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of crazy sword masters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용병 등록 시험
데이지는 우진과 헤어진 후 빌리와 함께 상단에 복귀했다.
아직 어두운 밤이 아니어서인지 상단의 주요 간부들이 퇴근하지 않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상단의 안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움직인 데이지를 알아본 이가 있었다.
“어라··· 아가씨 아니십니까? 이제 오신 겁니까?”
“라바드 집사님. 아버님은 좀 어떠신가요?”
데이지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하는 노년의 집사를 보며 카이 상단주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가 임무를 수행하러 가기 전 카이 상단주의 몸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주께서는 조금씩 몸이 쇠약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데이지의 말에 라바드는 고개를 저었다.
“원인 불명이라고 합니다. 증상으로 보면 노화 증상과 유사한데, 아시다시피 가주님의 나이가 저보다 많으신 것은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죠. 라바드 집사님도 이렇게 정정하니까. 아버님께서 벌써 노화가 오셨다는 건 이상하죠. 혹시 신관은 요청해 보았나요?”
“일단 신전에 연락해 놓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귀족 가문이 아니면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요.”
“아버님은 어디 계시죠?”
“침실에서 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 보시죠. 아가씨께서 오신 것을 알면, 가주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그럴게요. 집사님 나중에 봬요.”
“네. 아가씨.”
라바드를 뒤로 하고 데이지는 빠르게 이 층에 있는 카이의 침실로 가 문을 두드렸다.
“아버님, 저 데이지에요.”
“들어오너라. 쿨룩.”
데이지가 안으로 들어가자 홀쭉해진 얼굴에 주름이 도드라진 카이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 정정하신 분이었건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데이지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것을 꾹 참고는 말했다.
“저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어요.”
“그래. 어려운 임무였을 텐데, 고생했다.”
“도중에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어요.”
“그래? 그럼 우리 딸의 모험담을 한번 들어볼까.”
카이는 피곤한 얼굴임에도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데이지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었다.
***
우리는 날이 밝자 용병 등록을 하기 위해 용병 길드 실로니아 왕국 지부로 향했다.
여관 주인에게 미리 용병 길드의 위치를 물어봤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문 안에 들어서자 작은 여자애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용병 등록을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 용병 등록을 하러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뭐니 뭐니해도 남자의 로망은 용병이죠.”
직원은 내 뒤에 있던 에바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물론 요즘에는 여성 용병분들의 수요도 부쩍 많아져서 아주 유망하답니다. 헤헤.”
“등록 신청 어떻게 하면 됩니까?”
내 말에 직원이 서류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간단하게 등록 절차를 설명해 드리면, 제가 드리는 종이에 기본적인 신상을 적어주세요. 그다음은 용병 등급을 결정하는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용병 등급이 어떻게 구분되어 있는지는 아시죠?”
“대충 알고 있습니다.”
내 말에 직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안되죠. 자신이 일할 직업인데 자세히 알아두는 게 좋아요.”
“음, 딱히 그럴 필요는······.”
“잘 들어보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그녀가 쉴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용병 등급은 다이아, 골드, 실버, 브론즈로 나뉘어요. 다이아가 제일 높은 등급이고, 브론즈가 제일 낮은 등급이겠죠? 설마 반대로 생각하신 건 아니죠?”
“저기··· 그냥 간단하게 말씀하셔도······.”
“일단 다이아는 어차피 오늘 등록하신 분들이 획득하실 수는 없는 거니 그냥 그런 게 있다고만 생각하시고요. 가장 처음에 용병 등록을 하게 되면 브론즈 등급이에요. 물론 예외는 있어요. 실력. 실력이 좋으면 브론즈를 건너뛰고 실버나, 골드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후로도 용병으로 몇 번의 의뢰를 수행하고, 경험을 쌓으면 등급이 올라가는 것 등을 쉴새 없이 떠들었다.
‘괴롭다.’
내가 괴로울 정도면 나보다 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에바는 그냥 괴로울 정도가 아닐 거다.
슬쩍 에바를 보니 역시 참느라 애쓰는 것이 보였다.
“조엘··· 앞에 나서자. 그 복면도 좀 내리고. 갑자기 왜 복면을 쓰고 온 거야.”
“응? 나? 여기는 수도잖아.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이라도 있을지 몰라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거잖아.”
조엘은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일단 복면부터 벗고 시작하자.”
“귀찮은데··· 알았어.”
조엘이 복면을 벗자 그의 화려한 외모가 드러났다.
길드 직원은 여태까지 별다른 반응 없이 자신이 전해줄 정보들만 내뱉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 다음에는 테스트를 어떻게 하냐면 말이죠. 저희 길드······ 어?”
드디어 그녀의 입이 멈추었다.
“안녕. 이쁜 아가씨. 오늘 날씨가 좋네.”
“그··· 그렇네요. 좋은 날씨에요.”
길드 직원의 볼에 붉은 기가 감돌았다.
조엘은 그런 그녀에게 살짝 미소지으며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테스트를 어떻게 한다고?”
“아 별건 아니고, 길드에서 심사관이 테스트해서 등급을 매길 거에요.”
설명이 왠지 모르게 간략해졌다.
역시 어디서나 잘생긴 놈에게는 대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재수 없어.’
조엘의 얼굴은 남자인 내가 보면 굉장히 재수 없다고 느껴지는 얼굴이다.
내가 그보다 못 생겨서 질투하는 건 절.대. 아니다.
진짜로······.
***
신상을 적은 서류를 제출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등급 심사를 위해 용병 길드 사무소 뒤편의 공터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들이 용병 등급 시험을 볼 신참들이군. 반갑다. 나는 골드 용병 렌던이라 한다. 용병 길드에서 수석 용병으로 활동하며 신참들 테스트도 겸하고 있지.”
“반갑습니다.”
“흠··· 자네 입이 조금 무겁구만.”
나만 무거운 게 아닐 텐데······.
나는 인사라도 받아줬지. 에바는 아예 인사도 본체 만체 하며,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조엘 역시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는지 일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반응에 기분이 조금 상했는지 렌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심사는 보통 자네들이 저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걸 지켜보고 등급을 결정하네.”
“허수아비를 향해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나는 상급 소드익스퍼트급의 강자일세. 자네들 같은 초보 용병들의 수준이야 그냥 슬쩍 훑어봐도 알 수 있지.”
렌던은 아무래도 눈뜬장님인 것 같다.
여기 있는 세 명 중 그 누구도 그보다 약한 이가 없다.
그런데도 저리 자신만만한 자세로 우리를 얕보고 있다.
그는 팔짱을 낀 자세로 계속해서 거만하게 말했다.
“아무튼, 자네들은 조금 특별하게 시험을 보겠네.”
“특별 시험이요?”
“응? 아, 특별 시험. 그렇지. 특별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네.”
“특별 시험은 어떻게 보는 건가요?”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나와 일대일로 싸우는 걸세.”
어이어이 이거 진짜야?
괜찮겠어?
나야 당연히 적당히 싸워주겠지만, 에바나 조엘까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는데.
설마 그냥 죽여버리는 건 아니겠지?
“자 아무나 먼저 나오게. 무기는 혹시 다칠지 모르니 저기 걸려 있는 나무 무기를 사용하면 되네.”
내가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렌던은 자신만만한 자세로 우리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기까지 했다.
나는 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둘에게 말했다.
“절대 죽이면 안 돼. 알았지?”
“별로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
“그럼 됐고. 일단 조엘부터 시작하자.”
나는 제발 렌던의 목숨이 남아 있길 빌며 조엘이 렌던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아버님, 들으셨습니까? 데이지가 돌아왔습니다.”
폴리아드 부상단주는 데이지가 돌아왔다는 말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떨어트렸다.
“그게 진짜란 말이냐?”
“네. 같이 떠난 인원 대부분은 죽었지만, 데이지와 빌리 대장은 큰 부상 없이 복귀했습니다.”
“그 말은 습격을 받았는데도 살아 돌아왔다는 소리지 않느냐?. 최상급 소드익스퍼트의 손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게 믿어지느냐?”
“그게···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드러난 결과로는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젠킨스는? 그에게는 연락이 없었느냐?”
“네? 그걸 왜 저한테?”
“아, 아니다. 내가 마음이 급했구나.”
젠킨스가 연락을 했다면 아들인 프레스톤이 아닌 자신에게 연락했을 터다.
하지만, 그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
마지막 연락은 그들과 만날 예상 지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마지막이었다.
‘젠킨스가 실패라니······. 그럼 젠킨스는 어디 간 거지?’
혹여나 젠킨스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선택지는 생각지도 않는 그였다.
“아버님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러설 수는 없지.”
폴리아드가 무슨 짓을 저지를 것처럼 보이자 프레스톤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버님,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번에는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기회? 어떡하겠다는 것이냐?”
“제가 데이지의 마음을 돌려서 저와의 혼약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단은 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아니, 늦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젠킨스 부단장에게 습격을 사주한 것이 아버님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저희만 입을 닫고 있으면···.”
“그게 아니야. 단순히 젠킨스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 게 아니다.”
폴리아드의 떨리는 음성에 프레스톤은 불안해졌다.
“또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카이 상단주에게 독을 먹였다.”
“독이요?”
“그래. 하녀를 매수해 카이 상단주를 중독시켰다.”
“말도 안 됩니다. 요즘 카이 상단주께서 몸이 쇠약해지신 것은 맞지만, 최근에 의원에게 진찰을 받았을 때도 독이라는 진단은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 의원조차 나에게 매수당한 사람이니까.”
프레스톤은 주도면밀한 폴리아드의 행동에 감탄했다.
“정말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셨군요.”
“당연하다. 대륙에서 알아주는 볼튼 상단을 집어삼키는 일이다. 허투루 계획을 세웠다가는 진즉에 들통났을 테야.”
“신관을 요청했다고 들었는데, 신관이 올 일은 없겠군요.”
의원에 손을 썼다면 당연히 신전에도 손을 썼을 터.
프레스톤의 생각대로 폴리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미 신전에도 막대한 헌금을 했지.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어떻게 데이지를 처리하느냐인데. 이왕이면 이번 의뢰를 수행하는 중에 죽었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다른 계획을 쓰는 수밖에.”
“다른 계획이 또 있으셨습니까?”
“물론이지.”
폴리아드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프레스톤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믿어주셨으면 했건만···.’
폴리아드에게 자신은 아직도 신뢰하지 못할 못난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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