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267)
바다새와 늑대 (266)화(267/347)
#110화
“나는 계속 너와 함께할게.”
그에 도멤 역시 웃으며 너스레를 떨듯 덧붙였다.
“맞아. 이렇게 된 거 아예 끝까지 같이 있어야지. 로트 동생까지 넷이서 평화로운 섬에 정착해서 살아보자고.”
“로트의 낚시 솜씨에 의존해서.”
“맞아. 내 생각에 우리 자금줄의 희망은 그것뿐이야.”
나는 그들의 말에 별수 없이 웃고 말았다. 우리 곁에 산재한 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도 평범하고 소박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결국 또 선택의 순간이다.
나는 조용한 우투그루를 보았다가 그가 우리와 동떨어져 무언가 생각하고 있자 시선을 돌렸다. 우투그루는 우리를 떠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계속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더 의아한 일이 되겠지. 그러나 왠지 나는 그가 우리를 떠날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
브레딕이 랄티아와 있을 거라는 확증이 없는데도 그랬다. 어쨌거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계속 이 섬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물자를 다 털어서 밑천이 드러난 곳이니까.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말이다.
결국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선택에서 아주 큰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곧이어 방향을 정한 내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국으로 가자.”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결국은 끝을 봐야 하는 일이다.
* * *
“우리는 제국으로 간다.”
클루스도의 말에 요한은 제 귀를 의심했다. 이 양반이 진정 돌았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요한이 격하게 물었다.
“그게 무신 말입니꺼? 잊으셨나 본디, 우리는 해적이라 안 캅니까! 미칬다고 제국으로 기어드가요?”
요한의 말에도 클루스도는 묵묵부답이었다. 선장님! 요한이 격렬하게 반대하자 결국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녀석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고, 쓸만한 패였던 인질도 도주했다. 마찬가지로 인질도 오리무중이지. 설상가상으로 제국까지 바다새를 노리고 로트를 수배했다.”
“그러니 그냥 돌아가야…….”
“이제 와서 입 싹 닦고 살겠다고? 요한, 내 두 아들이 가출했잖느냐.”
거야 아재가 헛짓거리나 해싸니까 그라죠! 그리고 걔들 나이면 가출이 아이고 출가제! 요한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클루스도는 적당한 명분을 주워섬기며 구실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이제 와서 입 싹 닦고 살지 못할 것은 무엇이며, 이미 연 끊을 기세인 아들들을 보내주지 못할 건 또 뭐란 말인가?
그것이 제국으로 향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요한이 애써 침착한 어조로 따졌다.
“그라도 이건 무리한 일인 거 아셔야 합니더. 세상 으떤 해적이 제국의 앞마당에 스스로 들어간답니꺼?”
“우리가 제국에 협력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
“제국이 퍽이나 우리 손을 빌릴라 하겠심더! 실컷 이용당하고 팽당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요!”
“그러지 못하게 해야겠지.”
요한은 점점 더 클루스도를 알 수 없어졌다. 예? 요한이 당혹스러운 어조로 되묻자 클루스도가 말했다.
“우리에게 쓸만한 인질이 있다고 거짓 정보를 흘리면 된다.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니 이상한 지점을 꼽지는 못하겠지.”
“지금……. 지금 랄티아의 정보를 팔겠다 말씀허신…….”
요한은 더듬더듬 말을 잇다가 이내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벌리고 굳어졌다. 이게 대체 누구지? 요한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 이런 선장이 아니었다. 무엇이 클루스도를 변하게 했는가?
바다새를 향한 욕심? 완수한 복수? 그를 늙게 만든 세월? 친우들의 죽음? 한미해진 해적단? 하몬의 반란? 확실한 것은 지금의 클루스도는 요한이 믿고 따랐던 듬직한 선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한은 낯설다는 눈으로 클루스도를 보았다. 그러나 그런 요한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클루스도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다 검은바다가 약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원들도 이 배를 떠나고, 하몬은 반항을 하고, 아들들도 떠난 것이다.
다시는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면 될 일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에 기대는 것도, 조금 지저분하게 느껴지더라도 제국에 붙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물론 제국은 위험하니 적당히 간을 보며 지내야겠지. 클루스도는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제국의 관심과 호의를 받을 수 있을 만한 기회를. 그러기 위해서는 제국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했다.
클루스도가 명령했다.
“선원 몇을 꾸려 제국의 동향을 살피도록 보낸다.”
“아저씨!”
결국 요한이 격노하며 외쳤으나 클루스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이야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결국 자신이 옳다는 걸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당장은 좀처럼 협조하지 않는 하몬 때문에 바다에 발이 묶인 처지지만, 뾰족한 수가 생길 것이다. 뭣하면 부가적인 지출을 감행해서라도 새로운 마장석 기구를 구매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모든 일을 위해서는 제국에 접근해야 했다. 그렇게 검은바다의 선원이 제국으로 향했다.
먼 곳에서 그것을 바라보던 마녀는 느긋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 말했었지, 너희의 무운을 빈다고…….”
그녀는 조용히 실감했다. 이제 정말로 모든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