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290)
바다새와 늑대 (289)화(290/347)
#133
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랄티아는 혁명단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참 회포를 나누는 중인 로지안나와 자신의 일행들 탓이었다. 랄티아는 검게 변한 얼굴로 로지안나를 보았다. 랄티아가 하고 있는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이건 또 무슨 변수지?’
로지안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서로 말하는 것이 심적으로 가능해진 찰나 ‘야, 너네가 왜 여기 있어, 검은…’하고 소리치려고 해서 브레딕과 네토르가 재빨리 제압(?)했다. 어쨌든 그들이 어느 정도 안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에퀘야와 무르하는 로지안나와 그녀의 일행에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줬다. 랄티아 일행은 모르는 이야기지만 로지안나가 아는 척을 하는 순간 에퀘야와 무르하는 그들이 정보를 원하던 ‘검은바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로지안나는 제 옆의 여성을 소개시켜주는 중이었다.
“이분은 마담 릴리. 내 은사님이지. 여러 의미로.”
“로지안나의 친구들이구나. 역시 해적이려나?”
“이모, 얘넨 제 친구 아니에요.”
릴리의 말에 로지안나는 물론이고 네토르와 브레딕도 질색하는 티를 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에게 브레딕이 물었다.
“그래서, 여긴 대체 어떻게 온 거야?”
“내가 묻고 싶다, 야. 우리 셀리팜은 마담 릴리를 돕고 있어. 마담 릴리는 혁명단의… 후원자 같은 분이지.”
“후원자요?”
헤더가 감탄을 하자 마담 릴리는 손을 내저었다.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지.”
어느 정도 이야기가 수그러드는 것 같자 로지안나가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그런데 너네는 왜 여기에 있어?”
“사정을 말하자면 길다.”
브레딕이 한숨을 쉬었다. 셀리팜이야 검은바다의 라이벌 같은 존재지만, 그는 이미 검은바다를 빠져나온 마당에 로지안나에게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로지안나의 태도를 봐도 그들에게 딱히 적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고 말이다. 로지안나는 브레딕의 말에 일행의 면면을 살피다가 랄티아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로트의 동생이야.”
브레딕의 말에 랄티아와 로지안나의 얼굴이 각각 다른 이유로 일그러졌다. 랄티아는 ‘그걸 왜 그렇게 쉽게 말해’라는 뜻이었고, 로지안나는 ‘아, 얘가 그……’라는 뜻이었다. 우홉피아주와 전투가 끝난 이후 셀리팜과 검은바다 사이에서 로트는 꽤 유명인사였으나, 그 동생의 모습까지 로지안나가 볼 일은 없었던 것이다. 일행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 전에 피차 마찬가지로 놀란 기색이던 마담 릴리가 입을 열었다.
“그 애의 동생이라고? 맙소사…. 일이 이렇게 엇갈리다니 유감이구나.”
“로트를 만나셨어요?”
“한두 달도 더 전의 일이다. 그 애들이 쿤트만 제도 행 여객선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뜨기 전엔 우리와 함께 있었어. 공교롭게도 제국군에게 들켜서 쫓기는 탓에 헤어지게 되었지.”
그 말에 랄티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여객선에서의 목격담 이전이라면 자신이 검은바다에서 탈출하는 시기 전후의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하고도 보름가량이 지난 시기다. 랄티아는 생각보다 그런 아쉬움에 일일이 연연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대로 보면 자신이 검은바다에서 일찍 나왔다고 한들 언니를 찾아 마담 릴리의 거처로 가게 될 일이 있었겠는가? 그때는 에퀘야와 혁명단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랄티아가 말했다.
“우리는 언니에 관한 이야기와 검은바다에 속해있었단 이야기를 감추고 있어요. 그 점에 협력해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요.”
“뭐, 그래.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네.”
다행히 로지안나와 마담 릴리는 랄티아의 의견에 순순히 따라줬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담 릴리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로지안나도 그에 따른 것이었다. 마담 릴리가 랄티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로트에게 가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니?”
“네. 사실 의도한 일은 아니에요. 졸지에 휘말려서 동행하게 된 김에 정보를 좀 얻으려고 했던 거죠.”
마담 릴리는 여태껏 정보를 함구해온 것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로트의 위치가 수배 이후 위태롭게 흘러갈 것을 쉬이 예상한 마담은 로트와 동행하는 키이엘로까지 위험해질까 굳이 혁명단에게 로트의 정보를 넘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브레딕이 마담에게 물었다.
“혹시, 로트가 누구와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지. 키이엘로와 도멤이라는 아이, 그리고 우투그루와 함께 있었다.”
“아, 다행이다, 우투그루 걔가 로트네랑 잘 붙어있긴 한가 봐.”
“정신 차려. 그게 한 달은 더 지난 일이야. 중간에 헤어졌을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브레딕의 말에 네토르가 산통을 깼다. 그에 브레딕의 얼굴이 영 찜찜하게 변했다. 그에 로지안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뭐 그런 걸 걱정해? 걔들 둘이 사이가 안 좋긴 하구나?”
“…브레딕이랬나, 너는 우투그루와 친한 모양이구나. 단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마 괜찮을 거다. 그리 나쁜 아이처럼 보이진 않았거든.”
로지안나야 키이엘로와 우투그루의 이야기나 둘의 기류에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그들에게 관심이 많지 않았다. 로지안나는 오히려 로트렐리에게만 과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마담 릴리는 로지안나의 말을 유유하게 흘려넘기며 브레딕을 달랬다. 마담 릴리의 말에 브레딕은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 그 녀석이 좋은 애라는 건 알지만 정말로 그런 말을 타인에게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래요, 이모. 그놈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해댔는데.”
로지안나가 코웃음을 쳤으나 마담 릴리는 앞서 말한 우투그루를 향한 평가를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브레딕은 대체 우투그루가 어떻게 낯선 사람에게 저런 평가를 얻어냈는지 궁금해졌으나 그런 한갓진 이야기를 하기 전에 클레인스가 물었다.
“그래서 셀리팜은 대체 세라무티에서 혁명단과 뭘 하려는 거예요?”
“혁명단을 지원하는데 뭘 하겠어?”
로지안나는 약간 짓궂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