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of crazy sword masters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연 후작령
대전회의를 진행하기 전 허트 국왕은 로리언 공주를 불러 말했다.
“딸아, 너 결혼하거라.”
“네? 결혼이요?”
“그래. 내 허락하마.”
“정말인가요? 진짜로 연우진 백작님이랑 결혼해도 되요?”
“물론이다. 그대신 왕실의 일원으로서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당연하죠. 제가 그이를 제 치마폭에 싹 감싸서 절대로 실로니아 왕국에 등 돌리지 못하도록 할게요.”
우진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로리언에게는 이미 자신의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허트 국왕 역시 그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듯 물었다.
“연우진 백작이 너와의 결혼을 승낙할 것 같더냐?”
“어···. 물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설마 저 같은 미녀와 결혼하는 건데 싫어한다고 할까요?”
“전에 반응했던 걸 생각하면 싫어한다고 할 것 같구나.”
“그때는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고요. 지금은 제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었을 거에요.”
로리언의 자신만만한 행동에 허트 국왕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강한 힘과 세력을 가진 연우진이다.
그런 그를 아무런 대책 없이 놔두기에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로리언이 잘 해주겠지.’
자신의 딸이 최선을 다해 그를 꼬셔주길 바라는 허트 국왕이었다.
***
“전하, 공주 마마와의 혼인이라니요?”
“아니···. 그건 조금 이른 것 아닙니까?”
갑작스런 국왕의 폭탄선언은 대전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내가 로리언 공주와의 결혼하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귀족들이 꽤 많았다.
만약 내가 국왕의 부마가 된다면, 대공의 직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국왕의 전폭적인 지지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로서는 그것만은 꼭 막아야 하는 일일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완 공작이 사라졌지만, 국왕을 지지하는 귀족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중립을 표방한 귀족들도 있었고, 이완 공작의 편에 있다가 마음을 돌린 귀족도 있다.
그 모든 귀족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한 세력의 독주는 절대 안 된다는 것.
독점은 왕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도태를 불러온다.
국왕파와 귀족파, 중립파가 서로 견제하며 어우러져야 왕국의 발전이 고루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다 개소리지.
그런 귀족들의 개소리를 들을 때면, 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의 반응을 반겨야 했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허트 국왕 전하. 공주 마마와의 결혼 제안은 감사하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누군가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연우진 백작. 자네도 이제 일가를 이룰 나이가 되었네. 백작 가문, 아니지 로리언과 결혼한다면 대공이 될 터이니 대공가의 후손을 잇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가문을 일구는 것은 중요하네.”
아니 그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니까.
내 마음 한구석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생각.
방법도 모르고, 어쩌면 헛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다시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원래 살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라면도 실컷 먹고, 콜라도 먹고 싶었다.
그냥 소소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이곳에서 결혼하고 일가를 이루고 살라는 말은 아직 나에게는 무리였다.
“제안 주신 부분은 감사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반대하던 귀족들도 목소리를 높혔다.
“국왕 전하. 연우진 백작 본인도 이렇게까지 거절하는데 강권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왕국은 내전의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혼을 진행하는 것은 백성들에게도 좋지 않게 보여질 것입니다.”
“국왕 전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또다시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허트 국왕의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저건 그냥 삐진 표정이다.
특히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이드 후작 마저 아무 말 없이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많이 서운한 듯 하다.
‘보이드 후작, 명복을 빕니다.’
대전 회의가 끝나면, 분명 상당히 귀찮아질 것 같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
결국, 내전이 끝난 후의 첫 번째 대전회의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회의가 끝난 후 허트 국왕은 나와 보이드 후작을 남으라 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내 말대로 했으면, 여러모로 일을 도모하기가 편해졌을 텐데···. 설마, 내 딸이 싫은 건 아니겠지?”
내가 싫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나를 사형에 처하라고 말할 것 같은 기세다.
“로리언 공주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요.”
“그럼 된 것 아닌가? 왜 싫다고 한 것인가?”
“진짜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코너에 몰릴 만한 일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이번 일을 꾸밀 때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지는 이해한다.
내가 혹시라도 다른 왕국과 손을 잡거나, 실로니아 왕국의 적이 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자고로 혈연으로 묶는 것만큼 더 큰 억제제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국왕이 하나 생각지 않은 것이 있다.
당장 우리의 힘만 생각하면, 욕심나고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세상에는 광마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야 광마가 바이디의 성전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정할 국가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올인한다?
대륙 전체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불길 속에 기름을 지고 뛰어들겠다는 소리다.
“만약의 사태에는 항상 대비하셔야죠. 대륙에서 광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음···. 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국왕 전하의 편을 들어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보이드 후작은 역시 어느 정도 고민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들통나겠는가?”
“지금 당장은 당연히 비밀이 지켜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우리가 광마로 이루어진 세력이라는 것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대륙 전체와 싸우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장점?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인가?”
“게릴라 전입니다. 우리는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면서도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륙에서 동일 인원으로 싸웠을 때 저희를 이길 세력은 없을 겁니다.”
“아···.”
“그래서 저희는 실로니아 왕국에 소속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실로니아 왕국에 소속되어 있다면, 실로니아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희의 장점이 죽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미 자네들과 우리는 한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만약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면, 부인하십시오. 전혀 몰랐다고. 국왕 전하도 속았다고 우리를 공격하는데 적극 협력한다고 하면, 의심은 할지언정 막무가내로 우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만이 실로니아 왕국의 명운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내 말에 감동한 것인가.
허트 국왕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자네가 이렇게까지 깊게 실로니아 왕국의 미래를 생각해 주었다니···. 정말 고맙네.”
“아, 네.”
“그래도 우리 로리언 공주는 데려갈 거지?”
“네?”
“로리언 공주는 이미 자네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일세.”
이 노인네, 말을 참 이상하게 한다.
누가 들으면 내가 로리언 공주를 홀려서 나 아니면 죽고 못 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겠다.
“저를 따르지 않더라도 로리언 공주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광마증을 염려하신다면, 종종 저를 찾아와 치료를 받으셔도 되는 것이고요. 기적의 검을 소유하고 계신다면,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공주님이 광마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자네 말대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만의 하나라는 것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주가 자네 옆에 있는 것이 낫지. 그대신 왕가의 보물인 기적의 검을 자네에게 주겠네.”
어라, 이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자꾸 들이대는 로리언 공주의 행동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떼어놓을까 했는데, 국왕이 내건 조건은 참을 수가 없다.
기적의 검이라니.
바이디의 유산 중 하나로 나한테는 꼭 필요한 물건이긴 하다.
왕가의 보물이라는 말에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는데.
물론, 나중에 몰래 가져가볼까라는 생각까지는 했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소유자에게 직접 소유권 이전을 받을 기회가 생겼으니까.
“이 정도면 자네의 곁에 로리언 공주가 있는 것 정도는 허락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옆에 있으라고 하시죠.”
기적의 검은 참을 수가 없었다.
***
몇번에 걸친 대전 회의 결과.
논공행상의 첫번째 공로를 세운 나는 후작의 작위와 함께 이번에 수복한 카자크 영지를 내 영지로 받았다.
대수림과 인접한 영지다 보니, 이곳에 특별히 욕심을 가진 귀족도 없었기에 별다른 반대는 없었다.
다만, 자치권을 갖는 부분은 귀족들의 반대가 심했고, 결국 어느 정도 절충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자치권은 인정하지만, 왕실에서 영지를 감독할 감독관을 보내어 감찰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감독관으로 같이 따라가게 되었어요.”
내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로리언 공주.
그녀가 우리 영지를 감독할 감독관의 직책을 가지고 우리와 함께 가기로 했다.
귀족들의 눈을 가리고 아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로리언 공주와는 함께 가기로 했었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나는 국왕에게 노동력을 지원해주길 원했고, 이번 반란을 제압한 공로에 대한 포상으로 왕국에서 관리하는 노예 1만 명도 지원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내 영지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고, 적당한 시점에 이들을 노예가 아닌 영지만으로 풀어줄 생각이다.
어차피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회의 땅.
이들이 할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졸지에 영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게 된 느낌이다.
“그럼 이제 출발하죠.”
그렇게 우리는 국왕이 지원해준 노예 1만 명을 이끌고 카자크 영지로 이동했다.
대규모 이동이다보니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아직 나라가 안정된 것은 아니라 도적들이나 마물의 습격이 있었지만, 우리 중 한 명만 나서도 쉽게 처리할 수준이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렸습니다. 영주님.”
카자크 영지의 중심지가 될 달로웨이 지역에 도착하자 댐퍼스 촌장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분명 전에는 마을의 기반 시설이 모두 파괴되고, 폐허와 같은 분위기였는데, 생각보다 정돈이 많이 되어 있었다.
“영주님께서 오시기 전에 저희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영지를 관리해 보았습니다.”
“고생하셨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살 곳을 마련해 준 영주님의 크나큰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댐퍼스 촌장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생각보다 그의 능력이 꽤 괜찮아 보였다.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라면 활용하지 않는 것이 바보다.
“새로 데려온 노예들도 댐퍼스님이 관리해 주세요. 일단 임시로 지낼 거처부터 안내해 주어야겠네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댐퍼스님이라니요. 영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큰일 납니다. 그냥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차차 그렇게 하죠.”
나는 아직 영주들의 품격이 모자른 것 같다.
뼈속 깊이 각인된 동방예의지국의 DNA가 노인들에게 반말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다.
그래도 차차 익숙해져야 했다.
이곳의 신분제를 생각하면, 내가 편하게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방이 더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뭐··· 금방 적응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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