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138)
바다새와 늑대 (137)화(13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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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비좁은 바다보다 훨씬 넓은 붉은 바다는 언제나 안개가 짙게 낀 날씨였다. 붉은빛의 안개가 가득 낀 바다는 제국의 코앞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바다였음에도 그 날씨 탓에 해적이 기승을 부리는 해역이었다. 그리고 그중 요주의 해적이란 단연코 우홉피아주였다.
검은 가죽으로 된 경갑을 입고 그 위로 새까만 코트를 입은 키이엘로가 마찬가지로 까만 일색으로 차려입은 나와 도멤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나는 발카를 코트 안으로 품듯이 안고 그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대놓고 반대를 하든가, 찜찜하게 굴지를 말든가. 하나만 해. 너도 위험한 일인 건 피차 마찬가지거든?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알아……. 딱히 크게 반대할 생각도 없어. 그냥 걱정되니까 그러지. 도멤 너도 제발 덤벙거리지 마. 창 갈무리 잘하고……. 어디 잘못 부딪혀서 들키지 말고.”
키이엘로가 한숨을 쉬며 잔소리를 해댔다. 도멤은 너나 걱정해, 하고 말하면서도 창을 품에 끌어안았다. 클레인스가 피아를 구별하기 힘들다며 준 파란색 천을 팔뚝에 묶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낮게 깔린 긴장감이 따개비처럼 배에 들러 붙어있는 것 같았다.
무기를 점검한 네토르와 클레인스가 우리 쪽으로 합류했다. 키이엘로는 안개뿐인 난간 너머를 노려보았다. 우홉피아주와 마주할 바다에 들어왔으나 아직까지 셀리팜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전서구를 보내는 것이 너무 늦은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아니면 그냥 셀리팜 쪽에서도 기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고.
클레인스가 헤더와 프라세, 세운과 원은 함저 구역에 하몬과 함께 있다고 전해줬다. 궁금하진 않았지만 테드 녀석도 함께라고 전해 들은 나는 걱정을 한 겹 내려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꽤 위안이 되었다. 그때 클루스도가 선미루로 나와 외쳤다.
“모두 전투대기!”
그 소리에 포를 맡을 해적들을 제외한 선원들이 우르르 나와 각자 자리를 지키고 섰다. 베제 역시 모노클을 눈두덩에 끼우고 돛대 위의 전망대에 올라가 있었다. 도멤이 키이엘로에게 고갯짓했다. 너도 가봐. 그에 키이엘로가 머뭇거리며 우리를 보았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조심하고. 힘만 믿고 나대지 마라.”
『가자.』
우리를 잠시 보던 키이엘로가 텐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이며 늑대 위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선원들 틈을 달려 선미루의 계단에 내려앉은 텐을 보고 도멤이 부럽다는 눈으로 말했다.
“텐 진짜 멋있는 것 같아.”
“덩치가 저렇게 크니까.”
뱀도 원래는 덩치가 컸는데. 도멤이 허리춤에 묶은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든 요르문간드는 여전히 도멤의 주머니에 담겨 허리춤에 달려있었다.
나는 어째 신화 생물이라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떨떠름하게 주머니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 품에서 몸을 평소보다 더 작게 줄여 들어있던 있던 발카는 코트 속에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몇 시간 뒤엔 바람이 거칠 것 같은데…….』
“폭풍이 오거나 배가 뒤집히지만 않으면 돼.”
『맞아. 돛이야 전투가 일어나는 이상 멀쩡할 거란 기대를 버리는 게 낫겠지.』
발카는 항해에 관련한 사항만 알려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발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로 바다새는 오로지 뱃길을 위한 생물임을 새삼스레 깨닫는 기분이었다. 바다새는 길을 찾는 데에는 단연 으뜸이지만 그 과정에 있는 투쟁을 도와주지는 않는 존재였다.
우리는 이내 선미로 향했다. 선미루의 뒤쪽으로 샛길처럼 나 있는 난간을 따라 걸음을 옮긴 나와 도멤, 네토르, 클레인스는 선수 쪽 바다를 응시했다.
도멤이 말했다.
“계획은 다들 기억하지?”
“최대한 조용히 잠입하고, 우홉피아주 해적들을 만나면 죽이되 역시 소동은 최소한으로.”
“맞아. 그리고 곧장 함저 구역을 향해서 내려가고 그곳에서 로트 동생을 구하는 거야.”
네토르와 도멤의 말에 클레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만 들어선 그리 어렵지 않은 작전이네요. 그 말에 네토르가 날카롭게 웃었다. 말은 쉽지.
나는 식은 눈으로 네토르를 힐난하듯 쳐다보고 조용히 그의 발을 밟았다. 통증에 네토르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말 좀 작작 씨부리라며 눈을 번뜩여주자 네토르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때 전망대에서 선원이 소리쳤다.
“보인다! 좌현과 전방에 우홉피아주와 산하 해적이 나타났다!”
그 외침과 동시에 도멤이 좌현을 보려 고개를 번뜩 들었다가 외쳤다.
“후방에도 있다!”
그의 외침에 나 역시 깜짝 놀라서 우리가 있는 선미 쪽 바다를 보았다. 안개 사이로 졸리로저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네토르가 욕을 짓씹었다.
“망할, 어느 틈에 온 거야?”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심정이었다. 뒤에서 온다고? 어떻게? 그나마 뒤쪽의 배는 규모가 작은 코르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