알 듯 말 듯한 웃음을 지었다.
“왜? 뭔데? 뭔데 그래? 얼굴 보니까 뭔가 있는데?”
에이바르가 말하자 그가 웃었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에이바르는 속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천신이 그날 함께 해 줄 거라고 약속했어. 그리고 충성 맹세를 한 사람들에게 인을 칠 거라고 했고. 충성 맹세를 한 사람이 반역을 하려고 하면 불에 타버리게 만들 거래.”
로젠비크의 말은 헤레이스도 처음 듣는 말이었기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언제?”
“그건 비밀이라고 했어. 헤레이스가 내 아이를 가져서 주는 깜짝 선물이라고.”
“…그런데 왜 말해?”
“…그러게.”
로젠비크가 헤레이스를 보다가 켕기는 듯 하늘을 한 번 우러러보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거. 강제는 아니지? 로젠비크?”
에이바르는 괜히 겁이 나는지 슬그머니 발을 뺄 준비를 하며 물었다.
“그러면 불에 타는 것과 상응하는 징계를 내가 내리게 되지 않겠어?”
로젠비크가 웃지도 않고 말을 하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진의가 뭔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전부터 쭉 생각을 해 봤는데 그쪽은 전부 다 이상해. 다들 너무 과격해. 헤레이스도 그렇고 그 천신도 그렇고. 우리만 착한 것 같아.”
레이아스가 말하자 루엔피스가 아주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말 정말 맞다고 생각해. 헤레이스하고 그 천신님은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아니. 역사를 바꾸려면 그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왜 하필 헤레이스를 살리시냐고. 그분 진짜 이상한 분이야.”
에이바르가 신이 나게 떠들어댔다.
“왜요? 황후 폐하가 회귀하셔서 저희도 다 살았고 좋았잖아요.”
“맞아요. 그거야말로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요. 황후 폐하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살아났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걸요?”
그러나 에이바르만큼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헤레이스는 웃으면서, 오빠라면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고 인정해주었다.
“오빠. 내가 말이야. 폭군 셋을 갱생시켰는데 오빠를 교화시키는 게 제일 힘들었어. 오빠만 아니었으면 로젠비크랑 레이아스, 루엔피스를 진짜 잘 가르칠 수 있었다고.”
“아니야. 헤레이스. 이 정도 했으면 됐어.”
루엔피스는 이게 딱 좋다는 듯이 말하며 헤레이스를 달랬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평화롭게 바라보았다.
반역을 획책하던 사람들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 * *
리카르도와 로이드는 에이브릴과 함께 금광으로 공간 이동 마법을 했다.
메인데일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황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끔찍한 참상을 목격했다.
야광주는 여전히 밝게 빛을 비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꿈쩍을 하지 않은지 상당히 오래된 듯했다.
귀족들의 옆에 메인데일이 누워있었다.
그에게서는 살아있는 징후가 느껴지지 않았다.
귀족들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메인데일을 죽인 후에 더 큰 공포에 사로잡힌 듯했다.
방법을 찾으려면 메인데일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후회를 하고 있을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메인데일의 시신을 숨기고 금광을 떠나 범행을 숨기고 황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에게는 상상도 하기 힘든 막대한 빚이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막대한 빚이 그들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도록 가둬두고 있는 거였다.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낸다면 아무리 귀족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터였다.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귀족들이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동굴 안은 춥고 습했으며 귀족들은 그런 환경에서 오래 버텨본 적이 없었다.
슬슬, 버티는 것이 힘이 들게 될 터였다.
배도 고플 것이다.
나중에는 서로를 공격하고 허기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동정을 베풀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에이바르는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는 멀리서 귀족들을 보다가 동굴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로이드는 그가 바로 황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나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리카르도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기는 했지만 어쩌면 발견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에이바르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걸으면서 나는 발소리를 작게 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걸 보면서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한 가지 사실을 추측했다.
황후 폐하에게서 태어날 아기가 저들을 보게 될 일은 없을 거라는 것.
뒤에서 몇 사람이 그들의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일어서서 수군거리다가 다가왔다.
“누, 누구냐…!”
겁에 질렸으면서 그렇지 않은 척 제법 용기를 내서 그가 말했다.
그러나 에이바르는 그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침내 동굴의 입구를 완전히 빠져나가서 그가 돌아섰다.
로이드와 리카르도가 그를 따라갔다.
늑장을 부리다가 그곳에 갇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들이 나오자 에이바르가 곧장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의 검이 마나를 받아들이며 기이한 울음을 토했다.
로이드와 리카르도는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또 한 명의 소드 마스터가 탄생한 것 같았다.
그들은 오러 블레이드로 동굴을 때려버리면 그 동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날 깨우쳤다.
동굴의 입구가 우르르르 무너져내렸다.
커다란 바위가 순식간에 수십, 수백 조각으로 조각났다.
지형이 변하고 동굴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천신의 선물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이 정도면 외삼촌도 할 만큼 한 거겠지?”
에이바르가 말했다.
곧 태어날 조카에게 충성스러운 신하들만 보게 하기로 혼자서 마음을 먹고 있었던 듯했다.
반역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쁜 신하들은 사라지게 하고.
로이드는 그냥 그렇게 둬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또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법 결계를 하나 쳤다.
“저도 선물했어요.”
흐뭇해하는 로이드를 보면서 괜히 혼자서 조급해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리카르도였다.
* * *
수많은 귀족이 황궁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일찍부터 천막이 쳐졌다.
모여든 사람들은 무슨 일로 소집이 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 중에는 시골에서 올라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부 다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이는 듯했는데 황실 기사단 격인 용병들이 그들을 도와주었다.
보통의 귀족 체계와 반대로 오히려 지위가 낮은 귀족들이 먼저 황제에게 안내되었다.
로젠비크와 헤레이스의 앞으로 온 사람들은 자기들이 황제와 황후 폐하를 직접 알현하게 됐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격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뒤늦게 인사를 올렸다.
헤레이스는 그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먼 길을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소. 기간이 촉박해서 더 힘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오. 어떻게들 오셨소?”
그들은 처음에는 괜찮았다고 하더니 로젠비크의 질문이 약간 집요하게 계속되자 황성까지 어떻게 왔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마탑에서 마법 스크롤을 사서 공간 이동으로 황성까지 왔는데 마법 스크롤이 정말 비싸더라는 말을 해놓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소, 송구합니다. 폐하.”
“아니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서 부른 것이오.”
그들은 황제의 말에 용기를 내어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보는 황제와 황후 폐하인데도 어렵지 않게 대화를 해 나갈 수가 있었다.
나중에는 편하게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 그대들을 부른 것은 그대들에게 충성 맹세를 듣기 위함이오.”
로젠비크가 말하자 귀족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나와 우리의 아이. 모두에게 충성 맹세를 해야 할 것이오.”
“황후 폐하께도 하겠습니다.”
그들은 사양말고 받아 두라는 듯이 충성 맹세를 했다.
“아아. 내가 이 얘기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여기에 있는 황후는 천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고 있소. 오늘 충성 맹세를 받기 위해 그대들을 부른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소. 이것은 천신의 명령이었으며 호의였소.”
로젠비크가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그들은 아직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충성 맹세를 한 이가 역심을 품는다면 그의 몸은 불살라질 것이오. 천신의 분노를 받아서 말이오.”
그들은 잠시 멍하니 로젠비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서로를 보았다.
“그런데… 뭐… 역심을 품지 않으면 되는 거지 않습니까?”
“그렇소. 그 말이 맞소.”
“그러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저희는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입니다.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히 불살라 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입니다만 다른 사람들한테도 미리 말하지 말고 먼저 충성 맹세를 받으신 후에 이 얘기를 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폐하. 신하들이 저희처럼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그런 소신 발언도 해 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오.”
로젠비크가 웃으며 말하자 그들의 표정이 굳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식으로 귀족들이 로젠비크와 대면을 했고 그들은 로젠비크가 시키는 대로 충성 맹세를 했다.
로젠비크는 일단 충성 맹세를 한 자들에게 천신의 선물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이 그 얘기를 얼마나 믿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들은 귀족들이 그동안 반역 시도를 한 것 때문에 황제가 꼼수를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반역을 해 보면 알 일이기는 하겠지만, 일단 그 말이 제어하는 효과를 나타낸 것 같기는 했다.
지위가 낮은 귀족들이 황제와 황후를 먼저 알현하고 밝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거기에서 배제된 것처럼 한없이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 귀족들의 반감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그들의 반감이 고조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로젠비크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의 차례가 돌아오고도 일부러 그사이에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을 넣어서 그들을 더욱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들과 얘기를 하게 된 것은 밤이 다 된 늦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충성 맹세를 하라는 한마디만을 했을 뿐이었다.
담소도 없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로젠비크에게 반항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헤레이스도 그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면서도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은 맹세를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지만 로젠비크의 시선을 거스르지 못했다.
그들은 굴욕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맹세를 읊었다.
“그대들을 위해 그 맹세를 지키기를 바란다.”
지위가 낮은 귀족들에게는 존대를 하더니 그들에게는 하대였다.
폐하께서 존대를 해 주셨다면서 먼저 나온 이들이 좋아하며 떠드는 걸 들었었기에 그들의 표정은 확실히 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