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250)
바다새와 늑대 (249)화(250/347)
#93화
바깥의 상황은 급박했다. 계속해서 포성이 울리고 있었고 바다는 아직도 불안하게 출렁이고 있어 작은 배는 마치 가파른 폭포에 오른 종이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일단 조타는 내가 잡고 있겠어. 하지만 별 개같은 섬으로 도착해도 내 탓 할 생각 마.”
우투그루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선실을 나갔다. 그런 우투그루와 로트렐리를 번갈아 보며 고민하던 발카는 우투그루를 따라 조타실로 날아갔다. 그에 키이엘로는 미간을 좁혔다가 다시 로트렐리를 보았다. 문득 키이엘로는 자신이 붙잡은 로트렐리의 소매가 피로 축축하게 젖은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말했다.
“로트, 그럼 조타도 우투그루에게 맡기고 넌 좀 쉬어야겠어.”
“밖에 포를 쏘는 군함도 있고 파도도 이렇게 높게 치는데 내가 나가야 하잖아. 일단… 일단 너희도 올라가. 여긴 위험해.”
다시금 배가 거칠게 출렁거렸다. 화가 난 건지 불안한 건지 모를 로트렐리를 진정시키면서도 키이엘로는 속으로 이게 바다가 거칠어진 탓인지 우투그루가 키를 잡아서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그가 점차 현기증을 느끼고 있는 탓인지도 몰랐다.
“우투그루가 조타를 맡고 있어. 발카도 도우러 갔고. 바다새가 가호하는 배인데 큰일이 있겠어? 그리고 우린 배를 고쳐야지. 안심해, 로트.”
“…발카를…….”
그 말에 잠시 평정을 되찾은 것 같던 로트는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난 발카를 못 믿어.”
“로트.”
“알아, 이상한 말이라는 거 아는데, 그러니까, 정말 만약에 또…….”
그 순간 배가 심상치 않게 흔들렸다. 바닥을 구를 뻔한 셋은 가까스로 몸을 낮추고 서로를 보았다. 이때다 싶었는지 도멤이 얼른 말했다.
“로트, 걱정하지 마. 우린 수영 잘하고, 이 구멍도 금방 수선할 거고, 아까보다 물도 적게 들이차고 있잖아. 그러니까…….”
『독니 공격!』
순간 도멤의 소매에서 흰 뱀이 튀어나와 로트렐리의 목덜미를 물었다. 얼이 빠진 키이엘로와 도멤이 뒤늦게 버럭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야!”
『이 인간 때문에 바다가 정신을 못 차리지 않느냐! 그래서 진정시킬 겸 기절 독 좀 썼다, 왜!』
“무슨 헛소리를… 로트!”
키이엘로가 서둘러 쓰러진 로트렐리를 살폈다.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자 안심한 그는 서둘러 로트렐리를 일으켜 딱 하나 있는 간이침대에 눕혔다. 도멤의 소매 속으로 다시 쑥 들어간 흰 뱀이 연신 툴툴댔다. 좋은 일을 해줘도 난리람.
키이엘로는 불안하게 요동치던 바다가 로트렐리가 쓰러지자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입에 올리진 않았다. 도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보단 군함이 추격해오는 게 더 걱정이었다. 물이 더 새지 않도록 서둘러 못질을 하던 도멤이 혀를 찼다.
“의자 하나 정도 더 부숴야겠다.”
“배만 빼고 필요한 만큼 부숴.”
“그렇게까지 모든 살림을 거덜 내고 싶진 않거든……. 그나저나 로트 어깨는 어쩌다 그랬어?”
도멤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묻자 의자를 분질러 주며 키이엘로가 간단하게 대꾸했다.
“총에 맞았어.”
“맙소사……. 관통상이야?”
“아니, 안에 박혔어. 여유가 생기면 총알을 뽑아내야 할 거야…….”
그때 선실로 우투그루가 돌아왔다. 곁에 발카가 없는 것을 보니 바다새는 조타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못질을 하는 도멤과 키이엘로, 잠자듯 누운 로트렐리를 보고 그는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군함은 따돌린 것 같아.”
“그게 가능해?”
“바다새의 가호라는 게 정말 있는 모양이지. 바다가 얼마나 미친 듯이 요동쳤는지 너희가 봤어야 해. 군함도 못 버티고 회항할 정도인데 그 물살을 이런 좁아터진 배로 건넜다니.”
“로트가 어깨에 총을 맞았대.”
도멤의 말에 우투그루는 움찔 얼굴을 굳혔다가 이내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래? 머리에 총 맞은 듯이 굴더니 정말 어디에 총을 맞긴 했던 모양이네.”
“넌 제발 말 좀 이쁘게 해라. 로트가 깨어 있었으면 넌 곧장 턱주가리에 주먹이 꽂혔을 거야. 그리고 조금만 더 심하게 말했다면 이 망치가 네 얼굴로 날아갔겠지.”
우투그루의 비아냥에 도멤은 신경질적으로 말하고는 못질을 마저 했다. 그에 우투그루는 입을 다물었다가 두 개만 남은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으며 말했다.
“너희 중에 박힌 총알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결국 내가 뽑아야 하잖아. 귀찮은 일이 생긴 마당에 꽃이라도 뿌리며 말해줘?”
“됐다, 됐어…….”
도멤이 한숨을 쉬며 전부 덧대진 선체를 약하게 두드렸다. 조잡하게 보였으나 수리는 성공적이었다. 도멤이 뒷정리를 하는 사이 휘청이던 키이엘로는 도멤의 소매에서 흰 뱀을 잡아끌어 틀어쥐고 물었다.
“독사였으면 말을 했어야지.”
『훗, 나와 형제가 다른 일반 뱀과 같겠느냐? 독이 있다가도 없을 수 있는 존재란 게 나와 내 형제…… 꽥! 뭐 하는 거야!』
뱀의 입을 벌려 이를 잡은 키이엘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태연하게 물었다.
“마취 성분도 만들 수 있어?”
『이, 이거 놔! 우엑!』
뱀이 꾸물텅거리며 몸부림을 쳤으나 키이엘로는 흔들림 없이 뱀을 붙잡고 대답을 종용했다.
“묻는 말에 답이나 해. 마취 성분도 만들 수 있냐니까? 이따 로트에게서 총알을 빼내려면 마취가 필요해.”
『이… 악독한 인간! 네가 벨라의 후손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