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of crazy sword masters RAW novel - Chapter (49)
49화 라이언의 결심
리아나는 아침 식사를 마친 이후 모리스 후작이 방문을 요청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제 에딘과의 대련 결과를 말해주러 온 것인가?’
자신이 보기에는 에딘의 실력은 꽤 유망해 보였다.
그랬기에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리스 후작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후작님. 어제는 편하게 쉬셨나요?”
“신경 써 주셔서 편하게 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작 부인.”
“가문의 안주인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호호호. 어제 에딘과 대련을 해보셨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리아나의 말에 모리스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본기가 잘 닦여 있더군요. 다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앞으로 대련을 통해서 실전 경험을 쌓는다면 훌륭한 기사가 될 것입니다.”
모리스의 말을 들으며, 리아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칭찬을 하는 것 같은데, 칭찬 같지 않았다.
모리스 후작은 인재 욕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에딘에 대한 욕심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리아나는 정면 돌파를 하기로 했다.
“후작님께서 제 아들을 지도해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제 외가에서 후작님께 매년 후원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네? 괜찮다니요.”
“에딘 공자는 제 밑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스스로 실전 경험을 익히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작의 말이 정중한 거절의 뜻임을 모르지 않은 리아나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대놓고 거절을 할 줄은 몰랐다.
“제 아들이 무슨 결례라도 한 것은 아닌지?”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에딘 공자의 성향이 저와 맞지 않을 뿐입니다.”
거듭된 거절.
이쯤이면, 더 권하기도 무안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혹시 나중이라도 생각이 변하신다면 언제라도 기별 주십시오.”
“그러지요. 참, 에딘 공자는 아니지만, 라이언 공자는 제가 가르쳐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뭐···라고요?”
리아나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어제 라이언 공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수련하는 자세도 그렇고 제 맘에 쏙 들더군요.”
“그런 천치가 후작님의 마음에 드셨다고요?”
“음, 부인께서는 아무래도 라이언 공자에 대해서 오해하고 계시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본 라이언 공자는 아주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는 재목이었습니다.”
“뭔가 잘못 보신 것 아닙니까? 라이언은 가문의 후계자가 아닙니다.”
“그가 후계자가 아닌 것 역시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지만, 가문 내에서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겠지요. 오히려 그런 상황이면, 제가 데리고 가서 한번 제대로 키워보는 것이 샤드 가문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리아나의 내부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는데, 모리스 후작은 기름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리아나는 터질듯한 인내심을 부여잡으며, 모리스에게 물었다.
“그 말을 혹시 라이언에게도 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 아직 확실하게 제자가 되겠다고 수락하지는 않더군요. 그도 생각할 게 있겠지요. 그래서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리아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제자로 들어가기로 승낙을 한 상태라면, 무슨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 권유만 받은 상태라면······.
‘아직은 시간이 있어. 그런데 어떡하지? ’
리아나는 이제 모리스 후작과의 면담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랬기에 빨리 그를 보내기 위해 말했다.
그를 보내고 상의를 해야 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과.
“오늘 황궁으로 들어가신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오늘 황궁으로 들어가서 며칠간은 황제 폐하의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 때마다 삼일 정도는 폐하께서 저를 붙잡고 놔주지 않으셨거든요.”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시고, 돌아오시면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러죠.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후작 부인.”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 리아나의 모습에 모리스 후작은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자기 아들에 대한 충격적인 말을 들어서라고 생각하며, 황궁으로 발길을 돌렸다.
모리스가 나가자 리아나는 참을 수 없었다.
“뭐? 그 천한 하녀의 자식 따위를 제자로 삼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귀족의 피를 타고난 내 아들 에딘을 두고 천한 놈을 선택하겠다고? 인정 못 해.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꺄악!”
리아나는 한참을 소리를 지르며, 방 안에 있는 물건을 던져댔다.
한참 그렇게 분노를 해소하다가,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이 상황을 타개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천한 연놈을 이곳에 너무 오래 두었어. 괜히 어쭙잖은 동정심으로 가만히 놔둔 게 잘못이었어.”
리아나는 하녀에게 프린 백작가에서부터 자신을 호위하고 지금은 저택에서 자신을 경호하는 기사 팔렌을 지금 당장 불러오라고 했다.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녀는 바로 움직여 팔렌을 데려왔다.
“마님, 팔렌 호위 기사님을 모셔왔습니다.”
“수고했다. 이제 나가보고, 아무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마님.”
하녀가 나가고 방에는 팔렌과 리아나만 남았다.
팔렌은 슬쩍 바깥에 누가 있는지 동정을 살피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아?”
“지금 내가 기분이 좋게 생겼어? 에딘을 대체 어떻게 가르친 거야?”
“에딘의 나이 스무살에 중급 소드익스퍼트급의 실력을 쌓았어.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그럼 왜 모리스 후작은 에딘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건데. 왜 에딘이 아닌 라이언을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냐고.”
“글쎄··· 무언가 모리스 후작만의 기준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리아나는 남의 이야기 하듯 말하는 팔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앙칼지게 소리쳤다.
“지금 남의 아들 이야기해? 당신과 내 아들 이야기잖아. 자꾸 그렇게 말할 거야?”
“흠···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소리 낮추고 진정해.”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고. 이대로면 그 천한 하녀한테 낳은 자식인 라이언이 모리스 후작의 제자로 가게 생겼다고. 그렇게 되면 에딘의 후계자 자리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거야.”
“절대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나를 믿어.”
“어떡하려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소리가 있지. 이번 일도 마찬가지야. 죽은 자는 모리스 후작의 제자가 될 수 없지.”
팔렌의 말에 리아나는 흠칫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라이언이 죽는다면, 어쩌면 모리스 후작이 다시 에딘을 바라봐 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어차피 이번에 라이언을 처리하는 것이라면, 그동안 눈엣가시 같았던 케어린도 같이 처리하자고 했다.
“괜찮겠어? 해리드 후작이 그래도 꽤 아끼는 첩 아닌가.”
“그래봤자 지가 어쩌겠어. 아무런 힘도 없는 늙탱이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이번 기회에 한 번에 다 처리하자.”
“그러지. 오히려 더 편해졌군. 케어린을 처리하고, 그곳으로 라이언을 불러서, 같이 처리한 후 도둑이 든 것으로 꾸미면 될 테니까.”
팔렌의 계획이 마음에 든 리아나는 그제야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계획의 실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
더구나, 지금 이곳에는 둘밖에 없었다.
긴장이 가라앉으니, 왠지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팔렌, 이리로 와봐.”
무슨 의도로 리아나가 부르는지 눈치챈 팔렌이 웃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상의를 벗으며······.
***
라이언은 케어린을 만나 어제 하루 있었던 일을 말했다.
특히 우진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굉장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좋니?”
“네. 지금까지 친구라고는 한 명도 없었어요. 처음으로 생긴 친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어요. 꽉 막힌 이곳에서 느꼈던 기분이랑은 달라요.”
“그렇구나. 그런 친구는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야 한단다.”
“물론이에요. 더구나 그 친구 검술 실력이 굉장하더라고요. 저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래? 이 어미는 그래도 우리 라이언이 최고인 것 같은데.”
라이언은 케어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과장해서 말하는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그리고···.”
라이언은 모리스 후작에 대한 말을 꺼내려다가 멈추었다.
자신이 모리스 후작의 제자가 되라는 권유를 받았다면, 케어린은 분명 기뻐하며 축하해 줄 것이다.
하지만, 제자가 되면 케어린과는 떨어져 살아야 했다.
혼자 남을 케어린은 지금보다 더 힘들 삶을 살 것이 뻔했다.
그랬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게 아닐 것 같은데. 내가 우리 아들을 본지만 이십 년이 넘었는데, 설마 네 마음 하나 짐작 못 하겠니.”
단호하게 쳐다보는 케어린을 보며 라이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리스 후작의 제안을 말했다.
케어린은 라이언의 말을 듣고는 굉장히 기뻐했다.
“정말 축하한다. 후작님께서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구나.”
“제가 후작님의 제자로 가게 된다면, 어머님께서는 혼자 계셔야 해요.”
“그게 뭐 어때서 그러니? 그리고, 내가 왜 혼자야. 나에겐 네 아버지인 해리스 후작님도 계시는데.”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무런 힘이 없으니 문제죠.’
이 말을 하게 된다면, 케어린의 마음만 아플 것이기에 라이언은 조용히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 라이언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케어린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네 삶을 살려무나. 지금까지 네가 자신을 숨기고, 힘들어했던 것 알고 있어. 그게 다 이 못난 엄마를 위해서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머니······.”
“네가 없다고 해서 어떻게 될 정도로 약하지 않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렴.”
“알겠어요. 모리스 후작님의 제자가 되겠어요.”
“잘 결정했다. 나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지금 바로 말씀드릴 거니?”
“아, 혹시 몰라 후작님의 거처에 확인해 봤는데, 오늘은 황성에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돌아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다시 한번 축하한다.”
케어린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 라이언은 자신의 결정이 잘된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무턱대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힘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신은 모리스 데온 후작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힘없는 샤드 후작가가 아닌, 변경에 대영지를 가진 대영주의 제자가 되는 것이니, 어머니의 안전을 부탁한다면, 모리스 후작이 힘을 써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X새끼, 여기에 있지?”
에딘이었다.
리아나에게 모리스 후작이 자신이 아닌 라이언을 선택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화가나 라이언을 찾아온 것이다.
“어머니의 처소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버릇이 없구나.”
“어머니? 누가? 저 천한 하녀 년을 말하는 거야? 아, 하긴 천한 네놈한테는 어머니일 줄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냥 하녀야.”
에딘의 입에서는 케어린과 라이언을 모욕하는 말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에딘, 말이 너무 심하다. 사과해.”
“사과? 미친 거야? 지금 나한테 사과하라고 했어? 나 진짜 어이가 없네. 너 이 새끼. 모리스 후작님한테 선택받았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본데? 오늘 그 정신머리를 다시 한번 고쳐주마. 저놈 잡아.”
에딘의 명령에 그와 같이 온 기사 두 명이 쭈뼛거리며 라이언을 향해 움직였다.
그냥 라이언을 혼내는 것은 괜찮지만, 이곳에는 케어린까지 있었다.
에딘은 무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케어린은 해리스 샤드 후작이 자신의 아내라고 인정하는 여인이다.
자신들까지 에딘처럼 케어린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딘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케어린 마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기사는 케어린에게 사과를 하고는 라이언을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라이언을 괴롭혀본 적이 많았기에 이번에도 순순히 잡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오산이었다.
지금의 라이언은 이전처럼 참을 필요가 없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언을 잡으려던 기사의 얼굴에 라이언의 주먹이 박혔다.
주먹에 마나를 실었는지, 기사는 타격을 입은 순간 정신을 잃으며 왔던 것보다 빠르게 밖으로 튕겨 나갔다.
“너··· 너···.”
에딘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라이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라워했다.
동료가 당한 것을 보자, 우선은 말로 해결하려는 듯 멈추어 선 기사가 말했다.
“이렇게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곤란이라. 내가 예전처럼 맞아주지 않아서 오히려 너희가 곤란한 거 아닌가?”
“이렇게 반항하시면, 도련님뿐만이 아닌 마님까지 괴로워지신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이제부터는 아니야.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라이언은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듯 남은 기사도 때려눕혔다.
“너··· 이 새끼. 이러고도 괜찮을 줄 알아? 우리 엄마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제 너도 나이가 스무 살인데, 언제까지 엄마만 찾을 거냐. 너도 사내라면, 너 자신의 힘으로 모든 걸 해내거라. 이것이 너의 형으로서 처음으로 말해주는 조언이다.”
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에딘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케어린이 걱정이 되는 듯 라이언의 손을 잡았다.
라이언은 그런 그녀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며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은 라이언을 보자 케어린은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조심하렴.”
케어린은 자신의 팔목에 감긴 초승달 문양이 박혀 있는 팔찌를 만지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라이언을 향해 말했다.
“걱정마세요.”
라이언은 그렇게 자신을 걱정하는 케어린에게 미소를 남기며, 에딘에게 다가섰다.
“오··· 오지마.”
“그동안 내가 당한 고통 일부라도 한번 겪어 보아라.”
라이언은 반항하는 에딘을 끌고 밖으로 나갔고, 별채 가까운 곳에 있는 수련장에서는 에딘의 비명이 한동안 울려 퍼졌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