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149)
바다새와 늑대 (148)화(14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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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디겔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눈꺼풀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온몸이 난도질당하고 있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제야 나이 든 사내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에 젖은 솜처럼 묵직한 사지를 늘어뜨린 채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디겔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세운과 눈이 마주쳤다.
“일어나셨구려.”
“……헤더…….”
“따님은 옆에서 자고 계십니다.”
세운이 그렇게 말하며 고갯짓했다. 디겔이 눈동자를 굴려 옆을 보자, 그곳엔 디겔의 뭉뚝한 팔을 잡은 채 엎드려 자는 헤더가 보였다. 자신의 팔을 잡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디겔은 한탄했다.
“난 죽나 보군.”
“……선장님은 댁을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소만.”
“클루스도가?”
버석버석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잇는 것도 힘겨웠다. 디겔은 슬슬 숨 쉬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리고 웬일인지, 그는 자신을 살릴 방도가 있음을 깨달았다. 세운이 그를 침착하지만 처참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디겔은 희미하게 입을 열어 마른 혀를 움직였다.
“아…….”
그렇군. 그 말에 세운이 눈을 질끈 감았다. 선장인 클루스도는 로트렐리의 진주를 디겔에게 사용하길 바란다. 하지만 진주는 로트렐리의 것이고, 거절하는 것이 마땅하나…….
세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에 불복하면 자신들의 여정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 디겔이 말했다.
“멍청한 짓 말고……. 제 주인에게 주게.”
“예?”
“로트 녀석 말야……. 그 녀석 것이잖나.”
디겔은 쌕쌕 숨을 몰아쉬며 헤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운은 할 말을 잃은 채 디겔을 바라보았다.
“우리 딸…… 편히 자고 있어 깨우기가 겁나네…….”
디겔의 목소리가 잠겨 들었다. 창백하고 힘없는 낯으로 디겔은 헤더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꿈결처럼 안온한 곳에서만 있었으면 했다……. 디겔은 킬킬 웃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에 찡그려진 표정과 거친 숨소리 탓에 웃는 것보다는 기침하는 것처럼 보였다.
디겔이 세운을 불렀다.
“그거 아는가, 의사 양반? 자식들은… 어느 날부터 날 굽어본단 말이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뛰어넘어, 더 넓은 곳을 향해 가…….”
부모 마음으론 평생을 내 둥지에 품고 싶은 것을……. 세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의원으로 살며 이런 넋두리는 무수히 들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다.
그는 끝을 직감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음처럼 굳어졌다.
“로트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헤더와 연관 지어 화낸 것, 내가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염치없지만 내 딸 잘 부탁한다고…….”
디겔은 눈을 가물거리며 웅얼거렸다. 점점 그의 숨이 느려지고 있었다. 세운은 목구멍이 꽉 틀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세운이 희미하게 물었다. 딸을 두고 갈 셈이요? 그러자 디겔은 대뜸 상관없는 말을 꺼냈다.
“의사 양반, 내 팔 좀 들어줘……. 딸애가 잡은 쪽 말고, 손 달린 쪽… 그래, 그리고 내 딸 머리에 얹어주게.”
세운은 혼란스럽고 동시에 절망스러운 얼굴로 디겔이 말한 대로 따랐다. 디겔의 손이 헤더의 머리 위에 조심스레 얹히자 그는 일순 전에 없이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세상의 가장 부드러운 것과 어여쁜 것만을 모아 끌어안은 사람 같았다.
“내 딸, 네 이름은 헤더이고 칼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