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of crazy sword master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배신자는 죽음으로
“나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이제 30대 후반이 된 바도르는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몸으로 죽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즉에 화려한 수도로 가서 살고 싶었지만, 마수들을 피해서 도망칠 용기는 없었고, 마을에서의 삶은 하루하루 불만만 쌓여가는 때.
거대 마수의 준동은 오히려 그에겐 기회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기분도 좋았다.
혼자 가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자신도 마을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아악! 살려줘!”
“바도르, 왜 나를?”
“나는 살아야 해.”
“오빠, 나만 두고 가지 마세요.”
거대 마수들의 공격을 피해 때로는 자신의 친구를 연인을 제물로 바쳐 끝까지 살아남은 그다.
물론, 아무도 그의 행위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만약 아는 이가 있었다면, 자신은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 무리에 끼지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한계다.
이대로 쥐새끼처럼 갇혀서 죽고 싶은 생각이 그는 전혀 없었다.
때마침 치스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 역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생존자가 머물던 동굴을 벗어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는 거대 마수의 손아귀에 잡히고 말았다.
“사··· 살려줘.”
“제발···.”
아무런 대답 없는 거대 마수의 손아귀에서 그는 하염없이 빌고 빌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목숨만 살려준다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그의 정성이 통했던 것인가.
뿔이 세 개 달린 거대 마수가 근처로 다가왔다.
바도르는 거대 마수가 이렇게 한 자리에 같이 있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여태까지 거대 마수는 각자 고유의 영역을 고수하면서 서로 경쟁을 하는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라이엔, 그 인간. 죽이지 않는다.”
그 거대한 입에서 자신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나올 때는 깜짝 놀라 말문이 막혔다.
바도르를 사로잡은 거대 마수가 그 말을 무시하고 바도르를 입에 넣으려고 하자 다시 한번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바도르를 잡는 손을 멈춰 세웠다.
“라이엔, 죽는다.”
“각스, 뿔 세개라도 나한테 명령 못 한다.”
“뿔 두 개 주제에 항명하면 죽는다.”
“그릉···.”
둘은 금새라도 싸울 것처럼 으르렁 거렸다.
“멈춰라. 그분의 명령을 어길 셈인가?”
“음··· 세른.”
“아니다. 세른.”
세른이라 불린 악어의 얼굴을 가진 거대 마수의 말에 둘이 바로 꼬리를 말았다.
“인간, 너와 같이 있던 인간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말해라. 그렇다면, 네놈은 살려주마.”
“저··· 정말입니까?”
“물론이다. 우리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목숨은 살려주겠다.”
바도르는 살아날 희망이 생기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마을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바도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
그랬기에 마을 사람들의 생명은 그의 목숨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하찮은 존재였다.
***
치스가 알려준 곳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왔다.
거의 하루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우리가 원래 목적지로 삼았던 북부 대수림 접경 지역이었다.
“진짜로 이곳에서 왔다고?”
“생각보다 능력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거대 마수들의 이목을 피한 것까지는 이해했다.
워낙 거대하다 보니 인간 한두명쯤은 그냥 조용히 못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중, 소형 마수들을 피한 것은 그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었다.
비록 끝에 마수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거기까지는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거니까.
‘우리가 갈 길 안내를 시키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어.’
어차피 길 안내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던 터.
치스의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고, 그 대가로 치스의 도움을 얻어야겠다.
“빨리 가죠. 마을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고, 광마들이 무리 지어 사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치스 역시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는지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알아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우리는 거대 마수 3마리가 한 곳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저···. 아무래도 저 거대 마수들이 마을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분명 나올 때 듣기로는 다섯 마리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세 놈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저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제가 봤을 때는 다섯의 거대 마수가 주변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치스의 말대로라면 지금 거대 마수 2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소리다.
‘그 큰 덩치로 은신을 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은신한다고 해도 큰 몸집으로 인해서 들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두 놈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네요.”
“그런 거겠죠.”
“그래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저들이 가는 곳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치스의 말이 맞다면 결국 거대 마수와의 일전은 회피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래도 다섯의 거대 마수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에바 말이 맞아. 다섯을 예상했는데 셋만 처리하면 되니까 훨씬 상황이 좋아.”
나는 빠르게 거대 마수를 쫓으며 타겟을 지정해 주었다.
“에바는 뿔 세 개 달린 놈, 아르담과 라이언은 뿔 두 개 달린 놈. 나는 악어 대가리 거대 마수를 상대할게.”
“알았어.”
“그럴게.”
아르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지시에 수긍했다.
“그럼, 간다.”
상황이 긴급해 나는 먼저 뛰쳐나가 악어 대가리를 가진 거대 마수의 다리 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서 검을 꺼내 들고는 성력을 듬뿍 담은 검강으로 마수의 오른쪽 발목을 베어버렸다.
“크아악!”
‘서걱’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악어 거대 마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뭐냐?”
“대체 왜 그러냐?”
다른 거대 마수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주위를 둘러봤다.
‘어··· 거대 마수와 대화가 통한다고?’
내가 그들의 대화를 일부러 들은 게 아니다.
그들이 인간이 하는 언어로 말을 하는 것이다.
“저놈을 죽여라.”
악어 거대 마수가 자신의 발목을 자른 나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삼뿔이와 투뿔 거대 마수도 나를 발견하고는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나는 가뿐하게 그들의 손을 피하고는 악어 거대 마수의 반대쪽 다리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소드마스터의 신체 능력을 이용한 움직임은 거대 마수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윽고 남은 다리까지 베어버리자 악어 거대 마수가 울부짖었다.
“크윽! 너무 빠르다.”
“어어··· 한 놈이 아니다.”
“나도 공격받는다.”
이윽고 뒤늦게 도착한 일행이 내 계획대로 삼뿔이와 투뿔 거대 마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악어만 신경 쓰면 되겠군.’
악어 거대 마수를 공격하면서 삼뿔이와 투뿔이가 공격을 해 올 것 같아 조금 신경을 쓰면서 상대했어야 했다.
이제는 동료들이 그 두 거대 마수를 상대해 줄 테니, 상대적으로 악어 거대 마수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집중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검의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력을 검에 계속해서 압축했다.
거대한 기운이 검에 깃들었고, 검날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웅웅’거렸다.
이제 이 검강을 폭발시키기만 하면 된다.
혈루폭검세(血淚爆劍?).
혈루마검 최강의 초식이 거대 마수에게 처음으로 쓰이는 것이다.
마나의 소모가 크기 때문에, 나도 소드마스터가 되지 않았다면,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할 초식이다.
에바 역시 이 초식을 알고는 있지만, 사용하지는 못했다.
아니, 지금 정도로 마나를 제어할 수 있다면, 사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 넌 대체 누구냐?”
“마수 따위가 그걸 알 필요는 없고.”
“인간, 대화하자.”
악어 거대 마수는 위협을 느낀 것인지 엎드린 채 그 큰 눈을 나에게 고정하며 대화를 요청했다.
“대화라···. 마수와 인간 사이에 대화를 할 게 있나?”
“너 강하다. 살려주면 여기를 떠나겠다.”
기습 공격으로 악어 거대 마수의 전력을 줄여 놓았기에 쉽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거대 마수의 힘은 굉장히 강하다.
그런 거대 마수가 나에게 지금 살려달라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전생이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어서 그런가.
새삼 내가 강해졌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럼 일단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주겠어?”
“인간 물어봐라.”
나는 슬쩍 삼뿔과 투뿔 거대 마수와의 전투 상황을 흘겨보았다.
어디 한 곳이라도 위험한 것 같으면, 당장에 도와주러 가려 했다.
‘생각보다 잘 싸우네.’
에바는 거의 소드마스터나 다름없는 실력이기에 당연히 삼뿔이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외인 것은 투뿔 거대 마수와 싸우고 있는 아르담과 라이언이다.
둘은 언제 합을 맞춰보았는지, 서로 연계해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여유롭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시간은 될 것 같아 물었다.
“지금 인간을 습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건가?”
“맞다. 한 인간이 자신의 마을 위치를 알려주었다.”
마수들이 인간의 말을 할 때부터 조금 불안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신자가 있는 듯하다.
배신자는 잡아야지, 그냥 두면 위험하다.
“그 인간은 어떻게 되었지?”
“각스의 손에 있다.”
“각스?”
악어 머리는 삼뿔이를 가리켰다.
‘저 뿔 세 개 달린 놈이 각스란 이름을 가진 놈이군.’
거대 마수의 이름 따위는 별로 관심 없지만, 배신자의 존재는 확인해야 했기에 각스의 손을 자세히 보았다.
오른손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설치고 있었는데, 왼손은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손안에 배신자가 있으리라.
“좋은 정보네. 자, 다음 질문. 거대 마수들은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희는 어떻게 된 거지?”
“그건······.”
악어 거대 마수가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지 주저했다.
“대답 안 하나? 그럼 나도 움직여야겠군.”
“아니다. 말하겠다. 거대 마수들의 정신을 지배하시는 주인님이 나타났다.”
“정신 지배? 설마 마족인가.”
“맞다. 그분은 마족이시다.”
정신 지배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왠지 마족이 엮인 것 같은 불길함이 들었는데, 예상대로다.
거대 마수들이 인간의 언어를 말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마족이 강제로 언어 정보를 주입했을 것이다.
“마족은 어디 있지?”
“그분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요즘 거대 마수는 선문답도 배우는 것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나도 더는 참지 않겠어.”
“미다님은 우리에게 지시할 일이 생기면 나타나신다. 그전까지는 그분께서 지시하신 일을 수행한다.”
“너희들이 인간의 대화를 하게 된 것도 그 마족과 연관 있겠지?”
“맞다. 미다님을 믿는 순간 어느새 인간의 대화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상식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길래 잘못 알고 있었나 했다.
하지만, 이 세 놈의 거대 마수가 특이했을 뿐.
일반적인 마수의 정보는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다.
“마족이 인간을 잡아 죽이라고 한 건가?”
“아니다.”
“뭐? 아니라고?”
“그렇다.”
악어 거대 마수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마수가 인간을 죽이려고 하지 않다니.
아무리 명령을 받았다고 해도 쉬이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미다님께서는 인간들을 죽이지 말고 잡아 오라 하셨다.”
“죽이지 말고 잡아 오라고?”
“그렇다.”
“이유가 뭔데?”
“그건 나도 모른다.”
단순 무식의 대명사인 거대 마수 아니랄까 봐 맹목적으로 시키는 일만 했나 보다.
여기서 다른 걸 더 물어봐야 별로 실속은 없을 것 같다.
“나한테 해줄 말은 이게 전부인가?”
“맞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다 말했다.”
“그럼 하나 더 물어볼게.”
“말해라.”
“인간이 모여 있는 곳의 위치를 아는 거대 마수가 또 있어?”
“아니다. 위치를 아는 동족은 모두 끌고 왔다.”
악어 거대 마수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놈들만 죽이면, 이곳의 위치는 다시 묻힌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래. 그럼 잘 가라.”
“뭐?”
대화하면서도 계속해서 마나를 모았다.
그 거대한 마나의 기운이 당장이라도 검을 떠나 폭발하고 싶어 했다.
나는 모아놓은 기운을 폭발시키며, 거대 마수의 머리를 향해 공격했다.
마지막 내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악어 거대 마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악어 거대 마수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이제 두 놈 남았나. 빨리 처리하고 배신자 얼굴이나 봐야겠군.”
같은 인간을 배신한 배신자는 살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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