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74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대들을 위해, 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뭘까.
무슨 일일까.
그러나 로젠비크는 그들에게 충성의 맹세를 깰 경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경고도 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됐으니 그만 물러들 가거라.”
그들은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그를 떠났다.
“로젠비크. 그거 정말이야?”
사람들이 나가고 난 후에 헤레이스가 물었다.
“어떤 거? 천신의 선물이라는 거?”
“응. 그냥 사람들에게 겁주려고 그러는 거지?”
헤레이스의 말에 로젠비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헤레이스의 표정이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 된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쌍둥이와 에이바르, 그리고 로이드와 리카르도가 들어왔다.
에이바르는 자기들이 왜 가장 뒤에 불리는 거냐며 구시렁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습관일 뿐 사실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도 그거 해야지?”
레이아스는 빨리 충성 맹세를 하겠다면서 서둘렀다.
그리고 누구보다 우렁차게 맹세를 했다.
루엔피스도 맹세를 하고 헤레이스를 안아 주었다.
“야. 충성 맹세를 하라고 했지, 누가 헤레이스를 안아 주라고 했어?”
로젠비크가 말했지만 루엔피스는 그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헤레이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는 태어나면 삼촌이 많이 안아 줄게.”
다정하게 뱃속의 조카에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챙겨주는 루엔피스였다.
“그런데 로젠비크. 그거 뻥이지?”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에이바르도 헤레이스와 똑같은 말을 했다.
“글쎄. 그럴까?”
로젠비크는 이번에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혼자 있던 방에서 귀족들이 불에 타서 죽는 일이 일어났다.
불은 다른 곳이 아니라 몸에서 발화하기 시작했고 사람을 태운 후에는 저절로 꺼졌다.
그들을 태운 불이 다른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
소식을 들은 헤레이스는 정말이었던 거냐는 듯이 로젠비크를 보았고 그는 왜 사람 말을 안 믿냐고 하며 웃었다.
“정말 천신이 우리를 위해서 선물을 내려준 거야?”
“응. 많이 고마웠나 보지. 천신도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을까? 헤레이스를 회귀시키고. 그런데 헤레이스는 정말 그 일을 잘해냈잖아. 누구보다 현명하게.”
“그렇지. 내가 좀 잘하기는 했지.”
헤레이스가 수긍하자 로젠비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로젠비크가 이렇게 자주 웃게 된 것도 다 나 때문이고. 정말 나는 이것저것 골고루 많이 잘한 것 같아.”
“그래. 부정을 못 하겠다. 다 맞는 말이야. 그래서 나도 천신에게 정말 고마워.”
그들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 * *
귀족세를 비롯한 여러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영지민들에게 수탈을 자행하는 귀족들이 늘었다.
그리고 그들을 막기 위해 감찰단이 일찍부터 꾸려졌다.
귀족은 버릴 수 있지만 제국민은 버리지 않는다는 로젠비크의 신념은 감찰단에 의해 그대로 실현이 되었다.
부당한 세금 수탈을 위해 제국민들을 탄압한 영주와 기사, 병사들을 비롯해 그 일에 협조한 자들이 모두 체포되었다.
귀족들의 경우에 명령을 내린 것이 확인되면 귀족의 작위를 즉시 박탈했다.
그것은 그 어떤 때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대처였다.
수많은 귀족들이 귀족세를 내지 못해 스스로 작위를 포기했다.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얼마간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 이들이 더 큰 권력을 욕심내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것까지 모두 잃게 된 거였다.
로젠비크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와서 그와 담소를 나눴던 귀족들이 조금 더 넓은 영지를 맡았다.
그들은 제국민들을 수탈하고 탄압하는 귀족들이 어떻게 되는지 뼈에 새겨질 정도로 교훈을 얻었기에 황제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질서와 평화가 언제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일단은 표면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황실에 경사가 생겼다.
헤레이스가 아기를 낳은 것이다.
* * *
의사는 로젠비크가 나가 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헤레이스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자기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헤레이스는 그가 있다고 특별히 힘을 잘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옆에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의사를 같이 설득했다.
진통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로이드의 마법으로 헤레이스는 진통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그런 고통은 자기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을 거고 견뎌 내고 싶기도 하다고 했지만 헤레이스가 고통받는 것을 어떤 경우에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로젠비크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순산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편안한 출산이었다.
긴장한 사람은 의사뿐인 것 같은 형국이었다.
“헤레이스. 우리를 꼭 닮았어.”
로젠비크가 하는 말을 들으며 헤레이스는 웃었다.
그냥 핏덩이일 뿐인데 뭘 닮았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에이바르와 쌍둥이들이 그들을 보러 왔다.
“아기가 깨끗한 것만 보게 하려고 우리 클린 마법으로 완전히 깨끗하게 하고 왔어. 로이드가 얼마나 유난을 떠는지.”
에이바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대며 말했다.
“그런데 로이드는 안 왔어?”
“응. 자기들까지 오면 네가 피곤할 것 같다고. 우리는 혈족이니까 가도 되는 거래. 리카르도는 오고 싶어 했는데 로이드 때문에 못 왔어. 로이드 같은 애들이 항상 문제야. 리카르도는 무슨 죄냐고. 그런데 정말 귀엽네? 너 어렸을 때랑 똑같다. 헤레이스.”
에이바르의 말에 헤레이스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이만했을 때 나를 본 적 없을 텐데?”
“당연히 그때는 못 봤지만… 아버지 손 잡고 왔을 때랑 똑같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쌍둥이들의 말들은 점입가경이었다.
“와. 헤레이스. 이 녀석 우리랑 완전 똑같이 생겼지 않아?”
“그러게. 너도 그 생각했어. 루엔피스? 우리가 같이 다니면 세쌍둥이인 줄 알겠다.”
신기한 것은 그 얘기를 아주 진지하게 하는 것 같았다는 거였다.
“봤으면 이제 나가. 헤레이스 피곤해서 쉬어야 돼.”
로젠비크는 빨리 그들을 내보내고 헤레이스와 아이하고만 남을 생각뿐인 듯했다.
“헤레이스. 정말 고생했어.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자고 좋은 꿈 꿔.”
루엔피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아무렇지 않다가 그때부터 피곤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들 나가고 로젠비크가 그녀에게 아기를 보여주었다.
‘정말 우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네?’
처음에는 정말 그냥 핏덩이 같기만 하더니.
헤레이스는 아이를 보고 웃어주었다.
‘이 녀석도 나를 좋아할까? 그래 주면 좋겠는데.’
어느새 그런 마음도 들었다.
“고생했어. 헤레이스. 정말 고마워. 이 녀석은 에스드라스라고 부르면 어때?”
그의 목소리가 모두 꿈결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평온하고 깊은 꿈속을 헤맸다.
꿈속에서 그녀는 미네른의 수장이었다.
정보원이 소식을 가지고 달려왔다.
세 명의 공동 황제가 미네른을 향하고 있다는 급한 전갈이었다.
헤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했다.
정보원은 그녀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걸까 하는 눈초리로 헤레이스를 바라보았다.
“헤레이스 님. 피해야 합니다. 여기에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악명 높은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가 말했지만 헤레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헤레이스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로이드와 리카르도도 있었다.
그들이 헤레이스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자기들도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헤레이스는 그들을 기다렸다.
미네른의 건물 밖으로 나가 정원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자 멀리에서부터 말을 타고 달려오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로젠비크.
레이아스.
루엔피스.
헤레이스는 그들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았다.
그들이 탄 말이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로젠비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누구냐.”
그가 초조한 눈빛으로 물었다.
“헤레이스 아르시아. 당신의 황후가 될 사람입니다. 폐하.”
레이아스와 루엔피스가 로젠비크를 바라보았다.
로젠비크는 당황한 듯했고 헤레이스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형. 아는 사람이야?”
“결혼할 사람이야?”
그들이 묻자 로젠비크가 헤레이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냐고. 형.”
루엔피스가 다시 대답을 재촉하자 로젠비크가 입을 열었다.
“그래.”
“누군데?”
“너희도 들었잖아. 내 황후가 될 사람.”
헤레이스는 웃음도 짓지 못한 채, 말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로젠비크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고집스럽고 집요하게도 들려왔다.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기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꼼지락거리면서 놀기 시작했다.
헤레이스가 아기 침대로 가서 아기를 다독여주고 자신의 침대로 돌아왔다.
잠든 로젠비크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들기 전까지 아기와 놀아주었었는지 그의 손에는 딸랑이가 쥐어져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이런 걸 흔들어주는 건가 하며 헤레이스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내 폭군. 내 사랑하는 폭군.’
그녀의 얼굴 가득 웃음이 떠올랐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랑해. 로젠비크. 내 황제님.’
그의 입술에 꾹 입술을 겹치자 로젠비크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조금만 자고. 그러고 나서 놀아줄게. 헤레이스. 우선은 조금만 자고.”
“응. 로젠비크.”
사랑스러운 그 사람의 눈꺼풀에, 볼에 입을 맞춰주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황홀했다.
‘우리가 만날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녀는 진심으로 천신에게 감사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다 다시 잠이 들었을 때였다. 꿈속에서 마차 한 대가 달려가고 있었다.
‘로젠비크다!’
헤레이스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달렸다.
기다려. 로젠비크.
내가 가고 있어.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
눈부신 햇살이 마차 위로 쏟아지며 부서지고 있었다.
the end
노예상에게서 폭군을 구했다 3권
지은이 : 채운
발행인 : 민경찬
발행처 : 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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