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24)
바다새와 늑대 (323)화(324/347)
#167화
“장난해?”
테드를 향해 서류 더미가 날아들었다. 안면에 종이 쪼가리를 맞은 테드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래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고? 우리가 해적들과 정말 진심으로 거래하려는 거로 보여?!”
필립이 노성을 터뜨리며 테드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세라무티에서 귀환한 테드는 조금이라도 뺀질거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으나, 필립의 뒤에 있는 인물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필립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치는 것을 애시포드 남작, 그레고리가 부드럽게 만류했다.
“필립, 진정해.”
“소장님, 하지만….”
“자, 다시 말해보자, 테드 군.”
검은바다가 랄티아를 데리고 있지 않으면서 속였다고? 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그레고리의 입꼬리가 주욱 올라가 패였다.
“그래…….”
그레고리는 느긋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한갓지게 느껴질 정도의 태도로 찻주전자를 기울여 잔을 채웠다. 안대에 가려진 그의 눈 때문에 테드는 남작의 표정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테드는 속으로 온갖 욕을 늘어놓았다. 일이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같이 갔던 제국군이 테드의 행실을 모조리 고해바친 것이다. 그것이 필립을 거쳐 그레고리에게까지 흘러갈 것을 예상하지 못한 테드는 영락없이 낭패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테드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검은바다가 랄티아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랄티아를 쫓은 것이다. 그것은 모두 그레고리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후에 검은바다가 다른 소리를 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해적보단 아무렴 무고한 자신을 믿어주겠지……. 테드는 식은땀이 배어 나온 손을 움켜쥐며 긴장한 얼굴로 애시포드 남작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단 말이지.”
그레고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에 테드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예?”
“이상한 점 말일세, 테드 군.”
“…무슨… 말씀이신지….”
테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반문했다. 그에 그레고리 경이 느리게 턱을 틀었다.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얼굴까지 드러나자 테드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애시포드 남작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의 검은 눈은 마치 차게 식은 용암처럼 음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검은바다는 그 동생이 돌발행동을 했다고 전서를 보냈더군. 그리고 조만간 자리를 만들자고 했지. 물론, 믿지 않아. 전단지에 실린 내용도 그렇고, 그 해적이 발칙하게도 나를 속이고 있는 거지.”
“예, 예.”
테드는 어물어물 대꾸했다. 뭐지?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지? 이상할 것이 하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만 의아한 것이……. 단순히 세라무티에서 그 여동생을 마주친 것만으로 어떻게 검은바다가 그간 그녀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지?”
“그…….”
테드는 일순 말을 잃었다. 재빠르게 할 말을 떠올리려 했으나 바짝 긴장한 머리는 욕만 떠올릴 뿐 제대로 된 대답을 내기엔 한참 부족했다. 그에 그레고리 경은 하하, 하고 낮게 웃었다.
“발칙하게 나를 속이려는 것이 더 있잖아.”
그 말에 테드는 다짜고짜 무릎을 꿇었다.
“나, 남작님. 남작님, 전 결백합니다. 정말이에요. 랄티아 그것도 남작님께 서둘러 붙잡아 드리고자…….”
“그래. 기특하기도 하지.”
그레고리는 연신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일어난 연합군의 선전포고 탓에 황제 폐하의 심기가 영 불편하시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군인도 징집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모이는 게 더디단 말이야.”
테드는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의아한 얼굴로 그레고리를 올려다보았다. 그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우리 테드 군이 한 몸 불사를 수도 있겠지.”
“…….”
테드는 잠시 얼이 빠져있었다. 애시포드 남작이 한 말을 해석하느라고 눈만 끔뻑이던 그는 이내 경악한 얼굴로 반문했다.
“예?”
“자네는 멜런고르로 갈 걸세.”
“예, 예?”
멜런고르라면 소리의 바다가 있는, 알라프라리보다 좀 더 아래쪽의 항구 도시였다. 연합군이 제국을 치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다면 가장 먼저 올 것이라고 점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공적을 세우면,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나, 남작님.”
테드가 경황없는 손길로 애시포드 남작의 바짓단을 잡으려 하자 그가 손짓했다. 그에 필립이 테드의 어깨를 바투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
“잠, 잠깐, 이거 놔, 젠장! 남작님, 남작님! 저더러 전쟁터에서 죽으란 말씀이세요? 남작님!”
“어우,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릴. 공적을 세워오면 될 일 아닌가?”
열심히 해보게. 그레고리는 낄낄 웃으며 테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레고리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테드의 이용 가치는 떨어진 지 오래였기에 계속 가지고 있기에도 골치였다. 와중에 스스로 이렇게 빌미를 제공해주다니. 눈치도 빠르고 참 멍청한 놈이었다. 그렇게 테드를 내보낸 그레고리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후련하게 웃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모든 일이 차근차근 풀리고 있었다. 망할 연합군인지 뭔지가 튀어나와 전쟁이 시작된 것은 귀찮았으나, 애시포드 남작은 바다새를 쫓는 임무가 막중하다고 황실에서 이미 엄포를 놓은 상황이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더 편한 일이 있는 것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레고리는 책상의 위에 놓인 전단지를 보았다.
세라무티를 기점으로 퍼진 전단지와 연합군의 선전포고는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다. 제국은 처음에는 그것을 막고자 했으나 지금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여 ‘우리 제국은 열심히 폭도들을 막고 교양 있는 시민을 수호하고 있다’라는 선전을 연일 내보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대부분의 제국민은 안도하고 있었다.
‘하여간 멍청한 것들.’
(다음 편에서 계속)