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262)
바다새와 늑대 (261)화(262/347)
#105화
곧장 도멤에게로 방향을 바꿔 날아드는 페낭가란을 보고 그가 말을 하다말고 꽥 소리를 질렀다. 그에 다급해진 나는 곧장 페낭가란의 뒤를 쫓았다. 도멤이 반사적으로 등에 메고 있던 창을 들며 페낭가란에게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나는 괴물의 흰옷 아래로 손을 넣어 잡히는 것을 잡아당겼다.
퍽! 둔탁한 소음과 함께 도멤의 창이 페낭가란의 머리를 꿰뚫는 것과 동시에 나는 괴물을 당겨 잡히는 부분을 검으로 단칼에 베었다. 우투그루가 놀라 나를 부르며 달려왔다.
나는 잡고 있던 페낭가란을 내던졌다. 그러자 잠시간 공중에서 흐느적거리며 유영하던 괴물은 이내 수풀에 푹 처박혀 미동도 없었다. 그것을 보고 놀란 숨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손이 쓰라렸다.
페낭가란의 내장을 잡았던 손이었다. 그 끔찍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애써 털어내며 본 손바닥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물들어있었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처럼 페낭가란과 허공과 나를 번갈아 보던 도멤이 와락 외치며 다가왔다.
“이, 이게 뭐야? 이게 다 뭐야?”
“저택에 살던 페낭가란이야.”
“저게? 그 페낭가란이라는 괴물? 난 귀신인 줄 알았어!”
“창 잘만 던지던데….”
“반사적으로, 그러니까, 아니, 여하튼 너무 무서웠다고!”
나와 우투그루는 도멤의 공포심은 똑바로 추측했으나 그가 훌륭한 창잡이라는 사실과 페낭가란을 상대하기엔 칼과 검보다 창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무심코 건너뛰었던 모양이다. 조용히 한숨을 쉬는데, 뒤에서 다가온 우투그루가 내 팔꿈치를 잡아끌었다.
그를 돌아보자 우투그루가 인상을 찡그리고 내 손을 보고 있었다.
“너 돌았어? 페낭가란의 장기를 붙잡아 당길 생각이 들어?”
“나도 이럴 땐 같은 대답을 하면 되나? 반사적으로, 그러니까, 아니, 여하튼.”
우투그루는 나를 굉장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지척으로 다가온 도멤은 그때서야 내 손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가 놀라 기겁하는 소리를 내자 도멤의 목덜미에서 하얀 뱀이 고개를 빼며 말했다.
『페낭가란의 독에 당했군. 닿지 않게 주의해라, 작은 인간아. 페낭가란의 장기에 닿으면 치명적인 질병을 얻으니까…….』
“그럼 로트는 어떻게 해?”
도멤이 허망한 얼굴로 뱀들을 보았다. 나는 그냥 손이 식초에 담근 것처럼 따끔따끔거릴 뿐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러자 검은 뱀이 내 목덜미에서 비틀거리며 고개를 뺐다.
『글쎄다. 바다에 담가 보든가.』
“장난해?”
우투그루가 통렬하게 검은 뱀을 비난했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바다에 담근다고 뭐가 달라져? 그러다 나는 문득 루루미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루루미가 와줄까?
그러나 바다의 마녀는 내게 이미 저번의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이른 적이 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나는 손을 대충 로브로 감싸고 저택을 턱짓했다.
“됐고, 이제 페낭가란이 죽었으니 안심하고 저택을 뒤질 수 있겠지. 물자가 있나 찾아봐. 특히 마장석은 꼭 필요해. 그리고 도멤 너, 키이엘로는 어쩌고 온 거야?”
“발카한테 부탁하고 나왔지. 너희가 늦어지는 게 어쩐지 영 꺼림칙해서. 여기 발카가 없는 걸 보면 내 부탁대로 배 근처를 망봐주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기색으로 그를 보았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도멤이 내 등을 떠밀었다.
“됐어, 됐어……. 이제 페낭가란도 죽었겠다, 물자를 찾는 건 나랑 우투그루가 할게. 로트 넌 배로 돌아가. 그리고 그 손은…….”
도멤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방도를 찾자.”
나는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이고 우투그루와 도멤을 뒤로한 채 배로 돌아갔다. 도멤의 말처럼 선수에 앉아 있던 발카가 해변으로 걸어오는 나를 보고 단번에 날아왔다.
『로트! 괜찮아? 너무 늦어서 걱정했어.』
“괴물을 마주쳐서 그랬어.”
『다친 곳은 없어?』
나는 배 가까이에 멈춰서서 잠시 고민했다. 손을 내보여서 극성스러운 걱정을 들어야 하나? 하지만 언젠가는 들킬 게 뻔하지만……. 마치 야단맞을 것을 알면서 조금이라도 그것을 미루고자 애쓰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그때 아직까지도 내 목에 몸을 감고 있던 검은 뱀이 말했다.
『바다에 안 담가보나?』
『바다에? 뭘?』
검은 뱀의 말에 발카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렇듯 세계의 뱀과 바다새는 서로 직접 소통하진 않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에게 따지는 일은 했다.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며 발카에게 손을 보여줬다.
그러자 발카는 거의 까무러칠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새의 조막만 한 얼굴에 저렇게 다양한 감정이 담긴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을 알아보는 나도 나였고. 발카가 거의 헐떡이며 물었다.
『이게……. 이게 뭐야?』
“페낭가란의 장기를 만졌어.”
『그걸 왜…!』
발카가 버럭 외치려다가 한숨을 쉬고는 비틀비틀 날아 뱃전의 난간에 앉았다. 발카가 나를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것을 뒤로하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총에 맞은 곳이 아파서 몸을 움츠렸다.
그런 나를 보며 발카는 마치 말썽꾸러기 자식을 보는 엄마 같은 눈을 했다. 뱀의 말이 걸려서 나는 배에 바로 오르지 않고 파도가 밀려오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밤인데도 까만 해변의 모래가 미묘하게 뜨끈했다.
“바다에 손을 담가도 되는 거야? 질병인데. 이 근방 물고기들에게 옮아서 거대한 재앙을 만드는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
『이상한 곳에서 상상력이 풍부하군.』
“말하는 뱀과 새 사이에 둘러싸인 인간의 심정을 네가 알아?”
『모르지.』
“그러면 토 달지 마.”
내 말에 검은 뱀은 입을 다물더니 능글맞게 고개를 수그렸다. 괜히 예절 있는 모습으로 비아냥거리는 몸짓이었다. 나는 발끝에 닿는 파도를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을 쉬고 로브를 끌어내렸다.
몸을 숙이자 하얗게 밀려온 포말이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 크게 들려왔다. 내가 영 내키지 않는 얼굴로 파도를 바라보고만 있자 검은 뱀이 속삭였다.
『무얼 망설이지?』
“넌 모르겠지만 원래 상처는 바닷물에 닿게 하면 안 되거든.”
『그 손은 상처가 아니잖아.』
물론 그랬다. 나는 아직도 까맣게 보이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 손은 이제 까맣다 못해 염증처럼 물집이 가득 올라오는 중이었다. 물집이 터지기 전까지는 확실히 상처가 있는 건 아니지. 그래도 바닷물에 담그라니. 비위생적이라고 의사들이 거품을 물지 않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