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of crazy sword masters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난민은 내 겁니다
“왕가의 후손이라니···. 하지만 고구려라는 왕국의 지명은 들어보질 못했는데······.”
“저 역시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당연히 처음 듣겠지.
이 대륙에 있는 왕국은 아니지만.
하지만, 이곳의 좋은 점은 고대 왕국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자료조차 남아 있질 않아 지식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에 멸문하다시피 한 왕국일 뿐입니다.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질 않으니, 당연히 처음 듣겠지요.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던 곳입니다. 저희는 그곳을 기리기 위해서 언어도 대대손손 전해 내려왔지요.”
“언어라니? 어떤 언어입니까?”
나는 세종대왕님께서 만드신 한글을 가볍게 써서 보여주었다.
그들은 난생처음 보는 한글이란 언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허···. 그런 왕국이 정말 있었다는 말인가. 이런 언어까지 따로 있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음···.”
둘 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언어 체계를 급조해서 만들 수는 없는 법.
내 말을 절반만 믿은 상태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 했다.
“일단, 이 부분은 나중에 많은 귀족을 모아놓고 좀 더 논의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으니까.”
“제가 오기 전에 두 분께서 영지 수복을 위해서 여러 논의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어디까지 의견이 정리되었는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내 말에 이완 공작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카자크 영지를 수복하기 위해 3개의 진군로를 나누었소. 이 3곳을 군단별로 하나씩 맡아서 진군하면서 마물을 소탕하면 되오.”
이완 공작이 가리킨 지도를 보니, 진군로와 마물을 소탕하는 군단이 담당할 지역이 자세히 구분되어 있었다.
‘디노사의 예상대로네.’
지도에는 역시 대수림과 가까운 지역과 중간 지역, 나머지 다른 귀족들의 영지와 걸쳐져 있는 접경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3군단장이 부재일 때 우리끼리 미리 어느 정도 담당 지역까지 논의를 해봤소이다.”
“지도의 표시대로라면 3군단에서 담당할 지역이 대수림과 맞닿아 있는 곳이군요. 맞습니까?”
“맞소.”
“1군단은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고, 2군단은 중간 완충 지대이고. 위험은 우리 3군단에서 도맡아서 해라?”
“흠흠···.”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할줄은 몰랐는지 이완 공작의 얼굴에 당황이 스쳐 갔다.
“재미있네요. 제가 없다고 이렇게까지 작당 모의를 해 놓으셨을 줄이야.”
“어허, 작당 모의라니. 말이 너무 지나치군.”
“지나친지 아닌지는 본인들이 한 행동을 보면 알지 않습니까?”
원래는 이렇게까지 대놓고 저지를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돌려 까면서 필요한 것을 얻어낼까 싶었는데, 저들의 행태가 너무 가관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무시하면서 일을 진행 시킬 줄은 몰랐지.’
귀족이라는 허울을 둘러쓰고 있는 두 사람이 하는 짓은 암흑가 건달이나 할 짓을 하고 있는 게 정말 가관이다.
“우린 3군단에 전공을 몰아주기 위해서 이렇게 짜 놓은 것이오. 그런 우리들의 배려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행동하다니. 실망이군.”
“그렇게 좋은 거면 직접 하시면 되겠군요.”
“이이······.”
“이완 공작님 참으시죠. 3군단장도 말을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우리가 자네보다 살아온 세월이 훨씬 많은데, 이런 행동은 좋아 보이지 않는군.”
틀내는 차원 공통인가보다.
한국에서도 밀리면 나오는 말이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이었는데, 이곳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은 말이 튀어나온다.
‘하여튼 꼰대들이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생각지도 않는 것이 우스웠다.
“살아온 세월이 많으신 분들이면, 그만큼 명예로운 행동을 보여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힘 아닙니까? 우리 힘으로 한번 결정해 볼까요?”
이 두 명 역시 소드마스터다.
그랬기에 어디 가서 이런 식의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분명 기분은 상해서 얼굴이 시뻘게졌는데, 차마 힘으로 하자는 말에 대답은 하지 못했다.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을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기라도 한다면, 기존에 쌓아온 명성이 휴지쪼가리가 되어버리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그 대신 이완 공작은 직위로 밀어붙이기로 한 듯했다.
“내가 이번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오. 그러니 내 결정이 최종 결정 사항이니, 3군단장은 이견을 내지 말고 받아들이시오.”
“싫다면요?”
“그렇다면 나는 국왕 전하께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겠군. 전시에 항명은 즉결처형도 가능한 일. 최악의 경우 우리는 3군단장의 해임을 요청하고, 군법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소이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나온다면, 어차피 더 말해봤자 의미 없다는 소리다.
괜히 여기서 더 대치했다가는 별로 얻을 이익도 없을 듯해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그 대신 얻을 건 얻어야겠다.
“좋습니다. 저희가 대수림 접경 지역을 담당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일단 들어는 보겠소.”
“별거 아닙니다. 영토를 수복하다 보면 숨어 지내던 난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난민들은 다 저희 3군단 쪽에 넘겨주실 수 있겠습니까?”
“난민이라. 원래 담당 지역에서 구해낸 난민의 소유권은 해당 군단에 있는 것인데, 그 소유권을 3군단이 가지고 싶다는 것이오?”
“맞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난민을 데리고 무엇을 하려고 하시오? 설마 노예로 삼으려는 건가?”
내가 너희들인지 아냐.
실로니아 왕국은 공식적으로 노예 제도를 허용했다.
그랬기에 저들은 내가 난민을 모아서 노예를 늘리려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것까지 말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난민들이야 두 귀족군에게는 있으나마나 한 전리품 아니겠습니까? 괜히 골치만 쌓일 수 있는 것을 저희가 받아주겠다는 겁니다. 그 대가로 가장 위험한 지역을 저희가 담당하는 것이고요. 나쁜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음···. 확실히 그 정도라면···. 2군단장 생각은 어떤가?”
“저도 이견 없습니다. 그 정도 조건은 충분히 용납 가능한 조건인 것 같군요.”
두 귀족은 서로를 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3군단장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그 조건 수락하겠네.”
***
“크하하. 저런 어리숙한 자를 군단장으로 앉히다니. 국왕의 사람 보는 눈도 이제 다 되었군.”
“맞습니다. 난민이라니요. 그 마물들 사이에서 숨어 지내는 난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더구나 난민을 받아들여서 노예 몇 늘린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그런 쓸데없는 조건을 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완 공자과 코널 후작은 우진이 나간 후부터 연신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둘로서는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했기에 여러 가지 대응책을 생각해 냈었다.
마지막엔 로리언 공주까지 위협의 대상으로 삼아서 3군단의 담당 지역을 떠맡기려 했는데, 이렇게 쓸데없는 조건을 제시할 줄은 진정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난민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노예로 삼아서 팔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노예 거래는 돈이 되니까.”
“아, 3군단장이 볼튼 상단과 친하다고 했으니, 그곳을 통해서 거래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볼튼 상단도 최근에 매우 힘들다고 하더니, 노예 거래까지 품목을 늘리려는 것을 보면, 많이 힘들어지긴 했나 보군.”
둘은 그렇게 한참을 어리석은 우진을 욕하고는 둘만의 남은 협상을 시작했다.
“우리 둘은 미리 논의했듯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서로 침범하지 않아야 하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정적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서로 대립이 아닌 화합이 필요한 시기인 것을 모르지 않으니까요.”
“맞소. 괜히 국왕군에게 좋은 과실을 넘겨줄 필요는 없지 않겠소이까.”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동맹은 여기까지 입니다. 카자크 원정이 끝난 후에는 다시 전처럼 이완 공작님을 견제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럼,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코널 후작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그가 나가자 이완 공작은 얼굴에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건방진 놈. 국왕을 처리한 다음에는 네놈 차례다. 내 앞에 무릎 꿇고도 지금처럼 건방진 행동을 보일 수 있을지 내 지켜보도록 하지.”
잠시 뒤 이완 공작의 심복인 레이언스 백작이 그를 찾아왔다.
“공작 각하. 어찌 되었습니까?”
“계획대로 되었어. 그러니 자네는 원정을 시작할 준비를 하도록 하게.”
“드디어 출정하는 겁니까?”
“조금이라도 일찍 움직여야 더 많은 영토를 획득할 수 있지 않겠나.”
“바로 원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 놓았습니다.”
“좋군. 바로 움직이지.”
“알겠습니다.”
레이언스 백작은 드디어 원정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
“기다렸다는 듯이 싹 빠져나가네요.”
“저들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서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신의 담당 지역의 마수를 모두 토벌한 다음에는 다른 군단의 담당 지역을 추가로 수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전공을 높이고, 전리품을 많이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었기에 저들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저희도 바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로리언 공주는 뒤처지는 것 같아 걱정되는 것 같았다.
“조금 일찍 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어차피 저들은 우리가 담당한 지역에 별로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위험 지역이라서요?”
“네. 대수림 접경 지역은 계속되는 마물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저들로서는 귀찮은 지역입니다. 그런 곳을 굳이 얻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로리언 공주의 말에 옆에 있던 디노사가 대신 대답했다.
“저희의 특수성을 간과하신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희 세력의 주 전력은 광마들입니다.”
이미 로리언 공주에게 광마로 이루어진 세력의 합류를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내용을 알고는 있음에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광마들에게 마물은 꼭 필요한 영양분이나 다름없습니다. 마물을 잡음으로써 바이디의 성력을 늘릴 수도 있고, 폭주하는 기운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더 좋은 겁니다. 더구나 우진 군단장님께서는 이 일을 빌미로 난민을 요구하셨습니다.”
이것 역시 디노사와 미리 이야기 한 것이다.
토벌이 끝난 후 나는 이 지역을 다스릴 것이다.
충분히 넓은 영토를 가진 독립 영주가 될 수 있는데, 중요한 영지민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그랬기에 난민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이나 다름없다.
“난민을 영지민으로 합류시킬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영지를 굴러가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더구나 마수들 사이에서 숨어 살던 난민들입니다.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영지민보다는 유사시에 발휘하는 힘이 훨씬 클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신 거군요.”
“지금 모아놓은 3군단은 이번 원정을 끝낸 이후에도 카자크 영지의 치안을 담당하게 잔류시킬 병사들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병력의 손실입니다.”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피해로 담당 지역을 정리할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 바로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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