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291)
바다새와 늑대 (290)화(291/347)
#134
화
“혁명이지.”
“해적이?”
브레딕은 영 찜찜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셀리팜은 검은바다와 마찬가지로 과거라고는 하나 우홉피아주에 속해있던 집단이었고, 양심껏 말해서, 그렇게 도덕적인 집단도 아니었다. 로지안나는 브레딕의 찜찜함을 별생각 없이 넘겼다.
“뭐, 릴리 이모가 셀리팜과 혁명단의 중간다리인 거야. 스칼렛 선장님과 메르디 부선장은 제국을 성공적으로 치면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나를 포함해서 몇은 릴리 이모와 면식이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협력하는 중이지.”
“돈을 얻는다고요?”
클레인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자 로지안나는 화려한 백금색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웃었다.
“그래, 돈. 사실 제국 때문에 보는 손해가 얼마나 큰데? 제국이 화약도 제한해, 항해도 제한해, 허가받지 않은 선박 수리도 제한해…. 우린 정말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가볍게 지껄이는 어투에 브레딕과 헤더는 영 떨떠름한 얼굴을 했으나 마담 릴리는 그런 로지안나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구차하게 마담 릴리의 사창가에 관한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는 로지안나의 의도에 따라 일행은 셀리팜과 혁명단의 연관성을 그럭저럭 수긍하고 넘겼다.
로지안나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무슨 정보를 모으고 있던 거야? 로트 걔들은 잊을 만하면 신문에 뜨던데.”
“검은바다와 제국의 정보요. 만약 언니가 정말로 붙잡히거나 검은바다와 접촉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가 뜨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긴, 그 두 정보는 너희한테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겠다. 최근에 얻은 정보가 있어?”
“셀리팜은 최근에 검은바다와 접촉이 없었나요?”
“우홉피아주 그 뭣 같은 놈들도 싹 박멸했는데 우리가 그 더러운 남자들을 왜 만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러운 남자들’에 속해있던 네토르와 브레딕의 얼굴이 볼만해졌다. 반면 클레인스는 로지안나가 뭐라고 하든 랄티아를 보며 말했다.
“셀리팜과 검은바다는 애초에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요. 활동 범위가 크게 겹치는 편도 아니고요.”
“동맹까지 맺었잖아요? 우홉피아주와의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걸 기억해요.”
“해적들의 동맹은 같은 적이 있을 때만 공고한 법이지.”
로지안나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어댔다. 오직 우홉피아주를 향한 복수심으로만 운행되던 검은바다와 달리 셀리팜은 여러 이익 집단이 모인 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선장인 스칼렛의 원한과 그냥 봐도 역겨운 해적들을 적으로 둔 것은 셀리팜의 인원들이 다소 호전적인 작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럼 지금도 공공의 적인 셈이니까 말할 수 있겠네요. 검은바다는 최근에 제국과 접촉했어요.”
“제국과? 왜?”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꽤 용감한 행동이긴 하죠. 믿는 구석이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그만 살고 싶어진 거 아니겠어?”
기껏 정보를 알려줬음에도 로지안나는 다소 시큰둥했다. 로지안나가 곧은 손끝을 살피며 심드렁하게 굴자 그녀에게 마담 릴리가 눈치를 주었다. 그에 로지안나는 야단맞은 아이처럼 얼른 손을 얌전히 내리고 침착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마담 릴리는 랄티아의 말에 고심하는 것 같더니 이내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 행동한 것이겠지. 예상되는 지점은 없니?”
“물론, 있긴 해요.”
랄티아는 로지안나보다 마담 릴리 쪽이 더 대화하기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검은바다 이전에 제국과 협력한 것으로 보이는 해적단이 있어요.”
“…우홉피아주를 말하는 거니?”
“네. 아마 검은바다는 우홉피아주와 비슷한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 같죠.”
랄티아의 생각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마담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순히 우홉피아주라는 전례가 있다고 해서 나선 건 아닐 거다.”
“그건 맞아요.”
랄티아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우리에 관한 정보를 거래 물품으로 삼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헤더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우리가 좀 위험해지는 거 아냐? 랄티아 넌 혁명단에서 나갈 거라며?”
“전쟁 중에 사람을 특정해서 찾기가 어디 쉽겠어요? 혁명단과 있는 게 더 위험해요.”
“하지만 그럼, 마냥 떠돌면서 네 언니를 찾아다니게?”
로지안나의 말에 랄티아는 미간을 좁혔다. 그 점은 안 그래도 랄티아 역시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혁명단의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전쟁에 휘말릴 바에야……. 그때 로지안나가 말했다.
“생각을 미처 못한 모양인데, 내 생각에 검은 바다는 너의 정보를 팔려는 거잖아. 그럼 결국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는 건데.”
“두 가지씩이나?”
네토르가 약간 비아냥거리듯 말했으나 로지안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꽁꽁 숨든가, 아니면 최후의 수를 두는 거지.”
“최후의 수요?”
“배수진을 치는 거야. 너를 사방팔방에 알리는 거지.”
이게 무슨 소리야? 랄티아는 물론이고 다른 일행들 역시 그런 표정으로 로지안나를 보았다. 그러자 로지안나는 어깨만 으쓱이고는 고쳐 앉았던 자세가 무색하게 방만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꽁꽁 숨기만 하면 뭐 해? 로트렐리 걔도 지금 상황에선 꽁꽁 숨을 텐데. 결국 너네는 웬만한 기연이 아닌 이상 더는 서로 만나기 힘들걸.”
“로지, 말 좀 부드럽게 하렴. 아직 어린아이잖니.”
“음, 네. 어쨌든…. 가끔은 모험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야. 로트가 직접 나서기엔 걔는 워낙 몸값이 높아서 위험하지만, 넌, 걔를 불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는 있지만 그래도 중요도는 비교적 떨어지지. 뭐든 너에 관한 실마리를 흘리면 다른 세력도 널 탐내면서 모이겠지만, 로트렐리도 네 정보를 알면 분명히 올걸.”
“그럴듯하지만 너무 위험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잘 생각해봐, 만약 너희가 이렇게… 너희끼리 다닌다면 위험하겠지. 하지만 혁명단과 함께 있으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로지안나의 말에 헤더와 브레딕은 혹하는 얼굴로 랄티아를 보았다. 그러나 소녀는 영 탐탁잖은 표정이었다. 랄티아가 말했다.
“혁명단에 몸을 의탁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여태 언니와 저희 일행들의 이야기를 감춰왔어요. 이제 와서 드러낸다고 좋을 것 같진 않은데요.”
“그것도 납득이 가긴 해. 하지만 혁명단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 제국과 전쟁이 일어나면 모르긴 몰라도 너희끼리 다니기에도 여의치 않아질걸. 피난민이 생기면 그 사람들을 누가 다 받아주니? 분명 검문도 이전보다 심해질 거고, 경제는 파탄 나서 물가도 오르락내리락하고, 항해물자를 충당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너희 돈이 있긴 해?”
하몬이 준 돈이 아직 남긴 했으나 로지안나의 말을 듣자 랄티아는 자신이 없어졌다. 로지안나의 말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쟁이 나면 그녀의 말마따나 안팎으로 혼란이 가중되어 떠돌이로 지내는 것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입을 다문 랄티아 대신 네토르가 로지안나에게 답했다.
“당장 뒤질 정도는 아냐. 우리에게 돈은 어느 정도 있어.”
“그럼 차라리 그걸 이용해서 혁명단에게 협력을 구하는 게 어때?”
“대체 무슨 종류의 협력을?”
“혁명단이잖아. 제국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곤 하지만 가벼운 사설 잡지나 황색언론은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남아 있거든. 그 안엔 쓰레기 기사로 위장한 혁명단의 단원들이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약간의 돈을 찔러주면 네 소식 정도야 소식지에 호외로 크게 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랄티아는 정말로, 혁명단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간 적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러나 로지안나의 말은 정말로 그럴듯했다. 하지만 랄티아보다도 먼저 헤더가 물었다.
“하지만 혁명단이 로트를 역으로 이용하려고 할지도 모르잖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